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31
5월의 마지막 날,
오늘도 햇빛이 쨍~하고 내려쬐는 아침에, 대관령 선자령을 갑니다.
들머리는 초막교입니다.
반정이나 (구)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을 한바퀴 돌아오는 건 워낙에 많이 했던터라,
오늘은 들머리를 달리해 본 거죠.
초막교는 대관령 옛길 - 강릉 성산면에서 (구) 영동고속도로를 올라가다가 대관령 정상가기 전, 중간 쯤에 있는데요,
보통의 산행코스는 초막교에서 선자령을 거쳐 곤신봉, 대공산성으로 내려오기도 합니다만,
무더운 날씨때문에 오늘은 선자령까지 갔다가 (구)고속도로 휴게소로 내려올 겁니다.
연두 연두하던 나뭇잎은 짙은 초록으로 바뀌어 가고 있네요.
여기 갈림길에서는 우측으로 갑니다.
왼쪽은 계곡길이라, 돌맹이가 많아서 올라가기가 나쁘거든요.
이정표가 가르키는 대로 왼쪽으로 접어들고
오르막의 시작입니다.
오르막이라고 해서 경사가 아주 심한, 빡센 건 아니구요,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는, 감내해야할 정도의 그런 오르막입니다.
잠시 숨 좀 돌리고 가요.
드믄 드문 아름드리 소나무가 보이는군요.
무더운 여름날, 숲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리는 것 같은 생각에 빠져듭니다.
또, 쉬어갑니다.
더워도 너무 더워서, 자주 쉬게 되는군요.
의외로 이 길을 산객들이 많이 찾는가 봅니다.
이정표가 종종 눈에 띄는 걸 보면.
등산로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것 같고.....
푸른 산, 푸른 나무, 푸른 5월만큼이나 하늘도 파랗네요.
오월연가
김남조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오월.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뜨거운 가슴들을 풀거라.
외딴 곳 짙은 물빛이어도
보이지 않는 밤의 강물처럼
감청의 물이랑을 추스르며
섧디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월 / 곽재구
- 소포리에서
그 보리밭에선 작은 새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산 다랑치논들의 경계를 가만히 흔들고
멀리서 날아온 송홧가루가 전설처럼 마을을 덮었다.
그 보리밭에선 해질 무렵까지 하모니카 소리가 들렸다.
바다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굽은 등 위로
마을의 불빛들 희미하게 피어나고
소쩍새 울음 피나게 사람들의 자녁밥상을 적실 때에도
산등성이 그 보리밭에선 하모니카 소리가 들렸다.
산목련이 지고 있었죠.
5~6월에 커다란 흰색 꽃이 옆이나 아래를 향해 피는데, 백합꽃 같은 향기는 너무나도 향기로워서 아주 끝내줍니다.
북한에서는 목란(木蘭)이라 부르며, 국화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산목련은 나무의 생김새가 아름답고, 잎이 무성하며 꽃의 모양과 향기가 좋아 정원수로 널리 심고 있는 식물이기도 한데, 함박꽃이라 많이 부르기도 합니다.
요즘은 작약(꽃)도 함박꽃이라 하더군요.
오월 / 송찬호
냇물에 떠내려오는 저 난분분 꽃잎들
술 자욱 얼룩진 너럭바위들
사슴들은 놀다 벌써 돌아들 갔다.
그들이 버리고 간 관(冠)을 쓰고 논들
이제 무슨 흥이 있을까 춘절(春節)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염소와 물푸레나무와의 질긴 연애도 끝났다.
염소의 고삐는 수없이 물푸레나무를 친친 감았고 뿔은 또 그걸 들이받았다.
지친 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 숲으로 돌아가고
염소는 고삐를 끊은 채 집을 찾아 돌아왔다.
그러나 그딴 실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돗자리 말아 등에 지고 강아지풀 고릴 잡고
더듬더듬 들길을 따라오는 저 맹인 악사를 보아라
저 맹목의 초록이 더욱 짙어지기 전에,
지금은 청보리 한 톨에 바람의 말씀을 더 새겨넣어야 할 때
둠벙은 수위를 높여 소금쟁이 학교를 열어야 할 때
살찐 붕어들이 버드나무 가랑이 사이 수초를 들락날락해야 할 때!
하늘이 훤하게 보이는 걸 보면, 이제 거의 다 올라왔나 봅니다.
5월도 이젠 다 지나가, 철쭉꽃도 지고 있어요.
철 늦게 노린재나무가 흰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내일이면 6월이라고, 붉은병꽃도 지고 있었습니다.
하늘목장에 다 왔다는 생각이 드는 건,
노랑제비꽃과
요강나물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알았더랬죠.
앞서 간 일행이 모여있는 건 수박 때문이었어요.
여름산행 할때면 그 큰 수박을 지고 정상까지 올라와 나눠먹는 사람이 있는데, 오늘도 수박을 지고 와서 저기 앉아 짜르고 있었거든요.
와! 산위에서 먹는 수박은 꿀맛이었어요.
그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은 여태 먹었던 수박 중 최고로 맛있었지요.
