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9
끝이 없을 것 같던 여름도 한발짝씩 물러나고 있습니다.
새벽에는 선선하더니만 아침이 되자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비 다운 비가 내리면 누가 뭐랍니까? 이 비는 그저 몇방울 떨어지다 그치고 마는 야속하고 얄미운 비 입니다.

오늘의 산행지도 정선입니다.
정선의 가리왕산, 그 산을 갑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진부IC로 접어들어 정선으로 가면서 마평, 수항, 막동, 장전터널을 지나 조금 더 가면 길목에 들머리가 있습니다.

09시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산400-22 장구목이에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영월, 태백, 정선까지의 거리가 얼마라고 표시한 안내판이 있는 곳, 산불감시초소 흰 건물이 보이는 곳이 가리왕산 들머리.
가리왕산을 갔다가 원점회귀 할 승용차들이 길가에 주욱 서 있습니다. 장구목이는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길가에 주차를 해야 합니다.

아무런 안내도 없이 가던 버스가 갑자기 길가에 정차를 하자, 사람들은 하차를 한 후에 산행 할 준비로 손길이 바빠집니다.

장구목이에는 그다지 쾌적하다고 말하기엔 뭣한, 간이화장실이 하나 있습니다.

장구목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궁금해 하며 힘차게 떼어보는 발걸음 .

장구목이는 해발 400m정도 됩니다. 가리왕산은 1,561m이므로 1,100m 남짓 올라가면 되니까, 언뜻 생각하면 만만하고 쉬우면서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주책도 없이...

가리왕산은 서너번을 다녀갔습니다. 그때마다 너무도 힘들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맘 먹었던 산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오늘 아침,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가면서 "이 정도의 오르막을 왜 힘들다 했지, 뭘 착각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잘한 자갈이 깔린 길이지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일도 없는 길인데

세찬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물은 시원스럽기만 한데, 게다가 가을 기운이 느껴지는 약간 서늘한 기온과 잔뜩 찌프린 하늘은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인데

비에 젖은 등산로는 먼지가 나지 않아 좋기만 한데.

09시 20분
입구에서 800m 지점의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이끼계곡

가리왕산 이끼계곡은 영월 상동, 삼척 무건리 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이끼계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이끼계곡 모두 강원도에 있는데 이끼계곡은 사람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곳,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곳에 있습니다.

장전 이끼계곡은 가리왕산(1,501m)과 중왕산(1,379m)의 깊은 계곡에, 영월 상동 이끼계곡은 구룡산(1,345m)과 삼동산(1,178m)의 계곡,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은 응봉산(1,267m)과 육백산(1,244m)계곡에 있는 것 처럼, 이끼계곡 모두는 인적이 드믄 곳에 있습니다.

이 가리왕산 이끼계곡은 행정구역상으로 보면 정선 북평면 숙암리인데, 평창 장전 이끼계곡이라 합니다.
숙암계곡이라 해야 맞을텐데 그리 부르는 건, 봄이면 철쭉으로 유명한 숙암계곡이 있어 혼돈을 주지 않으려는 그런 의도로 달리 부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리왕산 이끼계곡에는 작은 폭포가 9개나 있습니다. 장마철 수량이 풍부할 때 만큼의 장관은 아니지만, 작으면서도 우렁찬 물소리를 내는 폭포는 당차고 똘똘한 사내아이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침나절에 내린 비를 맞은 나뭇잎은 기름칠을 한듯 반짝 반짝 윤이나는 군요.

길을 걷다가 오른쪽 계곡으로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는 곳으로 가면 이끼폭포가 있습니다.
연두색깔 이끼바위들은 그 색감이 너무 예뻐서 자꾸만 발길은 더디어 지고.

09시 40분






풀숲에는 송이풀꽃이 피어있고

납작 납작한 돌 계단에는 이끼가 끼었습니다.

