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9
오늘 산행지는 정선 가리왕산입니다.

'가리왕산' 하면 숙암계곡 이끼죠.
가리왕산은 이 이끼계곡을 보려고 찾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의 출사 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단오문으로 들어가 창포다리를 건너고, 명주동 작은골목을 지나 칠사당으로 갑니다.
단오행사장소인 남대천 변에는 단오 준비가 거의 끝나갑니다.

주 공연장인 아리마당과 수리마당 그리고 굿당을 비롯해서, 행사를 치르는 내내 안내를 담당하는 부스를 포함한 각종 부스들 설치도 다 끝낸 상태입니다. 강릉단오제는 이달 15일에 개막을 하고 6월 22일까지 7일간 단오행사장에서 펼쳐지는데요, 올해의 주제는 '풀리니, 단오다'입니다.
굿판에서 한을 풀고, 창포물로 액을 풀고, 난장에서 이야기를 풀고, 마음을 풀고 서로가 함께 풀리는 단오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그리 정한 거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며 국가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는 전통 제례, 굿, 전국 최대의 난장, 신통대길 길놀이, 창포주선발대회 등 13개 분야 72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답니다.
동해안의 강릉단오굿과 남해안 별신굿을 결합한 'The 강남'과 호남권의 국가무형유산인 '진도 씻김굿'은 물론 일본 쿠라요시, 필리핀 인당시, 태국 등 해외 초청공연도 한다네요. 또한 축제의 드레스코드는 '한복'으로서, 착용관람객에게는 푸드코트 10%할인과 단오체험촌에서의 뱃지를 증정하고 청소년가요제, 청소년 전국 댄스페스티벌, 강릉농악경연, 전국 무용경연, 전국 시조경연 등도 한다고 해요.

'단오'하면 빠질 수 없는 씨름과 그네타기, 창포물에 머리감기는 물론 단오행사에서 빠지면 섭섭한, '강릉 관노가면극'도 공연될 예정이라 창포다리를 건널 때 마다 반갑게 맞아주던 양반과 소매각시, 장자마리, 시시딱딱이를 날마다 볼 수 있습니다.

강릉단오제의 시작은 술을 빚음으로써 시작됩니다. 음력 4월 5일, 단오 한달 전에 강릉대도호부관아의 칠사당(七事堂)에서 神酒를 빚었습니다. 이 술은 4월 15일 대관령산신제 때 첫 술을 올리고 단오제 영신제와 조전제 등 각종 제례에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술은 강릉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쌀(헌미,獻米)로 빚으며 수리취떡도 그 쌀로 만듭니다. 신주와 수리취떡은 단오기간 중에는 무료로 나눠주므로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라면 누구나 맛 볼 수 있습니다.
올해 헌미는 80kg 기준으로 229가마니나 되었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정성과 단오참여 열기가 대단하죠.
그리고 쌀과 같이 제출한 소원지는 굿당 벽에 부착했다가, 폐막하는 날 송신제 때 태웁니다.

칠사당에서는 신주빚기 사흘전부터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서 부정타지 않도록 하며, 쌀과 누룩을 옮겨 오는 신주미 봉정패가 칠사당에 도착하면, 술단지에 솔잎을 넣어 장작불로 소독을 하고 부정을 가시어 내는 굿을 합니다. 신주 빚기는 정갈하고 엄격하게 하는 의식인 거죠.

창포다리를 중심으로 단오행사장이 있기에 창포다리 건너면 이내 명주동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고, 작은 골목 담벼락에는 단오와 관련된 벽화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눈에 익은 그림 '그네뛰기'와

관노가면극


씨름대회 그림은 물론

창포물에 머리감는 풍경도 있고

'강릉단오제 영신행차 행렬도'도 그려져 있습니다.
단오제 시작 전, 대관령 국사성황사에서 神을 모셔올 때의 행렬을 그린 겁니다.

'파란대문집' 앞 낮달맞이꽃과 팬지들도, 한바탕 흥겨운 잔치와도 같은 단오에 대한 기대감으로 붉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칠사당 앞에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길 바라는 '영신제 영신행차' 현수막을 걸었구요.

09시 10분
강릉을 출발한 버스는 진부를 지나,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산400-22 '장구목이'에 도착했습니다.
'장구목이'는 오늘 산행의 들머리입니다.

가리왕산 등산로는 세군데가 있습니다.
1코스는 심마니교에서 시작하여 장구목이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2코스는 휴양림매표소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코스.
그리고 3코스는 장구목이에서 시작하여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입니다.

