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늦여름의 산행 : 어명정. 술잔바위. 대공산성(서문).

adam53 2021. 8. 29. 15:25

2021. 8. 27.

계속해서 발생하는 코로나 확진자,

때 아닌 가을장마로 매일 지질거리는 날씨때문에 산행도 못하고 집에만 죽치고 있던 중,

낮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가끔씩 동행하던 山友 2명과 함께 가까운 산으로 갑니다. 

비 오기전에 아침 일찍 다녀 올려구요.

보현사가 있음을 알리는,

작은 다리 건너에 보이는 - 보현사의 일주문을 대신하는 저기 저곳,

그 다리를 건너기 전에 주차를 하고,

오른쪽에 보이는 이 등산로를 올라갑니다.

8월이 다 가는 늦여름,

9월이 오고  가을이 오면, 저 푸르른 나뭇잎도 붉게 단풍이 들고 또 낙엽되어 떨어지겠죠?

오늘 산행코스는 어명정에서 술잔바위 그리고 대공산성 동문을 지나, 서문까지 갔다가 돌아 올 생각입니다.

뚝깔 꽃이 피었어요.

가을이 시작된다는 거죠.

어명정으로 가다보면 이렇게 갈림길이 종종 나오는 데요,

왼쪽이고 오른쪽이고 그냥 아무길이나 선택해서 가면 됩니다.

어느쪽 길을 가던 잠시후에 만나게 되니까요.

대개 왼쪽길은 지름길, 

오른쪽길은 조금 둘러가는 길입니다. 몇발자국이라도 조금 더 걷고 싶다면 오른쪽길로 가면 됩니다.

도라지모싯대꽃도 피어납니다.

임도를 만났네요.

오늘도 늘 그랬듯이 가운데 길로 갑니다.

오른쪽의 좋은 길은 임도인데요, 임도를 따라가면 빙 돌아서 가기 때문에 너무 멀어요.

취나물도 꽃이 피었어요.

소나무와 참나무가 영역다툼을 하는 사이로 올라갑니다.

아직까지 여기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서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데요,

소나무가 햇빛을 더 많이 받고 쑥쑥 자라면 참나무쪽으로 영역을 넓힐 것이구요,

참나무가 더 먼저 자라면 소나무가 자라는 땅을 뺏어가겠죠.

마타리도 노란꽃을 피웠군요.

산행하며 만나는 꽃들 모두 가을을 알리는 꽃입니다.

참매미가 그 수명을 다 해서, 나무에 붙어있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졌어요.

매미는 종류에 따라 소리의 길이와 높낮이가 다 다른데요, 참매미는 아침에 잘 운다네요.

매미 중에서도 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수컷뿐이구요, 수컷은 암컷을 꾀어 짝짓기를 하려고 배에 있는 울음주머니를 울려서 소리를 낸답니다.

수컷은 짝짓기를 마치면 곧 죽고 마는데, 암컷은 알을 낳고 나면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고 해요.

애벌레는 5~6년동안 땅속에서 자라면서 여러차례 껍질을 벗고 자라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살다가 우화하여 매미가 되면 보름정도 살고 죽는답니다.

오늘 여기 와서 참매미 우는 소릴  다 들어 봅니다.

털매미, 쓰르라미도 연신 울어대지만, 

참매미가 맴, 맴, 맴, 매애~앰 하고 우는 소리는 정말로 듣기 힘들더라구요. 

서식환경이 나빠서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탓이겠죠?

일부러 깎은 듯 커다란 바윗돌이 평평한곳에 앉아 잠시 쉬어 갑니다.

취나물.

소나무는 씩씩하다.

봄에도 죽지 않고

여름에도 죽지 않고

가을에도 죽지 않고

겨울에도 죽지 않고

소나무는 씩씩하다.

    -------------- 서창우 '소나무'

바위 틈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사는 모습이 애잔해 보이는 저 소나무.

소나무밑에 자라는 이 풀을 우리 또래의 사람들은  송이풀이라 불렀습니다.

이 풀이 자라는 곳에 송이버섯도 자란다고 그리 불렀는데.......

매미소리가 하 요란해서 쳐다 봤더니,

매미가 나무에 붙어서 맴 맴 ...

이곳을 찾는 山客들은 여기도 쉼터라고 쉬어가는 곳이죠.

임도에 다다랐습니다.

얼마동안은 이 임도를 걸어야 해요. 오른쪽으로 가죠.

이 임도를 따라가면 어명정 정자가 있습니다.

독활꽃이 피었어요.

다른 이름으로는 [땅두릅]이라고도 해요.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나무사이로 정자가 보입니다.

어명정에 도착했는데

이런, 출입금지네요.

