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도 닷새밖에 남지 않은 날, 오대산 계곡에 새로 조성한 '나옹선사 수행길'을 걸어 볼 요량으로 서늘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집을 나섭니다.

새해가 되면서 남산공원에는 매화가 피었더랬죠.

차갑게 불어대는 겨울바람에도 고결하고 기품있는 모습을 보이던 매화꽃도 이젠 거의 다 지고 있습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요 며칠사이에 날씨가 포근하더니만 남대천 강물은 얼음이 녹아, 호수같이 잔잔한 물결로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09시 20분
오대산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바닥은 흰눈으로 살짝 덮힌 상태입니다.
배낭을 둘러 매면서 심호흡을 합니다.
오대산은 험한 산이 아니지만 그래도 눈길을 대,여섯시간 걸어야 하기에, 마음을 굳게 먹어봅니다.

버스에서 下車하자 무지하게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치우느라 그러는 군요.
살짝 쌓인 눈은 빗자루로 쓸면 더 쉽게 치울 수 있을텐데,
요즘엔 가로수의 은행잎도 저 기계 바람으로 쓸긴 하더만, 눈이든 낙엽이든 빗자루로 쓸어내는 게 제일 효과가 좋은데 말이죠.

09시 27분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중대 갈림길에서 상원사로 접어듭니다.

중대 '사자암'으로 올라가는 그 계단이 너무 힘들다고, 오늘은 상원사 산길따라 중대로 갑니다.
이렇게 올라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있긴 했지요.

상원사는 신라의 자장율사가 지은 절입니다. 조선시대 세조가 이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을 때 고양이가 도포자락을 잡아당긴 덕분에, 자신을 죽이려던 자객을 발견해서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절이죠. 국보 제36호인 동종이 유명하구요.

하지만 상원사를 둘러 볼 시간은 없습니다.
주어 진 시간내에 하산하려면 발길을 재촉해야 하거든요.

오늘의 산행코스는 일단 비로봉까지 간 다음 상왕봉으로 내려가서, 북대 미륵암에서 시작되는 나옹선사 순례길을 걷는 거지만, 그렇게 걷는 사람은 몇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많이 걷는 게 힘들어 조금만 걷고난 뒤 이제나 저제나,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느라 지루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 사람들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해야만 합니다.

중대 사자암으로 가는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울퉁 불퉁한 길, 삐죽 빼죽한 돌맹이들로 된 이 길이, 지금은 많은 손을 거쳐서 걷기 좋은 길이 되었습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돌맹이로 계단을 만들기도 했거든요.


수북히 쌓인 가랑잎 사이사이로 흰눈이 내려앉은 모습은, 전시회에 걸린 사진 작품같습니다.

중대 사자암에 도착했습니다.
09시 50분

사자암을 조성할 때는 저 산비탈에다가 어떻게 절을 지을 까 했었는데, 비탈 층층이 조성한 지금의 '사자암'은 색다른 아름다움과 함께 멋스러워 보이는 사찰입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사자암 샘물을 한모금 들이키고 다시 길 떠납니다. 그리고는 적멸보궁까지 이어 진 계단을 하나 하나 세며 갑니다.
계단을 세면서 걸으면 잡다한 생각이 안나거든요.

몇년 전 만해도 커다란 돌맹이가 깔려 있던 이 길도 지금은 반듯 반듯한 길로 만들었기에, 적멸보궁으로 가는 불자들은 산책로를 걷듯 편안하게 올라갑니다.

용안수(龍眼水) 샘물은 마실 수 없습니다. 겨울이라서 물을 떠 마실 바가지도 치워버린 상태.

적멸보궁 갈림길에 왔습니다. 여기서 비로봉은 1.5km.
그 정도면 짧은 거리지만 계속 올라가야만 하는 게 결코 만만하지 않기에, 잠시 쉬면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10시 10분
눈은 많이 쌓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눈이 녹았던 곳은 얼어서 매끌 매끌하군요.
아이젠을 신고 출발합니다.


공원지킴터를 지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구급함 상자가 서 있는 곳을 지날 때는 10시 20분.

눈발이 조금씩 날립니다.


오대산은 강릉시 평창군, 홍천군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 중심에 위치하여 생태적 가치가 높으며,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는 오대산을 1만 문수보살이 상주하며 부처의 정골 사리를 모신 곳이라 하여 성지로 여깁니다.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호령봉 등이 고리처럼 벌려 섰고, 크기가 고르기 때문에 오대산이라 한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합니다.