산악회에서는 대부분 장구목이에서 올라 정상에서 마항치삼거리,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길을 택하죠. 대략 11km 거리나 되며 5~6시간이 소요됩니다만, 가리왕산은 매번 그리했기에, 오늘은 길을 조금 변경해서 걸을려고 합니다. 출발은 장구목이에서 시작하되 정상 갔다가 중봉으로 하산할 예정입니다.
정상에서 200m를 도로 내려와서 중봉 방면으로 하산하는 이 길은 한번도 가 보질 않았기에, 궁금한 마음과 함께 기대도 큽니다.

산불감시초소 앞으로 길이 있습니다.
가리왕산은 평평한 곳도, 능선길도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올라가야만 합니다. 조망도 없고 오로지 숲길만 걷습니다.

그만큼 힘든 산행이라서 오늘도 전 코스를 걷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쨋든, 힘차고 씩씩하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시작합니다.

서늘한 숲길에 '뱀무'가 피었습니다.

숲으로 들어갑니다.

국수나무도 조심스레 흰꽃을 피웠어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에서는 푸른 숲 냄새가 싱그럽습니다.

오롯이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걸으라고 등산로는 최소한의 손길만 닿았을 뿐, 그 흔한 계단하나 없는 가리왕산입니다.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폭포앞에서 멈춘 일행

'장구목이'란, 계곡이 장구 목처럼 생겼다고 그리 부른다네요.


09시 30분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이끼계곡이 펼쳐집니다.

바위들을 뒤덮은 이끼들.
개울물은 연두색 돌사이로 흘러내립니다.

가리왕산(加里王山)은 정선군 북평면과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오대산(1,563m)의 남쪽에 있으면서 높이도 비슷하여, 오대산과 더불어 태백산맥의 지붕노릇을 하고 있는 산이기도 합니다.

옛날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외침을 피해 이곳에 피난을 와 성을 쌓고 머물렀으므로 갈왕산(葛王山)이라 부르다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加里王山)으로 불리고 있다고 하죠. 지금도 북쪽 골짜기에는 그 대궐터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조선지지자료'에는 진부면 막동리(幕洞里)에 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답니다.

또한 가리왕산은 우리나라 산 중에서 한라산(1,950), 지리산(1,915), 설악산(1,708), 덕유산(1,614), 계방산(1,577), 함백산(1,573), 태백산(1,567), 오대산(1,563)에 이어 9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참고로 10번째 높은 산은 남덕유산(1,507)이구요.

1914년 일제는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창지개명(創地改名)이란 명목으로 '王'으로 된 지명은 전부 '왕(旺)'으로 바꾸었는데, 성할 왕(旺)자는 日+王으로 일본이 조선의 왕을 누른다는 뜻이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과거에 加里旺山이라 하던 걸, 2003년에 加里王山으로 변경했답니다.

가리왕산의 유래에 대해서 일설에는 가리왕산의 모습이 큰 볏가리(볏단이나 나무토막을 쌓은 더미)같다고 하여 가리왕산이라 한다는 말도 있습디다.

가리왕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원시림입니다. 희귀식물 1백여 종, 멸종위기 포유류 4종과 희귀조류 10여 종을 포함한 야생동물 수십 종이 서식한답니다.
산나물 천국이라고도 하지만 등산로 주변으로 산나물을 볼 수는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채취하면 안되구요.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녹음이 점점 짙어갑니다

가리왕산 이끼계곡에는 작은 폭포가 9개나 있답니다.
이끼계곡을 흐르는 폭포는 작으면서도 우렁찬 물소리를 내며 당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아침공기는 서늘하고 물소리도 시원스럽지만, 바람이 불지않는 계곡은 덥습니다.
정상까지 내내 숲 길이라 시원한 하루를 보내겠다 생각했는데, 왠걸요. 벌써 땀에 젖어버렸지 뭡니까.



가다가 이끼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이면 들렸다 가고,

또 가다가 개울가로 내려가서 이끼낀 바위틈으로 흐르는 폭포를 보면서 땀을 식힙니다.




푸른 이끼들로 가득한 개울을 보면, 눈이 시원해지며 맑아집니다.





