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9월, 오대산을 오르다

adam53 2025. 9. 26. 14:38

2025. 9. 23

도무지 끝이 없을 것 같은 여름도 이제 물러가고 있습니다. 맹위를 떨치던 더위도 한풀 꺾여서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못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오늘은 가까운 평창 오대산으로 갑니다.

환하게 웃는 나팔꽃을 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창포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본 남대천은 제법 많은 물이 잔물결치며 흘러갑니다.

평범하지만 이런 모습이 얼마나 그리웠던지요. 원래 강물은 이렇게 흘러야 하거늘 여태까지는 그러지 못해서 마음이 엄청 쓰리고 아팠거든요.

이게 지난 주의 남대천 모습입니다.

올여름은 이상하게도 강릉에만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가뭄이 너무도 극심해서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27%까지 내려가고 제한급수 위기에 닥치자, 강릉시 상하수도사업소 직원들은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지난 7월 10일 대관령 영동고속도로 준공비 부근에서 제왕산을 바라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이 기우제를 지낸 후 사흘 뒤인 13일에는 단비가 내렸습니다. 비록 충분치 못한 비 였었지만 이 비는 조금이나마 식수난에 도움되었고, 말라가던 농작물도 어느 정도 살아났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또 가뭄이 계속되자 강릉 상수도과 직원들은 다시 또, 강릉을 지켜주는 김유신장군이 모셔져 있는 대관령 '산신당'을 찾아가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그렇지만 기우제를 지냈음에도 이번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었죠.

워낙 절박한 상황이기에 이대로 손놓고 있을 수 없다고 이번에는 강릉단오제 보존회가 대관령산신당과 국사성황사에서 기우제를 지냈습니다만, 이 역시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강릉시민 모두가 비가 오기를 학수고대 했지만 전국에 내리는 비는 야속하게도 영동지방만 피해가고, 그때문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지난 달 12일에는 11.5%까지 내려가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습니다.

강릉은 절수운동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단수(斷水) 조치를 내려서, 아침 6시~9시, 저녁 6시~9시에만 물이 공급되었습니다.

사태가 이 정도까지 되자 급기야는 '재난사태지역'이 선포되고 전국의 소방차를 비롯한 물 운반차량이 강릉으로 몰려들었죠. 여러 지자체와 많은 기업, 단체와 시민들은 앞다투어 생수를 보내왔습니다.

먹는 물이야 그렇다쳐도 씻고, 설거지하고, 세탁을 할 생활용수가 제일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견디지 못한 시민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친,인척집에 세탁물을 가져가서 세탁을 하고, 다른 지역에 가서 씻고 오기도 했습니다. 

이건 사람 사는 것도 아니었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주 잠깐 4,5분 정도의 샤워를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며 사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물을 펑펑 쓰던 지난 날들이 마냥 그리워지는 날 들이었습니다.

거리에는 곳곳에 '물을 아껴쓰자'는 현수막이 붙었고

수도계량기 잠금은 50%에서 75%까지로 상향되었고, 한방울 한방울의 물이 너무도 소중한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8월 12일과 13일에 강릉에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100mm 넘는 비가 내리면서 이 비로 인해 저수율은 60%까지 올랐습니다. 거기에다가 남대천 둔치의 4개 취수장, 홈플러스 지하 취수장의 물도 한몫을 했죠.

 

그토록 시민들을 힘들게 했던 비는 9월 12일 저녁부터 오기 시작해서 13일과 17일에 내리고, 20일에도 가랑비는 종일 내렸습니다. 이 비는 강릉시민들과 배추,무 등의 밭작물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마침내 강릉시 재난사태지역 선포도 24일만인 9월 19일 저녁 6시부로 해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도밸브 75% 잠그기도 해제되었고, 운영을 중단했던 수영장과 호텔, 공중화장실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식당들도 마음놓고 영업을 할 수 있게되었고, 소방차 등 운반 급수도 사태해제와 함께 중단되었습니다.

이번 강릉지역의 가뭄 극복을 위해서 불원천리 먼길을 단숨에 달려와 준 119를 비롯한 정수, 운수 운반차량 9,108대, 헬기 29대, 총인원 22,800명이 동원되어 정수 65,600t, 원수 159,300t 공급했으며 또한 국비 41억원, 도비 30억 5천만원, 시비 45억 5천만원 등 총 117억원이 재정이 투입되었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내린 비로 자연유입 수량도 증가하고, 정선 평창의 도암댐 물도 받아들이면서 오봉저수지의 수위는 안정세를 보이고, 모든 것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샤워를 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세탁기도 언제든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대천 창포다리를 건널 때마다 마음아프게 했던 강물도, 이제는 아래 사진처럼 찰랑찰랑 합니다.