오대산의 가운데에 있는 중대(中臺)를 비롯하여 북대, 남대, 동대, 서대가 오목하게 원을 그리고 있고, 山勢가 '다섯 개의 연꽃잎에 싸인 연심(蓮心)과 같다' 하여 오대산이라고도 합니다.

오대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림 지대로 생물상이 다양하고 풍부하다고 하죠.
두더지, 너구리 등의 포유류 총 5목 11과 19종과 박새, 노랑턱멧새 등 새 67종, 양서류 12종, 파충류는 8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멸종 위기 야생 생물 Ⅱ급인 담비와 삵(살쾡이) 서식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4년에는 멸종 위기종인 '작은관 코박쥐'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구요.

전나무, 전나무, 측백나무, 신갈나무, 자작나무, 금강초롱 등 총 1,040종의 식물이 오대산에 서식하고 있으며,
오대산 습지는 2008년 10월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10시 45분
심장돌연사예방 쉼터에 왔습니다만, 눈때문에 쉴 곳이 마땅찮군요.


1975년 2월 우리나라 1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
그래서 국립공원답게 등산로는 잘 정비 되어있어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주봉인 비로봉이 1,563m라 된비알을 오른다는 게 조금 힘 들 뿐이죠.

오대산 산행은 주로 상원사주차장에서 출발해 사자암, 적멸보궁, 비로봉, 상왕봉, 북대, 상원사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게 힘들다면 비로봉까지 갔다가 도로 내려와도 됩니다. 상왕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와도 좋구요.

비로봉까지 가는 동안, 갈래길도 없는 외길이며 나무계단 설치로 편하게 오를 수 있고, 이정표도 많아 가야할 남은 거리를 보며 힘을 내기도 합니다.

정상에 가까워 질 수록 눈발은 점 점 더 많이 날립니다.

이제 200m만 더 가면 되는데, 산행이 끝날 때 까지는 많은 눈이 내리지 말기를 맘 속으로 바래봅니다.


이맘때 쯤이면 상고대가 피어나는 구간에, 오늘은 상고대 대신 눈이 내린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수채화 같은 겨울 풍경

삼국유사에 따르면 7세기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신앙의 중심지인 중국 오대산(우타이산)에서 수행하던 중, 신라에도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가 있으니 찾아보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했는데 그 곳이 바로 여기 오대산이라 합니다.

삼국유사에, "동대 만월산(滿月山)에는 1만 관세음보살, 남대 기린산(麒麟山)에는 8대 보살과 1만 지장보살, 서대 장령산(長嶺山)에는 무량수여래(아미타불)와 1만 대세지보살, 북대 상왕산(象王山)에는 석가여래와 5백 아라한, 중앙 풍로산(風爐山)에는 비로자나불과 1만 문수보살이 항상 머무는 성지"라서 오대산에는 월정사를 비롯한 여러 절들이 들어섰다고 해요.

눈송이는 점점 더 많아져서 머리에도, 배낭에도 하얗게 내려앉고 렌즈에도 내려앉아 사진이 군데 군데 뿌옇게 보입니다.

11시 10분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1시간 50분이 걸렸네요.
보통 여기까지 오면 2시간이 걸리는데, 오늘은 눈 때문에 쉴 곳이 마땅찮아서 쉬지 않고 올라왔기에 10분 정도 단축된 거 같습니다.

오대산 정상은 사방이 막힘없어 조망이 좋은 곳 중의 하나이지만, 눈 내리는 하늘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동쪽으로 대청봉, 남쪽으로는 치악산까지 선명하게 보인다지만, 여기를 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온통 뿌연 회색빛 하늘 뿐.

우리나라의 높은 산에는 '비로봉'이 많습니다.
비로봉이 많은 이유는 불교의 영향 때문인데, 한국 불교의 근간이 비로자나불을 근본불로 숭배하는 화엄종인데다, 주요 사찰들이 산 속에 자리하다 보니 이름있는 봉우리 마다 비로로 불렀습니다. 비로봉(毘盧峯)은 불교의 화엄경에서, 부처님의 빛이 온 누리에 가득하다는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에서 유래한 명칭인 거죠. 그래서 금강산, 소백산, 팔공산, 오대산 등 가장 높고 으뜸이 되는 봉우리에 이 이름을 붙인 겁니다

오대산 비로봉은 100대 명산임은 물론, BAC의 인증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눈을 맞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인증사진 한 장을 찍어봅니다.

