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제왕산 산행

adam53 2020. 2. 20. 17:15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雨水 ,

날씨가 풀리면서 낮 기온이 11도까지 올라 간다기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제왕산에 한번 가려구요.

대관령옛길 입구의 만나가든에 주차를 합니다.

대관령박물관 뒷편 주차장에 주차하고 여기까지 걸어오면 한참 걸리기에 주차하기가 마땅치 않은 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왔는데,

다행히도 빈자리가 있네요. 느지막히 10시경 출발한 탓이기도 해요.  

옛길 입구.

사람들도 눈에 띄질 않습니다. 온 나라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바깥출입을 꺼려하는 영향 때문입니다. 

솔고개를 한바퀴 돌아오는 코스도 있지만 거리가 너무 짧아요. 

이정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조금 올라 가노라면 산속에 찜질방이 있는,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죠.

찜질방은 영업하는지 모르지만, 사람들도 없더라구요.

이 개울을 건너면 대관령 치유의 숲으로 가는 길이고....

추워서, 여기는 아직도 깊은 겨울이라서 바위가 하얗게 얼은 것처럼 보입니다.

바위가 얼은 것 같죠?

 

 

 

[대관령 숲 안내센터]에서 곧장 직진하면 옛길로 가고,

왼쪽길로 접어들면 제왕산으로 갑니다.

이정표가 있어 初行길 누구라도 쉽게 찾아 갈 수 있죠.

제왕교를 건너 왼쪽으로 가다가 작은 개울을 건너고....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

잎이 다 떨어진 이 앙상한 나무에도 봄이 오고 새잎이 돋아나면

사방은 온통 푸르디 푸른 아름다운 숲으로 변하겠죠......

제왕폭포에 흘러 내리던 물은 그대로 바짝 얼어버렸습니다.

 

 

잠시 앉아서 숨을 고르고, 올라갑니다.

제왕산은 성산면 어흘리와 왕산면 왕산리에 있는 높이 840m의 산으로 대관령 동쪽 난맥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입니다.

이 산은 고려말 우왕이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인하여 이곳 왕산면으로 유배를 왔으며,  유배된 우왕은  이곳 제왕산에 성곽과 헌제단을 만들고 왕의 복귀를 기원 하였다고 하여 제왕산으로 불러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로 받아 들이기는 어렵다고 해요. 

우왕은 왕씨가 아닌 신돈(辛旽)의 아들 신우(辛隅)로 몰리어 쫓기는 신세였으며,

강릉으로 옮긴 후 한 달도 못되어 공양왕(恭讓王)이 보낸 서균형(徐均衡)에게 죽었으므로 성곽 축조의 역사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허물어진 산성이 흔적으로 남아 있고, 산성 주변에는 깨진 기왓장까지 발견되면서

역사가들은 우왕에 얽힌 얘기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유배길에 오른 우왕은 원주와 고성, 강릉에 머물다 지금의 삼척 살해재에서 살해됐다는 얘기가 전해져 오는데요,

우왕이 머물던 곳은 지금도 지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강릉 구정면 학산의 왕고개는 왕이 머물렀던 곳이고, 인근의 왕산리 큰골은 큰 어른(왕)이 살았던 곳,

살해재는 왕이 살해된 곳이라 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불려지고 있습니다.

김기설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소장은 “제왕산과 우왕에 얽힌 전설은 산 9부 능선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산성이나 기와 흔적,

지명 속의 이름 등으로 미루어 실제 있었던 사실임이 증명되고 있다.”고 했었죠.  

이 산은 쉬운 듯 하면서도 은근히 오르막이 힘들기도 해요.

그래서 대부분의 산악회는 옛 대관령(하)휴게소에서 능경봉방향으로 가다가 샘터에서 직진, 제왕산 정상을 거쳐 대관령박물관 뒤 넓은 주차장으로 걸어오는 코스를 택합니다. (아래의 지도를 참고하세요)

 

 

 

 

 

 

 

 

 

정상이 2km남짓한 곳에서 또 한번 쉬고...

인천의 한 산악회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옛대관령휴게소에서 제왕산을 거쳐 박물관으로 내려가는 중이었죠.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산객입니다.

금강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마주치는 이 평상이 정상가기 전, 마지막 쉼터라고 해요.

임도로 올라섰습니다.

이 길로 올라가요.

제왕산은 험하고 위험한 산은 아닙니다.

계속 오르막이라 그냥 숨이 좀 찰 뿐이죠. 

 

아주 간간히,  홀로 산행하는 산객을 만납니다.

인적도 없고 너무도 호젓해서 반갑네요.

저 멀리 대관령 풍력발전기가 보입니다.

사방이 탁 트인 주변 풍광.

뒤로는 백두대간 능선, 앞에는 동해바다가 보이는 여기서 잠시 쉽니다.

 

영동고속도로도 보이구요.

 

힘든 구간은 거의 다 올라온 것 같네요.

전망대에서 또 쉬었다 갑니다.

 

가운데 볼록 솟은 오봉산 너머로 경포바다가 보이고...

 

선자령 방향에는 눈이 쌓였군요.

...........

이제 다 왔습니다.

여기까지 2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너무도 느긋하게 걸은 탓이겠죠?

해발 840m라지만 은근히 힘든 산.

그래서 대부분은 제왕산 보다는 걷기 쉬운 대관령옛길로 많이 갑니다.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갑니다.

이태 전에는 봄철 가뭄이 심해 절수운동까지 펼치기도 했던, 강릉시의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가끔씩 내린 겨울비 덕분에 물이 그득찼군요.

 

 

제왕산을 돌아보고,

당겨도 봅니다.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노오란 색깔이 너무도 아름다운 낙엽송.

이른 봄, 새잎이 돋아나도 너무 예쁘죠.

갈림길의 벤취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옹기종기 모인 마른 갈잎들이 잔뜩 웅크리고서 봄을 기다리네요.

물위의 갈잎들도 얼음이 녹기를 기다립니다.

오늘은 봄이 시작된다는 우수입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물도 그리 차갑지 않네요.

깨끗한, 너무도 깨끗한 옛길 계곡

 

봄맞이 산행은 여기서 끝냅니다.

대략 8lkm정도 걸었구요, 

3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