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곤신봉' 가는 길엔 6월의 햇살이 환하게 부서지고.

adam53 2026. 6. 18. 17:56

2026. 6. 16 

오랜만에 우리곁에 가까이 있는 선자령과 곤신봉, 대공산성을 갑니다.

08시 40분

대관령을 넘어서고, 국사성황당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에서 첫발을 내딛습니다.

오늘은 선자령을 거쳐 곤신봉을 갔다가 대공산성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는데,

구)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해야 양떼목장 울타리길로 갈텐데, 휴게소 직전에서 하차했기에 일단은 국사성황사로 갑니다.

거기서도 계곡길로 갈 수 있으니까요.

이른 시간이라 아침공기는 상큼하고 청량합니다

부는 듯, 불지 않는 듯 바람도 봄바람같이 살랑이며 불어옵니다.

와! 범꼬리가 많이도 피었네요.

권삼, 호미, 자삼, 도근초, 범꼬리권삼 등 여러이름으로 불리는 범꼬리는  붉은색이 도는 흰꽃이 피며, 줄기 끝에 많은 꽃들이 모여서 호랑이의 꼬리 모양으로 피기에 '범꼬리'라 합니다. 

범꼬리는 우리나라 전 지역의 깊은 산의 초원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륙년전 평창 청태산에 갔다가 처음 본 이후 아주 가끔, 어쩌다 한두포기 본적이 있지만 여기처럼 이렇게 많이 핀 건 처음봅니다.

쥐오줌풀도 꽃이 피고

'뱀무' 꽃도 피었습니다. ‘뱀처럼 줄기가 길게 뻗으며 자란다’고 뱀무라 한답니다. ‘무’는 무(芙)처럼 뿌리가 곧고 단단하다는 뜻도 있구요.

4월에서 6월에 꽃 피는 뱀무의 꽃말은 ‘겸손한 사랑’, ‘자연의 순수함’, ‘마음을 여는 봄’이라는 군요.  무슨 꽃말이 이리도 수수하면서 정감이 가고, 따스할까요!

참조팝나무도 연한 붉은색 꽃이 피어납니다.

08시 50분

갈림길에 왔습니다. 오른쪽은 능선길,

왼쪽은 국사성황사와 산신각으로 가는 길

계곡길로 가려고 '국사성황사' 방면으로 접어듭니다.

초롱꽃도 피었습니다. 6~8월에 피는 꽃이 꼭 초롱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초롱꽃이라 하죠.

초롱꽃은 연한 자주색 꽃도 있다는데, 눈에 띄는 대부분은 연두빛이 도는 흰색입니다. 가까이에서 냄새를 맡아보면 향긋한 꽃내음이 나는 초롱꽃은 이른 봄에 데쳐서 봄나물로 먹고, 민간에서는 심한 기침이나 가래에 달여서 먹는다고 해요.

국수나무는 꽃을 무척이나 많이도 피웠네요.

예전엔 참 흔하다 싶었는데, 요즘은 흔한 듯 흔하지 않은 기린초도 노란꽃을 피우고

참조팝나무꽃도 탐스렇게 피었습니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이 계절에, 꽃들은 앞다투어 피고 있습니다.

08시 55분

산신각 앞에까지 왔을 때, 일행들은 능선길로 올라가버렸습니다.

당초 계획은 계곡길로 가는 거 였는데 모두 다 능선길로 가 버리고, 혼자서 계곡길 방향으로 가는데 뒤늦게 핀 찔레꽃이 반겨줍니다. 장미과의 키 작은 찔레나무에는 장미처럼 가시가 있어, 만지면 찔리므로 '찔레'라는 이름을 가졌죠.

작고 수수한 꽃에서 나는 향기는 무척이나 진한 들장미.

옛날 고려시대 원나라가 간섭하던 시기 어느 산골에, 병든 아버지와 '찔레'와 '달래'라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찔레는 원나라 공녀로 끌려가게 되고, 머나먼 타국땅에서 찔레는 아버지와 달래가 살고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다 겨우 돌아왔지만 흩어진 가족들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은 상심에 빠져 찔레는 죽게 되었고, 찔레가 죽은 그 자리에 하얀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찔레꽃'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09시

양떼목장 울타리로 오는 길과 만났습니다.

