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여름 끄트러미의 산행 - 정선 백석봉

adam53 2025. 9. 4. 15:34

2025. 9. 2

간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대지를 흠뻑 적시는 그런 비가 아니라 땅 표면만 살짝 적신 정도의 비가 왔었습니다. 비록 5mm 가량의 비였지만 사람도 작물도 가뭄에 목말라하던 터에, 그 정도의 비도 아주 고마운 비였죠.

오늘은 정선 백석봉을 갑니다. 아마도 이 여름의 계곡산행은 이번이 마지막 같은데,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잊는 산행도 좋지만, 山다운 산을 가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부를 지나 정선으로 갑니다.

영서지방에는 새벽까지 비가 내려서, 구름은 아직 걷혀지지 않은 상태

'숙암'을 지날 때도 구름은 산등성이에 걸려 있습니다.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에 위치한 숙암계곡은 상원산과 가리왕산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오대천 하류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의 웅장한 산세와 어우러진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옛날 한 원님이 묵을 곳을 찾지 못해 바위에서 하룻밤을 노숙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宿岩'은,

봄이면 계곡 주변에 군락을 이룬 철쭉이 만개하여 장관입니다. 또한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으로 방문객들을 맞는 숙암계곡은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어우러진 자연 휴식처라서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09시 05분

정선 북평면 졸드루길,  車道 건너편의 졸두교에서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졸드루’ 작은 평지라는 순 우리말이라고 하죠.

졸두교 입구에는 '백석봉 등산로' 표지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어, 등산로는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下車한 곳을 뒤돌아보며 다리 아래를 내려다 보니, 하천 가득 흐르는 물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사는 지역은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수도계량기는 75%까지 잠그고 있어 물 쓰는 것, 아주 잠깐동안 샤워하는 것도 죄책감을 느끼며 하거든요.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갑니다.

백석봉 산행은 이 길로 가는게 기본이고 정석이고 표준입니다. 그러니까 길은 하나라는 말입니다. 물론 항골 숨바우길에서 올라갔다가 원점회귀해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 산행하는 재미가 반감되죠.

가정집 같아 보이지 않는 저 큰 기와집은 무얼하던 곳이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빈집이라서 집 둘레는 나무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꽃이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시들어가는 나팔꽃은, 그래서아침의 영광 (Morning Glory)’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파란색, 짙은 파란색, 보라, 분홍, 흰색 등 여러가지 색상의 꽃이 핍니다. 집 부근에서 흔히 보는 나팔꽃은 분홍색이 많은데, 오늘 본 나팔꽃은 연한 하늘색이네요.

텃밭에는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졸두교를 건너 백석봉 가는 길에는 간이화장실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외진 곳에 있는 화장실 대부분은 관리가 잘 안되어 있죠.

그래서 백석봉을 갈 때는 북평면에 다 와 가면서 길 왼쪽에 보이는, 작으마하면서도 깨끗한 백석폭포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09시 15분

길 가 풀숲의 이정표에는 백석봉 전망대까지 4.2km라 합니다. 정상은 4.77km

도로를 따라가다가 그 끝에 다달으면, 거기서 부터 산길로 접어듭니다.

백석봉 등산안내도를 보고

작은 도랑을 건너면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등산로는 빡센 길이 아니고 완만한 편입니다.

얼마가지 않아 첫번째의 너덜지대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돌을 고르게 만든 길이라 어렵지 않게 통과합니다.

비가 그친 땅은 물기를 잔뜩 머금었구요.

09시 30분

두번째 너덜지대를 지납니다.

마음이 넉넉한 이는 돌탑을 쌓으며 갔군요.

늘 갈 길이 바쁘다고 제대로 쉬지않고 걷는 자신에 비해, 이런 여유로운 산행을 하는 이가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교적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데도 땀이 납니다.

습도가 높고 바람불지 않는 날씨, 숨이 막힐 듯한 더위가 사람 지치게 만듭니다.

낙엽송 숲길에도 바람은 불지 않습니다.

제1쉼터에 왔습니다.

여기서 자장율사가 100일 기도를 했었답니다. 그리고 부처의 부름으로 정암사 수마노탑으로 향했구요. 제1쉼터 주변에는 백석암(白石庵)이 있었던 흔적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09시 50분

백석봉은 백두대간 황병산에서 분기된 황병지맥에 연결된 산봉우리랍니다. 오대천을 사이에 두고 가리왕산과 마주 보고 있으며, 항골계곡을 사이에 두고서는 상원산, 옥갑산과 마주 보고 있다고 하죠.

정상부근의 큰 바위가 흰색이라서 백석봉이라 부르는 이 산 꼭대기에는, 영천(靈泉)이 있어서 부정한 사람이 먹으면 갈수(渴水)가 되고, 바위가 검게 변하면 수일 내에 비가 내린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또한,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웅장한 가리왕산과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장자탄(숙암계곡)이 봄철에는 철쭉,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백설과 함께 지상낙원을 이룬다고도 하죠.