산딸기가 흰꽃을 피웠습니다.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는 산딸기들 중 하나죠.
한국에 자생하는 산딸기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산딸기, 줄딸기, 멍석딸기, 장딸기, 곰딸기, 거지딸기, 수리딸기, 복분자, 겨울딸기, 오엽딸기, 섬딸기 그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산딸기들이 있는데, 대체로 씨앗이 억센게 많습니다. 그래도 산딸기들은 다 식용하는 것이구요.
'죽림에는 호랑이가 있고 산딸기나무 밑에는 뱀이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산딸기가 우거진 덩굴 사이에는 뱀이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딸기를 딸 때는 뱀조심해야 합니다.

축축한 숲 그늘이라 관중(貫衆)같은 왕고사리들이 많습니다. 관중 뿌리는 관중(貫衆) 또는 면마근(綿馬根)이라 하며, 가을에서 이듬해 봄 사이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약재로 쓴다고 해요. 구충, 지혈, 자궁수축에 효능이 있어 회충이나 촌충의 구제, 토혈, 장염출혈 등에 탕이나 환 또는 산제(散劑)로 복용한답니다. 관중은 바구니에 심어 천정에 매단 '베고니아'처럼, 행잉바스켓으로 키워도 멋지구요.


가리왕산에는 8개의 명승이 있다고 하죠.
8개의 명승은 맑은 날 동해가 보인다는 가리왕산 상봉의 망운대, 동심(東深), 서심(西深), 시녀암, 백발암, 장자탄, 용굴계곡, 비룡종유굴 등이랍니다.이 중 으뜸은 제1경인 '망운대'로 상봉 망운대에 서면 오대산,두타산,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등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해요.

이끼폭포에 매료된 일행들의 발길이 자꾸만 더디어집니다.

이끼계곡을 보려고 여길 왔다는 말처럼, 이끼 풍경에 푹 빠져서 연신 셔터를 누릅니다.





이끼계곡도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임도까지는 힘겹게 올라가야 합니다.


쉬어 갈 만한 너른 공터에 다달았지만, 쉴 만한 장소가 없군요.

계곡만이 아니라 산기슭도 이끼에 덮혔습니다.

나무가 울창해서 햇빛이 별로 들지않는 그늘진 山이라, 나무에도 바위에도 온통 이끼들이 점령을 했습니다.

공터를 지날 때는 09시 35분.


말나리가 꽃 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눈개승마도 꽃이 피려고 합니다.

말나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로서 여름이면 전국의 산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말나리는 일반 나리 종류들과 달리 잎차례가 돌려나기를 하는데, 꽃이 옆으로 피면 말나리이고, 하늘을 보고 피면 하늘말나리입니다.

삿갓나물도 쥐똥같은 까만꽃을 피웁니다. 여로과의 삿갓나물은 잎 모양이 삿갓을 닮아 삿갓나물입니다.
7개의 잎이 돌려나므로 칠엽일지화(七葉一枝花)라고도 하죠. 나물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막 먹으면 안됩니다. 어린 순은 먹는다고 하지만 독초이거든요. 한방에서는 뿌리를 진해, 천식, 만성기관지염에 약재로 쓴다고 합디다. 그렇지만 먹는 나물이 숱하게 많은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먹을 이유는 없지요.

고도가 점점 높아집니다.

조금만 더 가면 임도에 다다른다 생각을 하니, 아직은 그런대로 참고 갈 만 합니다.


산수국도 꽃이 피려고 준비합니다.
물을 좋아하기에 계곡이나 산기슭의 바위틈에서 자라는 산수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꽃의 색깔이 바뀌는데요, 흰색에서 청색, 다시 붉은색을 띄다가 자색으로 변한답니다. 꽃집에 가면 원예종으로 개량을 한 작고 예쁜꽃이 피는 산수국을 볼 수 있습니다.



10시 50분
장구목이 임도에 올라섰습니다.

왼쪽 관찰원관리사 임도쪽에는 자주색 매발톱이 피었습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풀 '매발톱'은 꽃이 크고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꽃 색깔도 여럿이구요, 세계적으로 약 70여 종이 분포하는데, 주로 지구 북반구의 숲이나 산악지역에서 볕이 잘 드는 곳에 난다고 하죠.

임도에서는 잠시 쉬었다 가야해요.
여기서 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거든요.

정상까지는 1.6km이지만 결코 우습게 볼, 만만한 거리가 아닙니다.



10시 55분
산행은 지금부터입니다.

