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5
[횡성호수길] 산행에 나섭니다.
영서지방에 눈,비 소식이 있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횡성군 갑천면 삼거리 227-6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후,
호수주변 작은 공원을 돌아보고
포장도로를 걸어갑니다.
오늘은 '횡성호수길' 2구간과 1구간, 6구간을 걸어서 '망향의 동산'으로 가는데요,
14km정도 된답니다. 4시간 걸리구요.
2구간 들머리에요.
왠지 동네 뒷산을 걸을 것 같은 느낌이.....
강릉 '산우에 바닷길(一名: 안보등산로)'이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라면,
'횡성호수길'은 호수를 보며 걷는 길입니다.
횡성호는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인데요,
횡성군 갑천면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 5개 마을이 횡성댐을 만듬으로 인해 호수속에 잠겨 버렸고.
2000년 11월 횡성댐이 준공된 이후,
수몰민들의 애환과 어린시절 추억을 기억하고 싶은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오솔길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호수주변 둘레길이 조성되었고,
횡성군에서는 2011년부터 호수길 노선정비 및 안내판 설치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횡성호수길'은 아름다운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주변의 산을 테마로 하여, 갑천면 대관대리 일원에 총 31.5km, 6개 코스로 조성되었는데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은 구방호수길이라 불리는 5구간으로,
구방호수길은 망향의 동산을 출발해 총 9km(A코스 4.5km, B코스 4.5km) 의 순환형 둘레길로서
부드러운 흙길과 평지가 대부분이라, 아이들과 산책하듯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 ‘가족길’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이 길은 2018년 11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걷기여행길 6선’ 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산과 호수길이 잘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나 관광객들이 다시 오고 싶어하는 곳이라고 합니다만,
우리는 네,다섯시간을 걸어야 이제 몸이 좀 풀리는 것 같다고 하는 산꾼들이라,
아기자기하게 조성한 호수 주변을 걷는 대신, 산길을 걷습니다.
횡성에는 진눈깨비가 솔솔 내립니다.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등산로에는 낙엽이 수북하구요.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스펀지처럼 푹신 푹신합니다.
벌거벗은 나무사이로 호수가 보여요.
발밑에선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회색빛으로 보이는 주위는 새벽같은 생각이 듭니다.
안개인지 서릿발인지
시야는 온퉁 우유빛이다.
먼 숲은
가즈런히 세워놓은
팽이버섯, 아니면 콩나물
그 너머로
방울토마토만한
아침 해가 솟는다.
겨울 아침 풍경은
한 접시 신선한 쌜러드
다만, 초록빛 푸성귀만이 빠진.......
-------- 겨울 아침 풍경(김종길)
500m 더 가면 2구간이 끝나는군요.
낙엽송 숲을 지나면
임도와 만나구요.
2구간 팻말이 있는 길로 접어듭니다.
여기서 부터 1구간 시작이에요.
이 길은 타 지역의 등산로에 세워 진, 흔히 보는 그런 이정표가 없어 이따금씩 보이는 리본을 보며 가야해요. '이 길이 맞나'하고 헤맬 때는 리본을 찾아 보고 갑니다.
가끔씩 이런 벤치가 눈에 띄기도 합니다.
묘지 바로 옆을 지나는 곳이 여러군데가 있어 이런 팻말을...
눈이 있어, 벤치에 앉아보지도 못합니다.
오늘도 쉬지 않고 걸어야 할 것 같네요.
우리는 오늘 거꾸로 걷는 가 봅니다.
만나는 이정표마다 지나 온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요.
등산로 양쪽은 낭떠러지.
한눈 팔지말고 장난도 하지말고, 앞만 보고 똑바로 걸어야해요.
횡성댐으로 내려가는 문 그리고 계단.
'망향의 동산'으로 간다면, 이쪽으로 가면 안돼요.
일행 몇명이 이리로 갔다가 애를 먹었다 해요.
그냥 가던 방향으로 직진하면 전망대가 보입니다.
저 앞에 보이는 정자가 전망대에요.
