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백두대간을 걷다 - '닭목령'에서 '삽당령'까지

adam53 2021. 12. 15. 18:41

2021. 12. 14

백두대간 닭목령에서 삽당령까지 걸어봅니다.

백두대간 중  이 코스는 삽당령에서 시작해 닭목령을 거쳐 능경봉에서 마치지만, 대간 종주가 아닌 산행이 주목적이라 삽당령 - 닭목령까지만 걷습니다.

그래도 거리가 짧은 것은 아니죠.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닭목령'은 고개마루가 닭의 목처럼 길게 생겼다하여 '닭목재'라 부르는데,

닭목재는 한자로 "계항치(鷄項峙)".

풍수지리설에서 유래한 닭목(계항)이란 이름은,

이곳의 地勢가 천상에서 산다는 금계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金鷄包卵形)이라 금계의 목덜미에 해당한다고 그리 부르는 거랍니다.

이정표 뒷편으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해발 700m의  닭목재라서 그런가 제법 쌀쌀합니다.

찬 겨울바람이 불어대서 무척 추워요.

여기 이 산에는 드문 드문 잔 소나무들이 보입니다만,

낙엽쌓인 걸 보면 참나무가 우세하다는 걸 알 수 있죠.

서너해 전, 백두대간 이 구간을 걸을 때,

삽당령에서 닭목령으로 갈 때는 별로 힘들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 닭목령에서는 더 힘든 것 같은 생각이....

추운 날씨에도 땀이 나는군요.

감기걸리기 딱 좋은 상태에요.

이 나무계단은 언제 설치를 했는지, 못보던 계단이 있네요.

기억이 잘못된건가?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로 쌓인 이 낙엽 좀 보세요.

전부 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이파리들입니다.

화란봉 갈림길에 왔습니다.

100여미터 남짓 거리에 화란봉이 있는데, 들렸다 가야겠죠?

그냥 가면 서운하잖아요.

이 안내판은 예전 그대로네요.

깔끔하게 정비를 하면 좋을텐데 .......

1,069m의 화란봉입니다.

꽤 높은 편이죠?

오늘은 날씨가 좀 그래서, 사진이 별로입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그림자를 짓는 이런 날씨에 사진찍는 건 진짜 재미없어요.

차라리 흐렸다거나, 가랑비가 오면 깨끗하고 선명할텐데...

다시 화란봉 갈림길에 왔습니다.

삽당령 방향으로 ......... 가요.

산 윗쪽에는 참나무가 온 산을 점령해버렸습니다.

소나무와 참나무의 영역다툼에서 참나무가 더 빨리 자라서 햇볕을 많이 받았고,

조금 더딘 소나무는 햇볕을 받지 못해 결국은 참나무에 밀려버린 거죠.

그래서 산 윗쪽으로 올라갈 수록 온통 참나무 뿐입니다.

참나무들만 서 있는 

먼지만 폴 폴 나는 길.

쉼터가 있는데도 그냥 갑니다.

너무 추워 앉는 것도 망설여져요.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간식조차도 먹을 엄두가 나질 않는군요.

참나무밑에는 조릿대가 온 산을 덮었습니다.

이 조릿대가 자라는 곳에는 그 어떤 나무도, 풀 마저도 살 수가 없죠.

대나무뿌리가 얽키고 설키면 아무것도 살지 못하거든요.  대나무의 생명력과 번식력은 대단해요.

잠시 쉬어봅니다.

(좀 쉬기도 하면서 산행을 해야 하는데,....)

겨울 숲은 뜻밖에도 따뜻하다.

검은 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말없이 늘어서 있고

쉬지 않고 떠들며 부서지던 물들은 얼어붙어 있다.

깨어지다가 멈춘 돌멩이

썩어지다가 멈춘 낙엽이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시간을 붙들어놓고 있다.

지금 세상은 불빛 아래에서도 낡아가리라.

발이 시리거든 겨울 숲으로 가라.

흐르다가 문득 정지하고 싶은 그때.

 

- 홍영철  '겨울 숲은 따뜻하다'

'백두대간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네요.

주변 풍광은 딱히 볼 게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가는 길,

고독과 상념에 잠겨 걷기만 하는 지루한 산행길에 힘을 내라고, 

여기가 '백두대간이야' 그래 세워 둔 거겠죠?

석두봉에 도착했을 때에도, 나무그림자는 어른 어른 비추고 있어 깨끗하지 못하네요.

숲에 가려서 보질 못하던 산, 

산, 

산 !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덜덜 떨면서 하산합니다.

예전에는 없던 계단, 

내려다 보니 까마득하네요.

뻐근한 다리로 한발 한발 내려오고

죽 죽 미끌어지며 내려오면

또 조릿대밭.

들미재는 고사리밭이네요.

이건 누가 봐도 고사리밭이에요.

누가 여기에 고사리를 심어놨을까, 생각하며

한참을 걸어왔는데,

이곳은 산림청에서 지정한 '잣나무 채종원'으로,  우량종자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이랍니다.

여기를 지날 때는

아! 이제 다 왔구나 생각했는데 왠걸,   여기에서 삽당령까지 3km를 더 가야 한답니다. 