납작 납작한 바위가 계단을 대신하고

주변은 이끼가 푸른색을 띄고 있는 좁다란 오르막길



심산유곡, 첩첩산중은 가리왕산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곳

아주 아주 커다란 단풍나무에 왔습니다.
단풍나무잎을 닮은 아름드리 이 나무를 두고 무슨 나무일까 의견이 분분하다가, 아름드리 단풍나무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어 '고로쇠나무'로 결론이 지어졌습니다. 암수 한그루인 고로쇠는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했는데, 단풍나무속이기에 단풍나무처럼 보인다는 거죠.
단풍잎에 비해 굴곡 사이 사이가 매우 얕고 톱니가 없는 걸로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로 구분한답니다.

바위표면의 저 동글 동글한 무늬는 사실상 바위이끼(石花) 종류입니다.
어릴 때 학교가 파하면 동네친구들과 함께 소 먹이러 산으로 들로 다녔습니다. 그러다 야산의 저 바위이끼를 발견하면 물을 묻혀서 작은 돌로 삭삭 비빈 다음 손톱에 올려두고 한참 있으면, 손톱이 붉게 물이 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돌봉숭아'라고 불렀었죠.
장난감도 없던 시절, 소 먹이면서 지루하고 심심한 시간을 보내던 긴긴 여름날의 놀이였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않은 등산로는, 자연그대로의 길입니다.

그래서 등산로는 관중과 이끼와 그늘에 사는 작은 식물들이 자랍니다.





얼레지 씨앗이 여물어갑니다.
(사진 오른쪽의 하트모양이 얼레지 씨앗주머니)

'산꿩의 다리'도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11시 35분
이제 1km 남짓 더 가면 정상입니다.




산목련(함박꽃)도 꽃봉오리가 부풀어 갑니다.

보라색의 벌깨덩굴 꽃잎 색감은, 진짜 보면 볼 수록 예뻐요.


물참대도 꽃이 피었습니다. 산골짝 계곡, 숲속, 숲 가장자리 및 그늘이 지고 습기가 있는 곳에 사는 물참대는 물을 좋아해서 이름앞에 물이 붙었습니다. 햇 가지는 대나무처럼 속심이 비어있고, 곧게 뻗어나가는 줄기 모양이 참대(대나무)를 닮았다고 '물참대'입니다.
5월과 6월사이에 가지끝에서 흰꽃이 무리지어 피죠.

눈개승마도 활짝 피었습니다.

가리왕산은 전화가 불통되는 구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통화가 되는 곳에는 '통화가능 장소' 팻말을 붙였습니다.



여름이 오자 박새도 연두색이 도는 흰꽃을 피웁니다.
키가 1m 이상 자라는 백합과 여로속의 박새는, 촘촘이 무더기로 피는 꽃이 아름답긴 해도 박새는 투구꽃, 천남성 같이 독성이 강한 식물입니다.


주목나무 군락지에 왔습니다.
12시 05분.

수백년된 주목들이 속이 빈 채로 이리저리 비틀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리왕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입니다.
선정이유는 가리왕산 8경이 전해질 만큼 경관이 수려하고, 활엽수 극상림이 분포해 있으며, 전국적인 산나물 자생지로 유명한 점.
그리고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주목군락지가 있어 산림유전자원보호림과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는 등 경관, 생태적으로 가치가 큰 점에서 선정되었죠.


주목 아래에는 두루미꽃도 피어납니다.

앞에서 본 주목도

뒤로 돌아가서 보면 이렇게 속이 텅 비었습니다.



주목 밑둥부분에 군락을 이룬 두루미꽃

주목군락지에서 정상은 멀지 않습니다.

나무와 풀, 이끼들이 자라는 돌계단을 오릅니다.


연영초는 꽃이 지고 있군요.


정상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12시 20분.
여기까지 3시간 10분 걸렸습니다.

정상삼거리에서 가리왕산 정상은 200m 입니다.
일단은 정상에 갔다가 도로 내려와서, 중봉(숙암분교 방면)으로 내려 갈 껍니다.

풀숲에는 졸방제비꽃이 피었습니다.

그 옆에는 요강나물도 鐘같은 꽃이 피었습니다.


정상가는 길은 잡목이 우거져서 자꾸만 팔을 스칩니다.

'쥐오줌풀'도 살그머니 피어납니다.

물참대도

'광대수염'도 피고

'붉은 병꽃'도 산이 높아서 지금에 피었습니다.



팔에 걸리고 긁히는 잡목을 헤쳐가며, 정상을 향해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드디어 정상입니다.

