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그대, 아는가? 제천 '신선봉'을...

adam53 2025. 11. 19. 17:36

2025. 11. 18

겨울로 접어들면서 추운 날이 계속됩니다.

먼동도 트지않은 어둑 어둑한 새벽길, 옷속을 파고드는 한기(寒氣)에 몸이 절로 움추러듭니다.

09시 30분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 '솔이네 펜션' 앞에서 하차합니다.

오늘의 산행지는 신선봉.

신선봉(845m)은 충북 제천시 청풍면 학현리와 수산면 능강리 경계에 솟은 산으로, 금수산(1,016m)과 동산(896m) 사이 서북쪽 그러니까 청풍면 방면으로 뻗어 내린 능선상의 최고봉입니다.

동산 남쪽의 학현계곡과, 망덕봉 북쪽의 능강계곡 사이의 청풍 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의 최고봉이죠.

산행들머리의  '저승봉 등산로 안내도'

'저승봉'을 이정표에는, '미인봉'으로 표시했습니다.

저승봉이라는 어감보다는 미인봉이 훨씬 더 낫군요!

낙엽이 수북한 등산로에는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길

신선봉은 산자락에 비상하는 학을 닮은 바위가 있어“학봉바위”라 합니다.

학현마을 이름도 '학바위'에서 유래되었답니다.

금수산 자락의 대부분의 산들이 그렇듯, 저승봉에서 신선봉으로 이르는 주능선에는 곳곳에 기암괴석이 자리하고,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이어져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는 신선봉.
바위와 어우러진 노송의 그림같은 풍경과 청풍호반의 고즈녁한 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는 명성을 익히 들어 오던 터라, 지난 봄부터 온다고 계획했던 신선봉을 오늘에야 찾아왔습니다.

저기 저승봉이 보입니다.

저승봉에서는 암벽등반도 한다지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다리가 후들거려 엄두도 못냅니다.

왼쪽은 암벽등반길이라 그리로 가지않고 곧장 직진합니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저승봉 암벽.

쳐다보기만 해도 심장이 쫄깃해지는데, 저기를 어떻게 올라가려고 마음을 먹겠습니까? 

우리는 못 갑니다. 절대로 못가요.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바위산.

우회할 길도 없어서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이거 아주 난감합니다.

군데 군데 밧줄이 있다고는 하지만, 발 디딜곳이 마땅찮아 한발 한발 간신히 떼며 오릅니다. 

한손으로는 바위를 잡고, 한손으로는 매달리듯이 온 힘을 다해 밧줄잡고 올라갑니다.

발끝에 겨우 닿은 바위, 거추장스럽기만한 스틱, 여태까지 많은 암릉구간을 지나며 산행을 했었지만 살다 살다 여기같은 곳은 처음 봅니다. 

자칫 삐끗하면서 발을 헛디뎌 발줄을 놓게 되면 저승길로 갈까 봐, 밧줄에 목숨걸고 올라갑니다.

미인봉은 과거에는 저승봉이었다고 하죠. 

이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험한 협곡의 이름이 저승골이어서 마을사람들이저승봉이라 불렀다는 얘기,

또, 멧돼지가 많이 살아 멧돼지가 오르내리는 산이라고 하여 돼지 저(), 오를 승()의 저승봉(猪昇峰)이라 불렀다는 說이 있어 저승봉이라고 했다지만, 이 바위산을 오르면서 까딱하다가는 저승행으로 가기 때문에 저승봉이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와~ , 이런 곳이 다 있다니..... !

암봉(巖峰) 윗쪽으로 올랐을 때는 그나마 한결 낫습니다.

위험한 구간은 지났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이 쉬어집니다. 

봉우리를 넘어 몇발짝 내려가자 미인봉 정상석이,  소나무옆에 다소곳이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디다.  "올라오느라 고생많았네" 하는 듯이...

금수산(1,016m) 산자락인 신선봉에서 청풍 방면 도화리로 가지를 늘어뜨린 능선상에 날카롭게 솟아 있는 해발 596m의 미인봉.

미인봉은 바위 능선이 많아, 그 모습이 미인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등산객들이 붙인 이름이랍니다.

긴장을 하고서 아슬 아슬하게 올랐던 미인봉이라, 사진 한 장 찍어봅니다.

바짝 쫄아 든 가슴이, 아직도 다 풀리지 않은 것 같군요.

"미인봉, 안녕"

다시 또 널 찾아 올 날이 있으려나~

신선봉까지는 4.7km.
앞으로 가는 길에는 어떤 모습을 보게 될지, 기대를 잔뜩하며 갑니다.

내리막길은 좀 가파릅니다.  많이 가팔라요.

꼬리진달래 잎은 추위에 바짝 얼었습니다.

작은 꽃이 스무개정도 꼬리처럼 달려서 꼬리진달래인데, 겨울 오면 푸른잎은 갈색으로 바뀌면서 뒤로 말려있는 상태로 추위를 견디고 있어, 산행길에 마주치면 안쓰럽고 애처러운 생각이 들게하는 나무입니다.