잣나무숲을 지나

낙엽송 숲길을 내려와서 재궁골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09시 20분

재궁골삼거리 통나무의자에 앉아 물 한모금 마십니다.

통나무의자 왼쪽의 작은 小路는 재궁골 가는 길이고, '대관령 국민의 숲길'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선자령 계곡길입니다. 곤신봉과 대공산성을 가 본지도 몇년이 지났습니다

햇빛이 쨍하고 내려 비추고 있지만, 계곡길은 시원합니다. 바람도 살며시 볼을 스치며 지나갑니다.

지금쯤 능선길을 걷고 있었다면 땀 좀 흘리며 갈 터인데, 그늘진 숲길이라 날아갈 듯 상쾌하고 몸도 가볍습니다.

개울물도 졸졸 소리내며 흘러갑니다.

저 물소리에 새소리까지 들린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로지르는 대관령 능선에 있는 선자령은, 고개라기 보다 하나의 봉우리입니다.

선자령은 해발 1,157m나 되지만 구)대관령휴게소가 840m이므로, 정상과의 표고차 317m를 긴 능선을 통해 산행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등산로는 심한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어 동네 뒷산 가는 길 만큼이나 평탄하고 밋밋하여,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그런 길이기에 가족들이 함께 산행하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잣나무숲을 지나면서 산죽들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산죽은 꽃을 피우고는 죽어갑니다.

높이 1m내로 자라는 벼과의 키 작은 대나무 산죽(조릿대)은 우리나라의 숲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조릿대'라 불리는 건 '조리를 만드는 대나무'라고 해서 그리 이름 붙었구요.

새로 놓은 다리를 건넙니다.

09시 30분

선자령까지는 2.5km 남았습니다.

곤신봉까지 갔다가 와야 하는데, 갈길은 아직 멀었습니다.

가운데 타원형의 저 둥근 것은 얼레지 씨방입니다.

씨앗이 여물어서 땅에 떨어지면 땅속깊이 뿌리를 박겠지요.

두루미꽃은 이미 져 버렸습니다.

높은 산 숲속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두루미꽃은, 윤기나는 하트모양의 잎과 두루미처럼 길게 올라와 피는 흰꽃이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꽃이 두루미 머리와 목을 닮고, 잎과 잎맥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넓게 펼친 것과 비슷하다고 두루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20여년전 울릉도 성인봉 가는 길에 본 이후로 몇해전 소백산에서 보고, 지난 주 가리왕산에서 보고 오늘 또 봅니다.

말나리도 꽃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사실 꽃이 피기 전에는 그게 '말나리'인지 '하늘말나리'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드군요. 

좀 더 지나서 꽃이 피었을 때, 꽃이 옆으로 누웠으면 말나리, 하늘을 향해 피었으면 하늘말나리로 구분합니다.  말나리에 비해 하늘말나리는, 꽃이 조금 더 작고 날카롭게 삐죽 삐죽합니다.

09시 40분

선자령까지는 아직도 1.7km 남았습니다.

09시 45분

의자가 놓인 참나무쉼터에서 잠시 쉽니다.

재궁골삼거리에서 물 한모금 마신 뒤로, 여태까지 쉬지않고 걸었더니 목이 마릅니다. 쉬는 김에 간식도 먹고...

09시 55분

충분히 쉬었다 싶어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6월의 햇살은 따갑게 내려비추지만, 숲길이라서 그리 더운 줄 모르고 걷습니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 덕도 봅니다.

선자령 임도에 올라섭니다.

10시 05분

숲길에서 나오니 햇살이 눈부시네요.

임도에 올라서 오른쪽은 선자령으로 가는 순환로.

한일목장의 초지(草地)이기도 하죠.

왼쪽은 하늘목장 가는 길

하늘목장은 등산객들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그냥 직진합니다. 선자령은 들리지 않으려구요.