정상은 헬기장을 겸하는 널찍한 구릉입니다.
가리왕산 정상은 워낙에 산이 높기에 강원도 일대의 모든 산을 다 조망할 수 있다고 하죠.


정상 주변은 산나물들이 지천입니다. 수리취와 곤드레, 곰취들이 자랍니다. 그러나 여기는 '식생 보호구역'이므로 들어가지 못하게 금줄을 쳤습니다.
등산객들이 나물 채취하려고 들어가므로써, 식생의 훼손이 심각하답니다.

1,561m의 가리왕산


함께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남기고,






점심을 먹고나니 12시 40분.

올라오기는 힘들어도, 정상에 오면 내려가기 싫을 정도로 가리왕산은 사방이 탁 트여서 너무 좋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정상에 올랐다가 사진한 장 찍고는 바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자꾸만 정상 주변을 맴돌며 내려갈 생각을 안합니다.

그 어느 곳보다 가리왕산 정상은 아주 넓습니다.
평평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더 가지못하게 사람들 마음을 붙잡는가 봅니다.

한없이 넓어지는 마음과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자신감이 생기며, 당당히 맞설 용기도 생깁니다.

'블랙야크 알파인클럽 인증장소'라 인증사진도 찍어봅니다.





13시
너무 오래 지체했습니다. 이젠 내려가야 해요.


다시 온 정상 삼거리

정상 삼거리를 막 지나는 데, 붉은 인가목이 보입니다.

강원도 1,000m이상의 높은 산에 자라며, 흰꽃 또는 붉은 꽃이 피는 인가목은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해당화를 닮아서 '산해당화'라고도 부릅니다.


이리저리 휜 신갈나무

중봉으로 가는 길은 풀이 무성합니다.
가리왕산은 대개 정상에서 마항치 삼거리로 내려갑니다. 내리막이 심해 발이 아프고, 발가락도 아파서 결코 좋은 길은 아니지만 여기처럼 풀이 우거지지는 않거든요. 반면 이쪽 길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완전 풀숲을 헤치며 갑니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는 건, 길이 좋지 않다는 말과 같습니다.

한참을 풀숲을 헤치고 내려왔습니다.

중봉에 도착했죠.

중봉에서 하봉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 휴양림으로 갑니다.
3.5km를 가야 하는 군요.

13시 50분
풀이 무성한 길이라 해도, 중봉까지의 길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중봉을 지나면서도 한동안은 좋습니다. 흙길이라서 발이 편하구요.

헬기장은 완전 풀밭입니다.
그 풀숲에 수리취와 쥐오줌풀같은 나물들이 섞여서 자라고 있습니다.


귀한 노랑장대(노란장대)가 보이네요.
줄기 끝에 노란꽃이 피는 노랑장대는 산기슭에 자라며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한다고 하죠. 그렇지만 어쩌다 한,두포기를 볼 정도로 눈에 잘 띄질 않습디다. 그래서 귀하다는 말을 합니다.


13시 55분
이정표 관리가 .......... 제대로 되어있지 않군요.


키를 훌쩍 넘는 잡목을 헤치면서 가는 길


야산에서는 4월에 꽃 피는 노린재나무가, 지금 이 6월에 꽃이 핍니다. 가을에 단풍이 든 잎을 태우면 노란색 재를 남긴다고 `노린재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답니다. 줄기 하나가 곧게 올라와 많은 가지를 내어 우산모양의 수형(手形)을 만드는데, 흰꽃이 만발하면 나무 전체가 눈에 덮인 듯한 모양이고 가을에 하늘처럼 푸르게 익는 열매 또한 一品이라는 노린재나무.

노린재나무는 적당히 햇빛이 드는 소나무숲 아래에서 국수나무, 진달래, 철쭉 등과 함께 자라는데, 내음성과 내한성, 내건성, 내공해성이 강하다고 하죠. 성질이 강건하여 어느 곳에나 적응이 가능하지만, 배수성이 좋은 토양을 좋아하고, 꽃은 예쁘면서도 開花기간도 길어 숲에서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노린재나무 줄기는 재질이 치밀하고 트거나 갈라지지 않아 지팡이나 인장재 소재로 쓰인답니다. 민간에서는 가지(枝葉)를 화산반(華山礬), 뿌리를 화산반근(華山礬根), 열매는 화산반과(華山礬果)라 하며 약용한다고 해요.