아구,  다리 아파!

또, 계단이 있군요.

남아있는 체력을 다 끌어모아서 올라가봅니다.

이제 힘든 곳은 다 지나왔어요.

임도와 만났죠.

임도를 막은 건,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것.

임도로 걸어가면 조금은 덜 걷지만 ............,

다 왔어요.

그래서 오늘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삽당령]은 산 정상의 생김새가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생겼다고 삽당령이라 한대요.

또 다른 얘기에는, 이 고개를 넘을 때는 길이 험해서 지팡이를 짚고 넘었는데, 정상에 올라서는 짚고 왔던 지팡이를 꽂아놓고 갔다고 해 "꽂을 삽(揷)"자를 써서 삽당령이라 한다고도 합니다.

해발 680m의 삽당령.

"니 관동별곡이라고 들어 봤나, 옛날사람 송강 정철(1536~1593)이 쓴 건데, 그 사람 말로는 강원도에서 여기가 제일 아름답대.

난 있잖어, 여기 앉아가 달이나 보고 술이나 먹고 그렇게 사는게 좋아.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고 내 아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고, 여기가 천국이라니"

"니 아스라가 뭔지 아나, 서해보다 동해가 좋다.

경포는 잘 아느냐, 강릉이 마음에 든다.

아름다운 올림픽도시, 커피는 강릉이지"

영화 [강릉]에서 오대환이, 상대편 조직원인 신승환에게 하던 말처럼 살기 좋은 곳, 아름다운 곳, 공기 맑은 강릉으로 - 지친 몸을 따뜻하게 뉘일 집으로 歸家합니다. 

춥다고 쉬지 않고 걸었기에 오늘은 참 힘든 하루였었죠.

내일은 몸살이 날 것 같네요.

----------------------  ('아스라'는 강릉의 옛지명으로 '아슬라' 또는 '하슬라'라고도 해요.)

산행코스 : 닭목령 - 화란봉 - 석두봉 - 삽당령 (14.5km,   5시간소요)

 

<삽당령>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송현리와 목계리 사이에 위치한 고개이다.

남북으로 놓여 있는데, 서쪽에는 대화실산(1,010m)과 매봉산이 있고, 동쪽에는 두리봉(1,038m)이 있다.

『신증동 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대동여지도』, 『증수임영지』, 『관동읍지』에는 삽현(鈒峴), 『증보문헌비고』에는

삽당령(揷堂嶺), 『강릉시사』나 고갯마루의 표석에는 삽당령(揷唐嶺)으로 표기되어 있다.

사료의 기록을 통해서 고개 이름이 일찍부터 쓰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지만, 지명의 한자표기가 변천되어 온 상황은 알려져 있지 않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증수임영지』에 "강릉부 서남쪽 60리에 있으며, 정선으로 가는 길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 고개의 양쪽 골짜기는 강릉시의 도마천과 정선군의 임계천 하곡을 잇고 있다. 그래서 예부터 강릉과 정선을 오가는 길로 이용되었다. 지금은 35번국도가 이 길을 지나고 있으며, 강릉~정선~태백으로 통하고 있다.

『조선지도』, 『청구도』, 『대동여지도』에는 삽운령(揷雲嶺)이라 표기되어 있고, 『대동여지도』에는 삽현(鈒峴)과 삽운령(揷雲嶺)이 따로 적혀 있다

 

<석두봉>

석두봉과 화란봉은 백두대간 등산로에서 1,000m 내외의 봉우리로 등반하기에 적당한 거리와 높이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석두봉(石頭峰)은 왕산면 대기2리 큰 용수골 안 가리젱이에 있는 높이 982m의 봉이다

 

<화란봉>

석두봉과 화란봉은 백두대간 등산로에서 1,000m 내외의 봉우리로 등반하기에 적당한 거리와 높이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

화란봉은 왕산면 대기2리 작은 샘터와 왕산리, 도마리 사이에 있는데 대기리의 닭목재 동쪽에 목이 잘록하게 생긴 봉우리로 1,069m의 꽤 높은 봉이다.

 

<닭목령>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위치한 고개이다.

남북방향으로 놓여 있으며, 북서쪽에는 서득봉(1,053m)이 있고 남동쪽에는 화란봉(1,069m)이 있다.

닭목재를 한자화해서 계항치(鷄項峙)라고도 한다. 고개의 모양이 닭목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 고개를 통하면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정선군 북면 구절리에 이른다. 이 고개를 넘어가는 도로는 동해사면 쪽에서 하곡이 고개 가까이까지 연속되어 있고, 서해사면 쪽에서는 대관령과 비슷하게 왕산면 대기리 일대에 기복이 작은 지형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닭목재는 고개 양쪽 사면에 도로를 개설할 수 있는 조건이 유리하다.

그런데 대기리에서 서쪽으로 나아가면 매우 높고 험한 산지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닭목재를 넘어가는 통로는 대관령에 비해서 중요하게 이용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길이 포장 · 정비되면서 산간의 고랭지 농산물 수송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고개 주변에 닭목골 · 닭목이 · 닭목교 등의 관련 지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