오늘은 15km 가량을 걷는다는데, 선자령을 갔다가 내려오면 체력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아 선자령은 생략합니다.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곳을 향해 힘차게 걸어갑니다.

10시 12분

선자령으로 올라가는 길.

선자령은 들리지 않기로 했죠.

중부 이북의 산골짜기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참조팝나무는 중국, 일본, 러시아 동북부 등에 분포하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식물입니다. 5~6월경에 가지 끝에서 연한 분홍색꽃이 피며, 꿀샘이 깊어 벌과 나비같은 곤충들이 아주 좋아하는 대표적인 밀원식물이라고 하죠.

줄지어 풍력발전기가 서 있고,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실 떠가고

6월의 햇살은 사정없이 내려쪼입니다.

길가에는 샤스타데이지가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꽃을 보면 샤스타데이지와 마가렛트는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어려운데요,

샤스타데이지는 5~7월에 꽃이 피고 60~70cm까지 자라며, 잎은 좁고 긴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줄기에 성글게 달립니다.

아프리카 카나리아섬이 원산지인 마가렛트는, 원산지에서는 1m까지 자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0cm내외로 자라며 뿌리 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올라오고, 잎은 깃모양으로 길게 갈라져 쑥갓과 비슷하며 3월에서 5월까지 흰꽃이 핍니다.

샤스타데이지와 마가레트는 둘다 햇빛이 잘드는 곳에 자라지만 샤스타데이지는 여름(5~7월)에,  마가렛트는 봄(3~5월)에 꽃이 피며 샤스타데이지는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하지만, 마가렛트는 겨울이 되면 얼어서 죽는 여린 식물이라 화분에 심어 키웁니다.

꿀풀도 꽃이 핍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 볕이 잘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꿀풀.

꽃에서 꿀이 나온다고 해 ‘꿀풀’이라 하며 꽃을 따 뒷부분을 빨면 단맛이 납니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으며 다 자란 풀은 약초로 사용하는데, 한여름이 되면 시들어 말라죽기 때문에 ‘하지(夏之)가 되면 마른다’는 뜻으로 ‘하고초(夏枯草)’라 하고, 꿀이 많은 꽃이 줄줄이 방망이처럼 달려 있어서 ‘꿀방망이’, 꽃모양이 여름철 보리이삭을 닮았다고 하여 ‘맥하고(麥夏枯)’, 6월이면 꽃이 진다고 하여 ‘六月草’라고도 한답니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 꿀풀, 빨간색 꽃이 피는 것은 빨간 꿀풀이라고 합니다. 

꿀풀과의 식물은 전부 특유의 향이 있어 향신료로 이용합니다. 향신료 중 허브류는 대부분 꿀풀과에 속하지만 그 성분은 다 다르며 '차조기' 같은 種은 향은 물론 甘味料도 가지고 있습니다. 허브 중 바질과 로즈마리, 타임, 라벤더, 박하 등도 모두 꿀풀과이며 들깻잎도 꿀풀과에 속하구요.

꽃나무를 말린 것을 화하고초(花夏枯草)라고 하며 여름에 이삭이 시들 때 채집한 후 햇볕에 말려서 약으로 쓰는데, 쓰고 맵고 차가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 달여서 마시거나 즙으로 만들어 복용하며, 눈이 충혈되고 붓고 아프거나 뜨기가 어려워 눈물이 흐르는 증상,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증상에 쓴답니다. 간 기능이 떨어지고 두통과 혈압이 높은 증상에도 쓴다고 해요.


'하고초'는 옛 부터 약초로 썼다고 전해오는 얘기에는
어느 마을 효성이 지극한 젊은이가 목이 붓고 곪아 터지는 연주창이라는 병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자주색 꽃이 핀 꿀풀을 꺾어와 먹였더니 며칠이 지나자 목이 부드러워지고 상처가 아물어 완쾌됐다는 겁니다.
꿀풀은 고려 때는 연밀(燕蜜)이라는 이두향명으로 불리었고, 조선시대에는 ‘져비’로 불리다 지금의 꿀풀이 되었답니다.

