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1
참 오랫만에 오대산 비로봉을 가 봅니다.
비로봉 산행은 상원사 주차장에서 시작하죠.
그게 비로봉을 가는 최단거리이니까요 ~
상원사 적멸보궁 방향으로 힘차게 내딛습니다.
상원사를 들려서 중대사자암으로 갈 수 있지만,
그냥 직 진.
눈이 살짝 깔렸어요.
12월의 아침 공기는 조금 차갑구요.
중대 사자암으로 가는 이 길은, 상원사에서 올라오는 길 보다 평탄해서 더 좋죠.
중대 사자암으로 올라갑니다.
중대 사자암까지 올라오는 계단과
사자암부터 적멸보궁까지 계단을 오르고 오르면서 진이 다 빠지는 것 같습니다.
산길에는 아직 접어들지도 않았는데,
초입부터 이리 기운 다 빼면 안되는데....
길가의 샘터를 말끔하게 손질했네요.
'龍眼水'라
샘물 이름도 근사하군요.
적멸보궁은 이따 내려오는 길에 들리기로 해요.
비로봉까지는 1.5km라 하지만,
비로봉은 해발 1,563m이므로, 올라가는 게 아주 쬐끔 힘들다고 봐야죠?
공원지킴터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도 기운내서 씩! 씩!하게 걸어보자구요!
눈이 왔을꺼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는 아이젠을 갖고 다녀야겠어요!
몇년만에 밟아보는 이 길이 반갑네요.
눈길을 걷는 것도 즐겁구요.
눈을 보면 괜시리 좋은 거 있죠?
마음은 아직도 어린아이인가 봅니다.
몇년 사이 많이 달라졌네요.
전에는 철도 침목으로 만든 계단, 통나무 계단이 많았는데
전부 폐타이어를 활용한 계단으로 바뀌었어요.
함박눈이 내렸었기에 미끄럽지는 않아도, 조심해야죠?
낙엽 쌓인 황량하고 썰렁한 겨울산이, 눈에 덮혀 예뻐요.
그냥 평범해 보이는 산도, 봄에 꽃피고 겨울에 눈 덮히면 아름다운 산이 되지만,
여기는 오대산이라 더 예쁘네요.
아니 잠깐만!
------------------ 이게 뭔 일이다요?
갑자기 주변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눈꽃처럼 겨울나무, 나무마다 하얗게 상고대가 피었지 뭡니까?
이래도 되는 건가요?
그냥 '오랫만에 비로봉을 다녀오자'고 나선 길인데,
엄청 난 횡재를 한 느낌입니다.
우와!
상고대에 둘러쌓인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같은 느낌아시죠?
온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풍광.
노다지를 캔 것 같은 그런 벅찬 감동.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은 행복함.
우와!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좀 모자란 사람처럼, 덜떨어진 놈처럼 연신 웃음을 흘리면서, 한발 한발 발걸음을 뗍니다.
주변 풍경에 넋을 잃고 올라오다 보니
정상에 다 다다랐네요.
벅찬 감동으로 모두 다 말을 잃었어요.
정상 주변도 죽음입니다.
거짓말인가 한번 보자구요.
거짓말,
아니죠?
상왕봉을 거쳐 두로령으로 내려가도 상원사 주차장으로 갑니다 만,
그냥 왔던 길로 내려갑니다.
겨울엔 오대산으로 가요.
입산통제기간이 12월 15일자로 끝났으니까, 오대산 산행을 선택한다면 후회하지 않을껍니다.
겨울 눈꽃 산행지로 함백산도, 태백산도 좋구요.
상고대숲을 다시 지나갑니다.
황홀한 이 모습을 어찌 두고 갈까요?
------------ 문득,
갑자기,
뜬금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왜, 살다보면 기억의 조각들이 문득 문득 생각나는 그런 때가 있잖아요?
고등학교 다닐 때였는데요. 같은 반에 교회를 다니는 친구가 몇명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회얘기를 자주 하더라구요. 며칠을 찬송가가 어쩌구 선물이 어쩌구하더니, 내게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를 같이 보내자고 해요. 교회도 안다니는 내가 왜 거길 가냐니까 한갖 오랍니다. 제발 꼭 와야만 한대요.
그날은 떡도 먹고 맛있는 것도 먹고, 선물도 푸짐하게 준대요. 교인이 아니라도 참석하는 모든사람에게 그리 한다면서, 하도 조르고 졸라서 나중에는 간다고 대답을 했죠. 먹을 꺼랑 선물은 관심밖이였고, 어떻게 하는가 궁금한 마음에 한번 가 보자 생각하고 승락을 하고 말았어요.
하두 목을 매기에...
밤 10시까지 오라기에 1시간 정도 걸어서 교회에 갔습니다.
시골에 살고 있기도 했지만, 60년도 그때는 車도 없을 때여서 그정도 걷는 건 아무것도 아니였죠.
교회안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11시가 되자 청년회장인가 하는 청년이 와서
'지금부터 선물교환을 한다'고 하자 우리또래 남자, 여자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아주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그자리에서 선물을 풀어보는 사람도 있었구요.
