산 이야기

다시 또, 그 대간 길을 걷다 - 오대산 두로봉

adam53 2022. 7. 13. 22:41

2022. 7. 12

장마철에 접어들어 거의 매일같이 비가 오는데,

오늘은 다행히 잔뜩 흐리기만 했네요.

지난 해 10월 하순에 걸었던 오대산 두로봉 백두대간 길.

오늘도 그때와 똑 같은 길을 걸어봅니다.

산행시작은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에 있는 '진고개휴게소'

휴게소 맞은편의 도로를 건너면 들머리가 있습니다.

동대산 가는 것도 이젠 '예약제'라고 해요.

이 계단을 올라가면, 고랭지 배추밭이 있습니다.

배추들은 싱싱하고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군요.

올 여름, 평지에서는 지독한 가뭄으로 밭 작물들이 시원찮았었는데...

비에 흠뻑 젖은 풀잎에는 물방울이 구슬처럼 맺혀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오르막의 시작.

지금부터는 많이 힘듭니다.

동대산까지는 1.7km 밖에 안되지만, 올라가려면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죠.

오늘도 7시간 가까이 걸어야하므로 초장부터 기운 다 빼면 안되기에, 속도를 조절하며 올라가는데도 힘든 건 여전하네요.

이 구간만 지나면 힘든 곳은 별로 없는데, 벌써 지쳐갑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 그친 뒤라서 기온이 낮다는 것,

그리고 날씨가 흐렸다는 거. 

안개가 끼었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왜냐구요?

안개에 둘러싸이면 별것 아닌 풍경도 멋있게 보이니까요. ㅎ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을 보니, 동요 ' 구슬비'가 흥얼거려집니다.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보슬보슬, 구슬 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동대산에 거의 다 왔군요.

여기서 직진하면 동피골로 내려가서 '오대산 선재길'을 걷고

오른쪽으로 100m 정도 올라가면 동대산입니다.

동대산입니다.

해발 1,433m이니까 엄청 높이 올라왔죠?

------------- 사실은 진고개가 900m 정도 되니까 많이 올라온 것도 아닙니다.

오대산의 오대(五臺)란 주봉인 비로봉(1,563.4m)을 비롯하여  호령봉(1,560m), 상왕봉(1,491m), 두로봉, 동대산1,433m),  이렇게 다섯 봉우리를 일컫는 데요,

이 다섯 봉우리의 정상이 모두 평평한 대(臺)를 이루고 있어서  오대라고 하며, 이 다섯 봉우리가 연꽃처럼 둘러싼 수술 자리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답니다.  

그리고 그 오대(五臺)에는 5개의 암자가 있는데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 중대 사자암이 있구요.

오늘 우리는 동대산 - 차돌백이 - 신선목 - 두로봉 - 두로령 - 북대 미륵암을 거쳐서 상원사탐방센터로 내려갈겁니다.

동대산과 두로봉 구간은 백두대간일 뿐만 아니라,  1,200m~1,300m 대의 고산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남한의 백두대간 전 구간 중, 가장 대간다운 분위기가 살아 있는 곳의 하나라 할 수 있다고 해요.

말나리가 피기 시작했네요.

어린 싹과 비늘줄기를 먹기도 하는데요,  비늘줄기를 자양, 강장 등의 약재로 사용하기도 하죠.

노루오줌도 막 핍니다.

동대산 올라오는 길에는 흽쑤구레한 숙은노루오줌이 피었더니만, 능선길에 핀 노루오줌은 진한 홍자색이네요.  노루오줌과 숙은노루오줌의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어요.

동대산에서 두로봉 가는 길은 능선길이라 걷기 좋습니다.

가다가 보면 올라 갈 때가 있고 내려 갈 때도 있지만, 대체로 평탄하다는 말이죠.

비를 맞은 나뭇잎은 더 푸르러만 가요.

모싯대 꽃도 피었습니다.

봄에 올라오는 어린 싹은 나물로 먹지만,  개체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연한 붉은색 또는 흰색깔의 작은 꽃이 빽빽하게 모여서 피는 숙은노루오줌.

꽃이 약간 옆으로 숙여서 핀다고 그리 부릅니다.

 

여름꽃들이 막 피어납니다.

여로도 풀숲에서 수줍게 피었어요.

대간길의 나무들은 이상한 형태로 자랍니다.

아마도 모진 비,바람을 견디다 못해 그리 자라는가 봐요.

뱀무.

독성이 있는 '박새'도 꽃은 예뻐요.

7월의 편지 / 박두진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波面)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병조희풀

차돌백이까지 왔습니다.

흰 차돌로 이루어진 커다란 바위들.

두로봉은 4km를 더 가야합니다.

가냘픈 줄기가 꿩의 다리같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꿩의 다리'

어쩌다 나무에 이런 구멍이 생겼을까요?

이 아줌씨들은 겁도 없이 구멍속에 손을 집어 넣네요.

그러다 뱀이라도 있어 꽉 깨물면 어떡할라고....

말나리가 금방이라도 꽃봉오리를 탁 터뜨릴 것 같군요. 

한참을 걸어왔는데도 두로봉은 3km를 더 가야한대요.

