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1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춘 아침, 북한산을 가려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습니다. 참 오랫만에 산행을 하는군요.
그동안 영동지방에는 매일 매일 비가 쏟아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다른 지역은 비가 오지 않는다기에 한달만에 나선 산행길입니다.

세차게 내리는 비로 인해 야외활동은 전혀 하지 못하다가, 흐린 날이긴 해도 어쨌든 밖에 나오니 살 것 같습니다.

북한산길을 따라 북한산성입구를 지나고, 밤골매표소로 들어가는 입구 효자2동 도로에서 하차합니다.
10시 10분이네요.
오늘의 산행코스는 밤골공원지킴터를 들머리로 해서 숨은벽을 지나 백운대까지 올랐다가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로 내려 갈 요량입니다.

도로를 가로질러 밤골입구로 갑니다.

밤길로 접어드는 좁은 산길

막걸리 한잔 걸칠 수 있는 간이 음식점 옆길로 갑니다.

이 좁은 길에 승용차가 올라가는 군요. 국사당으로 가는 걸까요?

300m 쯤 걸어와 밤골공원지킴터에 도착을 하고, 본격적인 산행준비를 합니다.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화장실도 들리고

백운대까지는 4.3km.
산행하는 이들에게 있어 이 정도는 그냥 걸을만한 거리죠.

개울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갑니다.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백운대' 방향으로 가요.

송전철탑을 지나면서 디딤돌 같은 돌 계단을 오르고

경사가 완만한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국립공원답게 이정표는 많이 세워서 길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숨은 벽'은 백운대 방향으로 가야해요.
북한산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숨은벽 코스는, 백운대로 가는 가장 아름다운 코스라 할 수 있죠. 조금은 위험할 수 도 있는 암릉을 걷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구요.

산행에 발 들여놓던 10여년전에 숨은 벽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산행 초보였던 2015년 4월 21일, 북한산을 가 보고 싶어 우리 지역의 某산악회흫 따라 왔었죠. 그날 처음으로 접하는 산악회 분위기 그리고 낯설은 사람들에 섞여서 따라다니기도 바빠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어벙벙하다가 하루를 보냈었습니다.
이제는 연륜도 있고해서 여유를 갖고 즐기면서 산행을 하지만요.

향기짙은 가을꽃, 구절초가 피었습니다.
구절초가 살기에는 땅이 너무 척박해서 그런가, 가을산에서 흔히 보는 구절초가 거의 눈에 띄질 않는군요.

'숨은 벽' 안전쉼터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서울 강북구·도봉구·성북구·은평구·종로구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양주시·의정부시에 걸쳐있는 836.5m의 북한산은 서울시 주변에서 가장 높으며, 주봉인 백운대를 중심으로 북쪽 인수봉과 남쪽 만경대의 3봉이 삼각형으로 놓여 있어 삼각산이라고도 합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 둥 말 둥 하여라"
병자호란 때 척화를 주장하다가 심양으로 잡혀가게 되었을 때 지은, 김상헌(金尙憲)의 시조에 나오는 그 삼각산입니다.
'삼각산'과 '한강수'는 한양을 뜻하는 말이지만요.

북서쪽 능선에는 조선 숙종 때에 쌓은 북한산성이 있는데, 대동문, 대서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등이 남아있으며 '화계사'를 비롯해 유서 깊은 사찰들과 많은 유물·유적이 있다고 하죠.
1983년 4월에는, 북한산과 도봉산 일대 78.5㎢가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답니다.

북한산이라는 명칭은 서울의 옛 이름 한산(漢山)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산의 북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세 봉우리인 백운대(836.5m), 인수봉(810.5m), 만경대(799.5m)를 삼각산(三角山), 삼봉산(三峰山) 또는 화산(華山)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삼국시대에는 아기를 등에 업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부아악(負兒岳)이라고도 했다네요.

