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선자령 하산길,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내렸네!

adam53 2021. 12. 8. 14:57

2021. 12. 7 대설(大雪)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선자령에 갑니다.

어느정도 수구러들던 코로나 감염자가 5천명을 넘더니, 어제는 확진자가 7,175명이나 된다더군요.

우리가 사는 강릉에서 가까운 산행지를 택하다 보면  쉬운 곳이 [선자령]입니다.

조심스런 마음으로 산행에 나섰습니다.

구불구불한 대관령고개를 넘어 (구)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길로 가 봅니다.

주차장에서 kt중계소 방향 포장도로로 올라가면 5.8km  걸리구요,

정상에서 양떼목장 쪽으로 내려오면 5km.

빠른 걸음이라면  대략 2시간 30분, 보통걸음이라면 3시간 정도 걸리죠.

오늘은 포장도로로 갑니다.

백두대간의 주 능선에 있는 선자령.

선자(仙子)란  신선, 또는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말한다고 합니다.

선자령은 겨울에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구) 대관령휴게소가 800m가 넘기 때문에 겨울철 많은 눈이 내려 쌓이면, 눈길 가는 곳마다 탄성을 지르게 되죠.

대설인 오늘,

낮부터 비 온다는 예보가 있긴 하지만, 가을날을 아쉬워하듯 하늘은 파랗기만 합니다.  

kt중계소 옆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왼쪽으로는 산신각,

오른쪽으로는 반정으로 가는 곳과 마주치고,

쉬엄 쉬엄 시(詩)도 감상하며 가라고,  군데군데 마련해 놓은 길을 계속 걸어 가노라면

저만치 선자령 안내판이 보입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포장도로 끝에는 한국공항 무선표지소 건물이 있구요.

이리로 가는 거 ..........아닙니다.

잣나무 숲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야자나무 껍질의 바닥은 흙을 밟는 것 마냥 폭신 폭신한게 기분 좋군요.

밀레니엄 식수를 한 곳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돌계단으로 올라가요.

전에는 왼쪽길로 다녔었죠.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고,

눈이 내렸었나 봅니다.

쉬었다 가라고 마련한 벤치에서는,

쉬어 가야 하는 거 맞죠?

이렇게 생긴 나무들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에 올라가 사진을 찍습니다.

나무는 힘들다, 아프다고 하겠지만.....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길.

선자령은 동네 뒷산처럼 유순한 곳입니다.

풍력발전기가 보이네요.

건너편에 하늘목장도 보이고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시달려 풀도, 나무도 옆으로 누웠어요.

하늘목장 초지에 왔습니다.

이 草地 끝나는 곳에서 몇발짝 올라가면 선자령 정상.

바람 한 점 없고 날씨마저 온화한 오늘은 봄날같아요.

누렇게 말라버린 목초(牧草).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진 여름의 그 초록색 푸르고 넓은 초지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감탄을 자아내곤 했는데...

다 왔네요.

여길 올라가면 정상이죠.

우람한 선자령 정상석.

선자령은 해발 1,157m 입니다.

눈발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해요.

"선자령은 백두대간 중심부에 위치한 봉우리로,

북쪽으로는 오대산의 노인봉,  남쪽으로는 능경봉과 연결되는 등산로이다.

선자령을 중심으로 펼쳐진 능선부는 매우 완만한 지형으로 비교적 쉬운 등산로 구간이다.

능선과 정상에서는 강릉시가지와 푸른 동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자령 일대는 난이도가 낮은 구간이지만, 겨울철에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자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유의해야한다."

안내판에 그렇게 써 .......... 있어요. 

숨 좀 돌린 후에는, 올라 왔던 길 반대방향으로 갈 작정입니다.

정상에는 두어명의 산객이 있었는데,

잠시후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가는 모습이.....

뒷편 길로 내려가요.

잣나무, 낙엽송, 자작나무 숲이 아름다운 길로 가는 거죠.

파란 하늘은 잿빛으로 바뀌고,

안개가 낀 듯 시야는 흐릿해져 가고

풍력발전기의 날개도 제대로 보이질 않는군요.

내리막길 돌맹이에 눈이 있어서, 조심 조심하며 큰길로 내려섰습니다.

큰길에서 바라 본 선자령 가는 길.

혼자서 걷는 신작로.

저기 등산객이 보이네요.

갈림길에서 한가운데의 길과 오른쪽길은 하늘목장 가는 거구요,

왼쪽으로 꺾으면 주차장으로 가는 겁니다.

