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8
오늘 산행은 [안보체험등산로]입니다.
[안보체험등산로]는 '산위의 바닷길' 또는 '괘방산 산행'과 같은 곳이죠.
산행 들머리는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안인삼거리주차장.
지난 24일밤 영동지방에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첫눈이었음에도 20cm가 넘게 내린 눈으로 인해, 거리는 아직도 빙판길이 많아 조심해서 다닙니다.
산행 전, 아이젠을 장착하고 스패츠도 하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눈꽃을 볼 수 있을 꺼라는 기대를 하면서
폭설이 내린지 나흘밖에 안 지났으니 나무마다 흰 눈꽃이 피었겠죠?
계단을 오르면서 뒤돌아 본 바다는 짙푸른색입니다.
찬 겨울바람 때문에 추워서 그런가봐요.
들머리의 쉼터는 언제나 그렇듯, 그냥 지나쳐 가는데
눈 밟는 소리가 뽀드득~ 뽀드득~ 음악 소리 같아요.
바람이 불지않아 포근하네요.
코끝에 스며드는 공기는 당연히 상큼하죠.
사이다 한잔 마시는 것 같은...... 청량함!
안보1지점에서 일행은 2개로 나눠집니다.
바다를 좀 더 일찍보고 싶은 사람은 왼쪽 산등성이로 올라가고,
그냥 평탄한 길로 가고 싶은 사람들은 직진하고...
바다가 가까워서 일까요?
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소나무 가지위에도 쌓인 눈은 없었구요.
눈꽃도 볼 수 없어요.
들머리는 안인삼거리 주차장,
날머리는 정동진 공용주차장.
흰눈이 내린 산.
소나무잎은 그래서 더 파랗게 보이네요.
'폭설'하면 재밌는 詩가 있죠.
소리로 감상하면 더 재미있지만,
여기에 올릴 수 있는 기능이 없으니까, 눈으로나마 감상하며 갑시다.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 폭설(暴雪) / 오탁번
저만큼 보이는 산은, 눈에 덮혀 희끗 희끗해요.
저만큼 보이는 바다는 파란색을 띄고있구요.
쉬어 가라고 만들어 둔 벤치는 눈때문에 앉을 수 가 없군요.
아마도 오늘은 쉬지않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잔 참나무숲을 지나자
제2활공장이 보입니다.
2활공장은 전망이 끝내주는 곳이죠.
푸른바다를 바라보면 가슴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 모두 다 좋아하는 곳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바다를 닮아 파란색이구요.
바다를 바라보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할까요?
안보공원에 전시한, 비행기가 보여요.
여름날의 그 푸르던 나뭇잎은 바싹 말라버렸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또 따스한 봄이오면 파릇한 새 잎이 나고,
꽃도 피겠죠!
괘방산(掛膀山)은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에 위치한 山인데요,
옛날 과거에 급제하면 이 산 어딘가에, 두루마기에다 급제자의 이름을 쓴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고 해서 괘방산이라 한다고 해요.
삼우봉으로 ~
이 괘방산에 '안보체험 등산로'를 만들게 된 것은,
1996년 9월 18일 무장공비들이 잠수함을 타고 와서 대포항에 침투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데,
1996년 9월,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이 강릉 정동진과 안인사이 대포항에서 좌초되고,
잠수함에 탑승한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특수부대원 26명이 강릉 일대로 침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당시 우리나라 김영삼 대통령을 암살하는 것이었으며,
이 무장공비들은 1996년 10월 7일에 춘천시에서 [전국체전]을 하는데, 그 개막식에서 대통령이 연설을 하기로 예정되었음을 사전에 알고,
잠수함으로 강릉까지 침투한 다음 강릉에서 춘천까지 도보로 이동 한 후에 민간인으로 위장해서
전국체전 개막식에 참석, 대통령을 저격할 계획이었다고 해요.
이 공비들은 도보로 이동해야 했으므로 작전 일자보다 3주일 정도 전인 1996년 9월 13일에 원산항에서 출발했었고,
전투요원을 강릉에 상륙시킨 뒤 잠수함의 항해요원은 북으로 복귀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탑승한 잠수함이 강릉에 와서 좌초를 당해 원산항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게되자, 항해요원들도 작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전투요원들은 도주할 때 이 항해요원들을 총살시켰답니다.
맨 처음 발견하고 신고한 것은 택시기사였으며,
택시기사는 9월 18일 새벽 1시 30분경 강릉 안인과 정동진사이의 해안 20m 해상에, 좌초된 잠수함을 발견하고 인근의 강동파출소에 신고하였고,
1시 45분쯤 신고를 받은 경찰과 택시기사가, 해안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인근 해안초소에 잠수함 발견사실을 알렸으며, 2시 5분에 해안 경계부대가 모든 병력을 잠수함 발견현장에 투입,
3시 40분에는 ‘진돗개 하나’를 발령,
5시경에는 전군에 경계령이 내려짐으로써 공비 소탕작전이 시작되었고,
이 일로 인해 우리나라는 발칵 뒤집혀졌었어요.
수색은 9월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49일간 계속되었고,
육군 28개 부대, 해군 1개 함대, 공군 1개 전투비행단, 수십만의 예비군, 경찰병력이 참여한 이 작전은
평균 일일 전투병력 42,000, 연일 전투인원은 150만에 이르는 크나큰 작전이었죠.