서울과 인접한 山들 중 가장 높고 산세가 험하여, 예로부터 서울의 진산으로 여겼구요.
고구려의 왕자 '온조'와 '비류'가 남으로 내려와 북한산 봉우리에 올라 지세를 살폈다고도 하며,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수도를 수호하는 천혜의 방어막 역할을 수행했다고 해요.

'119 산악구급함' 옆을 지나갑니다.

백운대까지는 2.1km 남았답니다.
절반 넘게 왔네요.
길이 좋아서 그런거죠. 동네 뒷산같이 완만한 북한산 산길은 산책로처럼 걷기도 좋고 정감이 가는 예쁜 길입니다.

북한산의 옛 이름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기록은 조선 중종 때 편찬된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랍니다.
이 책에서는 북한산의 조선시대 이름인 '삼각산'에 대해서 ‘양주 경계에 있으며, 화산(華山)이라고도 하고, 신라 때는 ‘부아악(負兒岳)’이라고도 했다고 적혀 있답니다.

그리고 ‘고구려 동명왕의 아들 비류, 온조가 남쪽으로 내려와 한산(漢山)에 이르러 부아악에 올라가 살 만한 땅을 찾았으니, 바로 이 산이다’ 라는 대목도 나온다고 해요.

우리 사는 지역은 춥다고 따뜻한 옷을 입고 왔는데, 북한산은 조금 덥군요. 그래도 가을날이라 산행하기에 참 좋습니다.

시월로 접어들면서 내내 비가 내리던 동안, 가을은 훌쩍 가버리고 겨울이 왔는데,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새도 없이 허망하게 보낸 가을이 못내 아쉬웠는데, 북한산에 와서 가을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암릉구간을 지납니다.

산행을 하면서 암릉구간을 만나면 즐거워집니다. 거기에 밧줄이라도 잡고 오른다면 더 신나는데, 아쉽게도 여긴 그런 구간이 없습니다.

북한산의 암릉은 표면이 거칠거나 요철이 없는 밋밋하고 부드러운, 비유하자면 덩치는 커다란게 성격은 온순한 '골든 리트리버'같은 느낌을 줍니다.



나무뿌리가 그냥 그대로 드러난 길

큰 돌들이 떡하니 자리잡은 등산로

이 길이 맞는 가, 긴가민가하는 곳에는 나뭇가지에 '탐방로'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저기 저만치에 멋진 바위 산봉우리가 보여서 발걸음을 조금 빨리합니다.

줄지어 뻗어내린 장엄한 산 줄기들

저 멀리엔 도봉산 오봉능선이 보입니다.
뾰죽 뾰죽 솟은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은 멀리서 바라봐도 아주 멋집니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우뚝 솟은 암봉이 어우러진 풍경은 전형적인 가을 山 답군요.

단풍이 물드는 가을입니다.
등산이나, 트레킹, 산책 등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그렇지만 활동량이 늘어나는 만큼 예기치 못한 부상 위험도 높아집니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가볍게 넘어지는 것이라든가 가벼운 충격에도 발생할 수 있는 척추압박골절을 조심하는 게 좋답니다.
척추압박골절은 말 그대로 척추뼈가 압력에 의해 찌그러지듯 무너지는 질환인데, 큰 교통사고나 높은 곳에서의 추락이 아니라도 골밀도가 약해진 상태에는 단순히 넘어지거나 기침, 재채기같은 작은 충격에도 생길 수 있다는 군요.

척추압박골절 초기증상은 단순 요통과 비슷해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골절이 의심된다면 X-레이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답니다.
그리고, 척추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비타민D와 칼슘 섭취, 규칙적인 체중 부하운동인 걷기나 가벼운 등산을 하는 게 좋다고 해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게 최고입니다.


숨은 벽 능선이 잘 보이는 마당바위에 왔습니다.
마당처럼 넓직하고 평평하다해서 마당바위라 하죠.

'숨은 벽' 능선은 백운대와 인수봉사이에 있는 암벽능선으로, 숨어 있는 듯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고 '숨은 벽'이라 하는데 '숨은 벽' 능선의 단풍은 북한산의 최고 명소 중 하나라고 합니다.

