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9
오랫만에 충북 영동의 민주지산을 가 봅니다.
강릉에서 영동까지 4시간 40분 걸려 도착한 물한계곡 주차장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당히 넓네요.
화장실도 깨끗하구요.
등산객과 피서객들이 엄청 오는가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주차장이 이리도 넓을 수 가 없죠.
10시 30분경의 주차장엔 승용차 서,너대와 우리가 타고 온 차가 전부.
이제 또 힘차게 한번 걸어볼까요?
일단은, 다리모양의 왼쪽으로 가고,
다리를 건너 오른쪽 방향으로 갑니다.
길옆에는 산수국이 피었어요.
산수국의 꽃은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있죠.
둘레의 크고 연한 분홍색 꽃은, 벌과 나비를 불러모으기 위한 가짜꽃입니다.
민주지산 가는 길은 왼쪽편에서 졸졸거리며 흐르는 물한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갑니다.
1.6km 정도 거리를...
물한계곡은 물이 차고 깨끗하여, 여름철 최고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라고 해요.
그리고 민주지산은 봄에는 진달래가, 겨울에는 설산풍경이 좋은 산이라 해요.
어느 산이든 봄에 꽃이 피고, 겨울에 눈 덮히면 예쁘지 않은 산이 있겠냐마는
2017년 12월 중순, 흰눈에 푹 덮힌 민주지산은 예뻤어요.
그때는 도마령에서 출발하여 각호산, 정상을 지나 휴양림으로 내려갔었구요,
오늘은 정상과 석기봉을 거쳐 삼도봉으로 갈려고 합니다.
황룡사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과 삼성각을 보면서 출렁다리를 건넙니다.
조심 조심 걸어도 심하게 흔들리는 출렁다리.
삼도봉과 민주지산으로 가는 갈림길.
민주지산 방향으로 가요.
정상까지 3km는 조금 힘 드는 구간이 있어,
일단, 마음의 준비부터 하면서 갑니다.
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는군요.
한동안은 걸을만해요.
개망초와 조록싸리 피어있는 예쁜 길.
힘 내요!
까치수염이 인사합니다.
노루오줌도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군요.
왜 '노루오줌' 이냐구요?
이 꽃은 숲속이나 풀숲의 습한 곳에 자라는데,
이 식물 뿌리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바로 노루 오줌냄새와 같다고 해요.
사람들은 노루가 물 마시러 왔다가 오줌을 싸대서 그런 냄새가 난다고, 그리 이름을 지었다는 얘기가...
누가 오줌이라 하느냐
紅紫色 꽃방망이
여름 하늘을 후렸다고
몹쓸 이름으로 불려져야 되느냐
후려낸 향내로 꽃물 아롱지는
온 누리의 기쁨 가득하지 않느냐
일생을 살면서
비단실 꽃술에 붉은 마음 담아
벌 나비 떼 불러들이는 사랑 베푸는데
무슨 지린내를 풍긴다고 야단을 떠느냐
누구나 흠 한 가지는 안고 사는 걸
모자라는 것 없다고 우기는 사람아
예쁘고 잘난 것 놔두고 못 보는 시샘이
꼭 뿌리까지 들추어 증명해내는
심술을 부려야 했더냐
아무렴, 수수꽃이 이삭을 닮았기로서니
그윽한 향기를 따를 수 있겠느냐
------------------- 노루오줌 (김승기 詩)
가냘픈 줄기에 흰꽃이 무리지어 피는 '산꿩의 다리'
[꿩의 다리], [산꿩의 다리], [은꿩의 다리]는 그게 그거 같아서 헷갈립니다.
[꿩의 다리]는 1~2m로 크고 곧게 자라며, 7~8월에 흰색 또는 연한 보라색꽃이 핀다고 해요.
[산꿩의 다리]는 산에서 쉽게 만나는 꽃으로 50cm의 키, 그리고 6~8월에 흰꽃이 피며
[은꿩의 다리]는 중부 이남지방, 산기슭 반그늘에 자라며 30~60cm, 7~8월에 홍자색이 도는 흰꽃이 핀답니다.
