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석병산'에 노루귀가 피었다기에...

adam53 2026. 4. 23. 11:58

2026. 4. 21

'노루귀가 흐드러지게 피었어요. 노루귀 보러 갑시다'는 말에 석병산으로 갑니다. 얼마나 무리를 지어 풍성하게 피었기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할까' 반신반의하면서, 노루귀는 아니더라도 봄꽃이 앞다투어 피어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08시 35분

해발 680m, 삽당령 고개마루에 도착했습니다.

삽당령은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와 송현리의 분수령으로 길이 험한 이 고개를 넘을 때는 지팡이를 짚고 넘었다가, 정상에 오르면 짚고 왔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버리고) 갔다 하여 '꽂을 삽(揷)'자를 써 ‘삽답령’이 되었다고 하죠.

정상에서 北으로 대기리(大基里) 가는 길과 서쪽으로 고단리(高丹里) 가는 길, 이렇게 세 갈래로 갈라지는 게 삼지창과 같다고 하여 삽당령이라고도 합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부(府) 서쪽 60리 정선으로 가는 길”이라 기록되어 있다고 해요.

삽당령은 강릉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강릉 남대천과, 남한강 상류인 임계 골지천으로 흐르는 송현천의 발원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삽당령은 조선 숙종 41년(1715년)에 개설된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봄이 오는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몇분도 채 걸리지 않아 마주친 林道를 가로질러서, 리본과 이정표가 있는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석병산까지는 6km

오늘은 정상까지 갔다가 이 길로 도로 내려옵니다. 여태까지는 정상에서 정선 임계 '백두대간 생태수목원'으로 내려갔지만, 그쪽은 산불예방을 위한 출입통제를 하므로 강릉 땅에서 출발해서 강릉 땅으로 되돌아 오는 거죠.

새잎이 돋아나 주위는 연두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침나절이라 기온이 낮아 조금 선득 선득한 상태입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더워지겠죠?

족두리꽃이 피었어요. 산지의 응달에 자라는 족두리풀(족도리풀).

대부분의 식물들은 식물 위쪽에 꽃이 피어서 눈에 잘 띄지만 족도리풀 꽃은 꽃대가 짧아, 땅바닥에 거의 붙어서 피어있을 뿐만 아니라 색갈이 화려하지 않고 어두운 자주색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죠.

꽃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실은 꽃이 아니고 꽃받침이 꽃 모양으로 진화한 것이며, 꽃은 단단한 육질로서 항아리 모양의 入口 부분이 3개로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삼각형입니다.

                       (자료사진: 의정부시)

꽃 모양이 귀엽고 아담한 게 옛날 전통혼례식 때 신부가 머리에 쓰던 족도리같다고 해서 족도리풀이라 불리는, 이 쥐방울덩굴科의 족도리풀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 지방에 아주 예쁜 소녀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움이 꽃과 같다고 하여 ‘꽃아가씨’라 불렸답니다. 꽃아가씨는 산나물을 캐고 꽃나무를 심으며 생활했는데, 궁녀로 뽑혀가서 시집도 못가고 궁에서 생활하던 중 다시 중국으로 팔려가고 말았대요. 머나먼 중국 땅으로 팔려가 들판에 굴러다니는 풀과 같은 인생을 겪고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되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은 중국 땅에서 죽고 말았답니다. .

그러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도 죽음을 맞이했구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녀가 죽은 뒤 그 집 뒷마당에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는데, 그 풀의 꽃은 마치 처녀가 시집갈 때 쓰는 족두리 같은 모양이었다고 해요. 이 이야기가 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왔고, 그 사람들은 그 풀꽃이 '꽃아가씨'의 한이 맺힌 꽃이라고 했답니다. 그 후로 그 풀은 족도리풀이라 불리게 되었다 해요. (의정부시 자료)

석병산 가는 길은 그 흔한 돌맹이 하나없는 육산이라서 걷기 좋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백두대간의 일부입니다.

石屛山 정상은 BAC 백두대간 인증장소이고, 오늘 우리는 정상까지 간 다음 일월문과 일월봉까지 보고 올 겁니다.

08시 50분

700m를 걸어왔습니다.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르막이다 싶으면 계단이 있습니다.

단풍취 새이파리가 아직 솜털을 벗지도 못했습니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 단풍취는, 잎 모양이 단풍잎을 닮아 단풍취라는 이름을 가졌죠.

7-9월에 피는 흰 꽃은 아주 독특한 모양이라, 그 꽃을 볼 때마다 바람개비를 연상하게 됩니다.