엄청 춥군요.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춥습니다.
손이 시린 건 말할 것도 없고 온몸이 마구 떨려와 벗었던 쟈켓을 꺼내 입고서, 춥다고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으니까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일행따라 상왕봉으로 내려갑니다.

11시 15분
오랫만에 올라 온 비로봉에서는 겨우 5분 남짓 있었습니다.

상왕봉 가는 길은 평탄한 편입니다.

비로봉에서 2.3km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입니다.

11시 20분
첫번째 헬기장을 지나고

얼마 가지않아 2번째 헬기장을 만납니다.

눈발이 조금 가늘어지면서, 저 앞에 희미하게 산봉우리가 보입니다.

심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습니다. 밧줄을 잡아도 내려꽂히 듯 마구 마구 미끌어집니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 도중에 수백년은 되어보이는 주목이 보입니다. 세(3) 아름은 되는 엄청 크고 오래된 나무입니다.

여기는 주목군락지.

아이젠을 신었음에도 겉잡을 수 없이 내려쏠리던 내리막이 끝나고, 다시 평탄한 능선을 걷습니다.

여기는 가지를 이리저리 뻗은 신갈나무들이 자리했습니다.

이 신갈나무들도 수백년은 됨직합니다.

울타리를 쳐서 보호하고 있는 울퉁 불퉁한 나무



한번 내리기 시작한 눈은 그치질 않고 줄 곧 내리고 있습니다.

추워서, 함께 걷는 일행들과 말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걷기만 합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배낭속의 핫팩도 꺼내고

11시 55분
300m만 가면 상왕봉입니다.



안내판은 눈에 덮혀서 아무것도 볼 수 없네요. 희미하게 보이는 그림을 보면 오대산의 깃대종을 알려주는 것 같은데...

통나무 의자에도 흰눈이 내려 앉았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통나무 의자들은 오돌오돌 떨면서 봄을 기다립니다.


12시 05분
상왕봉에 왔습니다.

평창군 진부면과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는 상왕봉(1,493m).
오대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정상부는 편평하며 조망이 좋은 곳입니다.
태백산맥의 줄기인 해안산맥에 속하는 산으로, 상왕봉 주변에는 북동쪽에 두로봉(頭老峰, 1,422m), 서쪽에 소대산(小臺山, 1,270m), 남서쪽에 오대산의 최고봉인 비로봉(毘盧峰, 1,563m), 동남쪽에 동대산(東臺山, 1,434m)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이 상왕봉(象王峰)아래 초원지대에는 흰참꽃, 설앵초, 네귀쓴풀, 백리향, 솔나리, 구름송이풀 등의 희귀 고산성 식물이 있다고 합디다.

잠깐 동안 상왕봉과 눈맞춤을 하고난 후, 발길을 재촉합니다.


옆으로 휜 신갈나무에도 흰눈이 내려앉았습니다.



12시 20분
두로령 갈림길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곧장 가면 두로령이 나옵니다. 그리로 해서 북대 미륵암으로 내려가도 되지만, 거리를 조금 단축하려고 오른쪽 小路로 내려갑니다.


내려간다는 표현이 맞나 싶게 산중턱으로 올라가다가

내리막길에서 만난 이 나무도 입이 딱 벌어 질 정도로 놀랍습니다.

사진에는 그저 그렇지만 직접 마주하고 보면, 나뭇가지 하나가 아름이 넘는 커다란 나무거든요.


이리 휘고 저리 휘고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

눈길 가는 곳 어디를 봐도 그림이 되는 겨울 풍경입니다.


12시 35분
임도(林道)에 내려섰습니다.

'나옹선사 수행길'로 가려면, 여기서 북대 미륵암까지 400m를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25년 11월, 오대산에 ‘나옹선사 수행길’이 생겼습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 구간의 기존 선재길과 연결해 신성암 입구에서 북대사 미륵암을 연결하는 4.2km 코스로, 2023년부터 30억 원을 투입해 계곡부 연결 교량, 데크 계단, 안전시설 설치공사를 끝내고 개방을 했습니다.

