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겨울날에 걷는 [해파랑길 26코스]

adam53 2021. 11. 20. 09:53

2021. 11. 16

오늘은 해파랑길 26코스를 걷습니다.

해파랑길 26번째 코스는 경북 울진군 근남면에서 죽변면을 잇는 구간으로, 수산교에서 시작해 울진엑스포공원과 연호공원, 봉평 해변을 지나 죽변항 입구까지 걷는 길인데요,

넓직한 울진엑스포공원(왕피천공원),  여기서 부터 걷습니다.

울진군 근남면 수산리에 있는 왕피천공원은 2005년과 2009년 2회에 걸쳐, 울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성공리에 개최되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왕피천을 끼고,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이 굽어보는 동해바다.

왕피천공원은 강과 바다가 만든 20여만평의 대지 위에 한국 자연을 축소하여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해요.

계단을 올라가 오른쪽의 제방둑길로....

저멀리 왕피천케이블카가 보입니다.

왕피천케이블카는 울진군 근남면 엑스포공원과, 해맞이공원 간의 총 715m 길이의 케이블카로,

왕피천케이블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절경은 매년 회귀하는 연어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며,

각종 희귀 조류의 생태계 또한 관람이 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명소이자 울진의 랜드마크라고 하는군요.

울진아쿠아리움 왼편으로 가면 케이블카탑승장이 있구요.

울진아쿠아리움은 갈 길이 멀어 그냥 지나갑니다.

오른쪽 도로옆으로 가요.

울진아쿠아리움은 해양생물을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동해안 최고의 감성 아쿠아리움이라 해요.

동해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울진아쿠아리움은, 동해 해양생태계의 중심지인 초대형 수중암초 왕돌초를 재현하였고 바다거북, 가오리 상어, 형형색색의 열대어 등 다양한 해양생물을 전시하고 있다 합니다.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터치풀도 있다고 해요.

이 길을 걷다보면 은어다리가 보이고, 그 다리를 건널꺼에요.

오가는 차들도 사람도 없는 한적한 길.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이 보여요.

고려 때의 망양정은 기성면 망양리 해변언덕에 세워져 있었으나,  이 곳의 망양정이 오래되고 낡았다하여 조선 세종 때 채신보가 망양리 현종산 기슭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 후 1517년 폭풍우로 넘어진 것을 1518년(중종 13)에 안렴사 윤희인이 평해군수 김세우에게 부탁하여 중수하였고, 1860년(철종 11)에 울진현령 이희호(李熙虎)가 군승(郡承) 임학영(林鶴英)과 더불어 현 위치인 근남면 산포리 둔산동(屯山洞)으로 이전하였다고 하는데,

오랜 세월 비,바람으로 낡은 것을 1957년에 울진군, 울진교육청이 국·도비 보조금과  뜻있는 지역인사들의 도움으로, 1959년 9월에 중건 낙성한 것을 1979년 11월에 군에서 보수 정화했으며,

1994년 9월에 사업비 9,120만원을 들여 재보수 하였다고 하는 망양정. 

왕피천 물가에는 온통 갈대 천지. 

바다쪽으로는 캠핑장도 있네요.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으로

오륙도에서 시작하여 동해안 해안길을 따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10개 구간 50개코스,

총 길이 770Km의 동해안 탐방로입니다.

해파랑길’의 의미는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그리고 '~와 함께’ 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이며,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으로 

‘해파랑길’의 조성에는 관련 연구자, 트레킹 전문가, 소설가, 시인, 여행작가, 역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 하였답니다.

은어다리를 건넙니다.

은어다리는 울진군의 야경 명소 중 한 곳으로, 

해가 진 후에는  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아름다운 교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은어가 많이 올라와 서식하기에 은어다리라 했겠죠?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갑니다.

과거의 해파랑길은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갔다는데, 새로 조성한 길(다리 왼쪽길) 보다 많이 걷는다고 합니다.

이 둑길로 해서 가면 많이 단축된다고...

가다가 되돌아 본 은어다리.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네요.

이 길로 쭈욱 가면 마을이 나오고, 한동안은 마을길을 걸어야 해요.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요리로 가요.

이쪽 길로 가도 되지만, 돌아가는 길이라서 한 20여분쯤 더 걷는다나요.

아파트를 보면서 가고,

큰 도로와 만났어요.

저기 오른쪽에 울진의료원이 보이죠?

왼쪽을 보면 횡단보도가 있어, 이 길을 건너면

연꽃으로 유명하다는 연호가 눈앞에 있어요.

연호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저 앞에 화장실이 보이죠?

군민들의 산책 공간이며 쉼터인 연호공원에서 잠시 쉽니다.

연호정도 둘러보고

다리를 건너 정자까지 갔다오면 좋을텐데,

조금쯤 여유를 갖고 걸어야 하는데

풍문에는 죽변항까지 가는데 5시간 걸린다 하니 또, 그냥 갑니다.

만약에 이 26코스를 걷는다면, 볼 거 다 보며 여유를 부리면서 걸으세요.

