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가을비 맞으며 걷는 길 - 오봉산.제왕산임도.금강소나무숲

adam53 2021. 10. 9. 17:36

2021. 10. 7 

때아닌 가을 장맛비가 일주일이 넘도록 내리던 중에

오늘 아침나절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기에 산행을 하기로 합니다.

매번 산행을 같이하는 이웃의 山友와

지난 해 6월말, 코로나확진자 급증으로 산악회 운영이 중단되어 1년이 넘도록 만나지 못한 山友,

그렇게 셋이나 길 떠납니다.

멀리 갈 수 없어 주변에 있는 산을 맴돌게 되어, 오늘도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서 합류했는데요,

그 넓디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 있군요.

오늘은 계획은 이렇습니다.

일단 '오봉산'에 들린 후 제왕산 쪽으로 가다가 임도를 만나, 임도끝에서 금강소나무숲길로 내려올려고 합니다.

옛길 입구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입구 주변의 식당마당에 주차를 하고 싶어도 출입하지 못하게 해서 

박물관 주차장에서 옛길입구까지 1km정도 걸어가는데 ........

아침공기는 아주 상쾌합니다.

이른 시간인데다 새벽까지 비가 왔거든요.

오랜만에 만나니까 밀린 얘기가 끝이 없네요.

옛길 입구가 멀지 않았군요.

평소 같았으면 저 돌다리를 건너는데,

많은 비가 내렸던 터라 다른 길로 가야겠어요.

옛길 입구의 식당들은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온 세계에 퍼진 전염병 때문에 타격 받은 것 여기만이 아니죠.

모두가 힘든 요즈음입니다.

우주선펜션에서 왼쪽

'대관령 치유의 숲' 쪽으로 가요.

4번길로 가는 건,  포장도로를 걷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구요.

건물 왼쪽길로 가요.

포도송이처럼 '좀작살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소담스레 열렸네요.

'

끝에 있는 건물을 지나

또 다시 왼쪽으로 갑니다.

꽃향유 향기가 나는가요?

꽃향유, 향유, 배초향은 언뜻보면 비슷 비슷한 향기식물인데요,

꽃향유는 꽃이 칫솔처럼 한쪽으로 치우쳐 피고,  배초향은 꽃대에 빙 둘러 꽃이 핍니다.

좀 성글게 피었으면 향유.

12번으로 갑니다.

참고로 31번까지의 길은 아까 지나 왔던 그 '숲 강의동'과 연결되었구요,

어느길이나 길 상태는 좋습니다.

그랬다지요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넓은 평상을 마련해 놓았네요.

쉬어 가라고

오르막길이지만 그리 힘든건 아닙니다.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어 놓았거든요. 

가다가 한숨 돌리며 저 앞을 바라보면

산허리를 감싸 안은 구름이 이런 풍경을 만들어 놓았어요.

산행하기 좋은 날입니다.

비 온 뒤라 흙먼지도 안 날리고 기온도 서늘하고 ......

이 소나무를 보니 반갑군요.

능선에 다다랐거든요.

24번으로 갑니다.

당초 계획대로 '오봉산'을 들려 봐야죠.

안녕 !

물기도 채 마르지 않은 얼굴로 구절초가 반깁니다.

진달래꽃도 반갑게 맞아주고요.

정상에 다 왔어요.

541m의 오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앞산의 구름은 시시각각으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 보는게 그리 흔치 않은데

오늘 산행하기 참 잘했네요.

함께 산행하는 길벗.

이제 또, 가 볼까요?

26번 방향으로 갑니다.

능선길이라서 걷기도 좋아요.

비를 흠뻑 맞은 소나무는 푸르러가고......

30번 방향으로 ~

갈림길에서 제왕산 방향으로 갑니다.

왼쪽은 '만종봉'을 거쳐 제왕산 방향으로 가지만,

오늘 걷는 거리가 만만찮기에 '만종봉'은 패스 ~

바위에는 이끼가 새파랗게 덮이고,

소나무 밑둥에도 이끼가 자라고 있습니다.

걷는 내내 구절초, 쑥부쟁이의 향기가 가득한 가을 길.

축축한 숲길을 지납니다.

나무들은 우리들의 얘기를 귀 기울이면서  함께 웃고 ....

습지 조성을 해 놓았네요.

지금이야 산돼지가 목욕하는 곳이겠지만, 먼 훗날에는 다양하고 희귀한 그런 습지식물들이 자리하겠죠?

삼거리에 왔습니다.

여기서 옛길로 내려가던가, 

제왕산으로 가죠.

좀전에 지나쳐 온 습지 조성을 한 곳 가까이에 습지조성을 또 하네요.

습지를 복원하면 한번 가 봐야겠습니다.

제왕산 가는 마지막 쉼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가랑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즐거움이고, 또  추억이라 여기며....

임도에 올라섰습니다.

왼쪽은 제왕산 가는 길인데요, 오늘은 임도를 걷기로 합니다.

동행한 두사람은 이 길에 훤하네요. 단풍이 드는 때면 아름다운 길,  걷기 좋은 코스라는 걸.