선물교환이 끝나고 난 후 한참을 떠들고 있다가 자정이 넘자, 그 청년이 다시 와서 말 하기를 - 교인들 집에 찾아가서 찬송가를 부른답니다. 몇개의 조를 짜서 누구, 누구네를 방문하라고 해서 우르르 밖으로 나왔죠.
내심 기대도 하지않고 갔었지만, 과자부스러기는 커녕 따뜻한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교회를 나섰습니다. 차가운 밤바람에 뺨이 얼얼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많이 추웠었죠.
오늘밤 교회에 꼭 나와달라고 사정사정하던 친구가 있는 팀과 같이 어울렸어요.
그 친구가 이 밤을 꼭 같이 보내고 싶다고 해서 거절도 못하고, 그사람들과 교인들 집에 찾아 다니면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 같은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찬송가는 좀 알고 있었기에 노래하는 건 별 문제 없었어요.
-----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어도 거리가 조용한데요,
저작권 문제가 없던 그때는 12월만 되면 거리의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크게 틀어놓아서, 시내에 나가 돌아다니면 참 신났었죠. 어깨가 들썩 들썩해지면서 쿵쿵하는 캐럴 음악따라 발걸음도 가벼웠구요.
우리가 찬송가를 서너곡 부르면 교인들은 그릇에 먹을 것(과자)을 내어 주었습니다.
그러면 한 사람이 그걸 받아서 갖고 다니더라구요. 먹는게 아니랍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대요.
우리들은 동이 틀 때까지 돌아다니면서 찬송가를 불렀고, 아침이 되자 모두 헤어졌습니다.
교회에 꼭 나와달라고 목을 매던 그 친구는 '잘 가' 한마디만 하고 돌아서 자기집으로 갔지요.
집으로 돌아 오면서 생각해보니, 잠 한 숨 못자고 물 한모금 못마신 빈 속에, 차가운 겨울 밤거리를 떨면서 돌아다니는 게 뭐 그리 좋다고, 그 친구는 내게 그리도 간절히 크리스마스 이브를 같이 보내자고 했을까?
그 애는 어떤 마음으로 그랬을까 궁금해지더라구요.
'크리스마스'하면 그때의 일들이 지금도 생각 납니다.
한낮이 되면서 상고대가 녹기 시작합니다.
상고대는 정상 100m정도를 두고 피었었죠.
11시 조금 지난 시간,
점심을 먹고갈려고 자리를 잡았는데 까마귀가 날아 오네요.
열매 하나없는 이 겨울 산속에서 많이 굶주렸나 봅니다.
사람곁에 가면 먹을 게 있다는 걸 알고, 우리가 자리를 잡자 바로 날아왔어요.
조심 조심해도
미끄러운 눈길.
결국은 돌에 걸려 팍~ 엎어졌지 뭡니까!
다행히도 고꾸라지면서 돌맹이에 부딪히지 않아 다친데는 없었지만,
얼굴이 까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만 해도 어휴 ~
산행할 때는 안전하게, 서둘러 걷지말고 조심 조심해야 해요.
적멸보궁까지 800m 남았다는데,
시 한수 감상하며 가는 거 어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면손수건 한 장,
세탁기 속에서 표백되어 가는 것과 같다.
빳빳했던 분노의 풀기와
슬픔의 소금기,
함께 넣어두었던 만년필에서 묻어나온 사람의 흔적과
그 손수건의 가에 둘러진 파아란 線의 기쁨
모두 시간의 洗劑에 의해 점차 씻겨지고 표백되어
우리는 드디어 닳고 닳은,
닳고 닳아
얄팍해지고 성글어지면 면손수건 한 장으로 남는다.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 박상천 '표백'
공원지킴터에 왔습니다.
저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적멸보궁이 우릴 기다리고 있죠.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이 계단 입구부분에는 용의 조각이 있었는데, 어디 갔네요.
어디로 갔을까요?
이 적멸보궁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입니다.
경남 양산 통도사, 오대산 월정사, 설악산 봉정암, 영월 법흥사 그리고 정선 정암사를 5대 보궁이라 하죠.
적멸보궁은 부처의 사리를 모심으로써, 부처님이 항상 이곳에서 적멸의 낙을 누리고 있는 곳임을 상징하는데요, 진신인 사리를 모시고 있는 이 불전에는 따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佛壇)만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니까 불상이 없는 내부에서 뒷벽의 창을 통해, 뒤쪽 어딘가에 묻혀있을 불사리를 보고 예배하게 되는 것이죠.
오대산의 이 '적멸보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해요.
자장은 신라를 불국토로 재편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부처의 정골(頂骨)과 불사리 100과를 가져왔다고 하며, 당시 신라 각지역에 불사리를 나누어 봉안하면서 보궁들을 창건했다고 전해집니다.
뒤로 돌아가 볼까요?
건물 뒷편에는 지붕석을 얹은 높이 84㎝의 비석이 서 있는데요,
비석면에는 5층 목탑의 형상이 돋을새김 되어 있으며,
사리탑의 상징물이라 보여진다고 해요.