창포다리에서 바라 본 대관령 방면

다리에서 바라 본 동해 방면

버스는 월정사로 접어듭니다.

길옆으로는  군데 군데 밭갈이를 한, 밭들이 보입니다. 뭔가 심으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수확을 하고 나서 갈아놓은 건지는 모르지만.

푸른 산아래 드넓은 푸른 대파밭은 참 보기좋은 풍경입니다.

무우도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09시 40분

상원사주차장에 도착하고서, 다리를 건너갑니다.

뒤돌아 본 주차장

오늘 계획은 비로봉을 올랐다가 상왕봉을 거쳐서 북대 미륵암으로 갈 예정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비로봉은 3.5km

관대걸이를 지나고

상원사도 들리지 않고 곧 바로 중대로 향합니다.

돌맹이 무늬가 있는 벽돌색 포장도로.

저 갈라진 듯한 무늬처럼 생긴 돌이 울퉁불퉁했던 길은, 이렇게 말끔히 포장되었습니다.

중대 사자암 계단 직전까지 도로를 포장한 덕분에, 지금은 걷기 좋은 길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적멸보궁을 들리지 않을 겁니다. 갈길이 바쁘거든요.

적멸보궁 뒷편의 사리탑은, 이 사진으로 대체하기로 해요.....ㅎ

힘찬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물

중대 사자암 가기 직전의 화장실

중대로 올라가는 계단앞에서 심호흡을 합니다.

400~500개의 계단을 오르려면 생각보다 힘들어서 한발 한발 힘주어가며 올라갑니다.

중대 사자암에 올랐습니다.

오대산에는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 중대 사자암 등의 암자가 있는데, 이 암자들은 월정사(月精寺)의 부속암자들입니다.

달디 단 샘물에 목을 축이고

적멸보궁으로 가는 계단을 오릅니다.

10시 35분

적멸보궁앞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릅니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은 사찰에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불교 건축물로써, 석가모니의 진짜 몸에서 나온 사리가 있으므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있는 것이 특징이죠.

우리나라에는 불사리를 모신 곳이 많지만 그 중 대표적으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영축산 통도사,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중대(中臺),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법흥사(法興寺), 정선군 동면 고한리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의 5대 적멸보궁이 있습니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까지의 거리는 1.5km입니다.

금방 올라갈 것 같죠? 그렇다면 한번 올라가 봅시다.

공원지킴터까지는 평지길입니다.

공원지킴터부터 비로봉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합니다.

1.5km의 거리를 우습게 볼 게 아닙니다.

선선한 날씨이지만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하는 군요.

오늘은 24절기 중 열여섯번째 절기인 추분입니다. 이 날은 태양이 적도를 지나면서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아지는 시점으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침과 저녁은 서늘해지고, 낮과 밤의 온도 차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추분이 지나면 밤은 점점 길어져 동지가 되었을 때는 밤이 제일 깁니다. 

긴 긴 여름날도, 긴 줄 모르고 지내다보니 어느새 9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는데, 안그래도 짧은 하루가 낮이 점점 짧아지면,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가고 이 해(年)도 지나가고 그러면서 또 나이를 한살 먹어가겠죠.

추분(秋分)

       

더울 때 있으면
시원할 때 있겠지

 

어려울 때 있으면
좋을 때 있겠지

 

천지간
운수 바뀌는

 

오늘이 바로 그날

               - 홍사성 -

농촌에서 추분은 중요한 시기라서 벼, 콩, 수수 등의 곡식을 수확하고 수확한 곡식은 밥을 짓고 제사상에 올렸답니다. 가을볕이 좋을 때라서 고추와 호박, 가지등을 말려서 겨울에 먹을 준비를 하고 추분을 전후로 '가을걷이'라 하듯 바쁜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이 무렵이면 우레소리가 그치고, 벌레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하며, 땅위의 물은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죠.

어제가 추분이다.