해발이 높아서 이제야 진달래가 핍니다.

연분홍 진달래 꽃길을 걸으면, 마음도 화사해집니다.

그누구라도 진달래꽃을 보면 가슴속은 밝고 환해지면서, 꽃처럼 마음도 예뻐지고 부드러워집니다.

길 한켠에는 철쭉도 피어납니다.

철쭉은 진달래가 지고 난 뒤에 피거늘 성미도 급하지, 글쎄 여기는 이제사 진달래가 이제 한창인데 진달래가 채 지기도 전에 꽃이 피다니요?

뾰족한 철쭉 꽃봉오리도 참 예쁘네요.

山竹이 빽빽히 자라는 곳에 다달았습니다.

뿌리가 얽히고 설켜서 모든 식물들이 자랄 수 없는 山竹 숲에, 진달래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습니다.

이 부근의 산은 전부 다 산죽이 차지해버렸습니다.

산죽의 강한 생명력은 질기고 억센 뿌리에서 시작됩니다. 거친 토양과 바람, 혹한의 추위에도 굳건하게 버티고 이겨냅니다. 1m 남짓 자라는 산죽 숲에는 그 어떤 식물도 자라지 못합니다. 뿌리가 아주 촘촘히 얽혀있는 데다가 대나무들도 빈틈하나 없이 빽빽히 자라거든요.

산기슭을 돌아가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아찔합니다. 잘못해서 내려굴렀다 하면 사람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높고 비탈진 길입니다.

석병산 가는 길은 완만하며 유순합니다.

산등성이로 난 길을 걸으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길 양편 모두 끝이 안보일 것 같은 급 경사입니다. 등산로는 사람이 다닐 정도로 넉넉하지만, 결코 한눈을 팔면서 가면 안되는 길입니다.

헬기장처럼 조금 넓은 곳에 진달래가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노루귀를 보려고 왔는데 계속해서 진달래꽃만 보며 갑니다.

막 피어난 철쭉꽃의 연분홍 색감이 너무도 예쁘군요.

다시 또 산죽이 무성하게 자란 곳에 왔습니다. 조금의 빈 땅도 그냥 둘 수 없다는 듯이 산죽은 등산로까지 뻗고 있는 중입니다. 

산죽은 뿌리와 줄기 잎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고 하죠. 특히 이뇨 기능이 탁월하다고 해요.

몸에 축적된 중금속 배출을 도와 통증을 줄여주고, 숙취 해소를 돕고, 복부비만 치료에 효과적이랍니다. 일부에서는 당뇨, 갱년기 증상 및 피부병 관리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도 합니다.

끓는 물에 우려내거나 효소를 만들어 먹지만, 잎을 채취해서 차로 덖어 마시면 좋답니다.

눈 내리는 겨울날, 산죽 차 한 모금 마시면 몸 전체가 맑고 향기로워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 억세보이는 댓잎을, 차로 마시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군요.

석병산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산줄기의 하나입니다.

백두대간은 우리 땅의 筋骨(근골)을 이루는 산줄기로,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으로 이어진 산줄기입니다.

1,600여km에 달하는 백두대간은 백두산을 뿌리로 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1개의 정간, 13개의 정맥으로 갈라집니다. 나무의 뿌리와 가지, 줄기가 펼쳐지는 것과 같은 모양이죠.

백두대간과 13개의 정맥들은 우리나라의 산줄기 뿐만 아니라 水界(물줄기)를 구분짓습니다. 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는 모두 14개이며, 이것은 10개의 큰 강을 가늠하는 울타리들입니다.

3,3km를 걸어왔습니다. 아직 2.7km를 더 가야하는데 이정표 뒷편의 의자는 오래되어 삭아서 앉을 수 없습니다. 한번쯤은 쉬어가야 하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한번도 쉬지 않고 왔다는 건, 등산로가 완만해서 그다지 힘이 안들었다는 말이죠.

노랑제비꽃이 피었습니다.

고산지대의 바위틈이나 양지쪽에 사는 노랑제비꽃은 들에 사는 제비꽃 무리들처럼 이파리도, 꽃잎도 얇지않고 꽃도 두껍고 잎도 두껍습니다. 높은 산에서 불어대는 찬바람을 이기고 살아가려면 강인해져야 하므로 그리 된 거겠죠?.

이 나무는 참 특이합니다. 가지가 잘려져 나간 곳에 다른 나무가 박혀있는 듯한 이 기이한 모습은, 무슨 연유로 그리 되었는지 도저히 추측할 수가 없네요.