숨은 벽 능선을 찍는 사람을 지나 뒤편으로 더 나아가 봅니다.

바위 아래에는 해골바위가 보입니다.
해골바위는 말 그대로 해골과 흡사하다고 해골바위입니다.


북한산의 대표 봉우리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뒤편 고양시 덕양구 방향에 숨어 있어 예전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벽은, 1969년 산악인들에 의해 암벽등반 루트로 개척되면서 숨은 벽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북한산 숨은벽 능선은 서울 4대 스릴 코스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짜릿하고도 아름다운 등산로지만, 바위능선이 가파르고 위험해서 일반인은 갈 수 없고 암벽등반 전문가들만 갈 수 있습니다.

백운대로 향하는 길은 바윗돌로 되어 있습니다.




백운대로 가는 길에 자꾸만 보이는 설교 벽 능선과 숨은 벽 능선.
왼쪽의 인수봉과 이어진 능선은 설교 벽 능선, 숨은 벽과 이어진 능선은 숨은 벽 능선입니다.


뒤돌아 본 마당바위

모처럼 큰 맘먹고 오랜만에 북한산을 찾는 우리들은 백운대까지 가지만, 가볍게 운동삼아 산행길에 나선 이들은 이 숨은 벽 능선까지 왔다가 돌아가도 좋습니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아찔한, 이런 암릉을 걸을 때는 짜릿한 기분이 듭니다.





암릉구간은 깔딱고개에 다다를 때 까지 계속되고.....


여기까지 오는데도 인수봉과 숨은벽은 자꾸 따라옵니다.
볼 수록 감탄하게 되는 인수봉과 숨은벽.



이 바위에 오기 직전 오른쪽으로는 나뭇가지가 얽힌 작은 길이 있어, 그 길로 가면 파란색 옷의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고 그냥 직진하면 이 바위로 올라오는데,

바위가 좋다고 바위쪽으로 직진합니다.

햇빛이 따스한 바위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잡았습니다.
지금 시간 11시 50분.

점심을 먹던 바위위로 올라가면 길은 없습니다.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 쪽으로도 건너가기도 난감합니다

점심을 먹는 이 바위에서 내려가는 길은,
왼쪽의 소나무가 있는 옆에, 바위를 쪼아 만든 희미한 계단이 있어 그리로 내려갑니다.


가운데의 약간 움푹 움푹파인 게 돌을 쪼아 만든 계단인데, 그냥 내려갈 만 합니다.

바위 뒷편길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숨은 벽 산불감시초소 앞, 쩍 갈라진 바위틈으로 길이 있습니다.

날씬한 사람은 무난하게 나가지만 조금 살집이 있다 싶으면 나가기가 곤란하더라구요.
바위틈에 낑겨서 애를 먹는데 먼저 빠져나간 일행이 배낭을 받아줘서 겨우 빠져나갑니다.


바위틈을 빠져나와서 뒤돌아보니 머리위로 철 난간이 있네요.
저걸 잡고 내려오는 길도 있었는데, 전혀 알지를 못했습니다.


이내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쇠난간을 잡고서 조심스레 내려옵니다.
경사가 엄청 심하네요.



내리막길이 끝난다 싶더니 이번에는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아무런 시설이 없어 바윗돌을 밟으며 올라갑니다.


가는 도중의 샘터에서 샘물 한 바가지 마십니다.
온통 바위들이 쫙 깔린 이 산중턱에 시원하고 달디 단 샘물이 솟아납니다.

바위틈의 샘물


길고도 긴 깔딱고개, 여기는 밤골계곡입니다.

같이 가는 일행은 '이건 봉정암 해탈고개보다 더 심한 고개'라고 투덜대는 군요.


힘든 고갯길이라 해도 단풍 든 모습을 보며,
조바심 내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한발 한발 오르다보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계곡길도 끝나고, 백운대도 멀지 않습니다.