부처님의 사리는 곧 법신불(法身佛)로서의 석가모니 진신이 상주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멸보궁의 바깥쪽에 사리탑을 세우거나 계단(戒壇)을 만들기도 하고....
적멸보궁 중에서 정암사의 적멸보궁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라시대에 자장율사(慈藏, 590-658)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불사리 및 정골(頂骨)을 직접 봉안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정암사 보궁에 봉안된 사리는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泗溟大師, 1544-1610)가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서 통도사의 것을 나누어 봉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5대 적멸보궁 중 다른 곳은 사리를 안치한 위치가 분명하지만,
오대산의 보궁은 어느 곳에 부처님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해요.
그리고 여기는 석가모니의 머리뼈 사리를 모신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적멸보궁의 네 벽은 널판지로 꾸며진 판장벽(板張壁)이며, 정면 가운데 칸에는 출입문을 달고 양 옆 칸에는 높은 들창을 달았는데요,
청기와로 지붕을 덮고, 용마루와 합각마루에는 용두(龍頭)를 올렸습니다. 멋있죠?
아무튼 이 5대 적멸보궁은 불교 신도들의 순례지와 기도처로서 가장 신봉되고 있는 성지라고 합니다.
적멸보궁으로 부터 600m 쯤 거리에 중대 사자암이 있는데,
이 '중대 사자암(中帶 獅子庵)'은 적멸보궁의 관리와 예불을 위한 노전[爐殿] 즉, 대웅전과 그 밖의 법당을 맡아 보는 임원의 숙소 역할을 하는 곳으로, 보궁의 爐殿僧(노전승)이 거처하는 곳이라 합니다.
사자암을 지나 상원사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이 길은 계단이 아닌 산길이라서, 발이 편하고 무릎이 아프지 않는 길이죠.
상원사에 왔어요.
상원사는 6·25전쟁 때 오대산에서 불타지 않은 유일한 절이랍니다.
경내에는 상원사동종(국보 제36호), 오대산 상원사 중창권선문(보물 제140호) 등이 있구요.
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든 높이 1.67m, 지름 91cm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국보 36호).
상원사 동종은 경주의 봉덕사종(에밀레종)과 함께 2개밖에 남지 않은 신라의 범종이며,
그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만,
들어 볼 기회가 없어 여태 껏 못들어 봤습니다.
상원사는 월정사와 함께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세웠는데,
성덕왕 4년(705년)에 중창하였으나, 1946년에 불타 1947년에 새로 지은 절이라고 해요.
그리고 세조가 직접 보았다고 하는 문수동자의 모습을 조각한 문수동자상, 상원사를 중창하기 위해 세조가 쓴 친필어첩인 중창권선문이 있다는데 이 또한 본 적이 없네요.
여기를 올 때마다 그냥 밖에서 쓰윽 건물 외관을 보고 갔던 때문이겠죠?
주차장에 거의 다 내려오면, 오른쪽의 선물가게 옆에 보이는 관대걸이.
세조가 목욕 할때 관대를 걸어두었다던 '관대걸이'는 세조와 문수보살의 전설이 전해지는 곳입니다.
오대산 산행도 여기서 그만 마쳐야겠네요.
주절대며 걷다보니 어느새 주차장까지 다 왔어요.
오늘은 7km를 걸었구요.
3시간 30분을 소요했습니다.
참고로, 월정사 입장료는 5천원이구요. 주차료는 6천원입니다.
산행코스: 상원사주차장 - 중대사자암 - 적멸보궁 - 비로봉 - 적멸보궁 - 중대사자암 - 상원사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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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五臺山)
1. 높이 1,565.4m.
태백산맥에 솟아 있으며, 주봉인 비로봉(毘盧峰)을 중심으로 동대산(東臺山 : 1,434m),
호령봉(虎嶺峰 : 1,042m), 상왕봉(象王峰 : 1,493m), 두로봉(頭老峰 : 1,422m) 등 5개의 봉우리가 있다.
봉우리 사이 사이로는 중대(中臺: 지공대), 동대(東臺: 만월대), 서대(西臺: 장령대), 남대(南臺: 기린대), 북대(北臺: 상삼대) 등 5개의 평평한 대지로 둘러싸여 있어 오대산이라고 했다.
또한 중대, 동대, 서대, 남대, 북대는 각각 문수보살, 관음보살,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 지장보살, 아라한(阿羅漢) 등이 상주하면서 설법하던 곳이라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2. 오대산은 강원도 평창군 · 홍천군 · 강릉시에 걸쳐 있는 산이다.
예로부터 삼신산으로 불려 온 금강산 · 지리산 · 한라산과 더불어 국내 제일의 명산으로 꼽는 산이다.
높이 1,563m인 주봉 비로봉을 중심으로 5개의 연꽃잎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오대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3. 산의 가운데에 있는 중대(中臺)를 비롯하여 북대, 남대, 동대, 서대가 오목하게 원을 그리고 있고,
산세가 다섯개의 연꽃잎에 싸인 연심(蓮心)과 같다 하여 오대산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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