탐스럽게 피어나는 참조팝나무꽃

들에서 피는 흰꽃은 '샤스타데이지'입니다. 마가렛트가 아닙니다. 마가렛트는 추위에 얼어 죽으므로 1년생풀과 마찬가지입니다.

'샤스타데이지'는 1890년대 미국의 육종학자 '루터 버뱅크'가 프랑스의 들국화와 동양의 섬국화를 교배하여 만들었는데, 꽃이 흰눈을 닮았다고 하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눈 덮힌 산 '샤스타(Mount Shasta)' 이름을 따서 '샤스타데이지'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하죠. 샤스타국화, 여름구절초 등으로도 불립니다.

'마가렛트'는 영어 마가겟트(Marguerite, 진주)에서 유래했으며 꽃이 진주처럼 아름답다고 마가렛, 마거리트라 부릅니다, 쑥갓을 닮았다고 나무쑥갓이라하고 봄 3~4월에 꽃이 핀다고 '봄국화'라고도 합니다.

흰 간판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보현사 계곡길이 있습니다.

그 계곡길은 어떤가 하고 한번 내려가 본 적이 있었죠. 바윗돌을 딛고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10번도 넘게 개울을 건너야 하고, 길도 형편없어서 계곡길로는 가지 않는 게 좋습디다. 

뭐라고 써 있는지 안내문이 하나도 안보이죠?

그래서 몇년전에 찍었던 사진을 가져와 봤습니다.

'풍력발전기 위에서 낙하물이 떨어져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니, 풍력발전기 반경 80m 이내엔 접근하지 말라'는 위험경고 안내판입니다.

다래나무꽃도 핍니다. '다래'란 말은 맛이 달다고 할 때의 ‘달’에 명사 초성의 뒤붙이 ‘애’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 입니다. ‘달-애’에서 다래가 되었답니다. 

암수 딴그루이고. 전국에 자생하며,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한다고 하죠.

추석 무렵에 딴 열매를 후숙을 해서, 열매에 쪼글쪼글한 잔주름이 생겼을 때 먹게되면 그 맛은 기가 막힙니다. 다래의 개량종이라 할 수 있는 키위는 그 달디 단 맛을 도저히 따라 올 수 없죠.

삼양목장 草地의 풀도 꽃이 핍니다.

牧草로서는 가냘프게 생긴 이 풀도, 씨를 뿌려 키웠겠지요? 넓디 넓은 초지에는 전부 이 풀 뿐입니다.

풀밭 가장자리에 붓꽃도 피었습니다.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의 꽃봉오리가 먹물을 찍은 을 닮았다고 하여 '붓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붓꽃은 들과 산기슭에 자라며 우리나라 전 지역은 물론 일본, 만주, 동시베리아에도 있다고 합니다.

풀밭 가장자리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초롱꽃이 피었습니다.

드넓은 풀밭과 풍력발전기

그 사이로 난 곤신봉 가는 길은 한폭의 그림이 됩니다.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저 아름다운 길

풀밭사이로 구불 구불한 길, 풍력발전기, 푸른 하늘 그 모두가 한점 풍경화가 되고

그 속으로 걸어가는 머리위로 6월의 햇살은 환하게 부서집니다.

자잘한 돌과 모래가 깔린 길을 걸으면서도

나 자신이 그림의 일부가 되어, 조금도 외롭다거나 지루한 줄 모르고 혼자 걷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이기에 가슴속은 행복함으로 가득차고...

저만치 곤신봉이 보이는 군요.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그 곳이 곤신봉입니다.

민들레 홑씨가 바람에 날릴 준비를 끝냈습니다.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인 이끼, 버섯, 고사리 등 포자식물의 생식세포를 '홀씨'라 합니다. 꽃이 피는 식물의 씨앗은 '홑'씨입니다. 

가요의 잘못된 가사가 많은 사람을 '민들레 홀씨'라 말하게 했습니다.

또 하나 지금 생각나는 대중가요 중에는 '빵빵'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 중에는 '빵빵 빵빵 기적(汽笛)을 울리며, 시골버스 달려간다'고 합니다.