(가까이서 찍지 못했던게 되게 아쉽네요)
숲에서 나왔습니다.
'선자령'하면, 사람들은 이 하늘목장의 너른 풀밭을 기억합니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이 푸른 초원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기에, 선자령은 더 빛납니다.
풀밭 끝에서 정상까지는 몇분밖에 걸리지 않구요.
초막교에서 올라오면, 왼쪽에 보이는 숲에서 풀밭으로 나오는 겁니다.
선자령입니다.
해발 1,157m의 선자령(仙子嶺)은 백두대간 중심부에 위치한 봉우리이죠.
블랙야크의 백두대간 인증장소이기도 하구요.
목장에서 올라왔었던 쪽을 돌아보고
표지석 뒷모습도 돌아보면서,
오늘도 바람이 불어대는 선자령을 내려갑니다.
오늘도 양떼목장 울타리기로 내려갈꺼에요.
자꾸만 눈길을 사로잡는 미나리아재비.
선자령 뒷길로 내려가도 멋진 풍경을 봅니다.
쉬익 쉬익 돌아가는 날개소리가 겁나기도 하지만,
바람이 억세게 불어대는 대관령에, 풍력발전기가 줄 지어 서있는 모습은 여기가 우리나라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이른 봄이면, 봄이 왔다고 알려주는 괴불주머니가 여기는 지금 피었습니다.
임도에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오른쪽은 곤신봉으로 갑니다.
우리는 왼쪽으로 접어들었죠.
하늘목장 가는 길 왼편으로
이정표가 친절하게 가르키는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대관령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봄꽃이 피었습니다.
졸방제비꽃도
나도냉이와
쥐오줌풀도
미나리아재비도 마구 마구 피었습니다.
여리디 여린 줄기에 피어난 노란 미나리아재비는 자꾸만 가는 길을 막네요.
'나랑 좀 더 놀다가 가요' 하듯 발길을 붙잡고
서양민들레도
은방울꽃도
감자난초도 반갑다고 손짓합니다.
푸른물이 뚝 뚝 떨어질것 같은 숲길.
낙엽송숲을 지납니다.
범꼬리가 여기에서도 자라는군요.
벌깨덩굴 보라색깔은 볼수록 예뻐요.
재궁골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갑니다.
지난 해의 태풍에 쓸려간 길을 지나
국사성황사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갑니다.
다북솔 숲길을 지나고
잣나무 숲길을 지나면 양떼목장이 있죠.
양떼목장 울타리길은 비 올 때나 눈이 녹으면 질척거려서 다니기 나빴는데, 야자나무껍질을 깔아 놓았네요.
참 잘했어요!
양떼목장 관람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양떼들도 보이지 않구요.
아마도 더위때문인가 봅니다.
양떼목장에서 제일 좋아하는 모습을 담아봅니다.
말나리가 꽃대를 조금씩 올리고 있네요.
참꽃마리가 또 발길을 붙잡네요.
산 골짜기 숲속 개울가에 피어난 들꽃.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보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고 노래했지만,
길 가에 피어있는 참꽃마리는 작고 소박하면서도 예쁜 것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갈림길에 왔습니다.
휴게소 주차장에서 올라오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좀 전에 지나온 길 - 양떼목장울타리와 풍해조림지로 가고,
그냥 직진하면 kt중계소가 있는 포장도로로 가죠.
직진하면 이 길로 가는 것입니다.
선자령 등산안내판과 국사성황사 입구를 가르키는 바위를 지나,
큰길을 건너면 (구)대관령휴게소 하행휴게소가 있고, 오늘의 산행도 끝이 납니다.
오늘은 9.9km를 걸었구요, 3시간 40분이 걸렸습니다.
산행코스 : 초막교 - 하늘목장 - 선자령 - 하늘목장 갈림길 - 재궁골 삼거리 - 풍해조림지 - 국사성황사 삼거리 - 양떼목장 울타리 - 구)대관령 하행휴게소 (9.9km, 3시간 40분)
* 아래의 등산지도는 오늘의 산행과는 무관한,
구)대관령상행휴게소에서 선자령을 돌아오는 일반적인 등산지도입니다.
(보통의 선자령 산행시 참고하라고 올린 것임)
선자령(仙子嶺, 1,157m)
선자령은 백두대간 중심부에 위치한 봉우리(1,157m)로 북쪽으로는 오대산의 노인봉, 남쪽으로는 능경봉과 연결되는 등산로이다.
선자령을 중심으로 펼쳐진 능선부는 매우 완만한 지형으로 비교적 쉬운 등산로 구간이다.
능선과 정상에서는 강릉 시가지와 푸른 동해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구간은 백두대간 마루금 등산로이자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2021년도에 대관령 일대 숲길이 국가숲길로 지정되어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시행되고 있다.
선자령 일대는 난이도가 낮은 구간이지만, 겨울철에는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자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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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인식체계이며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중심산줄기로서, 총길이는 약 1,400km에 이릅니다.
지질구조에 기반한 산맥체계와는 달리 지표 분수계(分水界)를 중심으로 산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간의 생활권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산지인식 체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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