고개를 넘었으니 잠시 쉬었다 가야죠.
백운대도 500m 남았다니까요.
지금 시간은 12시 50분.


기이한 모습의 만경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풀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누렁이가 길 안내하듯 앞장 서더니, 내집을 찾아 온 사람들을 맞이하듯 계단 옆 바위위에 편안한 자세로 앉았습니다.

다 왔습니다.
산성 옆 쇠난간을 잡고 올라갑니다.






오늘 백운대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않네요.

백운대 탐방객 중 절반은 외국인입니다.

그들은 백운대 정상을 오르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해요.


산림청 100대 명산중 3번째로 손꼽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연평균 탐방객이 1,000만명에 이르고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는 산이랍니다.

인수봉에는 오늘도 암벽등반가들이 암벽을 오릅니다.
인수봉은 북한산의 제2봉우리로 810.5m의 높이로 일반 등산객들은 정상에 오를 수 없는, 나무 하나 풀 한포기도 자라지 못하는 화강암 봉우리입니다.
그런데 암벽등반기술이 필요한 인수봉을 아무런 장비도 없이 그냥 걸어서 올라간 기록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백제의 온조와 비류가 인수봉에 올라 地勢를 살폈다고 하는 것입니다.
또한 구한말 법무대신을 지낸 '신기선'의 '유 북한기'에는 영남에서 올라온 김 모씨가 인수봉에 올라 깃발을 꽂았다는 순검의 증언을 채록하였답니다.
1929년, 인수봉에 올라간 영국영사 '클리프 아처'는 회고록에서 "백운대에서 인수봉을 정찰하니 이미 올라간 사람이 있었다" 라고 적고 있다고 해요.
그러나 공식적인 기록을 남긴 初登은 '클리프 아처'이기에, 공식적 초등자는 영국인과 같이 등반한 일본인이랍니다.

그외에도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오는 등반가들의 공통된 증언은, 인수봉 정상에 쌓은지 약간 오래된 돌탑이 있고, 올라가는 암벽에는 同時期에 마애불이 그려져 있었다라는 것인데, 이건 아마도 지진으로 파괴된 1597년 이후에도 어떤 방법으로 맨손 암벽등반하여 올라가 흔적을 남긴 게 아닌가 한답니다.
인수봉은 동쪽, 남쪽, 서쪽은 직벽에 가까운 암벽으로 형성되어 있고, 북쪽으로는 악어등 같은 모습의 험한 능선을 이루고 있는 데,
지금처럼 등산장비가 없었던 조선시대에도 인수봉에 올라가 암각서를 남긴 흔적이 있다는 것은, 북쪽의 악어등 같은 능선 사이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인수봉에 올라가지 않았을까 추측, 혹자는 북한산 주변의 사찰 수도승들이 수도 행위로 등반하지 않았나 추정하기도 한다고 하죠.

안전장비를 갖추었다지만,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암벽등반은 보는 사람 가슴을 바짝 쫄아들게 합니다.
그래도 인수봉 등반은, 암벽등반 중에서도 '난이도가 下 정도 된다'고 국공지킴이는 말하드군요.

바람도 없는 따뜻한 날씨

줄지어 사람들은 백운대로 갑니다.



정상아래의 넓직한 바위에 사람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 위로 올라 간 사람도 있네요.


'북한산 정상'하면 서울에서 가장 높은 836.5m의 백운대를 말합니다.
원효봉, 염초봉, 백운대로 구성된 북한산 원효능선의 최정점으로, 태조 이성계가 백운대 정상을 올랐다는 기록이 있으나, 일반인들은 중간의 급경사 슬랩들 때문에 추락하면 즉사를 하는 등 접근이 매우 어려웠으며,
장비를 갖추지 않은 일반인들이 백운대 정상을 오르게 된 것은 1908년에 고정로프가 설치가 된 이후라고 해요.