이런 길은 걷기가 좀.....
이쯤에서 힘들다고 봐야죠?
남, 중, 북부지방의 높은 산 꼭대기의 축축한 풀숲에 사는 '박새'
6~8월에 연한 노란빛이 도는 흰색의 꽃이 피는데,
유독성 식물이지만 한방에서는 박새 뿌리줄기를 살충, 해열, 감기, 생선중독, 뱀독, 중풍, 고혈압, 황달, 치통, 신경통 등 여러곳에 약재로 이용한다고 하는군요.
흙을 밟으며 가면 기분이 좋아지죠.
피나물, 박새, 투구꽃, 동자꽃 등이 피는 여기,
특히 피나물 노란꽃이 무리지어 피는 5월은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 이랍니다.
키작은 풀들이 등산로 바위틈 까지 자라는 길은, 비밀의 정원처럼 예쁘구요.
'민주지산(岷周之山)'이라는 이름은 일제시대에 처음 공식화 되었다고 해요.
지역주민들은 이 산을 민두름산(밋밋한 산)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 음차하면서 민두름을 민주지(岷周之)라고 했던 것이라 해요. 이두 식 표기인거죠.
'두름'에 대응하여 두루 주(周)를 사용한 것이고, 한자로 민(岷) 대신 민(眠)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음이 중요하지 한자의 뜻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민주지산은, 고문헌에 백운산이라 불렀다 하여 백운산'이라고 이름을 바꾸자는 운동도 있었으나,
호응이 없어 흐지부지 되었다 합니다.
그리고 민주지산이라 해서,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관계없다고 해요.
또한, 민주지산은 한국군의 혹한기훈련 에서 한번은 언급하는 지명이라고 합니다.
1998년 4월 , 대한민국 육군특전사 대원들이 이 곳에서 천리행군을 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악천후로 고립되어 저체온증과 탈진으로 6명이 사망한 곳인데요,
이 참사가 제5공수특전여단 동사사고라 합니다.
쪽새골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100m.
가파른 길이라 이정표앞에 있는 벤치에 배낭을 벗어놓고 올라갑니다.
정상 바로밑에는 털중나리가 피었어요.
땀으로 흠뻑 젖은 몸으로 훠이 훠이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털중나리꽃을 보니 피로가 싹 가시네요.
정상석이 보입니다.
새로 세워놓은 정상석은 키만 뻘줌하게 크고,
글씨체도 별로네요. 세상에 예쁜 글씨체가 얼마나 많은데요.
위 사진은 17년 12월에 찍었던 사진입니다.
흔히 보는 천편일률적인 까만색깔 정상석, 명조체 글씨가 좋다는건 아니지만,
글씨체만이라도 달리 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출출합니다.
12시 반이 넘었기에 쪽새골삼거리 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겠어요.
땀 뻘뻘 흘리며 힘들게 산행하면서도 해맑게 웃는 山友를 보면 덩달아 미소가 지어지고.....
밥 먹고 간다고 자리를 잡자 후두둑 쏟아지는 빗방울.
점점 더 내리는 비에, 결국은 먹는 둥 마는 둥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석기봉으로 갑니다.
소나기를 맞아 함초롬한 산옥잠화 꽃봉오리.
민주지산이 1,241m이고, 석기봉이 1,200m이니까
능선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되죠.
비를 맞은 돌양지꽃과
조록싸리꽃,
참조팝나무꽃이 세수를 한 것 마냥 깨끗하면서도 꽃이 더 빛나네요.
하늘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받은 선물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얼굴, 콧노래 한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듯한
기쁨이겠습니다.
-------- 선물 (나태주)
오늘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아 기분 좋은 걸까요?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마음이 환해집니다.
미역줄나무.
비가 그치면서 안개가 끼고,
꽃이 핀 이 길을 걸으며,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 부르면서 걷고 또 걷고....
커다란 바위 양옆으로 길이 있는데,
왼쪽길은 등산금지라 해서 오른쪽으로 가다가 되돌아 왔죠.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는 게 우리가 가는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해서,
이 나무팻말 방향으로 갔지요.
