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3월, 선자령에는 흰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adam53 2026. 3. 6. 10:59

2026. 3. 3

봄 가뭄이 계속되던 강릉에, 3월로 접어들면서 단비가 내립니다.

3월 1일, 2일, 3일 그렇게 연속으로 비가 내리는데도 산행에 나섭니다.

강릉에 비가 내리면 대관령에는 눈이 내린다고, 비가 제법 오는 이 날씨에 선자령을 가는 데, 선자령에는 눈이 오겠지요?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창포다리를 건너려는데, 다리위에 있던 '강릉 관노가면극'의 '양반'과 '소매각시'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을 걸어옵니다. '도대체가 제 정신이야? 이 비에 무슨 산행을 한다는 거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한소리 들을 만 하죠.

안그래도 집에서 옆지기가 뭐라 그랬거든요. '아무리 등산이 좋다기로서니 비가 오는 이 날씨에 무슨 산행이야?'

오늘은 음력으로 정월 대보름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시내 곳곳에는 '2026 강릉 망월제' 행사안내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남대천 행사장에서는 '망월제'를 매년 시행해 왔었지만, 만만찮게 내리는 이 비 속에서 올해의 행사를 치룰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행사장 한켠에는 부스를 나란히 설치를 하고, 물가에는 달집을 태울 준비를 하고

119구급차량을 비롯한 행사 차량들도, 이른 아침부터 대기하고 있습니다.

남대천에 내리는 비는 강물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대관령 올라가는 아흔아홉구비는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동이 꺼질 듯이 울컥 울컥하면서 버스는 간신히 고갯길을 올라갑니다.

자칫하면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질 판이라, 은근히 겁이 나는군요.

08시 35분

마음 졸이며 (구)대관령 상행휴게소에 도착을 했을 때는 이건 그냥 뭐, 하얀 눈밭입니다. 게다가 눈까지 내려서 앞을 보기도 힘들군요.

눈에 파묻힌 승용차가 보이죠?

쌓인 눈도 엄청 많은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마구 쏟아져 내립니다.

주차장에는 이제사 제설작업을 시작합니다.

진작에 했더라면 승용차들이 제대로 주차를 할 수 있을텐데, 여기 저기 주차한 차들이 있어 제대로 할 수 있기나 할까요?

비옷을 입고 스패츠를 하고 걷는 길은 미끄럽기도 하고, 발이 푹 푹 빠져서 걷는 게 순조롭지 못합니다.

앞서 간 사람들이 낸, 그 길을 따라 갑니다.

눈은 정강이까지 쌓이고, 앞은 뿌옇고 그래서 오늘은 계곡길이 아닌 능선길로 갑니다.

계곡길은 길이 전혀 안났을 테니까요.

나무마다, 가지마다 흰눈 푹 덮힌 모습은 겨울이 긴 북쪽 지방에 있는 나라에 온 것 같습니다.

참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대관령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건 몇년만이라고, 휴게소의 商人이 그럽디다.

눈에 보이는 것 모두 환상적입니다.

이런 눈 쌓인 풍경을 보는 것도, 이렇게 많이 내린 숫 눈을 밟는 것도 처음입니다.

흰눈이 내리는, 눈 나라로 들어갑니다.

와! 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가던 길 멈추고 사진 찍는 사람들

국사성황사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오른쪽은 능선길, 왼쪽은 산신당과 국사성황사가 있는 길

국사성황사로 가는 길도 설경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 전부 다 그림입니다.

계속 직진하면 계곡길과 만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을 헤쳐나가는 게 너무 힘들다고 여기서 되돌아섭니다.

09시 20분

산신당 가기 직전 오른쪽, 능선길로 가는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마주한 설경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끝내주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풍경입니다.

평소같으면 그냥 나무들만 서 있는 황량해 보이는 그런 모습들이, 흰눈에 덮히면서 완전 딴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능선길에 올라섭니다.

능선길에 올라서면서 일행들은 되돌아 갑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본 설경(雪景)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큼 봤고 즐길만큼 즐겼다면서 돌아갑니다.

그래서 오늘도 혼자 선자령으로 갑니다.

가끔씩은 눈꽃 산행을 나선 등산객을 한, 둘 봅니다.

혼자 걷는 길이지만 외롭다는 생각은 전혀없고, 마음이 넉넉해지고 풍요로워지며 편안해집니다.