고도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우거진 숲길을 걷는 백석봉은 여름 산행지로서 좋은 산입니다. 오르막도 그리 빡세거나 험하지 않구요.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그만인 산입니다.

그렇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우리에게는 선선할 때 같으면 힘들지 않으련만, 여름날의 산행이라 높든 낮든 모두 다 땀 범벅이 됩니다.

9월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여름은 갈 생각을 하지않아, 매일 매일의 낮기온은 30도를 훨씬 넘습니다. 여름도 끝무렵에 접어들은 지금도 기온은 평균 32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 덥고 더 길기만 합니다. 추운 겨울이 오면 지금 이 무더운 여름이 생각나며 그리워지겠지만, 더위를 견디며 지내기가 너무도 힘든 나날입니다.

10시 20분

너덜지대를 지나며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저 멀리 보이는 가리왕산 산등성이에도 구름이 끼었습니다.

제2쉼터에서 쉬어 갑니다.

안내문에는 여기서 정상까지 3.5km를 가야 한다고 해요.

그 옆의 이정표에는 전망대까지 1.58km, 정상까지는 2.15km라 하는데 실수로 잘못쓴 것 같은 안내문.

어쩌면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거지만 이런 건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정표가 맞거든요.

산행을 하다보면 이정표가 거의 없다 싶은 산이 있어 답답하고 갑갑할 때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정선 지역의 산 대부분은 이정표를 많이 세워뒀습니다. 길 안내 역할을 하는 이정표는 지금 얼마를 왔는지 앞으로 얼마를 더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므로, 산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걸 보면서 힘을 내거든요. 이정표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직접 등산로를 걸어보면서 이런 잘못된 곳은 없는지, 개선하고 시정할 것은 없는지 살펴보면 더 좋을꺼라는 생각입니다. 

10시 50분

또 다시 너덜지대.

백석봉 가는 길에는 대여섯번의 너덜지대를 지나야 합니다.

너덜지대를 통과하면서 쳐다 본 위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바라 본 아래쪽.

가리왕산에는 여전히 구름이 끼어있습니다.

능선길이 가까워집니다.

꽃도 별로 없는 이 산에 이따금씩 보이는 단풍취꽃.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힘든 코스를 지났기에 여기서 한숨 돌리고 가야겠습니다. 이젠 거의 다 왔는걸요.

11시 30분

쉬던 장소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졸드루입구, 전망대, 항골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이죠.

백석봉 전망대는 들렸다 가야합니다. 정상다운 당당함과 조망이 훌륭한 곳인데 그냥 갈 수 없습니다.

삼거리의 평상에 땀에 젖은 배낭을 벗어두고 카메라만 메고 올라갑니다.

1,170m의 백석봉 전망대

정상부근에 흰바위가 있어 白石峰이라 하는데, 그래서 여태까지는 여기를 정상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선군에서는 여기를 '백석봉 전망대'라 하고, 1.2km 떨어진 1,237봉을 백석봉이라 한답니다.

사방이 탁 트인 이곳에서의 전망은 안개에 가려 아무 것도 안보입니다.

회색빛 안개속에서도 조금씩 드러나는 도로와 마을

안개낀 풍경에 매료되어 떠날 줄 모르고

이제는 완전히 드러 난 가리왕산케이블카탑승장 '알파인플라자'와 우뚝 선 '파크로쉬 리조트'건물, 그리고 가리왕산과 오대천

언제 여기를 또 올까 싶어 다시 또 보는 백석봉 정상표지목

평소 같았으면 조망이 시원스러웠을 백석봉을 두고서 내려갑니다.

12시 05분

힘들어서 그런가 배가 출출하군요.

다시 내려온 삼거리 평상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일어섭니다.

백석봉까지는 870m 남았답니다.

3년전 여름에 왔을 때의 이 길은 풀과 잡목이 엉켜져 있어 길이 영  안좋았었죠. 그래서 즐겨입는 반바지를 냅두고 거추장스런 긴바지를 입고 왔는데, 오늘은 등산로 주변을 말끔히 깎아놓아서 걷기 좋습니다. 이런 줄 알았다면 반바지를 입고 와도 되는 걸 그랬네요.

모싯대꽃이 피었습니다.

오리방풀도 꽃이 피었습니다.

12시 25분

백석봉 정상이라고 하는 1,237봉에 왔습니다.

과거에도 여기를 백석봉 정상이라 하긴 했습니다. 지금 '백석봉 전망대(1,170m)'라고 부르는 곳보다 조금 더 높으니까요.