오늘부터는

밤이 낮보다

새끼손톱만큼 길어질 것이다

그만큼

당신을 생각할 시간이 길어져서 좋다

동지까지는 

더 많이 당신을 사랑할 수 있으리

                           - 김환식 詩 추분 -

 

추분(秋分)

           -정 양-

밤이 길어진다고

세월은 이 세상에

또 금을 긋는다

다시는 다시는 하면서

가슴에 금 그을수록

밤은 또

얼마나 길어지던가

다시는 다시는 하면서

금 그을수록

돌이킬 수 없는 밤이 길어서

잠은 이렇게 짧아지나 보다

쉼터까지 왔습니다.

여기는 '심장돌연사예방 안전쉼터'입니다.

의자에 앉아 쉬어가고싶은데, 청년 둘이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어 그냥 조용히 지나갑니다.

11시 13분

400m를 더 가면 오대산 정상 비로봉입니다.

비로봉정상 400m를 앞두고 계단으로 만들어진 탐방로는, 오대산국립공원 탐방로 중 가장 가파른 곳으로 천천히 쉬어가며 올라야 합니다.

 

오대산 국립공원은 1975년 2월 우리나라의 1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 중심에 위치하여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입니다. 또한 예로부터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손꼽혀온 곳이기도 하죠.

오대산지구의 지형은 비로봉(1,563m)을 주봉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오대산의 서쪽으로는 오대산국립공원의 최고봉이며 겨울 풍경이 아름다운 계방산(1,577m)이 있고,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 노인봉(1,338m) 아래로는 천하의 절경으로 불리는 소금강산 계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대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의 삼신산과 더불어 제일의 명산으로 꼽던 성스러운 곳입니다. 일찍이 신라 선덕여왕 때의 자장율사가 수도하고, 문수보살을 모셔온 불교신앙의 성지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다섯 봉우리 아래로 발달한 월정사 계곡의 골짜기를 따라서 월정사, 상원사, 적멸보궁과 위에서 말한 동,서,중,남,북의 5개 암자가 있습니다.

오대산을 올 때마다 점심을 먹던 장소에도, 청년들이 앉아 있어서 아무래도 쉬지않고 그냥 올라가야 겠습니다.

정상은 200m 남았습니다.

뻐근해져 오는 다리를 달래가며 온 힘을 다해 오릅니다.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나무사이로 드러난 파란 하늘을 봅니다.

이게 마지막 계단이겠거니 했는데,

아니네요.

철도침목 계단을 오르고

이어서 나타난 계단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여겼는데, 이 역시 아닙니다.

그래도 오대산에 설치한 계단 덕분에 쉽게 쉽게 올라갑니다. 10여년 전, 등산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에는 계단이 없던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었는데...

지금은 어느 산이나 힘들다 싶은 곳에는 계단을 설치해 놓아, 산행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진짜 진짜로 마지막 계단을 오릅니다.

정상의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오늘따라 더 예뻐보입니다.

자신들이 국제고등학교 학생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군요.

다음 세대의 주역들인 젊은이들이 마냥 귀엽습니다.

11시 40분

정상주변을 둘러봅니다.

조금 전에 올라왔던 계단도 보고

밀려오는 파도처럼 겹겹이 둘러쳐진 산들을 보면서 따뜻한 가을 햇살에 온 몸을 맡겨봅니다.

학생들이 떠난 자리엔 고요가 주변을 감쌉니다.

사진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비로봉에서는 사진을 찍어봅니다.

오대산 비로봉은 BAC 인증장소이면서 강원20챌린지이거든요.

그리고서 상왕봉으로 갑니다.

상원사 - 비로봉 - 상왕봉 - 두로령를 거치는 상왕봉코스는 오대산국립공원의 자연과 문화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만, 거리가 멀기에 지루하고 따분한 코스이기도 합니다.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 이어진 능선길은 경사가 완만해서 평지에 가깝습니다. 시야가 탁 트여서 자연경관을 감상하기도 좋구요. 이 구간에는 헬기장이 2개나 있어 안전사고 발생 시 근처에 있는 헬기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라서 헬기를 이용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산행 중에 만나는 목책은 왠지 모르게 친근하면서도 정이 갑니다.

두타산 하산 길, 노인봉 갈림길에 있는 이런 목책은 마치 어릴적 고향집의 싸리울타리같은 정겨움이 묻어납니다.

꽃이 져버린 수리취는 이파리도 누렇게 말라갑니다.

12시 5분

첫번째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한발 앞서 간 일행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 덩달아 주저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가을햇살이 따사롭게 내려 쪼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싫다고 그늘을 찾던 때가 어제같은 데, 이젠 햇빛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하늘은 또 왜 이리도 예쁠까요?