여기까지 1시간 20분정도 걸렸습니다.
위험하다고, 전망대 앞은 철문으로 막았어요.
철문에 가려서 조망도 시원찮고,
에이,
좀 이르긴하지만 점심이나 먹고 가야겠다.
전망대를 지나면 내리막길.
길 양쪽은 낭떠러지라 한눈 팔면 위험해요.
올라가고
내려오고
계속 그러다보니 1구간도 거의 끝나갑니다.
더러는 가다가 뒤돌아 보기도 해야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쪽에서 시작하는가 봅디다.
우리만 반대편에서 걸어 온 거죠.
작은 개울을 건너고
여기를 올라가니 너른 광장이 있네요.
화장실도 있고
공연장도 있어요.
여기서 뭘 하는가 보죠?
하지만 초행길인 우리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물어 볼 데도 없고
화장실이 있는 건물 끄트머리로 빠져나가
여기를 올라가
무작정 신작로를 따라서 내려갑니다.
이정표가 있긴 있는데,
난감하네~
길옆에 보이는 이집에 가도 사람은 없고, 어디로 가야할 지 누구한테 물어본담.
-------- 아니 농사철도 아닌데 어디로 가고 사람이 없단 말인가?
집 뒷편 저 그물쳐진 곳으로 갔는데
야호~
찾았다.
여기가 들머리였네!
찾는 사람이 많지않아서 그렇겠죠?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외지인들은 애 좀 먹겠더라구요.
다시 또 푹푹 빠지는 낙엽을 밟으며 능선길을 찾아갑니다.
호수가 보이면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거죠.
리본도 보이거든요.
단풍나무는 잎을 떨구지도 못하고 그냥 얼어버렸네요.
잣나무 숲을 지나
행여 미끄러질까 조심 조심 내려가자
잘 가꾼 산소가 보입니다.
양지바른 곳의 산소는 잔디도 잘 자라고
앞으로 곧장 가요.
무조건 직진합니다.
리본도 보여요.
도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여기서 또 갈팡질팡.
쇠등골길로 가야하나, 어쩌나
지나가는 차를 세워 '망향의 동산' 가는 길을 물어보아도 모른다는 대답 뿐.
재호농장 방면으로 갑니다.
횡성호수길 팻말도 보이고 해서...
100m쯤 왔을까,
왼쪽에 이정표가 '망향의 동산'을 가르키네요.
뒤를 또 돌아봤지요.
그림자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한우를 키우는 牛舍에서는 연신 수탉 울음소리가 들리고
여기에서는 오른쪽으로 go go~
작은 '보'를 만났습니다.
아마도 농사에 쓸 물을 가둔 보(댐) 같았어요.
살금 살금 내리던 눈은 점점 더 내립니다.
시야가 뿌해져요.
6구간 끝나는 기념으로 사진한장 남기고,
이제 5구간 '망향의 동산'으로 가야해요.
진눈깨비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막 쏟아져 내립니다.
흡사 소나기 퍼붓듯해요.
버스가 있는 곳까지 3km정도 걸어야 하는데...
포장도로(車道)를 계속 걸으니까 발이 막 아파옵니다.
눈에 젖어 몸도 발도 무겁기만 해요.
산행을 마치고서 5구간(가족길)도 걸을 심산이었는데,
날씨 때문에 포기해야겠어요.
'망향의 동산'은 갑천면 5개리 마을 수몰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랍니다.
횡성댐 건설로 수장된 마을주민들의 아픔을 달래고자 조성한 공간이구요.
'갑천면'이라는 이름은 삼랑진 전투에서 혁거세 군에 쫓기던 태기왕 군사들이, 이곳에 와서 비로소 한숨을 돌리고 피투성이가 된 갑옷을 냇물에 씻었다 하여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 냇물이 바로 이곳 횡성에 잠겨있는 계천이라고 하네요.
천장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 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산행코스 : 갑천면 삼거리버스정류장 - 횡성 호수길 2구간 - 1구간 - 6구간 - 망향의 동산(14km,3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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