여태까지는 별로 눈길을 끌지도 못하는, 봉우리라고 부르기도 뭣한 그런 곳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굴참나무에다가 백석봉정상이라고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2022. 7. 19일에 왔을 때도 없던 정상석이, 지금은 이렇게 세워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까 지나 온 백석봉 전망대보다 조금 더 높다고 해서, 여기를 정상이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봉우리 자체도 그렇고 주변의 경관도 그렇고 백석봉 이름에 대한 유래를 보더라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입니다.

숲길이라 조망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산길을 내려갑니다.

그러다 알바를 해서 엄청 힘들었던 곳까지 왔습니다.

3년전인 그때 이 이정표에서 먼저 내려갔던 일행의 전화를 잘못 알아듣고, 길도 없는 엉뚱한 곳을 헤매였었죠.

이정표가 가르키는 대로 내려갔으면 될 일이었는데,

앞서 내려갔던 일행이 말한 것은, "등마루쉼터에서 항골로 내려가면 길도 가파른데다 돌맹이가 많아서 엄청 힘드니까, 숨바우길 방향으로 조금 더 가서 내려오면 수월하다"는 얘기였는데,

엉뚱하게도 쉼터까지 내려오기도 전에 길도 없는 능선을 잡목을 헤쳐가며 가다가, 안되겠다 싶어 가던 도중 가파른 산을 내려와서 길을 몰라 헤매면서 몇시간을 더 걷느라 기진맥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얘기를 하지만 그때는 지칠대로 지치고 먹을 것도 없어서 쓰러지기 직전의 초주검 상태였었습니다.

본 블로그의 '무덥고 습한 여름날, 걷고 또 걷다' 를 검색해 보시면 그때의 생생했던 기록을 보실 수 있습니다.

등마루 쉼터에 왔습니다. 쉼터이니까 일단은 쉬고 봅니다.

남은 간식과 물도 탈탈 털어마시고

이 등마루 쉼터에서는 숨바우길 입구로 내려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면 거리가 멀어서 힘들다고, 2.98m 밖에 안되는 항골계곡으로 간답니다. 

13시 05분

그래서 항골로 내려갑니다.

내리막이라 해도 길은 그런대로 괜찮다 생각하며 내려가는데

우리는 몰랐습니다. 처음으로 가 보는 길이 어떤 길인가를...

쉼터에서 얼마 내려가지 않아 길은 돌길로 바뀌었습니다.

돌로 만든 계단을 내려 올 때만 해도 앞으로 다가 올 길이 어떤지는 전혀 몰랐죠.

분홍 물봉선이 피었지만 땅만 보고 걷습니다.

이건 완전 돌맹이로만 된 길입니다.

울퉁불퉁 삐져나온 돌맹이들은 자꾸만 발길이 더디게 합니다.

13시 35 분

쫄쫄 흐르는 개울물은 발을 담글 정도도 안됩니다.

평평해보여도 발걸음을 떼는 게 조심스럽고, 발바닥도 아파오고

알바하던 그때, 먼저 내려간 일행이 조금 더 가서 (숨바우길로) 내려오라고 했던 말이 자꾸만 생각나는 군요.

'힘 내!' 하고 말하듯이 배초향이 피었습니다.

물기 머금은 이 다리는 올라서자 마자 주루륵 미끄러져 그 자리에 주저않습니다.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네요.

항골입구까지 이 돌길은 계속되고, 그래서 시간은 자꾸 지체하게 되고.

더 멀다고 해도 숨바우길로 갔더라면 쉽게 빨리 내려갔을 것을, 거리만 따져보고 항골로 내려온 게 후회됩니다.

여기는 왠 돌들이 이리도 많은지 온통 돌, 돌, 돌

돌맹이투성입니다. 

계곡길이 끝났습니다. 와! 이제 살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계곡을 벗어나면서 산행도 끝나갑니다.

돌탑이 쌓인 여기서 주차장이 멀지 않거든요.

항골탑골공원의 수백개 돌탑과 항아리들.

이 돌탑은 1998년 북평면 주민들이 옛날 탄광촌의 번영을 기원하며 쌓은 '소망의 탑'이라 해요.

항골계곡은 깨끗하고 풍부한 수량으로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 받는 곳이기도 하구요.

돌탑공원을 지나면 주차장이 있습니다.

14시 25분

여러대의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모두 다 배낭을 메고 스틱을 짚고 있었지만, 그들은 산행이 아닌 항골계곡의 물놀이꾼들이었습니다.

주차장 뒷편의 개울물은 차면서도 깨끗하고 물이 많아 첨벙거리며 놀기에 좋습디다. 그래서 이 항골계곡은 여름피서지로 인기많은 가 봐요.

 

여름 끝무렵에 찾아 간 정선 '백석봉'. 

저 앞에 보이는 작은 트럭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옷도 갈아입으면서 오늘의 산행을 끝냅니다. 

산행코스 : 졸두교1쉼터2쉼터삼거리백석봉전망대삼거리백석봉1238→등마루쉼터항골주차장(11km, 5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