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겨울비 내리는 날 옥순봉 출렁다리, 옥순봉을 가다

adam53 2021. 11. 10. 16:37

2021. 11. 9

제천 '옥순봉출렁다리'로 가는 날.

강릉의 아침 날씨는 멀쩡했는데,  대관령을 넘어서자 눈발이 날리고

횡성을 지날 무렵엔 제법 쌓이기 시작하는 궂은 날씨로 바뀌었습니다.

유리창엔  빗물처럼 또르륵 흘러내리는 눈 물.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 '옥순봉 출렁다리'에 도착했을 때는, 찬 겨울비가 어깨를 움추리게 하고...

걷기 열풍이 일 무렵엔 청풍호반을 끼고 도는 자드락길을 조성했던 제천시가,

이번에는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설치했습니다.

관광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마다 둘레길, 케이블카, 짚라인, 출렁다리를 앞다투어 설치하기에

옥순봉 출렁다리도 다른 지역의 출렁다리와 대동소이 하겠죠?

그렇지만 낮으막하면서도 경치가 빼어 난 옥순봉과 구담봉이 가까이 있어 산행할 수도 있고, 

또, 옥순봉기슭에 탐방로를 조성해 놓아 가벼운 산책을 할 수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가 봅니다.

출렁다리 입구를 지나 데크길을 걸으며,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인 청풍호도 바라보고.....

출렁다리가 보이네요.

위로 올라가봅니다.

지난 해(2020년 6월)에 착공해서 1년 4개월여 만에 완공된 이 출렁다리는 지난 달(2021.10.22)에 개통했는데요,  85억원의 예산을 들여 222m, 폭 1.5m의 교각이 없는 무주탑 방식으로 출렁다리를 설치했구요,

총 길이는 222m라 해요.

출렁다리는 70kg의 성인 1천286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게 설계하여 안전하긴 해도,

최대 풍속 20m/s 이상,  노면적설량 10mm 이상,  12시간 강수량이 110m,  출렁다리 중앙부 가시거리

미확보 시에는 통행을 제한한다고 합니다.

다리 중간에서 바라 본 단풍에 물든 산은, 호수와 어우러져 그림같군요.

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 건설과 함께 준공된 인공 호수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하는데요,

정식 명칭은 충주호인데, 예로부터 청풍강이 흘렀기에 청풍호라 불리기도 한답니다.

그러니까 청풍호는 충주호인거죠.

사진에서 보듯 이 출렁다리는, 다리바닥의 양쪽 - 나무바닥 가운데로 철제구간이 있고,

다리 중간쯤가면 유리구간을 지나는데요,

한발 한발 걸을 때 마다 어찌나 심하게 흔들리는지, 다른 지역의 출렁다리보다 더 짜릿함을 느낍니다.

출렁다리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18시까지(겨울철은 17시까지) 휴일 없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해요.

이용 요금은 내년 3월까지는 무료인데 4월 1일부터는 요금 3천원을 받으면서,  2천원을 '제천화폐 모아'로 환급해 준다고 하네요.

건너왔던  다리 오른쪽에는 옥순대교가 보이는 군요.

출렁다리와 연결되는 옥순봉 기슭에는 408m 길이의 생태 탐방로를 조성해 놓았습니다.

출구를 나오면 마을이 있는데요,

탐방로를 걷다 보면 기존 등산로를 통해, 옥순봉 정상에도 오를 수 있다고 해서 자꾸 걸어가 봅니다만

옥순봉 안내 팻말은 없더라구요.

이쪽 저쪽 헤매다가

이 포장도로로 올라갔구요,

아직 수확하지 않은 길옆 콩밭,  2개의 개집에는 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대는데 

집도 없는 이 밭 한가운데 개집이 있다는 건 아마도 콩을 지키려고 그러는가 봅디다.

비는 추적 추적내리고, 이정표도 없고

무작정 걷다가

어찌 어찌해서 능선길에 다다랐지요.

도대체 여기가 어딘 줄 몰라 길 아래로 가야하는지, 길 윗쪽으로 가야하는지 갈팡질팡하다가

아래로 가는 사람, 위로 올라가는 사람으로 일행은 뿔뿔이 흩어지고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게 맞다고 올라가는데

옥순봉은 길 아래로 내려가라 하네요.

너댓명의 일행은 여기서 또 갈라졌어요.  '에이, 옥순봉은 안갈래' 그러면서 위로 올라가는 사람,

'그래도 옥순봉은 가 봐야지'하며 아래로 가는 사람.

