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가을 오는 산길을 마냥 걸었네 - 제왕산을 거쳐 옛길로 내려오기

adam53 2021. 9. 13. 16:39

2021. 9. 9

오늘도 산(山) 길동무 2명과 길을 나섭니다.

여름가고 가을이 오는데도 코로나19로 인해 산악회 버스도 운행을 멈춘지 오래되어,

한동안은 근방에 있는 산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몇번 다녀 온 [제왕산]으로 해서 [선자령] 방면으로 가다가 도중에 [대관령 반정]으로 돌아온 다음, [옛길]로 내려오기로 합니다. 

옛길 입구 만나가든 식당앞 빈자리에 주차를 하고 우주선펜션 옆길로 접어들어

대관령숲길 체험관 방향으로 갑니다.

오늘은 다리가 뻐근하도록 마냥 걸어보기로 합니다.

날씨도 선선해서 산행하기도 좋은데요. 뭐 ~  

체험관 가는 길에는 좀작살나무 보라색꽃이 탐스럽게 피었네요.

체험관 강의실 건물을 지나

오른쪽 데크길로 갑니다.

뒤돌아 본 체험관에는 아침햇살이 환하게 부셔져 내리는 군요.

6번길로 가고

19번길로 갑니다.

여기 23번 오르막을 오르면서 땀 좀 흘립니다. 

금새 옷이 다 젖네요.

단풍취 꽃은 바람개비를 닮았어요.

31번으로 쭈욱 가면 제왕산 삼거리가 나오구요.

제왕산 삼거리에 왔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옛길로 가죠. 직진하면 제왕산 가는 거고.

산에 가면

나는 좋더라.

바다에 가면

나는 좋더라.

님하고 가면

더 좋을네라만

--------------- 조운 詩    '山에 가면'

제왕산 가는 마지막 쉼터를 지나

조금 더, 조금 더 힘을 내어 올라가면

임도에 도착하는데요,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몇발짝 가다가,

왼쪽으로 접어들고

이 계단길은 재미로 올라가야 힘든 줄 모르고 올라갑니다.

숲에는 매미소리, 

쓰르라미 소리.

이름모를 벌레들도 울어댑니다.  가을이 왔다는 거죠.

뜨르르

뜨뜨

뜨르르.....

 

뜨르르 뜨르르

뜨 뜨 뜨르르

(하늘에서 들에서

깊은 땅 속에서)

 

뜨르르 뜨르르

뜨 뜨 뜨르르

뜨르르 뜨르르

 

뜨.......

              -------------- 박성룡의   '벌레소리'

마타리

제왕산이 바라보이는 벤치에 앉아 땀 좀 식혀봅니다.

가을바람이 시원스럽네요.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 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올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김춘수 詩    '西風賦'

대관령의 세찬 바람때문에 나무들은 비스듬히 자라고 있어요.

며느리 밥풀꽃

구절초가 막 피어납니다.

가을이니까요.

구절초가 왜 구절초인지  아세요?

'구절초'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렇대요.

첫번째. 음력 9월 9일날 꽃과 줄기를 함께 잘라 부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한약재로 이용한데서

구절초(九折草)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설

두번째.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음력 9월 9일이 오면 아홉마디가 된다하여

구절초(九折草)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 

세번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약으로서 줄기에 아홉 마디의 능(稜, 모서리)이 있으므로

구절초(九折草)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ㅎ

가을을 알리는 미역취 꽃도 피었군요.

삽주싹 꽃도 피었어요.

전망대에 올라보면

나뭇잎 사이로 강릉시내가 아주 조금 보입니다.

발돋음을 해야 보여요.

빨간 앵두같은 열매가 열리는 이 나무는 산앵두입니다.

이 멋진 소나무가 보이면, 제왕산 정상에 다 온 것이구요.

저기 돌맹이를 하나 둘 밟고 올라가면 정상석이 있어요.

제왕산은 높이가 840m입니다.

고려 32대 우왕이 피난와서 성을 쌓았다는,

그래서 주변에는 기왓장과 성곽돌 무지가 발견되는 제왕산.

정상석에서 조금 더 가면 죽은 노거송이 있는, 

여기가 제왕산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습니다.