가슴 가득히 느껴지는 이 행복함.

간간히 마주치는 젊은이들은 썰매를 갖고 왔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이 포슬포슬한 눈에서 썰매타기를 할 수 없는데도, 만나는 청년들은 썰매 하나씩은 다 챙겨 왔습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 일찍와서, 눈 위에 길을 내었구요.

또다시 갈림길

선자령은 왼쪽으로 갑니다.

셀카 찍으려는 젊은이가 있는 길은 '한국공항무선표지소' 방향

선자령 눈 산행 추억을 간직할, 사진을 찍는 젊은이.

전나무 숲길을 지납니다.

촘촘히 심은 나뭇가지가 빽빽해서 조금 어둑컴컴한 길,

그래서 색감도 조금 달라 보입니다.

전나무의 작은 가지에 내린 눈은, 지금까지 보면서 온 설경과는 또 다른, 색다른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가슴 벅차게 합니다.

나뭇가지들은 터널도 만들었습니다.

전나무숲을 빠져나와서도 환상적인 설경은 계속됩니다.

영동과 영서로 가로지르는 구름도 쉬어 간다는 대관령.  

대관령은 겨울철에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입니다.

3월초까지도 눈이 내리며 적설량은 1m가 넘는다고 하죠. 대관령 동쪽의 강릉과 서쪽의 평창 경계에 있는 선자령은 눈과 바람, 그리고 탁 트인 조망이 겨울 산행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선자령은 선녀가 내려와 강릉 쪽의 계곡물에 목욕을 하고, 이곳으로 와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선자령(仙子嶺)'이라고 한다는데,

선자령 정상에 서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선자령은 해발 1,157m나 되지만, (구) 대관령휴게소가 840m로 정상과의 표고차 300m 남짓한 긴 능선을 통해 산행하게 되므로,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오를 수 있죠. 동네 뒷산처럼 평탄하고 밋밋하여 가족단위 산행으로 좋은 곳이 선자령입니다.

사시사철 그 어느때 가도 좋은 선자령으로 가는 길이, 오늘은 이런 겨울왕국입니다. 

밀레니엄 기념 나무를 심은 곳까지 왔습니다.

일행들과 헤어져 혼자 올라오며 마음먹기로는, 여기까지 왔다가 되돌아간다고 작정했는데 내친 김에 더 가보기로 합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이 눈꽃을 두고, 어떻게 되돌아 갈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이런 풍경은 두번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카메라에도 담고, 두눈에도 담고, 가슴에도 가득 담으며 갑니다.

어느새 뒤따라 와서 쭉쭉 치고 나가는 젊은이들

포슬 포슬한 눈길을 걷는 게 쉽지 않음에도 씩씩하게 걸어가는 군요.

눈 내리는 겨울이면, 1995년에 개봉한 '슌지 이와이'감독의 일본영화 '러브레터'가 생각납니다.

홋카이도 오타루의 눈 밭에서 '와타나베 히로코(미호 나카야마)'가 외치던 '오겡끼 데스까? 와타시와 겡끼 데스(잘 지내나요? 나도 잘 지내요)'는 러브레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합니다.

사랑했던 연인 '후지이 이츠키'가 죽은 지 2년. 그의 약혼녀 '와타나베 히로코'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죠.

추모식 날, 히로코는 그의 중학교 졸업 앨범에서 중학교시절 주소를 발견하고, 그리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 편지를 띄우는 히로코.

며칠 후, '후지이 이츠키'로부터 거짓말처럼 답장이 오고, '히로코'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와 같은 이름을 지닌 여자이며 그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후지이'는 '히로코'의 부탁으로 중학교 시절을 추억하고, 아름다웠던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가 히로코에게 편지를 통해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던 영화 '러브레터'

 

오래되었지만 눈이 내릴 때 생각나는 영화 중에는 1965년도에 개봉한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티' 주연의 '닥터 지바고'도 있습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소설  '지바고'의 비극적인 삶과 '라라'와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 닥터 지바고.

고아 '유리 지바고(오마 샤리프)'는 그로메코가(家)에 입양되어 성장하는데, 하루는 크렘린궁 앞에서 노동자와 학생들이 기마병에게 살해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고서, 의학을 공부해 빈곤한 사람들을 돕고자 꿈을 꾸게 되죠.