2007. 11. 29 산림청장과 문화재청장이 광화문 복원에 사용할 소나무를 베기 전에, 산신과 소나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제를 지낸 곳에 세운 것이 어명정이고,

정자위에 올라보면, 소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위에 유리를 깔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놓았었는데,

유리를 걷어내고 정자에도 올라가지 못하게 했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정자아래의 소나무 그루터기가 썪어버려서 그랬네요.

술잔바위로 갑니다.

1km 남짓한 곳에는 술잔바위가....

지질거리는 날씨로 인해 산에는 갖가지 버섯들이 자랍니다.

이건 싸리버섯이라고 하는데 아무리봐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닌건 아닌거죠~ㅎ

이 버섯은 버섯기둥이 좀 색다르죠?

가까이에서 봐도 신기하게 생겼네요.

우리가 부르던 송이풀을, 요즘에는 며느리밥풀꽃이라 부릅니다.

붉은 꽃잎에는  밥풀 같은게 2개 있는데요, 며느리밥풀꽃에는 슬픈 얘기가 전해 옵니다.

옛날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며느리를 들였다고 합니다. 그 집 시어머니는 엄청 모진 사람이었구요.

그 시어머니 밑에서 고된 시집살이를 하던 어느 날, 새댁이 저녁 밥을 짓다가 밥이 뜸이 잘 들었나 보려고 밥알을 입에 물었는데 그때 시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오다가 그 광경을 보았답니다.

시어머니는"어른들께 먼저 드릴 생각은 안하고 부엌에서 너 혼자 훔쳐 먹느냐"고 불같이 화를 내며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팼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으면서 마지막에

"어머니! 저는 밥을 훔쳐 먹은것이 아니라 밥이 뜸이 잘 들었나 해서 밥알 두알을 입에 물었을 뿐 입니다"

라는 말을 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죽고 말았다고 해요.

그 후 그 며느리가 묻힌 산속 무덤가에는 흰 밥풀 2개를 문 붉은꽃이 피어났는데,

그게 며느리밥풀꽃이라는 그런 전설입니다.

구절초가 피기 시작했어요.

구절초가 피면 가을이 오지요.

이름 모르는 이 키 작은 나무에는 앙증맞게 빨간 열매가 달렸구요.

떡갈나무에는 도토리가 크고 있습니다.

멧돼지 쉼터를 지납니다.

멧돼지들의 놀이터 겸 식량창고인 저 곳에 물이 제법 고였어요.

멧돼지들이 뒹굴며 목욕하기 좋겠네요.

흰꽃이 사방으로 갈라져 핀 모습이 바람개비를 연상케 하는 단풍취는 참 예쁩니다.

꽃도 예쁘고, 단풍을 닮은 이파리도 예쁘고, 이른 봄의 나물도 맛있고...ㅎ

예쁘죠?

작은 도랑물이 흐르는 곳에는 물봉선이 피었어요.

송이거리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일단은 100미터 거리의 술잔바위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서 대공산성으로 갈겁니다.

약재로 쓰이는 삽주싹 꽃은 처음봅니다.

술잔바위에 왔어요.

바위 위에 올라서도 나무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이네요.

바위에 움푹 파인 모습이 술잔 같다고 해서 술잔바위라 하는데요,

그냥 딱 봐도 술잔 같죠?

저 멀리 나무사이로 풍력발전기가 보입니다.

바람이 센 곳에 하나 둘 세워지던 풍력발전기는, 지금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눈에 띌 정도로 흔해졌죠.

술잔바위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노닥거리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술잔바위에서 계속 직진하면 '명주군왕릉'으로 갑니다.

송이버섯을 채취해 갈까봐, 움막을 지어놓고 지키는 송이거리를 지나,

산성마루 삼거리에 왔습니다.

여기서 일행 2명은 하산하기로 하고 혼자서 대공산성을 갑니다.

아무도 없는 길.

들리는 건 타박 타박 걷는 발자국소리 뿐.

108계단을 오르고,

이 모퉁이를 지나면,

강릉시의 여기저기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요,

흐린 하늘외에는 나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대공산성 동문에 도착했습니다.

산성이 조금 보이는군요.

동문 오른쪽의 산성은, 큰비에 조금 무너져 내린 것 같네요.

왼쪽 산성은 그대로이구요.

동문에서 500m 더 가면 서문이 있구요,

오늘은 서문까지 가 봅니다.

샘터에는 맑은 물이 퐁퐁 솟아나고

대공산성 서문에 왔지요.