들여다보아도

또 들여다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자꾸자꾸 들여다보았으므로

마침내 눈망울이 되어버린

물방울

                 -------- 서종택 '이슬'

삶을 문득이라 부르자 / 권대웅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오전

낯선 골목길 담장 아래를 걷다가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는 순간,

내가 저 꽃나무였고

꽃나무가 나였던 것 같은 생각

화들짝 놀라 꽃나무 바라보는 순간

짧게 내가 기억나려던 순간

아, 햇빛은 어느새 비밀을 잠그며 꽃잎 속으로 스며들고

까마득하게 내 생은 잊어버렸네.

낯선 담장집 문틈으로

기우뚱

머뭇거리는 구름 머나 먼 하늘

언젠가 한 번 와 본 것 같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고요한 골목길

문득 바라보니 문득 피었다 사라져버린 꽃잎처럼

햇빛 눈부신 봄날, 문득 지나가는

또 한 생이여.

오늘 본 이 아름다운 풍경은 오랜동안 기억에 남겠죠.

가랑비 맞으며 걷는 이 길도 잊혀지지 않겠죠.

많이 걷는데도 불구하고 힘들거나 지치지 않는  이 길.

비에 젖어 함초롬한 이 예쁜 가을꽃들도 늘 생각날테죠.

제왕산 임도의 전망대.

여전히 구름은 산허리를 감싸고,

산과 하늘의 경계도 없이 뒤덮혔습니다.

봐도 봐도 자꾸만 눈길이 가는 쑥부쟁이.

안개속으로 걸어갑니다.

오늘 기분은 한마디로 '짱' 입니다.

---------  최고'에요.

제왕산 임도끝까지 왔어요.

쉼터는 비에 젖어, 앉을 수 가 없어 그냥 갑니다.

이제 '금강소나무숲 둘레길'을 걸을꺼에요.

이런,

이 길을 가지말라고 하네요.

비(태풍, 폭우) 피해로 길이 파손되고 위험하다구요.

그렇지만 가는 길 내내, 무너진 곳도 없이 길은 잘 닦여져 있고

목책과 다리도 놓여있고

길도 예쁘고

전혀 위험하지 않은 그런 길을 걷습니다.

가을이 내려 앉았네요.

꽃가루를 뿌려 놓은 듯 이 조붓한 길에는,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이 가득해요.

가을이 깊어지고 단풍 들면은, 무척이나 예쁘겠다는 생각이 드는 ...................

넓은 평상과 통나무 의자가 있는 쉼터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안개는 주위를 둘러싸며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신발 끈을 단단히 조입니다.

평상 끝 2개의 스틱이 있는 곳에 작은 비탈길이 있어, 그리로 내려가야 해요.

가파른 곳이라 조심 조심하며 내려가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울까요?

주황색으로 물든 단풍잎이 안개속에서 도드라져 보입니다.

온 산이 단풍 들면은 더할 나위없이 예쁘겠죠?

山竹 사이로 난 길을 가는데,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네요.

흡사 강물이 흘러가며 내는 소리처럼 그렇게 쎄디 쎈 물소리.

힘찬 물줄기가 내는 소리,

우렁찬 개울물 소리가 조용하던 주위를 휘덮습니다.

숲속에는 고요가 산다 /정종목

 

하얗게

허물 벗는 물소리, 내 귀가

맑게 트인다. 산꿩이 푸득푸득

산 그리메 털고

소용돌이소용돌이소용돌이가

복숭아나무에 차오른다

청설모 한 마리

팽팽한 시위를 놓듯

건너간다. 바람이 가만

여물지 않은 씨방을 건드린다

우우우우 흩어져 꽃잎, 꽃잎

 

옛길과 만났습니다.

오른쪽이 옛길.

'흰그늘돌쩌귀'가 눈에 띈다 했는데,

여기 저기 사방이 흰그늘돌쩌귀.

보면 볼 수록 꽃이 참 예쁘죠?

숲속 반그늘에 사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다년생풀인데요, 요즘은 흰그늘돌쩌귀라 부르지도 않아요.

그냥 '투구꽃의 한 종류'라고 하죠.

덩이뿌리를 한방에서는 이뇨, 강심, 진통, 황달, 신경통 등에 사용한다 하는데요,

그 덩이뿌리 모양이 옛날 집 문에 달린 '돌쩌귀' 같다해서 그리 불린답니다.

주막집에 왔네요.

정감가는 시골집, 그 자체죠.

마당 한켠에는 맨드라미

꽃범의 꼬리

금잔화가 한창 ................... 피었구요.

옛길 입구에는 해충기피제 분사기가 있어요,

올라가는 길이라면 뿌리고 가는게 좋겠죠?

 

우주선화장실 앞에는 신발 흙털이기도 있습니다.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 도착했구요,

대체적으로 평탄하고 순한 길을 걸었던, 오늘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산행코스 : 대관령박물관 주차장 - 옛길입구 우주선펜션 - 숲 강의동 - 오봉산 - 제왕산 방면 - 제왕산임도 - 금강 소나무숲 둘레길 - 옛길 - 대관령박물관 주차장

( 12.9km,  휴식시간 1시간 포함해서 5시간 40분 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