오대산국립공원의 새 탐방로는 계곡 경관을 보면서 걷는 길입니다. 고려 3대 왕사(王師,왕자를 가르치는 스승)로 '무학대사'스승인 나옹선사가 오대산 북대사에서 수행하던 길을 찾아 조성했다고 해서 ‘선재길 나옹선사 수행길’로 이름 지었습니다.

길 오른쪽 저편에 나옹대 정자가 보입니다.
이따가 저리로 갈꺼에요.

북대 미륵암에 도착했습니다.

오대산에는 비로봉(중대), 동대산(동대), 호령봉(서대), 상왕봉, 두로봉 등 다섯봉우리가 월정사와 상원사 주변을 감싼 형태로 자리잡고 있죠. 그래서
중대에는 사자암, 동대에 관음암, 서대에 수정암, 남대는 지장암, 그리고 북대에 미륵암이 있습니다.
그 북대에서 신성암까지 '나옹선사 수행길'이 이어집니다.

12시 40분


나옹선사 수행길로 들어갑니다.
나옹선사가 오대산 북대사에 주석하며 수행하던 길을 찾아 조성했다는 ‘선재길 나옹선사 수행길’은,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 2년간 30억 원을 투입해 데크계단과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 등의 신규 탐방로 설치공사를 끝내고, 2025년 10월 1일 개방을 했습니다.
그러다 11월 15일부터 산불방지 통제기간 동안, 출입을 금지했다가 12월 16일 다시 개방을 했죠.

'나옹대 가는 길' 팻말은 좀 더 산뜻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옹대'로 향합니다.


입구에서 몇분 거리에 나옹대가 있습니다.


'나옹대'는 북대에 머물면서 수행을 하던 '나옹선사'가 매일같이 적멸보궁을 향해 1,080배의 절을 하며 정진하던 곳이랍니다.

나옹화상 어록과 나옹의 행장 및 비문 등에 의하면, 나옹은 1360년 무렵 오대산 상두암에서 중국의 임제종 고승 적조현명(寂照玄明)과, 고운암에서 환암 혼수와 교유하였으며, 1369년 무렵 오대산 영감암에 주석하였다 합니다.
그 외의 기록에 의하면 나옹은 북대 '상두암'과 남대 아래의 '영감암' 뿐만 아니라 중대 '상원사' 및 '나옹대'에 주석하였는데, 특히 북대 '고운암'을 창건하였으며, 조선 후기에 작성된 오대산 사적기에 의하면, 북대 '도솔암'과 동대 '관음암'을 중건하였다고도 합니다.

성장기 나옹스님의 휘는 혜근(慧勤), 호는 나옹(懶翁), 본 이름은 원혜(元慧)라 하며, 속성은 아(牙)씨로 영해부(寧海府)사람이라 하죠.
고려말기의 고승으로 공민왕의 왕사였으며, 인도의 고승 '지공스님'의 제자이고 조선 건국에 기여한 '무학대사'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경북 영덕군 창수면 가산리에 '까치소'라는 개울이 있는데, 세금을 내지 못해 관헌에 끌려가다가 만삭의 어머니가 아이를 낳았고 낳은 아이를 개울가에 그대로 둔 채로 주부관청에 끌려 갔답니다.
부사가 옷자락에 묻은 피를 보고 연유를 물어보니, 끌려오는 도중에 출산한 아이를 그대로 두고 왔다는 말을 듣고서, 빨리 돌려 보내라는 사또의 엄명에 따라 그 곳에 돌아가자, 아이는 죽지 않고 수백마리의 까치들이 애기를 보호하고 있더랍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나옹대사라는 큰 인물이 되었다는 그런 얘기가 있습니다.

'나옹선사'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래 '청산가'가 있죠.
아주 오래전, '청산은 나를 보고'란 제목의 노래가 某방송국 드라마 '야망'의 삽입곡으로 쓰였는데, 요즘에는 김용임이 부르는 '훨~ 훨~'이라는 유명한 그 노래 '靑山歌'.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
성냄도 내려놓고 아쉬움도 내려놓고 (聊無怒而無惜兮)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如水如風而終我).”

12시 50분
지금부터 '나옹선사 수행길'을 걷습니다.

나옹대를 지나면 계단이 시작되고



계단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계단에는 미륵암 스님이 계단 중간까지 내려갔다 올라 온, 발자국이 남았습니다


이 데크 계단은 계곡에 다달을 때 까지 끊김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사도 꽤 급한 편이라, 이 계단을 올라간다면 무척이나 힘들겁니다.