그러나 그후에도 진동이 매우 심하여 공포의 불완전한 탐방로인데다, 탐방객 추락사 사고를 2번이나 겪은 뒤 1927년 4월 1일, 조선총독부의 지원으로 고양군에서 철제 난간 공사를 시작하였고 1927년 11월 12일에 완공하였다고 하죠.
그때부터 일반 등산객들이 본격적으로 백운대 정상을 등정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상은 비좁아서 오래 지체할 수 없어 하산을 하는 데, 우뚝 솟은 인수봉이 눈앞에 있습니다.
인수봉은 하루재 방면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군 철모처럼 보여서 독일군 철모바위라고도 부르기도 한다는 군요.

바라만봐도 겁이나는 이 인수봉 정상에서 2014년 10월에 결혼식이 열려서 화제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겁을 상실한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면 만경대를 마주보는 지점에 오리처럼 생긴 바위가 있습니다.

탐방객들은 이 바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어, 사진 한 장 찍기도 힘듭니다.


내려오는 사람이나 올라가는 사람 모두 병목 현상이 없이 무난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건, 좌우로 분리해서 철난간을 보강했기에 별 문제 없죠.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내려가려고 용암문으로 들어갑니다.
백운봉 암문은 북한산성 성문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데 이 암문은 비상시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통로였으며, 때로는 구원병의 출입로로 활용된 일종의 비상출입구였답니다.
원래 문짝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문짝을 달았던 원형의 지도릿돌과 일반문의 빗장에 해당되는 장군목을 걸었던 방형 구멍이 남아있는 상태.


백운봉 암문을 나서면 그때부터는 내리막입니다.


거친 돌길

한발 한발 내딛는 것도 조심스런 산길에 단풍이 물들어 갑니다.

14시 10분
첫번째 쉼터에 도착합니다.
바짝 긴장을 하며 내려왔으니 잠시 쉬어가도 되겠죠?

산국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산에 사는 국화꽃 山菊은 9~10월에 작고 노란꽃이 핍니다. 예전에는 술을 담그거나 차로 마시고 향기가 좋아 베개속에 넣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꽃으로는 감국(甘菊)이 있는데, 산국의 향기는 달콤하지만 꽃잎은 조금 쓴맛이 나는 반면, 감국은 단맛이 나서 甘菊입니다. 그 둘은 너무도 흡사해서 쉽게 구별하기 쉽지않은데, 쉬운 구별은 꽃의 크기입니다. 山菊은 지름 1.5cm의 10원짜리 동전크기라면 甘菊은 그보다 조금 큰 2.5cm 정도됩니다.


2번째 쉼터까지 왔습니다.
쉴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쉬어가는 게 좋습니다. 길이 썩 좋지못해서 신경쓰면서 내려오다보니 진땀이 다 나는 군요.

'탐방로 안내도'가 조금 삐딱하죠?
땅바닥에 누운 걸 찍다보니 삐뚤게 되었습니다.


대동사를 지나서 조금 더 내려오면 갈림길이 있습니다. 직진하면 보리사 방향, 오른쪽으로 꺾으면 상운사, 원효봉으로 갑니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북한산을 왔는데 되도록이면 다 들려보는 게 좋겠죠?
그래서 다리가 뻐근한 상태인데도 원효봉으로 갑니다.

"원효봉까지는 800m라는데 까짓거 한번 가 보지 뭐"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을 하고,
무리하게 산행을 하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도전을 합니다.

원효봉으로 가는 입구


다리도 아프고 체력도 바닥이 나서 올라가는 게 아주 죽을 맛입니다.

같이 가는 일행도 힘들어서 한발 한발 무겁게 발걸음을 떼는 군요.

15시
상운사는 생략합니다. 거기까지 들려 볼 기운은 남아있지 않거든요.
그냥 오르는 것도 그야말로 '젓 먹던 힘까지 다해서' 가는 겁니다.

원효봉까지 '800m의 얼마 안되는 거리가 이렇게도 먼 거리였나' 싶습니다.