가다가 길이 나 있으면 보고 가고 또, 가다가 길이 있으면 보면서 가는 9개의 이끼폭포는, 콕 찝어서 알려주기 전에는 몇번째의 폭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끼 낀 모습이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이끼는 물 속에서 땅 위로 진화하는 중간 형태의 식물로, 습기가 많은 땅이나 바위 그리고, 나무 줄기 등에 붙어 자랍니다. 꽃식물의 한 부문으로 선류, 태류, 지의류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죠.
엽록소를 가지고 있지만 땅 위의 식물과는 달리, 뿌리와 줄기와 잎과 꽃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또 번식하는 것도 씨가 아닌, 포자나 무성아라는 눈을 만들어 번식을 합니다.

이끼류는 모양에 따라 솔이끼, 우산이끼, 아기솔이끼, 표주박이끼, 물이끼 등이 있는데,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지만 자연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맨땅이 드러난 곳에 제일 먼저 정착을 하면서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이끼가 자라면서 생긴 부식토 덕분에 식물들이 뿌리내릴 수 있고, 이끼 스스로가 작은 동물에게는 안식처와 음식을 제공합니다. 결국 이끼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끼 낀 모습에 매료되어 발걸음은 자꾸 더디어만 가는데, 오늘 처음으로 가리왕산을 찾은 일행이 말합니다. "빨리 여기 와 보세요, 위로 갈 수록 더 멋있어요."

그 멋있는 이끼계곡의 모습을, 육안으로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색감의 이끼 낀 모습을,
이정도 밖에 담아내지 못하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가리왕산에서는 전화가 불통되는 구간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전화기는 꺼두고 물가의 돌과, 산과 바위와 나무에게 까지 낀 이끼의 모습을 감상하며 산을 오르면 덜 힘들지도 모릅니다.


범꼬리 흰꽃이 피었습니다. 범꼬리는 한국, 아시아, 유럽 등에 널리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권삼, 호미, 자삼, 도근초, 범꼬리권삼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줄기 끝에 많은 꽃들이 모여서 호랑이의 꼬리 모양을 하고 있어 '범꼬리'입니다.
연한 붉은색의 꽃이 피는데 가리왕산 범꼬리는 흰색이군요.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으며 뿌리는 탄닌을 함유하고 있어, 해열 · 진경(鎭痙) ·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는 열병경축(熱病驚축) · 경간(驚癎) · 파상풍 · 장염 · 이질 · 임파선종 · 옹종(癰腫) 등에 치료제로 사용한다고 해요.

가리왕산은 이끼의 산입니다. 바위도 나무도 이끼로 덮혔습니다. 훼손되지 않은 원시림이 보존되어 있어, 햇빛이 잘 들지않는 때문이기도 하죠.

10시 15분
너른 공터에 왔습니다. 쉬어가면 좋을텐데 쉴 곳이 마땅치 못해 그냥 가야겠습니다.

너른공터의 뒷편에 있는 山도 온통 이끼 천지입니다. 그냥 산 전체가 이끼로 덮혔습니다.

이끼계곡은 끝났습니다.

공터를 지나면서 고도는 차츰 차츰 높아집니다.


임도에 도착하기까지는 숨 가쁘게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원시림의 숲은 서늘합니다.
가리왕산에 왔을 때 가을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땀으로 목욕을 하던 그 찜통같은 날들은 말도없이 사르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서늘한 기온에도 여전히 더위를 느낍니다. 한가닥의 바람도 불지않는 가리왕산에서 오늘도 땀에 젖어갑니다.

흐린 날씨에 공기는 축축한데도, 땀방울은 방울 방울 떨어집니다.


오!
장구목이 임도에 왔습니다.

10시 30분
2.6km를 1시간 반 동안 걸었네요.
이끼계곡이 끝나고 넓은 공터를 지나면서 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더디게 했습니다.

장구목이 임도부터 주목군락지까지는 진짜 진짜 힘든 오르막길이기에 쉬는 시간을 좀 더 가져봅니다.
체력보충을 위한 간식과 물도 마시고, 뻐근한 다리도 주물러주고



깊고 깊은 이 산에도 개망초는 피었습니다.

가을이 왔다고 미역취도 노란꽃이 피었습니다.