 

강릉의 대공산성은 현재까지 정밀 학술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축조 및 폐성시기, 축성 배경, 변천과정 등 그 역사적 성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는 없으나, 산성의 지리적 위치 및 입지조건, 성벽의 축조상태, 추정 건물내에서 출토된 유물, 문헌자료 등 여러 정황을 함께 미루어 볼때 삼국시대가 아닌 고려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며, 몽골·거란·왜구 등의 외세 침입에 따른 입보용 피난성의 목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서문을 지나 직진하면 곤신봉, 선자령으로 가게 됩니다만 오늘은 여기까지.

벌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여기는 너무도 호젓해서, 오래 머물기가 좀 그렇네요.

대공산성 이 길은 강릉의 산악인들이 주로 찾는 곳인데요,

코로나와 장마로 인해 오가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등산로에는 풀과 잡목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잡고 있드군요.

금방이라도 옆에서 멧돼지가 튀어 나올 것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고요하다.

 

나뭇잎을 갉아 먹던

벌레가

가지에 걸린 달도

잎으로 잘못 알고 

물었다.

세상이 고요하다.

 

달 속의 벌레만 고개를 돌린다.

 

                          ---------- 이성선 '고요하다'

다시 동문에 왔습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울트라바우길의 한 구간이기도 합니다.

-----------  강릉 대공산성(江陵 大公山城)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에 있는 산성인데요,

1979년 5월 30일 강원도의 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되었다고 해요.

기록에 의하면 이 산은 보현산이라 하고 산성은 보현산성으로 불리며, 둘레가 1,707척이라고 했답니다.

대관령과 연결된 산맥에 자연적인 산세를 이용하여 쌓은 산성으로, 소금강에 있는 금강산성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해요.

북쪽의 성벽은 험준한 절벽을 이용해 쌓았는데 거의 붕괴되었고,

지금은 남쪽 방면으로 높이 2m 정도의 성벽이 남아 있는데요,

남쪽의 성벽은 다듬지 않은 돌을 이용하여 쌓았으며, 동·서·북쪽에는 성문터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범꼬리]를 봅니다.

강릉지역에서는 이 꽃을 본 적이 없었는데 대공산성길에서 보네요.

무리지어 피는 꽃인데,  겨우 한포기 밖에 보지 못했지만 여기서 보게 된 것도 놀라울 따름.

전망대를 지나쳐 내려갑니다.

나무들이 우거진 한적한 길을 따라 가다가

산성마루 쉼터에서 숨 돌릴 새도 없이

임도 2지점으로 갑니다.

멧돼지가 길옆 여기 저기를 마구 헤집어 놓았어요.

대공산성교를 건너

임도와 마주칩니다.

먼저 내려와서 쉬고 있던 일행도 여기서 만났구요.

길섶에는 미역취와

개쉬땅나무가 반갑다고 인사하네요.

임도를 걷다가 오른쪽에 보이는 큰 소나무가 있는 쪽으로 꺾어야 해요.

안그러면 임도를 마냥 걸어야 하거든요.

여기서는 쉼터방향으로 가요.

도라지 꽃망울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빵빵하네요.

수량(水量)이 그리 많지 않음데도 대공폭포는 힘차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고....

오랜만에 찾은 대공산성.

그냥 저만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왠지 모를 반가운 마음이 들었었댔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산행하기에 그만이었구요.

오늘 산행은 여기서 끝냅니다.

들머리는 여기였구요.

아래의 지도는 오늘 걸었던 길을 표시한 것입니다.

산행코스: 보현사 초입 - 쉼터 - 거북등 - 어명정 - 멧돼지쉼터 - 송이거리 - 술잔바위 - 다시 송이거리 - 산성마루 - 대공산성 동문 - 대공산성 서문 - 산성마루 - 대공산성교 - 임도 - 쉼터 - 대공폭포 - 보현사 초입 (9.6km, 4시간 40분, 휴식시간 40분포함)

 

 

대공산성

대공산성은 축성시기 및 배경 등 그 내력에 대한 기록은 자세하지 않으나,

조선시대에 편찬된 여러 문헌에 단편적인 기록이 전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파암산석성(把岩山石城)'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둘레는 768보(步)이고, 성안에는 작은 도랑 5개가 있는데, 그 중 3개는 가물면 마르고, 2개는 마르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동국여지지』·『여지도서』· 『대동지지』·『증보문헌비고』·『연려실기술』·『증수임영지』 등에서는 '보현산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둘레는 1707척(尺)이고, 석축이라고 하였다.

1942년에 간행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도 '보현산성'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석축으로 둘레가 2000간(間)이라고 하였다.

이 산성은 기록이 전하는 여러 문헌 중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고적조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시대에 사용하였다가 조선 전기~중기 무렵에 폐성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