정상에 올랐으니 좀 쉬었다 가야죠.

오늘은  걷다가 쉬고 쉬면서 주전부리하고, 아주 느긋하게 한껏 여유를 부려봅니다.

능경봉 들머리 방향으로 갑니다.

제왕산 솟대바위에요.

임도에 내려왔지요.

임도를 조금 걷다가

이 길로 접어듭니다.

임도는 많이 걸었었거든요.

이쪽 길은 처음 걸어봅니다.

전망대도 있네요.

하늘은 높고 푸르러요.

햇살은 뜨겁구요.

우리가 살고 있는 강릉입니다.

영동고속도로도 보여요.

이 풀은 방아풀이구요.

다시 임도로 나왔지요.

능경봉으로 가는 들머리가 보입니다.

여기가 들머리이죠.  능경봉으로 가고 또 고루포기산으로도 가죠.

뒤돌아 본 능경봉 들머리.

저기 산불감시초소와 안내판 사이로 갑니다.

개미취도 꽃피고

대관령 하행 휴게소방면으로 갑니다.

새로운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그냥 휴게소자리 였던 (구)대관령휴게소로 가요.

하행 휴게소에는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이 있습니다.

영동고속도로 준공비가 보여요.

산비장이.

조선시대 마을을 지키는 비장이라는 벼슬이 있었는데,  가을의 산과 들녘에 우뚝 서서 늠름하게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이 그 [비장] 같다 해서 이름 붙여진 산비장이.

원산지는 우리나라라고 해요. 전국 산지의 햇볕 잘 드는 곳에 자라는 다년생풀.

햇살이 따땃이 내려쪼이는 곳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요 小路로 내려갑니다.

오랜만에 오이풀을 보네요.

이건 갈대인데요,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가 대관령 꼭대기에서 자란다는게 말이 되나요?

하늘에만 별이 있을까요

땅에도 별이 뜹니다.

새파랗게 눈이 돋아오릅니다.

땅이 하늘인 줄만 알고

애기 손바닥 같은 앉은키풀

총총 검은 땅에 박힙니다.

큰 풀 작은 풀

큰 별 작은 별

어두웠던 진땅

추위 풀리지 않았던 마른땅에

쏟아집니다. 반짝반짝

켜집니다. 열립니다.

풀은 발 아래 영원한 별

하늘의 별만을 세는가요

발 아래 별도 셉니다.

풀 하나 나 하나

풀 둘 나 둘

따주어도 따주어도 물번져 돋아나는

은하수, 은하수

우리의 잊을 수 없는 소식

흐릅니다. 떨립니다.

너 하나 나 하나

너 둘 나 둘

 

                             ------------- 이진명의  '풀은 별이에요' 

도로를 가로질러서 선자령가는 길로 접어들었죠.

포장도로가 싫어서 한국공항공사 무선표지소 옆길로........ 

가을꽃이 앞다투어 피고,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길.

방아풀

산비장이

산비장이꽃?

아니죠.   이 꽃은 곤드레나물꽃입니다. 고려엉겅퀴라고 하는.....

kt중계소 옆으로 가다가

이 길을 쭉 가면 선자령인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갑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국사성황사가 있어요.

옛 고속도로로 내려왔습니다.

여기가 반정이죠.

대관령옛길을 다시 걸어볼까요?

김홍도가 그린 대관령도 보고

신사임당의 詩도 읽고

근육질의 남성같다는 서어나무도 보며

옛길을 걷습니다.

취나물

주막집까지 왔어요.

주막집 앞마당엔 꽈리와 맨드라미, 과꽃이 잔뜩 피었네요.

마당가 한켠의 작은 연못엔 부들도 있네요.

아주 어린 개구쟁이 시절엔 저 [부들]도 먹으며 놀았습니다.

별 맛도 없었는데........

여기는 제왕산과 옛길 갈림길이죠.

물소리가 우렁찬 개울가 반석에 앉아 발을 담그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칩니다.

칼잎용담

오늘 우리는 14km를 걸었구요.

7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아마 쉬었던 시간은 한 40~50분 될꺼에요. 소풍나온 듯이 걸었거든요.

옛길입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