점심을 먹자 기운이 나서 힘차게 걷는 발걸음.

역시 우리는 밥심으로 삽니다.

얼마가지 않아 2번째 헬기장을 만납니다.

오대산은 지리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흙산으로, 주요 산정부가 대부분 평정봉을 이루며, 봉우리와 봉우리가 이어지는 능선 또한 완만하거나 평탄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 오대산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잘 보존된 생태계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구요.

깎아지른 절벽과 낭떠러지도 없는 오대산인데, 다칠 일도 별로 없을 것 같은 오대산에 헬기장이 2개가 있다는 건, 아마도 산행 중의 심근경색같은 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것이겠지 그렇게 짐작해봅니다.

오대산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산림지대로 생물상이 다양하고 풍부하다고 하죠. 2,748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월정사(月精寺) 옆의 금강연(金剛淵)은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메기·탱수·뱀장어 등이 서식하고 있어 특별어류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식물은 전나무, 분비나무, 신갈나무, 자작나무를 비롯하여 총 1,040종이 서식하고 있고, 비로봉 일대의 측백나무, 주목나무군락, 호령봉계곡의 난티나무군락, 두로봉과 상왕봉 능선의 철쭉과 금강초롱 등은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따가 상왕봉을 지나면서 금강초롱을 보게 될 꺼에요.

주목나무 군락지

오대산에 사는 동물은 멧돼지, 사향노루, 오소리, 너구리, 산양, 청딱따구리, 수리부엉이, 산천어, 금강모치 등 26종의 포유류와 85종의 새, 1124종의 곤충과 21종의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20종의 담수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하는데, 산행하면서 우리가 보는 건 다람쥐와 까마귀 정도죠.

다믄 다믄 등산로 주변에는 투구꽃이 피어서 가을길을 예쁘게 합니다.

와! 이 나무 좀 보세요.

수백년은 된 것 같습니다.

이 나무의 수령도 꽤 된 것 같죠?

속이 텅 비었는데도 살아가는 이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상왕봉에 다 와 갈 때 만난 일행들이 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어요.

상왕봉에 왔습니다.

해발 1,491m의 상왕봉에도 가을 햇살은 따사로이 내려쪼이고 있습니다.

상왕봉을 지나면서는 내리막길.

지금부터는 주변을 살피면서 갑니다. 고고한 자태의 금강초롱이 피어있거든요.

상왕봉에서 두로령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 차례 반복하지만, 그 높낮이의 차이가 크지 않을뿐만 아니라 탐방로가 풀과 흙으로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나무뿌리가 길을 가로질러있기도 하니까 조심해야 해요.

발밑을 보면서 걸어야 하거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려오다가 나무뿌리에 걸려 코방아를 찧었습니다. 돌이 깔려있는 길이었는데도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쎄게 엎어졌는지 어깨와 무릎 그리고 손가락이 다음날, 그다음날 까지도 많이 아팠습니다.

참취 한포기도 가을이라고 꽃을 피웠습니다.

어쩌다 가끔 눈에 띄는 미역취도 노란꽃을 피웁니다.

자주색 여로도 씨앗을 여물면서 가을을 마무리합니다.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내려오다가 신갈나무 밑둥 근처에서 금강초롱을 만납니다.

우리나라 중부 및 북부 이북의 고산지대 깊은 숲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경기도의 용문산, 화악산, 명지산, 강원도의 치악산, 오대산, 설악산, 방태산, 북한의 금강산 등 한국 중부 지방의 높은 산에만 사는 금강초롱.

금강초롱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한국의 고유식물로, 전세계에 오로지 1속 1종밖에 없는 희귀식물이랍니다.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금강산에서 자라는 초롱꽃이라는 뜻에서 금강초롱이라 했대요.

금강초롱을 보았다는 기쁨으로 가슴속은 환해지고 발걸음은 가벼워집니다.

첫번째의 금강초롱꽃을 본 이후, 내려가는 길 여기 저기에는 금강초롱이 제법 많이 눈에 띕니다.

이 금강초롱의 학명 Hanabusaya asiatica는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아 한반도 식물을 연구하던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과거 초대 조선 공사를 지낸 '하나부사 요시모토'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학명으로 삼은 것이라 해요.

'하나부사'가 조선에 있는 동안 취미로 식물 채집을 했는데, 이것이 이후 나카이 다케노신의 연구작업의 기초자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표본 채집과 연구 자료 조달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고 '하나부사'의 이름과 종소명도 발견지인 조선을 반영한 것이 아닌, 아시아産이라는 뜻의 asiatica를 썼다는 군요.

