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겨울바람 부는 날, 설악산 [금강굴]가기

adam53 2021. 11. 24. 10:58

2021. 11. 23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꿔서라도 한다는 소설(小雪)추위가 이틀째 계속되던 날

어깨를 잔뜩 움추리며 설악산으로 갑니다.

오늘은 늘 그냥 지나치기만 하고, 한번도 안 가본 금강굴로 가는데

일주문을 지나고

통일대불상앞을 지나고, 

울산바위로 가는 일행들과 헤어질 때에도

차갑게 불어대는 바람은 온 몸을 덜덜 떨게합니다.

숲길에 접어드니 바람이 좀 잦아드는군요.

웅장하고 멋진 산을 보니 '역시 설악산'이라는 걸 새삼 느끼구요 . 

'설악'이란 이름은 주봉인 대청봉(1,708m)이,   1년중 5∼6개월 동안 눈에 덮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연평균 기온이 10℃를 넘지 않는 저온지대에 속하며,

연 강우량이 내설악은 1,000mm 가량, 외설악은 1,300mm 정도인데

설악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관은 대규모 화강암과 함께,  암질과 절리의 차별침식 결과로 보고 있다고 해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은 강원도 인제군, 양양군, 속초시에 걸쳐 넓게 펼쳐져 있는데요,

1965년 11월 5일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천연보호구역 내의 식물은 약 1,013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대요.

신갈나무, 당단풍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등의 활엽수림과 소나무, 잣나무, 분비나무 등의 침엽수림이 섞여 숲을 이루는데,  금강배나무, 금강봄맞이, 금강소나무, 등대시호, 만리화, 눈설악주목, 설악아구장나무, 설악금강초롱, 솜다리 등 특산물 65종과

눈측백, 노랑만병초, 난쟁이붓꽃, 난사초, 한계령풀 등 희귀식물 56종도 보고되고 있다고 하는군요.

또, 천연보호구역 내의 동물은 1,562종이 보고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수달, 하늘다람쥐,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열목어, 어름치 등은 별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설악산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것은, 

특별히 보존해야 할 지질과 지형 및 동, 식물 자원이 풍부하며, 전통 사찰 등 많은 문화유산들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군량장'이라고........하는데,  글씨가 잘 보이도록 색깔을 넣었더라면,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안내판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공원 입구에서 비선대까지는 약 3km,  시간은 1시간 가량 잡습니다.

비선대에서 금강굴은 약 600m의 거리.

넓직 넓직한 돌맹이로 깔아놓은 길은 평평하고 좋아요.

개울물은 아직 얼지 않아,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구요.

아마도 추운 날씨 탓이겠죠? 

이 길은 우리 뿐입니다.

찬 공기가 온 몸을 감싸는 아침.

우리들의 얘기와 발자국 소리 외엔, 사방이 조용하고 고요합니다.

적막하다

 

한때

산새와 바람과 나무와 풀꽃 다 품은

산 한 채

 

구름과 하늘을 이고

우뚝 서있다 

모진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동안거에 든

그의 입이 무겁다

 

                 - 겨울산 (송연우)

비선대에 왔습니다.

머리를 들어 올려다 보면 3개의 큰 바위가 보이는데,

장군봉(미륵봉), 형제봉, 선녀봉을 비선대라고 하죠. 

금강굴은 제일 왼쪽의 장군봉 가슴 부분쯤에 있습니다.

비선대 구름다리를 지나면

공원지킴터가 있는데 길을 막았네요.

산불예방 때문이라고...

비선대에서,    못가게 막는다고 되돌아가는 사람을 만나긴 했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못 간다니요?

자세히 보니 아랫부분에 금강굴은 가능하다고 했군요.

'금강굴 가려고 하니까 열어주세요' 그래서 인적사항을 적은 뒤 '비선대 공원지킴이'가 문을 열어 주고...

문을 열고 나오자 마주치는 갈림길.

왼쪽 철망이 쳐진 길은 천불동계곡으로 가는 길이지만, 가면 안되는 길

오른쪽은 금강굴로 가는 길.

지킴터와 구름다리를 돌아보면서,

금강굴로 가는 오르막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계속 올라가므로 힘들고 힘든 길이어요.

미륵봉이 저만큼에 보이는군요.

돌계단을 오릅니다.

마등령 방향으로 400미터쯤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200미터,  급경사 계단을 올라가면 금강굴 금강암이 있죠.

바람이 잦아들고, 햇빛이 따스히 내려쪼여 자켓을 벗었어요.

이건 뭔가 이해가 안되네요.

어디가 출입금지이고, 금강암 스님을 눈으로만 보라는 건 또 무얼 말하는지?

아마도 암자에서는 떠들지 말라는 건가 본데,

출입금지는 어디를...... ?

힘든 중에도 눈에 띄는 설악산 암봉(岩峰).

미륵봉에 거의 다 왔습니다.

저 위에 금강굴과 계단이 보여요.

갈림길입니다.

왼쪽은 마등령으로 해서 대청봉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금강굴 가고.

마등령 방향은 가지말라고 현수막이.....

가파른 철계단에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잠잠하던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거든요. 

날려가지 않게 난간을 꽉 잡고 올라갑니다.

전망대가 ......있어요.