편도 700m라 거리도 가까운데 옥순봉을 갔다 오지 뭐, 그러면서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고

그냥 평지를 걷듯,  뻣뻣이 서서 걸어 올라가는 이 둥글둥글한 바윗길을 지나며

주변 풍경도 바라보고

저멀리 봉긋 봉긋 솟은 바위산도 보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면손수건 한 장,

세탁기 속에서 표백되어 가는 것과 같다.

빳빳했던 분노의 풀기와

슬픔의 소금기,

함께 넣어두었던 만년필에서 묻어나온 사람의 흔적과

그 손수건의 가에 둘러진 파아란 線의 기쁨

모두 시간의 洗劑에 의해 점차 씻겨지고 표백되어

우리는 드디어 닳고 닳은,

닳고 닳아

얄팍해지고 성글어지면 면손수건 한 장으로 남는다.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표백'  -박상천-

옥순봉에 다 왔군요.

높이 283m의 명승 제48호 옥순봉.

옥순봉은 단양팔경의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단양에 있지 않고 제천시 수산면에 있어   제천 10경중의 하나입니다.

조선시대부터 옥순봉은 청풍에 속했는데, 행정구역의 개편으로 청풍이 제천에 속하게 되어 원래부터 단양에 있었던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옥순봉은 단양팔경의 하나인데요,

옥순봉이 단양팔경에 속하게 된 것은 조선 명종 때 이황에 의해서였다고 해요.

당시 단양군수였던 그는 단양팔경을 정하면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구담봉 등 일곱 개의 경승지에 옥순봉을 꼭 포함시켜야 단양팔경이 제대로 구성된다고 생각했는데요,

이황은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달라고 청풍부사에게 청했지만 이를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대신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기고, 이곳을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고 해요.

후일에 청풍부사가 옥순봉을 찾아가 각자를 보게 되었고,

글씨가 힘차고 살아 있어 누구의 것인지 물었는데, 이황의 글씨라는 말을 듣고 감탄한 그는 옥순봉을 단양에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옥순봉이 단양에 속했던 기록이나 역사는 없다고 해요.

옥순봉에서 사방을 한번 휘 둘러보고

옥순봉 전망대에 왔습니다.

푸른물과 기암절경이 어우러져  옥순대교는 한폭 그림입니다.

출렁다리가 조그맣게 보이고

야트막한 산줄기는 호수에 들어가려고 발을 막 담그었군요.

원주 소금산출렁다리처럼 여기도 많은 관광객이 찾을텐데, 이곳은 주차장이 협소한게 문제였어요.

버스와 승용차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게 급선무이더군요.

옥순봉 정상석을 한번 더 보며 내려갑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구담봉도 들려야 하는데 

겨울비는 그치지 않고

이 현수막은 잘못 설치했어요.

언뜻보면 지금 이  등산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 같은데, 현수막 뒤로 보이는 작은 길로 가지말라고 하는 거였죠.

길에서 조금 더 물러 난 곳에 설치해야 하는 건데, 괜히 나쁜 짓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ㅎ치 않았........

아까 그 자리에 다시 왔습니다.

아까는 여기서 옥순봉으로 간다고, 올라 왔던 길을 내려갔었죠.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벌써 겨울인가 하는 아쉬움이...

------------------------------------- 봄 인가 했는데, 여름가고 가을도 가고  겨울이 옵니다.

살아갈 수록 하루 하루는 왜 이리도 짧기만 한지,

'이렇다' 하는 것도 없이 어물어물 하다보면 하루가 가고 한달이 훌쩍 지나갑니다.

코로나 때문에 바깥출입도 조심스럽다보니, 울긋불긋한 단풍구경도 제대로 못해보고 겨울오네요.

구담봉 삼거리에서 능선에 올라서면서 첨부터 올라가기만 했던,  일행을 만났습니다.

그길로 구담봉에 갔었다고 하는데

편도 600m의 거리인데도 못가게 말립니다.

바위가 비에 젖어 엄청 위험하다고,

가지 말래요.

하산하는 길.

샛노란 은행잎이 쫙 깔린 이런 예쁜길을 지나

이 계단을 내려오면 구담봉농장.

구담봉농장

저기 공원지킴터 "계란재" 주차장이 보이네요.

아쉬움 가득한 오늘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날씨가 그래서 구담봉을 가지 않아 오늘은 6km정도 걸었구요, 3시간 걸렸습니다.

옥순봉과 구담봉 산행사진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본 블로그의 카테고리 맨 아래 검색창에서 [가을빛에 물드는 옥순봉, 구담봉] 산행기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년 (2020년 10월)에 다녀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