정선읍·북평면과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은 산이 높고 웅장합니다.

가리왕산에는 8개의 명승이 있는데, 그 8개의 명승은 맑은 날 동해가 보인다는 가리왕산 상봉의 망운대, 동심(東深), 서심(西深), 시녀암, 백발암, 장자탄, 용굴계곡, 비룡종유굴 등이랍니다.이 중 제1경인 망운대가 으뜸으로 상봉 망운대에 서면 오대산, 두타산,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등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하죠.
정상부근에는 주목나무와 천연 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고

숙암 방면 입구는 약 4㎞ 구간에 철쭉이 밀집 자생하고 있고, 북쪽 기슭으로 흐르는 장전계곡과 남쪽으로 굽이치는 회동계곡이 있으며, 깎아지른 암벽과 기암괴석, 울창한 수풀, 맑고 시원할 계류가 어우러진 회동계곡 입구에는 가리왕산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가리왕산 자연 휴양림계곡은 절경이라 합니다. 골짜기를 가로질러 놓인 3개의 다리도 운치가 있다고 해요.

가리왕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에 선정된 산이기도 합니다.
가리왕산 8경이 있어 경관이 수려하고, 활엽수 극상림이 분포해 있으며, 전국적인 산나물 자생지로 유명한데, 특히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주목군락지가 있어 산림유전자원보호림과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는 등 경관, 생태적으로 가치가 큰 점에서 선정되었답니다.

옛날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이곳에 피난을 와서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갈왕산이라 부르다가 일제 강점기때 가리왕산으로 바뀌었다고 하죠.
일제강점기의 창씨개명(創氏改名)은 조선인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는 제도였는데, 조선인의 민족정체성을 없애려고 한 이 제도는 1939년 11월 10일에 공포하고 1940년 2월 11일부터 시행되었었죠.
1914년 일제는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創地改名이란 명목으로 '王'으로 된 건 전부 '왕(旺)'으로 바꾸었는데, 성할 왕(旺)자는 日+王으로 일본이 조선의 왕을 누른다는 뜻이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과거엔 加里旺山이라 하던 걸, 2003년에 加里王山으로 변경했다 합니다.

투구꽃이 피었습니다. 바꽃이라고도 하는 투구꽃은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서 자라는 다년초로 8월 말부터 10월까지 아름답고 화려한 꽃을 피웁니다. 그러나 민감한 사람은 투구꽃을 만진 손으로 얼굴만 만져도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의 독초입니다. .

4월쯤, 어린 투구꽃의 형태는 쑥갓이나 미나리, 쑥 등의 나물과 비슷해서, 식용 나물로 잘못 알고 뜯어먹고서는 환각에 시달리다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꽃말이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 하죠.

갈왕에서 유래했다는 가리왕산의 북쪽 골짜기에는, 갈왕이 지었다는 대궐터가 남아있다 해요. 그리고 '조선지지자료'에는 진부면 막동리(幕洞里)에 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답니다.
그렇지만 일설에는 가리왕산의 모습이 큰 가리(벼나 나무를 쌓은 더미)같다고 하여 유래되었다고도 하죠.

참으로 힘든 길입니다.
初行길이면 처음이라 그렇다지만, 몇번을 다녀간 길인데도 처음가는 것처럼 힘들어 죽을 지경입니다.

느릿 느릿, 속도가 전혀 붙지 않습니다. 이럴 때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좋을텐데 가을이 오는 걸 피부로 느끼면서도, 덥지않은 척하면서 은근히 더운 날이 땀 흐르게 합니다.



11시 05분
정상은 1.2km를 더 가야 한답니다.
장구목이 임도에서 400m를 올라왔군요. 마음속으로는 거의 다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그 정도밖에 올라오지 못했다니...

숲을 바라보면, 눈이 맑아지는 저 푸르른 나뭇잎들도 머지않아 단풍이 들고 낙엽지겠지요. 저 푸른 연두색을 눈에 담고, 가슴에도 가득 담아뒀다가 눈내리는 겨울이 오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면 그때에 조금씩 조금씩 꺼내봐야 겠습니다.

