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2월, 계방산은 아직 깊은 겨울이었네.

adam53 2022. 2. 10. 10:18

2022.2.8

2월 첫번째 산행은 평창 계방산입니다.

계방산은 한라, 지리, 설악, 덕유산 다음 높은 산으로써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곳입니다.

따라서 설경과 상고대가 환상적이라 山客들에게 인기 많은 산이죠. 

운두령 고갯길을 훠이 훠이 넘어서 '운두령 쉼터(주차장)'에 도착했어요.

남한에서 차가 다니는 고개 중 높은 고개인 운두령은 해발 1,089m인데요,

계방산이 1,577m라고 해도 정상까지 표고차는 488m정도이므로, 산행하는 것이 그리 힘든 곳은 아닙니다. 

산행 준비를 하고 힘차게 발을 내딛습니다.

어쩌면 오늘 상고대숲을 볼 수 있을꺼라는 기대를 하면서...

흙길도 잠시 뿐,

눈길이 시작되는군요.

여러사람이 오고 갔기에 미끄럽지는 않네요.

아이젠을 장착할 필요도 없구요.

단풍나무가 많아요.

가을에 단풍들면 예쁘겠죠?

이 산도 온통 참나무 뿐.

참나무 세력에 밀려서 소나무는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겨울아침의 찬 공기는 온 몸을 파고듭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아주 쌀쌀하네요.

두툼한 점퍼에 모자를 쓰고 넥워머를 해도 추워요.

모든 나무는 내성적이다.

본디 아무도 모르게 이파리를 틔우고

아무도 모르게 꽃망울을 만들었는데

그리하여 누구도 보지 않을 어느 밤

꽃이 피는데,

이만큼한 세월이었다고

누구도 그 나무 아래 적지 못한다.

아무도 나무만큼 기다린 적은 없다.

속으로 나고 속으로 질 때까지

잊혀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나무는 나무로부터 배운다.

 

                            배문성 '파랑새'

오늘 산행은 운두령 - 계방산 정상 - 주목군락지 - 자동차 야영장 - 이승복 생가 방면으로 갈 계획입니다.

정상에서 '권대감바위길'은 계방산 산행때마다  갔었기에,

한번도 가지 않았던 길로 가보려구요.

겨울에만 찾던 계방산이기에,

봄의 계방산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집니다.

여름은 

또, 가을의 계방산은.......... ?

계방산은 각종 약초와 야생화가 자생하는 곳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산삼이 유명하여 심마니들이 모여든다고 해요.

또, 산세가 설악산 대청봉과 비슷하고, 주목과 철쭉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곳으로 

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이 잘 보호되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조금 넓은 곳,

쉼터에 왔지만 가만 있으면 더 춥다고 그냥 갑니다.

포근하겠지 생각했는데 이리도 쌀쌀하다니

이 산에 봄이 올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어요.

종종 쉬어가며 산행을 해야 하는데,

쉬지 않고 걸어서 다리가 더 아파집니다.

체력도 쉬 떨어지고요.

아이젠 자국이 새 발자국처럼 보이네요.

모래사장에서 보던 물새 발자국같아요.

어쩌다 이 나무는 구멍이 뚫렸는지....

나무 속도 패이고, 구멍도 생기고

많은 날을 참~ 힘들게 살아온 것 같아 짠해집니다.

뽀드득,

뽀드득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발밑에선 경쾌한 소리가 나고

여기,

조금 넓은 곳에 왔습니다.

쉼터인가요?

헤일 수 있을 만큼

성기게

그렇게 소담한 눈산에

비집고 서서 버티는

겨울나무 몇 그루의 숲.

잔 가지들 서로 붙들고 선 채

겨울 얼마나 지났으며

또 봄 얼마나 먼 지

입 없이 말 나누지 못하는 걸

한 번 억울하다

느껴보지 못하여도

가지의 상처 서로 아물리면서

가늘게 빠져나가는

놀이나

찔끔 곁눈질 하는

뒷모습이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는

그 따뜻함.... .

 

                  유경환 '겨울나무 숲'

상고대는 없네요.

상고대가 피었다면 여기까지 올라 올 때 쯤에 나뭇가지, 가지에 활짝 꽃 피었을텐데...

그래도 오늘 눈을 볼 수 있다는 게 어딥니까?

바닷바람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이 부딪치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리는 계방산.

또, 내린 눈은 찬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쉽게 녹지 않기에,

오늘 이렇게 눈 산행을 다 합니다.

전망대가 보이네요.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힌 데가 없어 속이 뻥 뚫린 느낌이 듭니다.

줄지어 있는 저 그림같은 산 좀 보세요.

아름답죠?

이 나무 세그루는 야광나무랍니다.

중부 이북의 해발 100~1,700m 산지에 자생하는 갈잎작은키나무.

5월에 새하얀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데, 밤에 보면 빛을 내어 주위를 밝게 한다고 夜光나무라 한대요.

전망대는 안 들려볼 수 없죠?

전망이 좋아 사방을 빙 둘러보면 

눈에 덮힌 산과 산.

한번 보고 갑시다.

눈길 닿는데 마다 겨울정취가 물씬한 

저 아름다운 풍경들을...

정상까지 1km 남았다는군요.

눈 내린 겨울산은 멋져요.

그 어떤 산이라도 눈에 덮히면 다 예뻐보입니다.

하물며 설경으로 유명한 이 계방산인데, 안 예쁠 수 없죠!  

그냥 통나무 토막의자도 멋스러워요.

오늘따라 하늘색마저 왜이리 이쁠까요?

물감을 쓱쓱 칠해놓은 한점 수채화같아요.