그래도 다섯시간,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우리처럼 이렇게 부지런히 걷기만 한다면 이 길은 재미가 없죠.

울진과학체험관을 지나고

전투기를 전시한 곳도 지나고

호수의 반쯤 왔을 때,

왼쪽에 보이는 길로 갑니다.

카페 '알움인' 방향으로 가요.

 

갈   대

     - 신경림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시골길이라 사람도 차도 하나 보이질 않습니다.

풀무원녹즙 건물옆으로 가면

굴다리가 보이는데요,

바닷가가 멀지 않았습니다.

이제 길 못찾아 헤맬 일은 없죠.

바다를 끼고 쭉~ 걷기만 하면 되니까요.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동해.

바닷바람이 상쾌합니다.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죽자고 걸어왔더니 땀이 났거든요.

갈매기가 줄지어 쉬고 있는 한낮.

파도는 하얀 포말로 부서지고

하늘에 구름한 점 없는 겨울날입니다.

적막한 바닷가
            송 수 권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깨워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바닷물이 차가워, 갈매기들이 바위 위에서 햇볕을 쬐고 있어요.

발이 많이 시려운가 봅니다.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오징어가 아주 맛나게 보이는군요.

대나리 마을은 방파제에 벽화를 그려놓았어요.

예쁘게 가꾸어 놓은 대나리.

잠시 쉬어 갈께요.

죽진항까지 1시간 반 걸렸어요.

이렇게 부지런히 걸을 일이 아닌데...... ㅠ

이런 모습 참 정겹죠?

어촌마을도 참 평화롭고 정겨워보였어요.

적산거리 126,824km

                 - 박상천 -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채우다

문득 주행계기판을 들여다보니

구간거리 387km

적산거리 126,824km

다 연소하지 못한 배기가스를 푹푹거리며 달려온

내 인생의 타이어 자국을

주행계기판이 몰래 기록해두었구나.

 

126,824의 숫자 속엔

서울의 피곤과 한숨이

긴 자동차의 행렬만큼이나 늘어서 있고

동해바다나 지리산 혹은 내 고향의

여유와 웃음도 간혹 섞여 있으리라.

돌아보면 126,824km를 달려온

내 인생의 타이어 자국은 흔적도 없고

찰랑거리던 연료를 다 소진해버린

연료통처럼 가슴이 휑하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에,낡아가는 마음 한 구석에선

자꾸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룸미러에 비치는 흰머리카락이 새삼스럽다.

 

기름을 채우고 다시 단추를 눌러

구간거리계를 0으로 돌려보지만

결코 0으로 돌려놓을 수 없는

적산거리 126,824km.

양정항을 지나고

골장항 방파제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죽변항까지 1시간도 채 안 남았거든요.

'태양과 걷는 사색의 길'

'기교나 화려함도 없는, 선 굵은 동해안 트레일의 우직함이 드러나는 울진 해파랑길.

그래서 고독을 벗 삼아 걷는 여행자에게는 내면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구간'을 걷고 또 걷습니다.

죽변항이 가까워지고 있군요.

음식점과 모텔, 카페들이 하나 둘 눈에 띄거든요.

캐러반 시설도 있고,

여기도 갈매기떼가 모래사장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네요.

얼음처럼 찬 바닷물에 들어가는 게, 엄두가 안나는가 봅니다.

면소재지에 접어들었어요.

시래기도

물가자미도, 해풍에 말리면 얼마나 맛있게요 !

저 멀리 죽변항이 보입니다만,  아직도 한참을 더 걸어야......

부부가 말통에 바닷물을 담고 있어요.

두부를 만들려고 퍼 가는 걸까요?

해파랑길 26코스도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냥 찍어봤어요.

이름이 예뻐서~

죽변은 대게가 유명하다고, 면소재지에 들어가기 전 세워 놓은 조형물.

대게를 붉은색으로 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럼 눈에 확 띄고, 먹음직스러워 보일텐데,

어두운 색이라서 징그러운 거미같아 보여,

누가 보던간에 이 모양을 본다면, 게를 먹고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질 것 같드군요.

빨간색으로 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코스모스꽃길을 걸어갑니다.

60~70년대는 거리마다 마을마다 코스모스를 심어, 넘실대는 꽃물결에 마음도 꽃만큼이나 환하고 화사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코스모스가 사라지고 루드베키아가 그 자리를 대신하더니만,

이젠 그마저도 보기 힘들어지고, 이젠 꽃 심는 마을도 없어져버렸죠.

오랜만에 코스모스를 보니, 힘들고 다리 아픈데도 노래가 흥얼거려 집니다.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 '

드디어 죽변항에 도착을 하고,

오늘의 해파랑길 26코스도 끝납니다.

두어번 쉬었으므로 네,다섯시간 걸린다는 길을 3시간에 끝냈네요. 

트레킹코스 :  왕피천공원(울진엑스포공원) → 울진은어다리 → 연호공원 → 죽진항(대나리항) → 양정항 → 골장항 → 봉평해수욕장 → 죽변항 입구 (14km,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