1차 세계대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한 '지바고'는, 우연히 종군간호부가 된 '라라(줄리 크리스티)'와 만납니다.

전쟁터에서 돌아 온 '지바고'는 '라라'와 재회를 하고 함께 살게 되었지만, 주변의 위협으로 '라라'를 떠나보내고 8년이 지난 어느 날.

모스크바 거리에서 '라라'를 발견하고 쫓아가던 '지바고'는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게 되죠. 그들의 슬픈 사랑이야기와 주제음악인 '라라의 테마(Somewhere My Love)'도 그 무렵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또 하나는 '마크 레스터', ' 론 무우디', '올리버 리드' 등이 출연한 '올리버'가 있습니다.

'찰스 디킨즈'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영국에서 제작하고 1968년도에 개봉을 한 이 뮤지컬 영화는, 영화도 훌륭했고 어린 올리버 역의 '마크 레스터'는 너무도 귀여워서 모두가 빠져 들었었습니다.

영국의 한 구빈원(救貧院, workhouse). 남루한 차림을 한 아이들이 터무니 없이 적은 양(量)의 죽을 먹고나도 배가 고파, 죽을 더 달라고 말할 제비뽑기에서 당첨된 올리버(마크 레스터)가, 앞에 나서서 죽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가 그만 팔리게 되는 처지가 되었죠. 그때 거리에 나와서 아이를 '7기니에 판다'고 소리치는 구빈원장과 올리버의 옷 위로 하얗게 내려앉던 눈.

올리버를 팔려고 나선 골목에 내리는 눈. 

 

해피엔딩으로 끝난 이 영화도 겨울이면 생각납니다.

그리고 '겨울 영화' 하면 2013년 개봉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내던 엘사와 안나 자매. 그러나 언니 엘사에게는 모든 걸 얼려버리는 힘이 있는 비밀이 있었죠. 엘사는 도저히 통제하고 감당할 수 없는 그 힘이 두려워 왕국을 떠나고, 북쪽의 산에서 얼음궁전을 짓고 지냅니다. 언니를 찾아 나선 안나는 까칠한 얼음장수 크리스토프와 만나서 얼어붙은 왕국을 구해내기 위해 애쓰죠.

1편의 인기에 힘 입어 2019년에 개봉한 2편도 히트를 했지만, 

'겨울 왕국'하면  영화ost  'Let it go'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로버트 로페즈'와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가 작사, 작곡하고, 엘사역의 '이디나 멘젤'이 부른 이 노래는 2010년대를 대표하는 히트곡 중 하나이며, 역사상 최고의 애니메이션 OST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정상까지는 1.8km 남았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가 보죠. 뭐

보고 또 봐도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게 보이는 이 눈꽃

10시 15분

정상까지 1.4km 남았습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가 볼께요.

헬기장인 듯, 넓은 곳에 왔습니다.

눈밭에 누워서 사진을 찍는 이 들, 

두팔과 스틱 2개만이 조금 보이는 군요.

쉬지도 않고 눈은 펄펄 내리지만, 날씨는 포근합니다.

바람도 없고, 눈에 젖은 손발도 전혀 시리지 않습니다. 완전히 축복받은 날, 선물같은 날입니다.

눈 발 때문에 사위가 희미해 보입니다.

여기까지 쉬지않고 걸었음에도 힘들거나 다리가 아프지도 않는군요. 이대로라면 마냥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꽃 / 박노해
 
봄가을에 피는 꽃도 아름답지만
겨울숲에 피는 눈꽃도 아름다워라.
 
언바람이 살을 훑고 지나간 몸에
스스로 벌하듯 묵묵히 서서
 
어둠속 뿌리로 피워올리는
겨울숲에 하얀 눈꽃도 아름다워라.

눈 꽃 / 김대식


꽃만 꽃이 아니더라
눈꽃도 꽃이더라
추운 겨울에도 앙상한 겨울나무
하얗게 눈부신 눈꽃을 피우더라.
 
온 산이 꽃으로 물든
꽃 피는 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더라.
 
온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으로 가득한 가을 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더라.
 
잎 떨어져 벌거벗은 겨울 산에도
온 산이 하얗게 나무마다 눈 꽃 피어
수정처럼 반짝이며 눈부시게 빛나더라.

눈 오는 한낮 / 정채봉

 

그립지 않다.