마른 낙엽 사이로 피어 난 노랑제비꽃

얼레지도 날아갈 듯한 모습의 보라색꽃을 피웠습니다.

10시 05분

두리봉(1,033m)에 왔습니다. 석병산까지는 1.6km

테이블에 앉아 쉬어봅니다.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며 편안하게 쉽니다.

두리봉 주변은 얼레지 군락지입니다. 얼레지잎은 나물로 먹지만 生으로 먹으면 설사를 하므로, 삶아서 물에 담가뒀다가 국을 끓여 먹습니다. 별다른 맛도, 향기도 없는 나물이기에 잘 안먹기는 하죠. 시장에 가면 향긋하고 입맛 돋구는 봄나물이 얼마나 많은데요?

얼레지의 비늘줄기에는 질 좋은 전분이 들어 있어, 지사제나 건위제 등의 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10시 15분

충분히 쉬었다 싶어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얼레지 무리속에 흰제비꽃도 피었습니다.

'바람난 여인'이라고 하는 얼레지 잎은 한쌍의 넓고 긴 타원형입니다. 그 잎에는 검붉은 얼룩 무늬가 있어 '얼레지'라 이름하지 않았을까요?  

3~4월에 피는 보라색 꽃에는 향기가 없어, 꽃잎은 오전에 서서히 펼쳐지다가 오후가 되면 꽃잎이 뒤로 확 젖혀져 암술과 수술을 고스란히 드러내서 곤충들을 유인하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 다시 꽃잎을 닫는다고 하죠.

열매는 6~7월에 익는데, 검은색의 열매에는 3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는 옥수수알 같은 노란 씨앗이 들어있습니다.

얼레지는 삽으로 파야 할 만큼 뿌리가 깊이 박혀있는데요, 개미가 씨앗을 먹이로 하려고 개미굴 속으로 물고 들어가기에 뿌리가 깊다는 설도 있습니다.

박새의 어린 잎은 예뻐도 너무 예쁩니다. 복주머니란과 잎이 비슷하죠. 

사람들은 산나물과 닮은 구석도 없는 이 풀을, 봄이 되면 산마늘(명이나물)이라고 잘못 알고 먹다가 병원에 실려가기도 합니다

고산지대의 습한 곳에 사는 박새는 키가 1m 정도로 크게 자라고, 한여름에는 황록색을 띄는 흰꽃이 피는 데 꽃을 보면 참 예뻐요. 그러나 식물체에 강한 독성이 있어 뿌리를 살충제나 농약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헬기장에 왔습니다. 석병산까지는 800m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10시 30분

여기까지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고병이재, 옥계 석화동굴로는 길이 않좋다고 가지말라는 안내판.

고병이재(골뱅이재)는 강릉 옥계 산계리와 정선 임계리를 동서로 잇는 고개입니다.

그리고 '석화동굴(石花洞窟)'은 강릉 옥계면 산계리에 있는 동굴로 절골에 있어 절골굴이라고도 합니다.

만덕봉, 두리봉, 석병산 일대는 약 10만년 전 고생대에 생성된 석회암지대로 곳곳에 많은 석회동굴이 발달해 있는데, 아직 완전한 탐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총연장 1,400m에 이르는 거대한 동굴. 이 동굴안에 핀 石花는 꽃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데, 동굴을 개발하면 훼손될까 염려되어 그런가 江陵市에서는 석화동굴은 개발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노루귀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기에 석병산을 왔는데, 노루귀는 풀숲에 숨어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박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얼레지도 무리지어 피어있고

노랑제비꽃도 이리 많이 피었는데,

진달래는 가는 내내 피어서 마음을 환하게 하는데...

나무사이로 석병산이 보입니다.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여기쯤에 오자, 바람이 심하게 몰아칩니다.

태풍같은 바람은 얼마나 세차게 부는지, 덥다고 벗어 넣었던 웃옷을 꺼내입어도 바람은 옷속으로 파고 듭니다.

엄청 추워요.

석병산은 올 때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에 가랑잎이 날리듯 사람도 가랑잎처럼 날려갈 정도로 부는 바람은, 정상부근에 오면 더 심하게 불었습니다. 오늘도 그런 바람이 붑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60m만 더 가면 됩니다.

진달래와 회양목사이로 올라가면 보이는 바위 봉우리

바로 돌탑봉우리입니다.

돌탑봉우리에 올라서자,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풍이 붑니다.