훠이 훠이 능선에 오르자 북문이 보입니다.

해발 430m의 능선 안부에 있는 북문은, 훈련도감 유영과 상운사에서 북문지역의 수비와 관리를 맡았던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북문을 지나면서 성곽이 보입니다.


성랑지(城廊址) 였음을 알리는 표지판도 보입니다.
조선후기 병사들이 머물던 초소 성랑(城廊)은 북한산성에 143곳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연결하여 돌로 쌓은 북한산성은 길이11.6km, 내부 면적은 5.3㎡나 된답니다.
북한산성은 축성 이후 한번도 전쟁을 겪지않고 현재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데, 북한산성을 쌓는 것에 대한 논의는 일찍부터 있었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한양 도성의 배후에 산성을 쌓아 국난에 대비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제의 축성은 1711년(숙종 37년)에 했으며 정작 성을 쌓는 기간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요.

성벽은 평지, 산지, 봉우리 등 지형에 따라 계곡부는 온전한 높이로 쌓고, 지형이 가파른 곳은 그보다 낮거나 여장(女墻)을 올리는 등 높이를 달리하여 쌓았다고 하죠. 성벽의 높이를 지형에 따라 달리한 점, 성문의 여장을 한 장의 돌로 만든 점, 옹성과 포루를 설치하지 않은 것, 성을 이중으로 쌓은 것 등은 다른 산성과 다른 북한산성만의 특징이랍니다.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산1-1의 북한산성은 1968.12.5일자로 사적 제162호로 지정되었구요.

드디어 원효봉에 올랐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니 경치가 아주 그만입니다. 왼쪽의 염초봉과 백운대, 만경대와 노적봉이 그림같습니다.
662m의 염초봉의 원래 이름은 靈嘴峰(영취봉)이며, 백운대로 이어지는 원효봉 능선의 암봉입니다.
백운대(836.5m)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북한산 최고봉의 화강암 봉우리이구요,
799.5m의 만경대는 萬壽峰이라고도 하며, 여러모양의 암봉들이 남북으로 늘어져서 보는 방향에 따라 만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고 만경대라 하며, 오른쪽의 노적봉은 봉우리 모양이 노적가리를 쌓은 것 같다고 그리 부르는데, 임진왜란 때는 군량미가 떨어지자 이 봉우리에 가마니를 덮어 군량미인 것처럼 속여서 위기를 넘겼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높이는 716m.

암봉인데도 원효봉은 넓직하고 평평합니다.


원효봉은 해발 505m의 봉우리로, 원효봉이란 이름은 봉우리 아래에 있는 '원효암'에서 유래하였다고 해요.
원효대사는 원효암의 토굴에서 수행 정진했다고 합니다.


사방이 뻥 뚫린 원효봉에 올라, 줄지어 솟아오른 암봉들을 보면서 좌선을 하고 수행을 하는 원효대사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동쪽으로 보면 산 중턱에 불상이 보입니다. 어느 절(寺)인지 모르지만 불상만 보여요.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쪼이고, 살랑이는 바람에 억새가 흔들립니다.



고양이는 여나믄 마리가 떼를 지어 바위에 몰려있고

이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조선시대 ‘삼각산 8경’ 중 하나였다고 해요.





중복되는 얘기입니다만, 병자호란 이후 1711년(숙종 37)에는 북한산 일대에 산성을 축조하고 이를 북한산성이라 했으며, 북한산성은 북한산 능선 8km를 따라 이어지며 당시 건립된 14개의 성문 중에서 현재는 대남문, 대서문, 대성문, 보국문, 용암문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원효봉을 내려서자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
이게 웬일이랍니까?
원효봉을 오지 않았다면 저 바위를 넘어가는 재미지는 일도 없을꺼 아닙니까?

생각도 않은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이 드는군요.
북한산을 온다면 백운대는 반드시 들려야 하지만, '숨은 벽'과 여기 이 '원효봉'도 한번 들려보시길 바랍니다.
너무도 멋진 곳이라 후회없을 겁니다.