그냥 아무데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림이 되는 곳.

여기는 계방산입니다.

정상에 도착했어요.

해발 1,577.4m의 계방산

정작 정상에 오니까 날씨가 많이 누그러진 것 같네요.

내려가는 길은 이승복 생가 방면입니다.

정상부근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이쪽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눈이 좀 쌓였네요.

왠만하면 아이젠을 신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계단을 내려오면서 죽 죽 미끄러집니다.

너무도 미끄러워서 결국은 신었죠.

그냥 막 나가 떨어졌었거든요. ~ㅎ

뒤돌아 본 산꼭대기에는 돌탑이 조그맣게 보이는데, 앞서 간 일행을 쫓아서 마구 마구 달립니다.

눈길을, 더군다나 내리막길을 이리 뛰어가면 안되는데도 일행이 보이지 않아 막 뛰어갑니다.

----------------- 아니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된 사람들인지 기다려주지도 않고, 막 내재네요.

주목군락지에서는 각별히 더 조심해야 했어요.

보기에는 이래도 여기는 엄청 가파른 길이었거든요.

뻐팅기면서 내려가는데도, 막 밀립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 같이~ㅎ

고도감이 느껴지나요?

어떻게 찍어야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정말로, 아주 무척이나 가파른 길이었습니다.

자동차 야영장까지 4.1km 남았대요.

오늘 택한 이 길.

노동계곡을 따라가다가 자동차 야영장에서 계방산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해요.

---------------- 등산로는 자동차 야영장에서 끝나지만.

얼음이 언 개울을 조심 조심 건너면서 계곡따라 내려갑니다.

아직 계곡길이 끝난 것은 아니구요, 좀 더 가야해요.

이 계곡길은 참 지루하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길로 내려오지 말고,

정상에서 권대감바위로 내려갈 것을 추천합니다.

계곡길은 여기까지.

날머리에 도착한 이 때 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계방산 주차장까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자동차 야영장에 왔어요.

이 다리를 건너서 조금만 걸으면, 

이승복군의 생가가 있습니다.

이승복군 생가를 들려봐야죠!

그냥 지나 갈 사람들은 가는거고.

1968년 12월 울진,삼척지구에 침투했던 무장공비들이 북으로 도주하다가, 9일날 저녁무렵에 계방산 기슭의 화전민 이석우씨 집에 들이 닥쳤다고 해요.

이 무장공비들은 8개조 120명중 일부였는데요,

이 때 집에는 이승복군과 어머니, 형,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었구요, 

아버지는 이웃주민의 이사하는 걸 도와주려고 출타중이었답니다.

공비들은 집에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아, 숙제를 하고 있던 이승복군에게 쓰고있는 연필이 어디서 났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남한이 좋냐, 북한이 좋냐'고 물어보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하고 대답하는 이승복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검으로 승복군 일가를 무참히 살해했었습니다.

생가를 둘러봅니다.

왼쪽은 외양간이고 돗자리로 말아올린 곳은 부엌.

안방 모습이고

부엌입니다.

외양간이구요.

마당 가에는 시신이 버려졌던 곳이 있고,

외양간쪽에도 시신이 버려졌었네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무장공비들의 이승복 일가의 살해 사건은 온 국민의 분노를 샀고,

반공의식을 최고조로 고취시킨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내용이 교과 과정에서 없어졌지만

그 당시 사건 이후에는 국민학교 도덕교과서에 이 내용이 실렸었고,

또 국민학교마다 이승복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었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이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반공정신도 그때보다는 많이 옅여진 것 같습니다.

뒷편으로 돌아봅니다.

집 뒤 울안에는 조그만 장독대가....

이승복군 생가에서 부터 주차장까지는 펜션들이 줄줄이 있는 마을길이었는데요,

한 3~4km정도의 아스팔트길을 걷느라 죽을 맛이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그 포장도로는 생각하기도 싫네요.

아시죠? 포장도로를 걸으면 발이 얼마나 아픈지를.....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계방산 주차장은 송어횟집 뒷편에 있구요,

계방산 산행도 이만 끝내야겠습니다.

오늘은 11km 걸었구요.

여유있게 걸으면 4~5시간 걸리는 길을 3시간 30분에 마쳤습니다.

이렇게 산행시간이 짧았던 이유는, 눈길인데다 쌀쌀한 날씨로 인해 쉬지 않았던 것도 있구요, 

평소에 걸음이 조금 빠른 것도 있고, 점심도 간식으로 대충 때운 것이기도 해요.

산행코스: 운두령쉼터 - 쉼터 - 전망대 - 정상 - 주목군락지 - 노동계곡 - 자동차야영장 - 계방산 주차장

             ( 11km, 3시간 30분)

 

 

 

계방산 (1,577,4m)

계방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에 선정된 산으로, 백두대간 제 26구간 두로봉에서 오대산을 거쳐 한강변까지 뻗어내린 한강기맥중에서 제일높은 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 (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행들머리는 자동차로 넘나드는 고개중 제일 높다는 1,089m의 운두령에서 시작하게 되므로,

높은 산이지만 유순한 산세로 산행 부담이 없고,

겨울철에는 적설량이 많아 눈길 산행을 즐기는 등산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해발 1,577m의 고산으로 태백산맥의 한줄기이며,

남한에서 4번째 높은 운두령(해발 1,089m)이 산자락을 휘감고 있다.

각종 약재, 야생화 특히, 산삼이 유명하며 주목과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눈 덮인 전나무숲이 절경이다. 인근에 있는 이승복 생가 및 방아다리 약수와 연계가 가능하다.

산아래 자운리에는 무인지경 수십리 청정계곡물에서 자란 송어요리가 일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