금수산과 동산 사이에 있는 단백봉(900m봉)에서 서쪽인 충주호 방향으로 약 7㎞ 뻗어 내려간 능선의 최고봉인 신선봉 능선에는

조가리봉, 학봉, 미인봉, 신선봉 등 총 4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으며, 암릉이 많아 충북의 공룡능선이라고 불리웁니다.

암릉구간이 많은 산이기에 산행할 때는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해요.

그렇지만 암릉구간이 많을수록 우리는 더 신나고 즐겁습니다.

'암릉구간' 표시가 보이네요.

저기 가운데에 보이는 봉우리는 학봉입니다. 학봉 봉우리를 지나면 신선봉이 있구요.

언뜻 봐도 상당히 높아 보이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학봉으로 가는 철계단이 보이는 군요.

이 바위는 손바닥같아 보이나요?

이름하여 '손바닥 바위'인데, 손바닥보다는 두눈이 위로 몰려 툭 불거진 만화영화의 개구리를 닮은 것 같은데, 다른 이의 눈에는 손바닥으로 보이는 가 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그렇게도 보이는 거겠죠.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긴 밧줄이 있습니다만, 그냥 꼿꼿하게 서서 올라가도 됩니다. 

그러나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울 때는 꼭 있어야 할 밧줄.

전망대에서 바라 본 마을

손바닥 바위와 그 너머의 청풍호

산과 호수, 나무와 바위가 있는 그것만으로도 그림이 되고

고사목(枯死木)도 그림 같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재미나는 곳이 시작됩니다.

짧은 거리에도 밧줄이 있다는 건 조심해서 다녀야 하는 곳.

다리가 짧은 사람은 쪼끔 애 먹는 그런 구간들이 종종 있네요.

직벽 구간도 떡하니 버티고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군요.

길이라고는 저것 뿐.

밧줄을 꽉 잡고 디딤판을 딛고서, 오른쪽 바위 너머로 갑니다.

사진처럼 이렇게 왼쪽에서 가는 게 겁난다 싶으면, 오른쪽 바위와 바위사이의 밧줄을 잡고 올라가도 됩니다. 오른쪽에도 디딤판이 설치되어 있어 쉽게 올라갈 수 있거든요.

이렇게요.

보기에는 겁이 나지만, 막상 올라가면 별로 위험하지도 않고 재밌습니다.

직벽구간을 넘어서 내려오는 일행들

참으로 신나고, 경치도 좋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같은 곳.

행복 전달물질인 도파민이 팍팍 솟아나는 곳,

여기는 신선봉입니다.

데크계단도 있군요.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내려가는데

앞서가던 일행이 머뭇 머뭇합니다.

도달해 보니 바로 이런 곳. 

사진에는 그저 평범한 모습이지만 밧줄을 잡아야만 갈 수 있고, 다리 짧은 사람은 발 디딜 곳도 마땅찮고, 왼쪽으로는 그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절벽인 그런 곳을 지납니다. 

아찔한 스릴이 넘치는 곳, 엔도르핀이 팍팍 솟아나는 곳, 긴장감과 아슬 아슬함속에서도 샘물처럼 솟아나는 즐거움. 

신선봉을 산행하면서의 느낌은 그렇습니다.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갑니다.

밧줄을 잡아야만 올라가는 높다란 곳이지만, 보기보단 힘들거나 어려운 곳은 아니군요.

킹콩바위를 만납니다.

킹콩바위 윗쪽을 보면 킹콩을 닮았대서 그렇게 부른다죠.

조망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보이는 푸른 청풍호

생각없이 그냥 폴짝 뛰었다가는, 발목 접지르기 쉬운 곳도 있습니다.

학봉의 암벽이 드러나 보이는 곳까지 왔습니다.

온통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능선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기암괴석(奇巖怪石) 중에는 거북이같은 바위도 있습니다.

강아지 콧구멍같은 바위도 있구요.

미인봉에서 신선봉까지 바위사이로 오르고 내려가는 신선봉은, 바위를 타는 재미가 쏠쏠하면서도 아름다운 산입니다.

길고도 높다란 철계단은, 학봉으로 오르는 계단입니다.

 

학봉은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까요?

계단을 오를 때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댑니다. 모자가 날아갈까 봐 한손에는 스틱과 함께 들고서, 한손으로는 계단난간을 잡고 오릅니다.

홍천 팔봉산 산행할 때는 등산스틱이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거기처럼 오늘 찾은 신선봉도, 스틱은 거추장스럽습니다. 스틱은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이고, 두개의 산(팔봉산,신선봉)은 스틱이 필요없는 산입니다.

바람이 불어대서 춥군요,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바람이 불지않을 때는 추위를 못느끼고 걸었습니다.

암릉구간을 지날 때는 바짝 긴장을 해서 추운 줄도 몰랐구요. 그랬는데 계단을 오르면서 추위를 느낍니다.