쉬어갑니다. 맥이 빠져서 그냥은 못 가겠어요.
일단은 물을 마신 다음, 자두(과일)를 꺼냅니다. 포도가 한창인 지금은 자두도 제철이라, 너도 나도 자두를 갖고 왔네요.
새콤한 자두를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는 침이 고이고 두눈은 윙크하듯 찡긋해집니다.

투구꽃이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미역취도 피었고

천남성처럼 투구꽃은 사약에도 쓰였던 식물입니다. 맹독을 얻기 위해 덩이줄기인 초오를 잔뜩 달여 이를 주성분으로 만든 것이 사약이었죠.

한약재로도 쓰이기 때문에 한약명이 따로 있어, '초오'와 '부자'라 합니다.
초오두(草烏頭)ㆍ초오(草烏)ㆍ오두(烏頭)ㆍ오훼(烏喙)는 투구꽃의 덩이뿌리, 부자(附子)는 초오 옆에 자라는 조그만 덩이뿌리를 가리킵니다.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참 예쁜꽃입니다. 그래서 관상용으로 심기도 합니다.

풀꽃 2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나태주 -

고산지대에 사는 둥근이질풀도 피었습니다.


가리왕산 정상이 700m 남았답니다.
거의 다 왔군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올라갑니다.

11시 45분
주목군락지에 왔습니다.

앞에서 보면 울퉁불퉁 근육질의 남성을 보는 것 같아도

뒤에서 보면 속이 텅 비었습니다.



주목군락지까지 왔다면 거의 다 올라 온 겁니다.



신갈나무가 있는 삼거리부터 정상은 200m, 평지와 다름없는 능선길입니다.

삼거리에서 왼쪽은 숙암분교로 가고

12시
정상이 코앞이지만 신갈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점심은 정상에서 먹을려구요.


가을이 오면서 곤드레꽃이 피었습니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임의 맛만 같다면
올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 나지"
정선아리랑의 가사에 나오는 그 '곤드레 나물'입니다. '딱주기'는 뿌리가 도라지처럼 생긴 식용식물인 '잔대'의 다른 이름이구요.

곤드레나물은 강원도 지역에서 즐겨 먹는 대표적인 산나물 중 하나입니다. 나물 생김새를 보면 이파리는 크고 줄기도 두꺼운게 아주 억세 보이지만, 살짝 데치면 보들보들 연해지는 곤드레는 옛날 보릿고개 때 구황식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주로 곤드레나물밥을 해 먹었었는데, 최근에는 특유의 구수하고 담백한 풍미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들의 영양성분을 갖고있어 건강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고려엉겅퀴'.





조망이 멋진 곳에 올라섰습니다.

죽은 주목이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펼쳐진 산들이 그림같은 그런 곳.


수리취도 꽃이 피었습니다.
취나물의 일종이지만 나물로 먹기보다는 어린잎을 뜯어서 떡을 해 먹는데, 그 떡이 '수리취떡'입니다.
정선 장날(2일, 7일) 장터에서는 수리취떡을 만들면서 팔고 있는데요, 수리취는 주로 떡을 해먹기에 흔히 '떡취'라고도 합니다.

정상에 왔습니다.

해발 1561,9m의 정상에는 주변의 흩어진 돌을 모아 둥그런 돌무더기를 쌓아 놓았습니다.
가리왕산은 BAC 100대 명산 인증지입니다. 또한 2025 강원20챌린지의 인증장소이기도 합니다.


가리왕산은 우리나라 산 높이의 순위에서 한라산(1,950), 지리산(1,915), 설악산(1,708), 덕유산(1,614), 계방산(1,577), 함백산(1,573), 태백산(1,567), 오대산(1,563)에 이어 9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10번째는 남덕유산(1,507)

정상주변은 빙 둘러가며 밧줄을 쳐 놓았습니다.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겁니다.