암봉은 사람하나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원효봉을 함께 올랐던 일행


내려와서 쳐다 본 암봉

이내 마주친 큰 바위에는 외국 여인이 올라가 있네요.


원효암에 왔습니다.

원효대사가 수행하던 곳, 그래서 원효암입니다.



산아래에 보이는 저 사찰은 보리사인가요?



산과 들에 자생하는 꽃향유가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9~10월에 자주색 또는 분홍꽃이 피는 가을꽃이죠.
향기가 좋아서 향수나 화장품의 원료로 쓰며 차와 약재로도 이용하는 풀입니다.

꽃향유는 자잘한 꽃송이들이 모여 한쪽 방향으로만 빽빽히 몰려서 피므로, 꽃차례가 비대칭이라 반대쪽은 꽃이 없습니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된장국 등 국거리로 쓰거나 가루를 묻혀 튀김을 해 먹기도 하는데, 동의보감에는 전초를 말려서 달여마시거나 가글을 하면 입냄새가 없어진다고 했답니다.

원효암을 지나서 내려오면, 성랑지를 복원하는 장소가 곳곳에 보입니다.
복원에 필요한 재료들도 많이 갖다 놓았구요.



여장(女牆)은 성위에 낮게 쌓은 담으로, 성벽위에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패역할을 하는 성곽 구조물이구요.

서암문으로 나갑니다.
서암문은 1711년 북한산성을 축조하면서 설치한 8개의 암문(巖門) 중 하나로, 비상시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통로였으며 구원병의 출입로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城안의 시신을 내보내던 시구문(屍口門)이기도 했구요.




가파른 내리막길은 산을 다 내려올 때까지 계속됩니다.

돌계단 길이지만 엄청 가팔라서 빨리 내려올 수도 없습니다.

산을 내려와 평지에 다달으니 살 것 같군요.



이 길은 북한산 둘레길인가 봅니다.





넓은 도로에 나왔습니다.
10년전에 왔을 때 그때에 여기는 아무것도 없었죠. 지나가는 사람도, 집도, 심지어는 오고 가는 차량들도 없던 외진 곳이었습니다.
여기가 잊혀지지 않는 건, 2015년 4월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 날도 밤골에서 시작해서 숨은벽과 백운대까지 간 다음 하루재, 도선사, 우의동주차장으로 내려가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길을 모르는 상태라 백운대를 내려와 앞서가는 일행을 따라 가다보니, 지금 여기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로 오게 된 거였죠. 우의동주차장으로 가야하는 데 물어볼 데도 없고 지나가는 차량들도 없어, 1시간도 넘게 발만 동동구르다가 때마침 지나가는 택시가 있어 세웠더니, 고양시 소속이라 그리로는 안 간다네요. 그래서 사정 사정해서 간신히 우의동주차장으로 갔었더랬죠. 거금 4만원을 주고서.
아마 그때는 온갖 불쌍한 표정을 다 지었기에 택시기사가 마지 못해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짜로 태워달라한 것도 아닌데, 참으로 어렵게 어렵게 택시를 탔던 그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허허벌판에 아무것도 없던 이 외진 곳에, 지금은 아웃도어매장을 비롯한 여러 상가가 밀집해 있고 주차장도 제1, 제2주차장이 들어선 걸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낍니다.

주차장까지 왔습니다.
몸은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데도, 머리는 맑으면서 기분은 좋습니다.


16시 20분
서울과 경기도 북부에 솟아 있는 명산 '북한산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오늘은 8.9km를 걸었습니다. 6시간 10분 걸렸구요, 평균속도는 1.9km였답니다.

산행코스 : 밤골공원지킴터 → 숨은 벽 능선(조망) → 깔딱고개 밤골계곡 → 백운대 → 백운봉암문 → 대동사 → 원효봉갈림길 → 원효봉 → 원효암 → 서암문 → 효자원사거리 →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8.9km, 6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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