지난 겨울 경기 광주의 태화산을 내려오면서 데크 계단을 보고는, '이렇게도 긴 계단이 있나?' 하고 놀랐었는데, 여기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 길을 조성하면서 소요된 30억원은, 대부분이 이 데크 계단 설치하는 것에 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디다.



길고도 긴 계단은 계곡에 다다라서야 끝났습니다.

이젠 흙을 밟으며 가는구나 했는데, 다시 또 보이는 데크 계단.


계곡물은 꽁꽁 얼었습니다.

계곡을 따라가며 계단은 끊어졌다가 있고, 끊어졌다가 있기를 반복합니다.




계곡을 향한 작은 전망대

개방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은 이 길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는 사람이 없는 계곡길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한 겨울이라 고요함만이 감도는 고즈녁한 길입니다.



'선재길'처럼 이 수행길도 어느때나 와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봄이면 파릇 파릇 새잎 돋아나는 그 모습이 예쁘고, 여름엔 깨끗한 계곡물이 더위를 식혀주겠지요. 단풍이 들면 그것대로 예쁘고 눈 내리는 겨울에는 벌거벗은 나무에 눈이 내리는 풍경이 더 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보일테지요.




전망대에 왔습니다.
신성암까지는 대략 1.8km 정도 남았습니다. 1시간 가량은 더 가야해요.

전망대에서 찍어 본 사진에는 점 점이 눈송이가 박혔습니다.





'나옹선사 수행길'은 대체로 평탄하고 완만한 길입니다.
'나옹대' 아래의 그 긴 데크 계단외에는 간간히 짧게 설치한 계단, 개울을 건너는 대,여섯개의 다리, 약간의 돌로 만든 계단외에는 인공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그런 길입니다.

가급적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그런 길이기에 더 정감이 가는 숲길입니다.




겨울철에는 아이젠을 꼭 챙겨야 합니다.
길에 덮힌 하얀 눈 밑에는 얼음이 얼어서 매끌 매끌합니다. 조심하느라고 하는데도 모두 다 한번씩은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한 발 앞서가던 일행이 다리위에 멈춰 섰습니다.
무슨 일인가? 해서 가까이 가 보니, 얼어붙은 폭포를 보고 있네요.

폭포 앞까지 간 일행은, 다리위에서 보는 것 보다 폭포의 폭이 더 넓다고 해요. 왼쪽의 바위에 가려서 다 보이지 않을 뿐이랍니다.

되돌아 오면서 미끄럼을 타는, 이 개구쟁이


턱이 진 곳을 내려올 때는 크게 다칠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는 군요.

폭포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면, 개울 건너편에 보이는 3층짜리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대산 '신성암'입니다.
개울쪽에서 건너가는 길이 없어, 멀리서 나뭇가지 사이로 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형태가 아닌, 수련원같은 콘크리트 건물이라 절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좁은 지형을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짓다보니 그런가 봅니다.
신성암은 여늬 절처럼 佛者들이 찾는 곳이 아닌, 스님들이 수행에만 전념하는 그런 공간입니다.




다리 건너 저편에, 우리가 타고 갈 파란색 버스가 대기를 하고 있군요. 그래서 오늘 산행도 끝나갑니다.

나옹선사 수행길 들머리

나옹선사 수행길은 신성암에서 북대 미륵암까지 4.2km를 2시간 가량 걷습니다.
이 '수행길'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다면, 국립공원관리공단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033-332-6417)로 전화해 보고 가는 게 좋겠죠.


신성암에서 상원사주차장까지 거리는 1.5km 정도 된다고 하며,
신성암에서 시작되는 '나옹선사 수행길'에는 별도의 주차장 시설은 없습니다

14시 15분
신성암으로 가는 길은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한다고, 문을 꼭 꼳 걸어 잠그었습니다.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입니다.
본 블로그가 조금이나마 '나옹선사 수행길'을 걷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칩니다.

산행코스: 상원사주차장→적멸보궁→미륵암→비로봉(정상)→상왕봉→두로령갈림길→북대(미륵암)갈림길→나옹선사수행길(미륵암~신성암)→선재길 삼거리(상원교)12.9km , 5시간, 평균속도2.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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