노루가 물 마시러 왔다가 오줌을 싸대서,

뿌리에서 나는 냄새가 노루오줌같다고 이름지어진 노루오줌.

신선목이에 왔습니다. 여기서 물 한모금 마시고 갑니다.

두로봉 올라가려면 땀 좀 흘려야 하니까요>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었어요.

밧줄잡고 올라가면 조금 수월하긴 합니다.

이정표 부근은 조금 넓기에, 돌맹이에 걸터앉아 쉬었다 갑니다.

여기서 앞서 간 일행들과 합류했죠.

동자꽃 한송이가 반갑다고 손짓하네요.

산행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야생화를 만나는 거죠.

힘든 산행길에서 야생화를 만나면 힘이 나거든요.

오늘은 땀에 젖지 않을 날씨라고 좋아했건만, 땀에 젖은 옷들은 보행에 불편을 주고

이제는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쳐서

체력을 다 끌어모아 걷습니다.

여름산행은 땀을 너무 흘려서 힘들어요.

짚신나물

드디어 두로봉에 도착했습니다.

백두대간 인증은 여기서 해요.

울타리 밖으로 30여m 쯤 가면 헬기장 한켠에 두로봉 정상석이 있습니다만,

이쪽은 가면 안된대요.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특별보호구역이라서요.

이 아줌씨들은 밥이라는 걸 처음 본 사람처럼, 마구 마구 먹습니다. 

아주 꿀맛 같다는군요.

자, 이젠 밥도 배불리 먹고 푹 쉬었으니 슬슬 걸어볼까요?

두로령 방향의 내리막길로~

두로봉 바로 아래에는 주목들이 있어요.

갈 길이 급하지 않다면, 구경하며 내려가요.

임도에 나왔습니다.

두로령입니다.

해발 1,310m의 두로령(頭老嶺)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  명개리와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사이에 있는 고개인데요, 

오대산으로 등반하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지방도 제446호선이 이 곳을 통과하게 지정되어 있었으나 실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데다,

오대산 일대가 국립공원인 까닭에 노선지정이 해제되었다고 해요.

오늘 우리가 걸은 이 길은 백두대간의 일부분인데요,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합니다

산경표에 따르면 백두산부터 원산, 함경도 단천의 황토령, 함흥의 황초령, 설한령, 평안도 영원의 낭림산,

함경도 안변의 분수령, 강원도 회양의 철령과 금강산, 강릉의 오대산, 삼척의 태백산, 충청도 보은의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한국의 산맥은 1개 대간, 1개 정간, 13개 정맥의 체계로 되어 있고,

이러한 산경개념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잘 표현되어 있다고 해요.

두로령에서 북대 미륵암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상왕봉(1.9km)를 돌아서 가고 싶지만, 모두 다 북대로 내려간다기에 그리합니다.

길 양쪽에는 노루오줌, 꿀풀, 동자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네요.

사진에는 그저 그렇게 보이지만,

육안으로 볼 때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로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북대 미륵암은 아무나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았어요.

'나옹대 가는 길'도 있지만, 그냥 지나칩니다.

담장밑에는 낮달맞이꽃이 이쁘게 피었지만,

시멘트로 된 절 건물은 왠지 낯설어 보입니다.

두로령에서 상원사탐방센터 주차장까지는 6.4km.

2시간 가까이 줄창 걸어야 해요.

두로령에서 상왕봉까지 갔다가 오면, 이 길로 내려옵니다.

언젠가 이 길을 또 걷게 된다면, 그때는 상왕봉을 돌아오리라 작정해 봅니다.

예전에는 주차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여기였는데,

지금은 출입금지입니다.

위반하면 과태료 50만원을 물어야 한대요.

우리나라 특산식물 참좁쌀풀이 제법 눈에 띄는군요.

예쁘기도 해라.

노루오줌도 이리 예쁠수가 !

지루한 임도길도 끝납니다.

주차장에 다 왔어요.

다리 건너에는 우리일행과 버스가 기다리고 있군요.

여름산행인데도 오늘 참 많이 걸었습니다.

16.1km를 걸었구요, 6시간 15분 걸렸네요.

산행코스: 진고개 - 동대산 - 차돌백이 - 신선목이 - 두로봉 - 두로령 - 북대 미륵암 - 상원탐방지원센터

                 (16.1km,  6시간 15분)

 

 <두로봉 1,422 m> 

높이 1,422m.

북서쪽의 비로봉(毘盧峰)·상왕봉(象王峰), 서쪽의 호령봉(虎嶺峰), 남동쪽의 동대산(東臺山)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지맥을 이루는 오대산맥(五臺山脈) 중에 솟아 있는 고봉이다. 

산은 동사면을 흐르는 연곡천(連谷川)과 서사면을 흐르는 홍천강의 발원지를 이룬다.

상원사(上院寺)와 미륵암은 계곡과 더불어 명승지를 이루는데, 최근 오대산국립공원에 포함되었다.

 

태백산맥

한반도의 동쪽, 중남부에 걸쳐 남북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산맥. 북쪽으로는 함경남도 안변 황룡산 부근부터 남쪽으로는 부산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약 600km의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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