너보고 싶지 않다.

마음 다지면 다질수록

고개 젓는 저 눈발들

눈꽃 산행 / 김길남

 

세상에나

산이 모두 다 하얗다.

 

나무마다 눈이 쌓여

그냥 그냥 눈 꽃이다.

너는 이리봐도 저리봐도

눈이 부시지만

널 보고 있는

내눈은 시리구나.

무릎까지 차고 올라 온

눈 길은

등산화를 파묻고 있고.....

눈꽃에 취하고, 눈내린 풍경에 빠져들고

그러면서 정상을 800m 앞에 둔 지점까지 왔습니다.

10시 37분

'이대로 정상까지 갈까? 아니면 돌아서 갈까?' 갈등을 하다가 돌아섭니다.

정상까지 갔다가 와도 늦을 것 같지는 않은데, 눈길이라 내려가는 시간이 평소보다는 더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데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일행의 말에 의하면, 목장부터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정상을 300m 앞두고 도로 내려온답니다. 풍력발전기도 안보이고 날개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데다, 사람들이 다닌 길도 안 보인다고 합디다. 마치 짙은 안개속같이 아무 것도 보질 못했답니다.

선자령의 백미는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겹겹이 늘어 선 山을 보는 건데, 아쉽지만 여기서 돌아서는 마음은 무겁습니다.

안개가 낀 것같이 뿌옇고 개운치 못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무거운 발걸음.

빌려 온 사진을 보면, 목장 초입(初入)은 이렇게 보였지만, 초지(草地)는 아래의 사진처럼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네요.

정상에 올라서면 눈을 덮어쓰고 있는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다 보이고, 맑은 날에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일품이라는 선자령.

내려오면서 봐도, 올라가면서 봤던 눈꽃이 새롭게 보입니다.

木石같은 사람도 사진에 담지않고서 그냥 갈 수 없는 雪景 들

눈이 내리는데 / 이효녕

 

바람결 따라 춤추며

하얀 눈이 펄펄 내리는데

이 세상 모두가 눈에 덮여 있기에

너는 다시 걸어올 수 없는 걸 알아도

금방이라도 네가 찾아올 것 같아서

문 밖에 눈사람되어 기다리면서

문고리 풀어 쪽문을 열어 놓지만

그토록 너무도 사랑한 내게

머무를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내 곁에 네가 있음하고

가승안에 모습 채워 바라는 마음뿐인데

아득하지만 이토록 기다리는 이 마음

어둠에 물든 영원을 향한 하얀 그리움

이 밤이 지새도록 눈으로 내리는 것일까

폭설(暴雪) / 오탁번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 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 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 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 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동네 몽땅 좆돼버렸쇼 잉!'

11시 05분

밀레니엄 기념식수를 한 곳까지 왔습니다.

2개의 말뚝 사잇길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어, 거기까지 다녀오고 싶어도 저 눈을 헤치고 갔다온다면 지쳐 쓰러질 것 같아 마음으로만 다녀옵니다.

눈꽃 사진 몇장을 보며 갑시다.

이것 좀 봐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스키를 타며 지나갑니다.

스키동호회인 듯 모두 다 스키를 타고 가면서 신나합니다.

나뭇가지에 앉은 눈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땅에 떨어지고

그러면서 또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고...

다시 전나무숲입니다.

잔 가지에 앉은 눈이 이렇게 예쁠수가!

11시 25분

도로에 나왔습니다.

뒤늦게 선자령 눈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눈에 푹푹 빠지면서도 즐거워합니다.

11시 40분

국사성황사 갈림길에 왔습니다.

오늘의 산행도 끝나갑니다.

전선줄이 있는 방향은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가는 길,

휴게소 주차장은 왼쪽으로 갑니다.

11시 55분

제설작업을 하기에는 무리였나 봅니다. 겨우 사람 다닐 정도로만 눈을 치웠어요.

하산 시간내에 도착하려고 정상까지 가지 못한,

조금 아쉬움이 남은 선자령 산행도 여기서 끝냅니다.

오늘은 10.6km를 걸었습니다. 평균 3km의 속도로 3시간 30분을 걸었네요.

강릉에 도착해서 집으로 오는 길

결국은 많은 비가 내리는 탓에 오늘의 망월제 행사는 취소되었고, 행사부스들도 모두 철거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