그 결과 잠수함에 탑승했던 26명중 살해된 11명을 발견하였으며, 13명 사살, 1명을 생포하였지만,
우리측도 군인 12명, 예비군 1명, 경찰 1명, 민간인 4명 사망, 부상자 27명이었으며
민간 손실액은 2천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1997년 7월, 사고 현장에 통일안보공원을 조성하여 좌초된 북한잠수함을 영구적으로 전시하기로 했으며,
강릉시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안보를 굳건히 하자는 뜻에서,
1997년, 등산로를 정비하고 공개하면서 [안보등산로]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이 등산로는 2개의 코스가 있는데요,
당시 무장공비들이 도주했던 그대로,
잠수함이 침투했던 대포동을 시작으로 삼우봉, 괘방산, 당집, 화비령, 청학산, 밤나무정으로 가는 1코스와,
안인삼거리에서 출발해서 활공장 전망대, 삼우봉, 괘방산, 당집, 정동진으로 하산하는 2코스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걷는 이 2코스는, 대부분의 산악회에서 선택하는 코스인데요,
이 길은 '강릉바우길 8코스'이기도 합니다.
삼우봉에 왔습니다.
삼우봉에는 바다쪽으로 난 커다란 바위가, 뾰죽하게 솟아있어 여기를 지날 때면 그 위에 올라 사진을 찍죠.
삼우봉에서도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괘방산 방면으로 갑니다.
당집까지는 외길이라서 길 잃을 염려가 없긴 해요.
KBS 괘방산송신소 가기 전에 괘방산이 있습니다.
등산로에서 40m거리에 있으니까, 괘방산 정상은 들렸다 가야겠죠!
해발 345m의 괘방산.
낮으막하다 해도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하다 보면, 그 어느 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산.
언제고 아무때고 찾는, 강릉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산.
1,500m를 가면 당집이 있답니다.
송신탑 옆길로 가요.
이 작은 계단을 지나면,
패러글라이딩 제1활공장이 있습니다.
1활공장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아주 아주 좋아요.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가는 길이 보이고,
어선이 지나가는 푸른바다,
푸른 바닷물에 발을 담근 山,
좀 전에 지나 온 송신탑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 햇빛에 반짝이는 은물결 좀 보세요.
작은 물고기들이 무리지어 헤엄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발목까지 쌓인, 숫눈을 밟고 갑니다.
여기를 내려오면 임도와 마주치는데,
도로를 가로질러 정동진으로 가요.
이 길은 '해파랑길 36코스'와도 겹치는 길입니다.
나비처럼 팔락이는 리본이 있는 길을 쭈욱 가면 당집이 있어요.
당집이 보이네요.
신을 모시고 위하는 장소인 '당집'
봄에 찾았을 때는 관리하는 분이 계시던데, 겨울이라 그런가 오늘은 안보이는 군요.
당집 안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볼 용기가 안나서
여태껏,
한번도 못보았습니다.
정동진까지 4km정도 남았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도 않고 걸었다는 얘기.
안보등산로 1코스와 2코스는 여기 '당집'에서 갈라집니다.
1코스는 밤나무정 방향으로 가고
2코스는 정동진으로 가고.
걷다보면 임도와 또 마주치는데,
양갈래길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길로 갑니다.
숫눈을 밟고 가니까 걷는게 조금 힘들어요.
발이 푹푹 빠지거든요~
소나무 가지에 눈이 남아 있네요.
이 해(年)도 사나흘밖에 남지않았어요.
늘 그렇듯 세밑만 되면, 지나간 날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뒤죽 박죽으로 만든 '코로나'로 인해,
못해 본 것이 많아 아쉬움이 더 크겠죠!
새해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그래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해봅니다.
새해에는 웃는 날들이 더 많아지기를
모든일들이 순조롭게 술술 풀리고, 가고싶은 곳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온 세상사람들 모두 모두 행복한 날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시린 먼지바람이 뿌옇게 산모퉁이 돌아 사라지고
사라지고 사라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노을이 진다.
미루나무 꼭대기가 오래 멀리까지 보고 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서부터 어둑어둑 어둡다.
발이 얼지 않도록 조금씩 흔든다.
- 문인수의 '12월'
저 멀리 송신탑이 보이네요.
이제 183고지를 거쳐서 정동진으로 내려 갈꺼에요.
183고지는 별로 높지않아, 힘든 거 없습니다.
눈 쌓인 건너편 산을 보며 걷다보면
183고지입니다.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많이 받으려고 참나무들은, 미루나무처럼 죽죽 뻗었어요.
요 빨간열매 속에는 '청미래덩굴' 씨앗이 들었구요.
해송(海松) 가지에 솔방울이 다닥 다닥 달려있어요.
솔방울이 저렇게 다닥 다닥 열린 것은 나무의 상태가 좋지않기 때문이라고 해요.
생육환경이 나쁜 탓에 고사 위기의 소나무는, 좀 더 자손을 많이 퍼뜨리기 위해
조금 더 많이 종자들을 퍼뜨릴려고 솔방울을 많이 연다고 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면 눈이 시원해져요.
오늘따라 유난히 더 새파란 하늘을 보면 눈이 맑아지는 것 같구요.
'안보체험등산로' 이 길은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죠.
그래서 다른 말로 '산우에 바닷길'이라고도 해요.
저기 '썬크루즈 호텔'이 보이네요.
모 방송국의 트롯경연대회 때, 경연에 참가한 가수들은 저기에 모여 합숙을 하면서 노래 연습도 하고 그랬었죠.
나무들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고, 바다는 언제나 푸른색이고.
눈 길이라 쉬지 못하고 걸었지만,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시며
바다를 보며 걷는 길도 끝나갑니다.
오늘은 9km를 걸었구요.
3시간 1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다리가 뻐근해져 오는 것 같네요.
날머리입니다.
여기를 내려오면 차도(車道)와 마주치는데,
도로를 가로 질러 이 인도를 쭈~욱 가면
왼쪽에 넓다란 주차장이 있습니다.
산행코스: 안인삼거리 - 활공장 - 삼우봉 - 괘방산 - 당집 - 183고지 - 정동진 공용주차장(9km, 3시간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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