간신히 서서 석병산을 찍어봅니다.

위태 위태하게 서서 둥글둥글한 산도 찍어보고...

석병산 정상은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세 개의 巖峰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운데 암봉아래에는 암굴이 있는데 돌로 막았습니다.

아마도 치성을 드린다고 켠 촛불이, 행여라도 산불로 번질까 염려되어 그런가 봅니다.

석병산으로 가면서 본 바위구멍

석병산 직전에서 본 바위구멍

석병산입니다. 해발 1,055m

날카로운 바윗돌로 되어있어 서 있는 것도 마땅찮습니다. 거기에다 바람은 또 얼마나 불어대는지!

강릉시 옥계면과 정선군 임계면 경계에 있는 석병산.

깎아지른 듯 솟아있는 기암괴석의 바위들이 마치 산 아래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석병(石屛)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정상에 서면 강릉시가 한 눈에 들어오며 멀찍이 동해의 수평선이 바라보이는 광경이 일품입니다. 그렇지만 서 있기조차 힘든 바람때문에 조망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내려옵니다.

일월문과 일월봉을 보고 가야죠.

정상 바로 아래 일월문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라서, 밧줄을 잡고 가야합니다.

생강나무도 지금에야 꽃이 핍니다.

상어이빨처럼 날카롭고 무섭게 생긴 일월문(日月門).

일월문은 바위 절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는 곳을 말하는데, 동그란 구멍이 2m는 되어 보입니다.

일월문 앞은 좁은데다가, 돌맹이가 삐죽 삐죽 날카로워서 서 있기 조차 힘듭니다.

바위구멍 너머로는 천길 낭떠러지라 사진찍을 때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일월문이라는 이름그대로 아침에 해 뜨는 모습이나, 한밤중에 중천에 솟은 노오란 달을 바위절벽의 창문을 통해 보게 된다면 더 할 나위없이 멋지고 환상적인 모습이겠죠!

일월문을 지나 몇발짝 더 가면 일월봉이 있습니다.

일월봉도 삐죽 삐죽한 바위돌로 되어있어 조심해서 올라야 합니다.

석병산에 온다면 이 일월문과 일월봉은 보고 가야해요. 석병산 봉우리보다 더 멋진 여기를 두고 그냥가면 후회합니다.

오른쪽 긴 봉우리는 일월문에서 보이던 그 암봉입니다.

다시 석병산으로 올라가다가 일월문 앞에 있는 일행을 만났습니다. 위험하게 서 있는 그는 일월문 저쪽 절벽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삽당령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버스기사로 부터, 삽당령에 주차한 차량 주인이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석병산에서 제일 위험한 곳은 여기니까 혹시라도 이 근방에서 실족해 추락하지 않았을까 해서 찾아보는 중이랍니다.

11시 15분

석병산 가운데 봉우리 아래는 바람이 비껴가기에,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죠.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시간이지만, 이제는 쉬지않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기에 자리를 잡습니다.

햇살 따뜻한 곳에서 저마다 편한 자리를 잡고 앉아 먹는 점심밥

맞은 편 돌탑봉우리의 일행들 

점심도 다 먹고 돌탑봉우리 아래를 지나다 노루귀를 발견합니다.

드믄 드믄 피어있는 노루꽃은 작아도 너무 작아 보이지만, 오늘 한송이도 보지못한 상태에서 만나니까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줄기나 잎이 올라올 때 흰털이 빽빽한 모습이 ‘노루의 귀’를 닮아서 이름 붙여졌으며, 전국 각지, 중국, 러시아 우수리 지역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눈이 내릴 때 피어 설할초(雪割草) 또는 파설초(破雪草)라고도 불리우는데, 꽃은 2~4월에 피며 開花 기간이 길어 3개월을 내리 필 때도 있다 해요.

얼마큼 내려오다가 노루귀 군락지를 봅니다. 보라색, 분홍색, 흰색의 이 작고 여린꽃을 올라갈 때는 왜 못 보았었는지?

이리저리 두루 살피며 갔는데도 보지 못한 건, 아마도 정상까지 빨리 가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급한 마음에 미처 보지 못했나 봅니다.

탐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여기저기 핀 노루귀꽃은 너무도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노루귀를 보려고 왔다가 못보고 가면 서운할 뻔 했는데, 이 정도의 꽃만 보고 가도 만족스럽습니다.

가냘픈 '꿩의 바람꽃'도 만났습니다.