삼각점

가리왕산 정상은 사방이 막힘없이 뻥 뚫려있어 조망하나 만큼은 그만이죠.
그 시원스런 모습을 보려고 가리왕산을 오는데

오늘은 흐린 날씨에다 구름까지 껴 있어, 겹겹이 둘러쌓인 산 풍경을 보기 어렵습니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어, 그 어느 산보다 정상은 넓직하고 평평해서 운동장 같은 곳.


정상주변에는 곤드레와 떡취가 군락을 이루고, 한창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마냥 주저앉아 있고 싶은 마음을 추스리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곤드레가 지천으로 피었네요.
이른 봄, 곤드레를 살짝 데쳐서 국 끓여먹으면, 근대국보다 더 순하고 부드러우며 구수합니다.
곤드레 말린 것은 밥솥에 넣고 밥을 지어서 양념간장으로 쓱쓱 비벼먹으면, 수수하고 소박한 맛에 빠져들게 되죠. 먹을 게 부족했던 예전에는 살기위해 먹었다지만, 요즘은 건강과 별미로 곤드레밥을 찾아 먹습니다.

보라색꽃으로 덮힌 이 아름다운 풀밭을 보는 건, 산나물 채취를 금하기 때문인데요,
가리왕산에는 희귀식물 1백여종과, 멸종위기의 포유류 4종, 희귀조류 10여 종 등 야생동물 수십 종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드믈게 참취도 꽃이 피었군요.

수리취의 이 독특한 꽃봉오리는 꽃이 진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어서, 한 겨울 눈속에서도 볼 수 있죠.

이 사진은 지난 2월 말 평창 계방산 눈밭에서 본, 꽃이 진 뒤의 수리취입니다.


산과 들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 미역취는 어린순은 나물로 먹으며, 꽃은 꽃꽂이에 이용되기도 하죠. 식물체에는 사포닌 물질이 들어 있어서 약으로도 쓴답니다. 이 작고 소박한 산야초는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염증 완화, 감기 치료, 위장 보호 등 다양한 목적에 사용해온 자연 치유 식물이라 해요. 근래에는 항염, 항균성분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한방과 자연요법, 건강차 재료로 주목받고 있구요.



정상에서 800m를 내려오면 마항치 삼거리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휴양림은 이정표 정면에 보이는 내리막으로 가야 합니다.

마항치 4거리쪽으로 리본이 달려있다고 그리가면 안됩니다. 길이 없어서 가다가 되돌아 와야 하거든요.

정면에 리본이 많이 달린 곳으로 내려갑니다.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한 지역에 오면 '통화가능 장소'라는 푯말이 있습니다.
이런 작은 친절은 가슴 따뜻하게 하죠.


어은골 임도로 내려가는 길.

처음엔 풀이 무성한 길입니다.


이 좋은 길은 대제학을 지낸 鄭公 비석을 지날 때 까지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이런 돌길이 시작됩니다.

돌길은 그렇다해도, 내리막길 경사도는 장난이 아닙니다.

밧줄잡고 내려가지만 몸은 앞으로 쏠리고


그 내리막을 걷잡을 수 없이 내려가다가 '참배암차즈기'를 만났습니다.
입을 딱 벌린 뱀 아가리 모습을 한 '참배암차즈기'를 본 기억은 한 서너번 될까, 참 보기드문 식물입니다.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이 참배암차즈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이라 하죠.
'차즈기'는 자주색깔을 띈 깻잎 '자소엽'의 다른 이름입니다.




온통 자잘한 돌들로 되어있는 이 길은, 올라올 때 보다 더 힘들고 신경쓰여서 내려가는 길인데도 진땀이 납니다.

경사가 심하다보니 몸이 앞으로 쏠려서 발가락도 아프구요.
뻣대며 내려가므로 종아리도 뻐근하면서 알이 백입니다. '알이 백인다'는 말 아시죠? 심하게 걷고서 자고 일어난 아침이면, 근육통으로 인해 걷기 힘든 상태 - 절뚝이며 걸어야 하는 그걸 말합니다.