바위떡풀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이 길은, 위험하면서도 신나는 곳입니다.
사진에는 그저 밋밋해 보일런지는 몰라도, 조심해서 올라가야 해요.
정신 바짝 차리고 올라야 했죠.
그래서 이쪽 길은 등산금지라 했더군요.
그리고 또,
조금 짧은 곳이지만, 밧줄 잡고 바위 위로 올라가는 곳이......
석기봉에 왔습니다.
석기봉은 민주지산의 주릉 중에서 가장 빼어난 산 인데요,
쌀겨처럼 생겼다고 쌀개봉이란 이름에서 유래했다 해요.
石奇峰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조망이 아주 좋습니다.
이 석기봉은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 미천리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의 道界에 위치하고 있는데, 석기봉을 다른 이름으로는 食品峰, 石衣峰이라 부르기도 한다네요.
석기봉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앞서 간 일행들이 주변 조망을 둘러보고 있는게 보이네요.
중앙의 바위옆으로 가면 삼도봉이 있습니다.
기린초가 피었군요.
석기봉을 내려와,
바위옆 길로 내려옵니다.
가느다란 줄기끝에 핀 흰씀바귀.
노루오줌.
삼도봉입니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경북 김천시 부항면, 전북 무주군 설천면 등 3개의 道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삼동봉 높이는 1,176m.
산봉우리가 3개인데, 그 산봉우리가 삼잎같이 보였다고 삼도봉이라 불렀답니다.
이 삼도봉은 1990년 10월 10일, 해묵은 지역감정을 일소하고 지역주민 간의 대화합을 기원하는 2.6m의 대화합 기념탑을 건립했는데요,
이 날(10.10)을 삼도 화합의 날로 지정하여 매년 영동군과 김천시, 무주군이 삼도봉에 모여 '화합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침에 지나왔던 황룡사로 갑니다.
산딸나무꽃이 눈부시도록 하얗게 핀 나무옆으로 가요.
백두대간길 우두령으로 가다가,
황룡사로 방향을 꺾고....
'참좁쌀풀'이 우리나라 특산 식물인거 다 아시죠?
山野에서 참좁쌀풀을 본 건 처음입니다.
좁쌀풀은 많이 보았었죠.
물한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오늘 산행도 마무리합니다.
황룡사는 1972년에 창건한 사찰인데요,
그 옛날 여기 물한계곡안에 있던 신구암(神龜庵)이라는 절을 복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 자그마한 절이더군요.
이 꽃은 기린초이구요.
이 꽃은 산수국입니다.
산행코스: 물한리 주차장 - 정상 - 석기봉 - 삼도봉 - 물한계곡주차장
14.5km, 5시간 30분 (식사시간과 휴식시간 30분 포함)
민주지산 [岷周之山1241m]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에 위치한 민주지산은 충청, 전라, 경상 삼도를 가르는 삼도봉을 거느린 명산으로
옛 삼국시대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루었던 산이기도 하다.
북쪽으로는 국내 최대 원시림 중 하나로, 물이 차다는 물한계곡은' 약 20㎞를 흐르는 깊은 계곡으로,
원시림 등이 잘 보존되여 있으며 용소, 옥소, 의용골폭포, 음주골폭포 등이 있어,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정상 남쪽 50m쯤 아래에는 삼두마애불상이 있다.
경북쪽으로는 김천시 황악산 기슭의 직지사, 동남쪽으로는 석기봉과, 삼도봉이 있다.
민주지산(岷周之山·1,242m)의 한 봉우리로 충청, 전라, 경상도를 아우르는 분수령이며 민족화합을 상징하는 삼도봉(三道峰·1,177m)은 대덕산과 덕유산으로 갈라져 지리산과 맥을 이어준다.
봄이면 민주지산에서 북으로 각호산, 남동쪽으로 석기봉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8㎞의 주능선에 ,
진달래가 유명하며 겨울, 봄, 여름 순으로 사계절 두루 인기 있는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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