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3 추분
이른 아침, 오랜만에 노인봉에 갑니다.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에 있는 노인봉.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는 6시 40분.
해발 900m의 진고개에는 겨울 바람이 쌩쌩 불어댑니다.
노인봉은 오대산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어, '오대산 노인봉'이라고 하죠.
서둘러 산행을 시작합니다.
좀 걷다보면 추위가 가시겠죠?
각시취꽃이 피었네요.
노인봉 산행은 짧게 또는 길게 2개의 코스를 선택하는데요,
짧은 산행을 한다면 진고개탐방지원센터 - 노인봉 - 진고개탐방지원센터 (왕복 8.2km, 3시간),
긴 산행을 할 때면 진고개탐방센터 - 노인봉 - 낙영폭포 - 백운대 - 구룡폭포 - 금강사 - 무릉계 - 소금강주차장(14km:6시간)으로 합니다.
노인봉 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고, 길도 예뻐요.
여기 저기 투구꽃이 많이도 피었군요.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요, 높은 산 중턱, 밝은 숲속에서 자랍니다.
원줄기는 1m, 손바닥모양의 잎이 3~5개로 갈라지고,
9~10월에 원줄기 맨끝에서 5~10개 이상의 진한 자주색꽃이 핍니다.
꽃 모양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 하는데, 지바리꽃, 싹눈바꽃, 개싹눈바꽃, 진돌쩌귀, 새잎돌쩌귀 등을 모두 다 투구꽃이라 해요. 비슷한 종 이거든요.
뿌리의 강한 독을 민간에서는 중풍을 다스리는 약재로 쓴다고 하고,
꽃이 예쁘다고 집에서 기르기도 한다지만, 독초이니까 되도록이면 꽃과 이파리를 만지지 않는게 좋겠죠?
가을꽃 '각시취'가 지천으로 피었어요.
쑥부쟁이도 연보라색 꽃을 피웠구요.
미국쑥부쟁이도 흰꽃을 피웠습니다.
번식력이 좋은 미국쑥부쟁이는 개망초처럼, 토종식물인양 우리나라의 온 산하를 덮고 있습니다.
진고개 고위평탄면을 지납니다.
해발 900~1,000m 진고개 정상부 일원에는, 고지대임에도 넓고 평탄한 지형이 형성되어 있는데요,
침식작용을 받은 평탄면이 융기하여,
높은 고도에 위치한 '고위평탄면'이라는 지형이 되었답니다.
고위평탄면은 융기이전의 한반도가 평탄했었다는 증거가 되는 지형으로,
융기 이후 지속된 개석작용(골짜기 침식작용) 으로 한반도 일부지역에만 분포하고 있다고 해요.
누운 채 유월 가고, 칠월 가고 팔월 가네.
엉겅퀴 타래난초 물봉선
때맞춰 꽃피고 꽃져 갔겠네.
가슴 끓는 숨가쁜 입맞춤 없이도
여름 가고 그늘에 숨어 꽃핀 쑥부쟁이
구절초, 꿩의 다리
길 가상으로 걸어나오겠네
즈그 이름 열어보이겠네.
아까워라
아는 길도 못 가는 식은 가슴에
이름 가리고 핀 꽃 몇 송이.
이렇게 누운 채 가을 오네.
--------- 김해화의 '가을맞이'
단풍이 들기 시작하네요.
노인봉에서 소금강 계곡으로 가는 길 도중에는 공사를 하는 구간이 있어, 소금강탐방로를 통제한답니다.
이 계단 이외에는 힘든 곳이 없는 등산로.
참나무 숲길을 갑니다.
산이 높아 참나무도 쭉쭉 자라지 못하는 군요.
참나무는 양지바른 산에서 자라는 큰키나무인데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모두 참나무라 부르죠.
참나무 중에서 굴참나무는 껍질이 두껍고 거칠어서 너와집 지붕을 이었구요.
그물을 놓았음을 표시하는 부표를 만들기도 했구요.
---------------- 요즘에는 이 껍질로 병 두껑을 만들기도 한다네요.
도토리는 떫은 맛이 나지만 녹말이 많이 있어 묵이나 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요,
다람쥐의 식량이니까 산에서 도토리를 주으면 안되겠죠?
정상이 가까워지고....
가던 방향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갑니다.
길,
참 예쁩니다.
'가을.하면 구절초 죠.
수수하지만 볼 수록 예쁜 꽃.
향기는 또 얼마나 좋은데요!
다 왔어요.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그 모습이 백발노인과 같아 보인다 하여 '노인봉'이라 해요.
사방을 둘러봅니다.
저멀리 황병산과 소황병산이 보이네요.
서쪽방향
여기는 북동쪽.
황병산 꼭대기에 뭔가 우뚝 솟아있어 당겨봅니다.
이젠 내려가야겠어요.
두사람은 무얼 찾는걸까요?
두꺼비?
도룡농?
아님 다람쥐?
마가목 열매가 꽃처럼 예뻐요.
구절초꽃/ 김용택
하루해가 다 저문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노인봉 삼거리에 왔습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소금강 계곡,
오른쪽으로 가면 진고개 탐방지원센터.
소금강 방면으로 100미터 쯤 가면 화장실이 있습니다.
노인봉 무인관리 대피소이죠.
여기서 노인봉 산행은 끝냅니다.
진고개에서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은 위로 올라갈 수록 잦아들었구요.
전형적인 가을날씨를 보여 화창했습니다.
국화과에 속하는 구절초는 들국화의 한 종류로 선모초라고도 합니다.
전국 야산 양지바른 곳에 자생하며 국화잎보다 넓고 깊게 갈라 지는데요, 9월부터 11월까지 꽃이 피며 줄기끝에 둥글고 가는 꽃잎이 하얗게 피는데, 더러는 연분홍의 개체도 있습니다.
비슷한 종류로는 산구절초, 바위구절초, 포천구절초, 한라구절초 등이 있죠.
따스한 햇빛을 받고, 칼잎용담 꽃이 피려고 해요.
참취꽃따라 가을은 점점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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