버스는 경적(클랙슨)을 울립니다. 기적은 철도가 출발하거나 위험을 알릴 때 또는 선박이 항구에 입,출항할 때나 안개 속, 또는 다른 배와 충돌을 방지하려고 신호를 보내는 경적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버스가 '기적을 울린다'는 건 잘못쓰는 말인 거죠.

아무 생각없이 쓴 노랫말이 이 사람, 저 사람 흥얼거리다 보면, 그게 바른 말처럼 굳어집니다.

민들레 홀씨를 보다가 문득, 그게 가요라고 할지라도 적절하고 바르게 말을 해야 하지않겠나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11시

곤신봉에 왔습니다. 해발 1,131m

곤신봉은 삼양목장 전망대로 가는 길목에 있어, 산 봉우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길 왼쪽에 곤신봉 정상석이 있거든요.

길 오른쪽의 안내판에는 '삼양목장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쭈욱 가면, 삼양목장 관람객들을 위한 전망대가 있어 더 더욱 이 길로 가면 안됩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 온 목장 관람객들을 위해 전망대까지 차량을 운행하는 데, 입장료도 안내고 그냥 가면 목장측에서는 언짢아지겠죠.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사천면 사기막리,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3개의 지역에 걸쳐 있는 곤신봉은 북쪽으로는 매봉, 소황병산, 노인봉, 진고개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선자령, 새봉, 대관령으로 이어집니다.

'곤신'이라는 이름은 강릉부사가 집무하는 동헌(칠사당)에서 볼 때 서쪽에 있고, 옛날 방위용어로 곤신(坤申)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그리고 이 줄기에는 명당자리가 많아 산소자리로 많이 쓰이지만, 너무도 세차게 부는 바람때문에 곤신봉을 향해서는 산소를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공산성으로 내려가야겠습니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6월의 태양때문에 뒤에 오던 일행 모두는 곤신봉을 포기하고 저 아래 나무가 섰는 풀밭을 가로질러 가버리는 군요.

왔던 길을 도로 내려가, 왼쪽 풍력발전기 아래의 길로 갑니다.

쉬익 쉬익 소리내며 돌아가는 발전기 날개소리에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날개소리는 너무도 커서 겁이 날 정도로 위협적입니다. 

풍력발전기를 지나서 내려가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릅니다.

어쩌다 보니 오늘도 혼자 산행하기에, 조심에 조심을 더 하며 내려갑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금마타리를 찍었는데 선명하지를 못하네요.

풀밭을 가로질러 온 일행을 만났습니다. 말동무가 생기고 여럿이 함께 가니 괜히 기분 좋아집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숲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12시 35분

대공산성터에 왔습니다.

여기는 대공산성 西門입니다.

명주군이 강릉시에 통합되기 전, 명주군수가 세운 대공산성에 대한 안내문

대공산성 동문으로 내려갑니다.

11시 40분

산성으로 내려가는 길 옆의 샘터를 보고서, 그 샘물을 마십니다.

감로수(甘露水)는 이 샘물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여태까지 마셨던 물 중 최고입니다. 물을 마신 일행들도 연신 감탄합니다.

샘물은 어찌나 달고 시원하던지, 물 한바가지 마시고는 한번 더 마십니다.

대공산성 동문에 다달았습니다.

도로 양쪽에는 아직도 산성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대공산성은 468년 고구려와 말갈의 침략을 막기 위해 신라 때 쌓은 것이라고도 하고, 발해의 대조영이 쌓은 산성이라고도 하죠.

대공산성은 '보현산성', '대궁산성'으로 불리기도 하며, 해발 944m의 보현산에 쌓았습니다.

언제 쌓았는지 알 수 없으나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는 성곽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적어도 고려시대에 사용하다가 조선 전기에는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요.

이 대공산성은 군사를 훈련하려고 쌓았다고도 하고, 대씨 성을 쓰는 발해왕(대조영)이 쌓았다고도 하여 대공산성으로 불린다고도 하는데,

韓末 을미의병 때에는 의병장 민용호가 이끄는 의병이 이곳 일대에서, 일본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고도 합니다.