바람이 너무도 세차게 불어대서 얼어버릴 것 같아 

벗었던 자켓을 꺼내입고, 모자도 푹 눌러쓰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더러는 얼음이 언 곳도 있어서 조심해서 오르는 길.

사진에는 저래 보여도 꽤 가파른 곳이라, 진짜 다리가 후들거리고 겁이 납니다.

바람은 또, 왜 그리도 불어댈까요?

계단 중간쯤, 꺾이는 부분에서 바라 본 천불동계곡은 거의 '죽음'입니다.

화채능선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워도 되는 걸까요?

이건 반칙입니다.

반칙!

떨리는 가슴과 후둘거리는 다리로, 겨우 겨우 올라 온 금강굴.

설악산 중턱 해발 700여m 천길 낭떠러지에 위치한 미륵봉 자락의 금강암.

아찔한 절벽에 있는 금강암은 자연동굴로, 과거 1300년전 원효대사(신라시대 617~686년)가 수행기도 했던 도량처로 전해집니다.

금강굴은 깎아지른 듯한 큰 돌산허리에 굴을 팔 수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자연석굴이라 합니다.

굴안의 길이는 18m가량, 넓이는 약 7평정도 되는데

굴 밖에는 얼음장처럼 차고 맑은 샘물이 바위에서 흘러나옵니다.

이 높은 곳에 있는 큰바위에서 샘이 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금강굴에 올라 와 아래를 내려다 보니, 겸손한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금강굴 금강암은 원효대사의 대표적인 금강삼매경론의 머릿자를 따 '금강암'으로 했다 하는데요,

금강굴에서 바라보는 맞은편의 경치 또한 끝내줍니다.

금강굴에는 단 한사람뿐, 

인도사람 같은 외국인이 있었는데, 자꾸만 머뭇 머뭇하다가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이 젊은이는,

이 곳을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어 그랬겠죠?

같이 사진찍었음 좋겠다기에 기념사진 한장 남깁니다.

젊은이의 휴대폰에도 우리사진이 담겼지요.

예로부터 금강굴 금강암에서 부처님께 -念으로 기도드리면,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진다고 전해지면서

전국에서 많은 불자들이 다녀가는 성지로 알려졌다고 하는데요,

이 금강암은 대한불교조계종인 신흥사의 부속 암자로 되면서, 불상도 새로 모셔 놓았다고 합니다.

암주 '설안스님'은 외출하고 안계셨구요.

조마조마하며 올라왔던 그 계단을 내려갑니다.

너무도 가파르기에, 계단에 주저앉아 한컷 남겨 봅니다.

금강굴에 다녀오니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해 지는군요.

다시 쳐다보는 급경사 계단.

전망대에 안들려 볼 수 없죠?

신선대계곡과

천불동계곡,

좀 전에 다녀 온 금강굴도 다시 보고

사진도 찍고 그러면서

비선대지킴터까지 왔지요.

 금강굴을 간다면  출입문을 막았다고 여기서 그냥 돌아서지 말고, 문 열어달라고 하세요.

저 큰 바위 꼭대기부분에 석굴이 있고, 맑은 샘물이 솟는다는 게 믿어지나요?

비선대를 볼 때면, 금강굴이 생각날꺼에요.

짜릿하고 아찔하던 계단도...

가끔씩 여기를 찾는 두어명의 사람들이 보이네요.

겨울 숲은 뜻밖에도 따뜻하다.

검은 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말없이 늘어서 있고

쉬지 않고 떠들며 부서지던 물들은 얼어붙어 있다.

깨어지다가 멈춘 돌멩이

썩어지다가 멈춘 낙엽이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시간을 붙들어놓고 있다.

지금 세상은 불빛 아래에서도 낡아가리라.

발이 시리거든 겨울 숲으로 가라.

흐르다가 문득 정지하고 싶은 그때.

 

- 홍영철  '겨울 숲은 따뜻하다' 全文

 

바람부는 날에는 금강굴을 찾아 가보세요.

바람에 날릴 까 두려움에 떨며 가파른 계단도 올라보시고, 자연석굴의 암자에서 설악산의 절경도 보세요.

눈 내리고 얼음 얼면 갈 수 없으니까, 지금이 딱 좋을 때 이네요.

소공원에서 금강굴까지 이정표 상으로는 편도 3.5km, 왕복 7km이지만

램블러는 9.5km를 걸었다 하는군요.

3시간 10분정도 소요했구요.

바람부는 날에 울산바위는 절대로 가지 마세요.

진짜로 바람에 날려갈 수 도 있으니까요.

바람이 좀 분다 하는 날 울산바위에 올랐다가, 혼난 적이 있었는데요,

어찌나 심하게 불어대던지, 태풍같은 바람에 금방이라도 바위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아 난간을 잡고 엉금 엉금 기었더랬죠.  

------------- 강풍이 부는 날에는 금강굴도 가지마세요.  아주 위험합니다.

설악산은 바람없고 따스한 날, 

맑은 날에 가야 해요.

햇살이 환히 내려비추는 소공원.

추운 계절이라 관람객도 없어, 권금성 케이블카는 운행을 하지 않는군요.

강풍이 불어대는 날의 설악산 금강굴 산행은 여기서 마칩니다.

산행코스 : 설악산 소공원 - 비선대 - 금강굴 - 비선대 - 소공원주차장

              (9.5km,  사진찍고, 간식과 점심먹고 3시간 1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