뒤돌아보면 내려왔던 길도 만만찮은 길이었네요.

계단을 다 오르자 또 다시, 암릉

산행을 마칠 때까지는 잠시도 마음 놓을 수 없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짜릿한 산행을 하고 싶다면 신선봉으로 가세요.

그러나 눈이 온다거나 눈이 쌓였을 때는 가지 말아야 합니다. 바위에 눈이 있으면 미끄러워서 무척 위험하거든요. 

전망대 데크가 있는 여기가 학봉입니다.

12시

여기까지 2시간 걸렸네요.

정상석은 깜찍하고 귀여운 돌덩이가 대신합니다.

그림과도 같은 청풍호는 산행하는 내내 보이고...

744봉을 떠납니다.

학봉 데크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찬바람이 불어서 먹기가 좀 그렇습니다. 해서 점심은 신선봉에 가서 먹으려구요.

학봉에서 몇걸음만 가면 묘지가 나오고, 그 옆으로 해서 신선봉까지는 참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흙길을 걷습니다.

가랑잎은 무지 쌓였구요.

암릉구간은 이제 끝났습니다.

12시 35분

해발 845m의 신선봉에 왔습니다.

이 표지석은 2001년 9월 1일, 산림청 헬기의 도움으로 이곳에 옮겨왔다고 친절히 기록을 해 놓았네요.

대부분 다 그렇게 정상석을 세우죠.

신선봉에도 바람은 불고 있지만, 점심은 먹고 갑니다.

산행하면서 때를 놓치면 안되는 거 다 아시죠?

신선봉에서 하산 길은 두 갈래.

상학현으로  바로 하산하는 길과 900m봉(단백봉)을 지나 용바위봉으로 가는 길인데, 모두들 바로 내려간답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이유에서죠.

욕심같아서는 900봉으로 가고 싶은데, 혼자서 가기도 그렇고 해서 일행을 따라 내려갑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엔 가 봤으면 했던 900봉과 용바위봉이 못내 궁금해, 그 길을 갔던 일행의 사진을 가져와 봤습니다.

그랬는데 그리로 갔던 일행들의 말에 의하면 길도 썩 좋지 못하고, 2개의 봉우리도 우리가 머리로 그리면서 생각했던 멋진 봉우리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근사한 이름의 용바위봉은 정상석도 없고,

'소나무에 팻말을 붙였더라'며 조금 실망스러웠다는 말에 그 길로 가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이 조금 풀어집니다.

신선봉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보통 급한 정도가 아닙니다.

수북히 쌓인 가랑잎 밑에는 삐죽삐죽한 돌맹이들이 있고, 두 발은 절로 아래로 쏠려서 주르륵 내려갑니다.

암릉구간을 걸으며 신나고 재미났던 일을 잊으라는 듯, 정신을 집중해서 내리막길 내려가는 일에만 몰두하게 합니다.

임도에 다달았을 때에야 숨이 크게 쉬어집니다.

여기까지 1km의 거리는 참 멀게만 느껴지는 군요.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없지만 길 양쪽은 나무들이 빽빽히 서 있습니다.

길은 아주 좋아요.

노박덩굴 빨간열매가 꽃처럼 예쁩니다.

노박덩굴 어린잎은 식용하며, 열매는 제유용, 껍질은 섬유용으로 이용한답니다.

한약명으로 줄기는 남사등(南蛇藤)이라고 하며 경폐와 통경, 두통, 사지마목, 소아경풍 등에 효험이 있다고도 합니다.

노란껍질이 세가닥으로 벌어지면 빨간 열매가 활짝 드러나는 노박덩굴.

노박덩굴은 줄기가 길 위에까지 뻗쳐나와 길을 가로막는 덩굴이라는 뜻에서 노박덩굴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합니다.

즉, 길을 가로막는 노박폐덩굴이라고 부르던 걸 줄여서 노박덩굴이 된 게 아닌가 한다고 해요.

임도가 끝나고 작은 개울을 건너 오른쪽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나고, 그 길따라 자꾸 자꾸 올라갑니다.

주차장으로 가야하는 데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며 드는 생각은, 이거 길 잘못 접어든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버스는 '제천 치유의 숲 주차장'에 있고, 산 위에 있으므로 이 산을 올라가야만 합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이정표는 '치유센터'를 가르키고

그 방향의 능선길을 갑니다.

계단을 오르고

계단끝에서는 포장도로를 따라갑니다.

13시 55분

20~30m쯤 걸어가자 주차장이 보입니다. 

짧은 거리를 긴장을 하며 걸었던 신선봉이라서 그렇겠죠.  산행을 마치니까 긴장이 풀려서 잠이 오는 군요.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신선봉 산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걸었던 산행코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솔이네펜션→저승봉(미인봉)→학봉→신선봉(845m)→임도삼거리(좌)→독립가옥→상학현리→제천치유의숲주차장(7.5km, 4시간 25분 소요, 평균속도는 1.6km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