11시 50분.      전망대

전망대에 오르면 훌쩍 자란 나무들이 앞을 가려서 아무 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보수를 하지 않은 안내판에서도 아무 것도 읽을 수 없구요.

전망대아래에 숙은노루오줌이 피었습니다.

뿌리에서 노루오줌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는 '노루오줌'과 '숙은노루오줌'은 우리나라 전역 산지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데요, 노루오줌은 주로 붉은 색의 꽃차례가 위로 꼿꼿하게 핍니다.

숙은노루오줌은 연 분홍이나 흰색의 꽃이 고개를 숙인 형태로 핍니다. 노루오줌은 낮은 지대의 습지, 물가에서 자라고, 숙은노루오줌은 높은 산지의 숲 그늘과 냇물가에서도 자라구요. 결국 둘 다 물가에 살지만, 꽃이 어떤 형태로 피는 가에 따라 구분을 합니다.

108 계단을 내려옵니다.

돌로 된 계단이 108개라고 해서 '108계단'입니다.

산성마루까지 내려왔습니다. 

이 삼거리에서 왼쪽은 술잔바위,어명정으로 가는 길, 오른쪽은 보현사로 가는 길

12시

이정표에 '임도2지점'이라 가르키는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오늘의 하산 지점은 보현사 가기 전의 주차장(대공폭포 부근)이거든요.

조록싸리도 꽃을 피웁니다. 싸리보다 더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조록싸리.

우리나라에는 싸리 종류들이 22종이나 있다고 하죠. 그리고 모양이 서로 많이 닮아서 그냥 싸리라고 부르는데, 그 중 흔한 종류로 싸리, 참싸리, 조록싸리가 있습니다. 모두 다 한개의 잎자루에 작은 잎이 세 장씩 달리는 3출엽(三出葉)이구요.

싸리와 조록싸리는 잎으로 구별합니다 싸리와 참싸리는 잎 끝이 둥그스럼하지만 조록싸리는 잎 끝이 뾰족합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에는 격세지감을 느끼는거지만 '조록싸리 피거든 남의 집에 가지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렵게 살던 시절, 싸리 중에서 제일 먼저 조록싸리가 필 때는 쌀이 떨어지고 보리가 익기 전인 '춘궁기(보릿고개)'라 남의 집을 방문하면 실례라고 그런 말이 생겼던 시절, 죽어라 일을 해도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가난하게 살았던 우리들 부모님 세대가 참으로 가엾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공산성교를 건너면 임도가 지척에 있습니다.

대공산성에 대한 안내문

임도에 내려섰습니다.

임도 오른쪽으로 몇분간 걸어가다가 큰 소나무 서너그루가 있는 방향으로 틉니다.

오른쪽의 소나무 앞으로 가면 이정표가 있죠.

12시 20분

임도1지점 이정표에서 쉼터 방향으로 갑니다.

'대공1쉼터'에는 서너개의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쉰 적도 별로 없이 줄창 걷기만 했군요. 어쩐지 다리가 몹시 아프다 했어요.

자잘한 돌맹이들 때문에 걷기가 조금 불편한 길을 내려오는 길이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대공폭포를 만났습니다. 대공폭포까지 왔다면 이젠 다 내려 온 겁니다.

가느다란 대공폭포를 보며,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물이 콸콸 쏟아져내리는 상상을 해 봅니다.

보현사로 가는 포장도로를 내려서면서 오늘의 산행도 끝이 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해집니다.

보현사 절을 찾아오는 이 들에게 보내는 축복의 말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본 블로그를 방문하신 여러분도 '날마다 좋은 날' 되기를 바랍니다.

15시.

오늘은 13.9km를 걸었습니다. 4시간 20분이 소요되었구요,  평균 3.2km 속도로 걸었답니다.

산행코스: 대관령 국사성황사 입구표지석 - 국사성황사 - 선자령 계곡길 - 곤신봉 - 대공산성 - 보현사 주차장(13.9km, 4시간 2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