주변에 볼거리가 없어 더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 길
행여라도 돌부리에 걸려서 엎어질까 염려하면서 신경 바짝쓰며 내려오는 길.

그러다 어은골 임도에 내려섰습니다.

13시 35분
임도 한켠에는 넓적하고 큰 바위가 2개 있어 쉬었다 갑니다.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하지만, 너무도 힘들게 내려왔기에 푹 쉬다 가야겠습니다.

내려오던 방향으로 임도를 건너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보입니다.
돌무더기와 밧줄이 보이는 곳.

임도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만만찮습니다.

여태까지 내려왔던 그 길과 똑 같이 가파른 길

어느 정도 내려오면 계곡길을 걷게 되는데, 이 쪽 개울도 연두색 이끼가 끼었습니다.

가는 길이 어떤가 좀 봐요.
이렇다니까요.






내리막이라 좋다 했더니 산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이제는 다리도 뻐근한 게 더 걸을 힘도 없고 쥐도 날 것 같은데 산으로 올라가다니, 여기까지도 겨우 겨우 왔는데 꼭 이렇게 길을 내야 되겠습니까?

올라갔으니 내려가는 길도 쉬운 길은 아니죠.
아고, 힘들어~
도전하는 산꾼들에게 이 정도의 산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보통사람들에게는 정말 힘든 산입니다.

돌담을 보면 '집터'네요. 화전민들이 살던...

돌다리를 건너는데 물이 너무나도 맑아보여서, 땀 범벅이 된 몸을 풍덩 담가봅니다.

차가운 물에 들어갔다 나오니 뻣뻣하던 다리가 많이 풀립니다. 한동안은 멀쩡하게 걸을 수 있겠습니다.

이내 쉼터를 만났지만 그냥 갑니다.


천일굴 가는 길은 멀지않은 것 같은데, 들려보지도 않고 작은 개울을 건너 갑니다.

개울을 건너다 보면 길이 희미한데,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어 그걸 보며 길 찾아갑니다.

산을 다 내려왔습니다.

왼쪽에는 휴양림 숙소가 있고


휴양림 건물쪽으로도 길이 있어 그리로 가도 되지만 곧 바로 앞으로 가, 예쁘고 작은 다리를 건넙니다.

14시 45분
다리를 건너면 포장도로.
매표소까지는 1.4km라 합니다.

타박 타박 혼자 걷는 길에는

흰 물봉선과 분홍 물봉선이 피었습니다.


봄에 피는 애기똥풀이 가을 오는 지금에도 피는군요.



휴양림 주차장을 지나


임시매표소까지 왔습니다.
임시매표소 앞 오른쪽으로 버스주차장을 새로 조성했나 본데, 우리가 타고 갈 버스는 회동교에 있어서 그냥 길 따라 직진합니다.


뒤돌아 본 임시매표소.


'고생 많았네~'
개미취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힘들고 지루했던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해요.


15시
버스가 보입니다.
가리왕산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회동교 부근 카페 옆 화장실은 들어가 보지않아도 깨끗해 보이는군요.
오늘은 10.4km를 걸었답니다. 이정표의 거리 10.9km와 얼추 비슷하게 맞군요.
꼬박 5시간 걸렸구요, 보통 걸음으로 평균 1.7km를 걸었다고 해요.

가리왕산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에서 맞이하는 일출

산행코스: 장구목이골입구→이끼계곡→장구목이→가리왕산정상→마항치삼거리→임도갈림길→어은동→심마니교→가리왕산자연휴양림→회동2교다리(10.7km, 5시간, 평균속도 1.7km)

'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9월, 오대산을 오르다 (0) | 2025.09.26 |
|---|---|
| 가을 오는 파주 '감악산'에 안개가 끼고 (1) | 2025.09.18 |
| 여름 끄트러미의 산행 - 정선 백석봉 (1) | 2025.09.04 |
| 안개에 젖어가며 산행을 하다, 제천 <금수산> (1) | 2025.08.30 |
| 오대산 '노인봉'에 가을바람이 분다. (3) | 2025.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