다니는 등산객이 별로 없어, 길은 그냥 풀로 덮혔습니다.

그 풀숲에 한포기의 은대난초가 보입니다.
우리나라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은대난초는 5~6월에 흰꽃이 피는데, 대부분의 식물들 꽃이 활짝 피는데 반해, 봉우리같은 모습으로 핍니다.
잎이 억센 댓잎같이 생겨서 은대난초라 하구요.



국수나무가 소담스런 꽃을 피웠습니다. 물가에서 만난 국수나무들은 잎이 짙고 꽃은 조금 피었던데,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 자라서 그런가 잎이 작고 나무는 가냘픈데, 꽃은 저리도 많이 피었네요. 생육환경이 안좋으면 식물들은 종족을 더 많이 퍼뜨리려고 씨앗을 많이 맺는데, 이 국수나무도 그래서 많은 꽃이 피었을까요?
국수나무는 줄기속의 굵고 하얀 모습이 국수같아서 국수나무라고 하는데, 이웃나라 일본에도 있다고 합니다.

풀숲을 헤쳐가며 올 때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평지같은 길은 흙길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내리막길에 접어들면서는 당황스럽고 곤란한 상황이 생깁니다.

약간 비탈진 길 같아보여도, 이거 보통 가파른 길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앞으로 고꾸라질 정도입니다. 어찌 어찌 내려가는 길이 참 곤혹스럽네요.

14시
임도에 내려섭니다.


임도를 가로질러 휴양림으로 향하고,

14시 35분
임도를 건널 때만 해도 이젠 괜찮겠거니 했는데 왠 걸, 이건 좀전의 가파른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스틱을 짚어도 자꾸만 몸은 앞으로 쏠리고, 그 때문에 발가락들은 아프다고 아우성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그런 아픔이 전해옵니다.

언제쯤이면 끝날까 싶은 비탈길은 끝도 없이 계속됩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산을 다 내려갈 때 까지 가파른 중봉 등산로.
70도 이상은 될 것 같은 길이, 사진에는 그저 그만만한 평범한 길처럼 보입니다.
경사 심한 길을 내려가며 사진을 찍는 것도 쉽지않아 사진찍는 것도 포기합니다. 혹시라도 이 길을 내려가는 山客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되고자 시시콜콜 별걸 다 찍으며 산행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모습을 생략하고 내려가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진땀나네요.

곤혹스럽게 하던 비탈길도 이젠 다 내려왔습니다.
휴~ 이제야 숨이 크게 쉬어집니다. 내려가면서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요.

민가가 보이고 밭도 보이고, 엉컹퀴꽃도 보입니다.

사람들이 살던 집은 폐가(廢家)가 되었습니다.
일하러 다니던 길도, 집앞 마당도 풀이 주인인 양, 떡하니 자리를 잡고 제멋대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도 폐가와 멀지않은 곳에 사는 이웃이, 그물망 울타리를 치고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농사짓는 이들에게 밭을 놀리고 묵힌다는 건, 괜히 죄 짓는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15시 20분
작은 다리를 건너자 포장도로가 나옵니다.

집들도 더러 보이구요.


15시 25분
회동마을 이 외진 곳에 펜션도 있네요.

저기 보이는 저 시설물은 무엇일까, 송어 양식장이 아닐까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니, 양식장이 아니라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경내수에 들어있는 금속성분을 제거하기 위한 정화시설이랍니다.

송어 양식장인줄로 알았었는데, 아니군요.

정화시설물을 지나오자, 이내 회동교가 있고

깨끗하게 관리한 화장실과 커피집앞 도로에 서 있는 버스를 보니 반가운 생각이 듭니다. 길고 긴 산행이 이제 끝이 났거든요.

15시 30분.
갑자기 산행길이 뚝 끊긴 느낌으로, 오늘의 기록을 봅니다.
이정표 상으로의 거리는 10.9km(상 4.2km, 하 6.7km)였지만 램블러는 11.6km를 걸었다 해요.
6시간 14분이 걸렸구요. 실제 이동시간은 5시간 35분, 휴식시간 40분 남짓, 평균속도는 2.1 km였답니다.
아무튼 6월의 初入,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날의 '가리왕산'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산행코스: 장구목이 - 이끼계곡 - 임도 - 정상삼거리 - 정상 - 정상삼거리 - 중봉 - 임도 - 회동리 - 회동교(이정표상 6.7km, 6시간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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