길 오른편에 이정표가 보이죠?

그리로 내려가요.

대관령 방향으로 go go ~

가을이 내려 앉았어요.

신갈나무를 비롯하여,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깔나무, 갈참나무 등 참나무류의 나무잎이 내려앉았구요.

아무도 없는 길,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에 잠겨 걸어갑니다.

낙엽이 쌓인 땅의 색감은 참 예뻐요.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볕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도종환 詩   '초겨울'

타박 타박 걷다가 일행 1명을 만났습니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곳에서 만나다니, 무척이나 반갑네요.

자작나무 숲길에 접어들었을 때는 빗방울 같은 게 한,두방울 떨어지고....

잣나무숲의 검불을 밟으며 가노라니, 옛날 생각납니다.

1960년대, 그 때의 땔감은 나무였었죠. 장작과 잡목 그리고 불쏘시개로 쓰이던 소나무 검불은 아주 중요한 연료였기에, 당시에는 김장과 땔감을 준비했다 하면 월동준비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때는 눈이 참 많이도 내렸어요. 엄청 춥기도 했구요.

기후 온난화로 인해 지금은 큰 추위도 없고, 눈도 많이 오는 건 아니고

 

--------- 겨을이 되면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깍쟁이로 검불을 긁어모아 바수가리 가득 지고 오던

그때는 아득한 옛날이야기입니다.

초겨울 편지

              - 김용택 ​

 

앞산에

고운 잎

다 졌답니다

빈 산을 그리며

저 강에

흰 눈

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

한번 보고 싶습니다

가을오면 노랗게 물든 낙엽송이 그리도 예쁠 수 가 없는데,

나뭇잎도 다 떨어진 나무만이 우뚝 우뚝 서 있는 모습도 보기좋네요. 

먹빛으로 잔뜩 흐린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흰눈은 점점 더 쏟아져 내리고

금새 땅이 하얗게 바뀝니다.

함박눈이 펑펑, 소낙비 오듯 쏟아져요.

이렇게 앞이 뿌예지도록 내리는 눈.

이건 '눈의 나라'

'동화의 나라' ,

'겨울왕국'입니다.

갑작스런 폭설로 갈 길이 더디어져 가요.

눈이 만들어 놓은 환상적인 풍경에 취해 

자꾸만 웃음이 샘물처럼 솟아납니다.

 연신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선물과도 같은 이 모습,

이런 풍경을 어쩌면 좋을까요?

지금까지 산행하면서 이렇게 갑작스런 눈 경치속에서 걸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축복받은 날 같습니다.

양떼목장 울타리에 다다랐습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울타리도, 눈을 맞으니 멋져보입니다.

솔가지위에 눈이 쌓인 모습도 근사하구요.

양떼목장도 예뻐 보이는군요.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 이용악 "그리움"

선자령 산행도 끝나갑니다.

이 계단을 내려가면 주차장이 멀지 않거든요.

솜털같이 가벼운 눈인데도 갈대는 무거운가 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네요.

평상시에는 여기가 산행 들머리였죠.

여기서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산행을 시작했는데

선물같고  축복과도  같은 오늘의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선자령 산행은 평균 10km 됩니다.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조금  더  걸을 수 있구요.

오늘은 한바퀴 도는데 3시간 걸렸네요.  11km를 걸었구요.

주차장이 텅 비었네요.

강릉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남산공원은  아직  가을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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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 대관령(구)휴게소 - kt중계소 - 한국공항공사 무선표지소 - 전망대 - 한일목장 초지 - 선자령 - 자작나무숲길 - 재궁골갈림길 - 낙엽송숲길 - 국사성황사 갈림길 - 양떼목장 옆길 - 대관령(구)휴게소

(11km, 3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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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1,157m)

선자령(仙子嶺)은  대관령  북쪽에  솟아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의  주  능선에  위치해 있다.

산 이름에  묏 '산'이나  봉우리 '봉'이  아닌  재‘령(嶺)' 자를 쓰게 된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한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높지만  대관령휴게소가   840m로  정상과의 표고차 317m를 긴 능선을 통해  산행하게  되므로  일반인들도  쉽게  오를수 있다.

등산로는  동네 뒷산  가는  길  만큼이나  평탄하고  밋밋하여  가족단위  산행으로  알맞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는  정상에  서서  바라보면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는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다  보이고,  맑은  날에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전망이  일품이다.

주능선  서편  일대는  짧게  자란  억새풀이  초원 지대를  이루고  있는  반면,  동쪽 지능선  주변은  수목이  울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