산골짜기 숲 가장자리의 반 그늘에 자라는 '꿩의 바람꽃'도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유독성 식물입니다. 민간에서 열매(씨앗) 맺을 무렵에 뿌리줄기를 관절염, 요통, 신경통, 감기 등의 약재로 쓴다고 합디다.

현호색도 이따끔씩 한,두그루 봅니다.

헬기장까지 내려왔습니다.

헬기장에는 양지꽃이 피었습니다. 우리나라 각처의 양지바른 곳에 나며, 양지쪽에 핀다고 양지꽃입니다. 풀 전체에 거친 털이 나 있고 줄기는 옆으로 퍼져나갑니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으며 한방에서는 약재로 쓴다고 해요. 

 

양지꽃  / 오인태

 

내가 더 예쁘다고

내가 더 크다고

서로 더 발꿈치를 돋우는데

 

더 낮춰야지

더 움츠려야지

더 꼭꼭 숨어드는 꽃이 있다.

 

봄 언덕이 환해진다.

나무그늘 밑에는 개별꽃도 피었습니다. 석죽과의 개별꽃은 우리나라 각지, 산과 들, 숲속이나 길가 나무 그늘에 삽니다.

예전에는 들을 개(開)로 표기했으므로 들별꽃이라는 뜻이라고 하죠. 연한 잎은 나물로 먹고, 풀 전체를 민간에서는 치질, 위장병 등의 약재로 쓴답니다.

꽃 치고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냐마는, 개별꽃도 자세히 보면 참 예쁜꽃입니다.

12시 20분

다시 두리봉입니다.

'두리봉(斗里峰)은 국토지리정보원과 조선시대에 발행된 지도에 ‘두리봉(頭理峰)’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두리’는 ‘둥글둥글하다’는 순 우리말로 ‘둥근 모습을 한 봉우리’라는 말입니다. 한자어 표기는 우리말 두리봉을 음차한 것에 불과하며,

두위봉(斗圍峯)으로 두리뭉실해서 두리봉이라 부른답니다.

두리봉을 지나 내려오다가 경찰 2명을 만납니다. 석병산에서 전화로 들었었던 삽당령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고 있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쓰러져있는 사람을 보지 않았는가 물어보더군요. 삽당령에서 차를 두고 행방이 묘연한지도 나흘째 된다는데, 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13시 10분

삽당령까지는 2.2km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아직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해요.

아시아 원산의 철쭉은 5월경에 꽃이 피는데, 흰꽃이 피는 것을 흰철쭉이라 하고, 갈색털과 꽃대에 점성이 있고 잎이 피침형인 것을 산철쭉이라 하죠.

우리가 산에서 흔히 보는 꽃은 연한 분홍색을 띈 이 '철쭉'인데요, 독이 없어 먹을 수 있는 진달래와 다르게, 철쭉꽃은 독이 있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개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진달래(진한 달래)보다 꽃 색깔이 연해 연달래(연한 달래), 꽃송이가 크고 탐스러워 함박꽃이라 부르기도  하구요.

철쭉은 진달래속 낙엽 관목에 속합니다.

노루귀를 보려고 찾아 온 석병산에서 많은 봄꽃들을 보았습니다. 분홍색의 진달래를 비롯해 노루귀, 개별꽃, 현호색, 꿩의 바람꽃, 얼레지 등 이른 봄에 피어난 들꽃들은 잔잔한 기쁨을 주었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자생화 또는 야생화라 불리는 들꽃들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인데, 오늘 풍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걷는 내내 들꽃들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가끔씩은 비라도 내렸으면 습기를 머금은 땅에서 더 많은 싹이 올라오고 꽃도 많이 피었을텐데, 요즈음 영동지방에는 봄 가뭄이 계속된 탓에 땅이 메말라서,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지못한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

연두색으로 바뀌어 가는 산을 보면, 다시 돌아온 봄에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참 좋은 계절입니다. 산으로 들로 나가서 이 좋은 계절 '봄'을 맘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삽당령 고개에 실종자의 차량과 경찰버스가 보입니다.

아무일 없이 실종자가 하루 속히 구조되어 가족들 품에 돌아가기를 바라면서 석병산 봄꽃산행은 여기서 마칩니다.

13시 20분

오늘 걸은 거리는 이정표 상으로는 12km이지만, 실제 거리는 13.6km였습니다.

5시간 가량 소요되었구요, 평균속도는 2.5km였답니다.

산행코스: 삽당령 - 두리봉 - 석병산 - 일월봉 - 석병산 - 두리봉 - 삽당령(13.6km, 5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