 

두로령갈림길에 왔습니다. 사진 가운데 돌맹이 2개가 있는 길로 가면 두로령으로 갑니다. 처음의 계획은 두로령으로 가서 북대로 내려갈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가면 너무 멀리 돌아서 간다고, 모두들 상원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로 갑니다.

이쪽 길로 간다고 해도 임도를 걷는 건 마찬가지지만, 걷는 게 많이 단축되는 지름길인 때문이죠.

길은 예뻐요. 경사도 완만하고 평지를 걷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5.6km를 걸어야 하니까, 아직도 한참을 가야합니다.

나무뿐인 이 산길에 투구꽃이 있어, 호젓한 산길이 더 예뻐보입니다.

금강초롱이 군락을 이룬 곳에 왔습니다. 흰금강초롱꽃도 보입니다.

금강초롱꽃은 짙은 자주색이며 윤채가 있는데, 꽃이 순백색인 것을 흰금강초롱꽃, 흰바탕에 자주빛이 도는 것은 설악초롱꽃, 붉은빛이 도는 것은 오색금강초롱꽃, 붉은빛이 도는 자주빛인 것은 붉은금강초롱꽃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흔하게 보는 건 설악초롱이며, 화채봉 능선을 따라 대청봉으로 오르는 능선상에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하죠.

금강초롱꽃의 학명은 영어로 'Diamond bluebell'랍니다.

금강산을 Diamond Mountain이라고 하니까 '다이아몬드 블루벨'이란 학명은 적절한 표현이라고 해요.

오리방풀이 키 만큼 자란 길

흰진범이 피고

색감이 너무도 예쁜 투구꽃을 보면서 임도에 내려섭니다.

상원사주차장까지는 아직도 4km가 남았습니다.

북대 미륵암을 지나왔군요.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임도길이 너무도 지루하고 발이 아파서 예전에는 '출입금지' 안내판 뒷편으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많이 질러가는 길이였지만 그대신, 길 상태는 좋지 못하다는 거.

그래서 지금은 통행을 금지했습니다.

쑥부쟁이꽃을 보며 힘을 냅니다.

발바닥이 아파서 절룩이며 걷지만 가을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런 길이 참 좋습니다.

두로령에서 북대사 그리고 상원사주차장까지는 전 구간이 내리막길입니다. 지방도에서 폐지된 탐방로로 예전에는 나무를 이송하기 위해 차량이 다닐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걸어서 다녀야 합니다. 전 구간이 비포장도로로 길에는 자잘한 자갈이 깔린 길입니다.

쑥부쟁이는 해맑은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갑자기 풀숲에서 보라색 예쁜꽃이 나타났습니다. 각시취가 가을이 왔다고 꽃을 피웠어요.

각시취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입니다. 작고 예쁜 "각시같은 취나물"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사실 각시취는 키가 큽니다.

취나물의 일종이기에 어린 잎은 나물로 먹죠. 식물체 전체를 말려서 관절염, 설사, 타박상 등에 처방하기도 하고

각시취의 짙은 분홍색, 자주색, 보랏빛 예쁜 꽃이 각시같이 예뻐서 각시취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주차장을 2km 남짓 남겨둔 이 이정표부터 100m 가량은 포장된 도로를 걷습니다.

포장도로를 걸으면 딱딱한 바닥때문에 충격흡수가 안되므로 포장된 길은 누구나 싫어하는데, 계속해서 자갈이 깔린 길을 걸었었기에 때로는 포장도로가 좋은 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되었든 상원사에서 시작하여 적멸보궁, 비로봉, 상왕봉을 거쳐서 북대로 내려가는 이 등산로는, 오대산 순환코스로 가장 좋은 코스입니다. 

타박 타박 걷다보니 어느새 이 길도 끝이 나고, 날머리에 도착했습니다.

14시 40분

다리를 건너면 주차장입니다.

여름과 가을이 나뉘는 시점에 산행을 한 오대산 산행기도, 여기서 마쳐야겠습니다.

오늘은 11.7km를 걸었습니다. 꼬박 5시간이 걸렸고 평균 2.3km 속도로 걸었답니다.

산행코스 : 상원사주차장 - 중대 사자암 - 적멸보궁(통과) - 비로봉 - 상왕봉 - 두로령 갈림길 - 임도 - 상원사주차장(11.7km,  5시간 소요.  평균속도2.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