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눈 내린 겨울 풍경 - 평창 계방산

adam53 2025. 2. 26. 20:30

20258. 2. 25

2월의 마지막주 산행은 계방산입니다.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계방산은 겨울철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山들 중 하나이기에 겨울이 오면 찾는 산입니다.

09시 10분

운두령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평창군 용평면과 홍천군 내면 경계에 있는 '운두령'은 해발 1,086m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고개 중 제일 높은 고개이죠.

고개가 너무 너무 높아서 구름도 넘는 걸 망설이다가 넘어가는 고개. 

하늘은 잔뜩 흐리고, 눈발이 날립니다.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서 경황이 하나도 없습니다.

계방산은 올 때 마다 포근했었기에 의례히 오늘도 따뜻하리라 기대하고 왔건만, 이리 추우면 안되는 거 아닙니까?

옷도 두꺼운거 입지않고 왔는데 무척 당황스럽네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귀마개도 하고 워머를 하고, 그렇게 단단히 무장을 하고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운두령주차장에는 버스 2대 승용차는 4대 뿐.

계방산은 아직까지 깊은 겨울이라서 눈꽃산행을 하기좋은 시기인데도, 오늘은 별로 많이 오지 않았네요.

때로는 생각도 않은 상고대가 핀 환상적인 경치도 볼 수 있는데...

물기를 살짝 머금고 있는 습설(濕雪)이라서 그냥 가도 됩니다만, 만약을 위해서 아이젠을 신고 갑니다.

겨울의 계방산이 특별한 이유는 한라산, 지리산과 함께 한반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하나로 꼽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산이, 마치 겨울왕국을 연상케 하는 설경(雪景)이 일품입니다.

계방산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山이기에 산림청 100대 명산, 블랙야크 100대 명산으로도 선정되었죠.

오늘따라 추운 계방산에는 상고대꽃이 피어납니다.

탄성을 지를 정도는 아니지만 푸른 잎도, 꽃도 하나없는 이 계절에 안개꽃같이 소담스럽게 피었습니다.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핀 상고대는 흰눈과 한데 어울려, 동화속의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09시 35분

1km를 25분에 걸었다는 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걷고 있는 거죠.

 계방산은 오대산국립공원에 일부 포함되어 있으며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하죠.

산야초(山野草) 자생화(自生花)가 많이 자라며 주목과 철쭉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이 잘 보호된 곳이랍니다. 

추운 겨울날 높은 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서리꽃 ' 상고대(霜凍帶)'는, 위로 위로 올라갈 수록 더 예쁘게 피어납니다.

눈이 다 맑아지는 것 같군요.

말라버린 잎을 미처 떨구지도 못한 단풍나무에도 흰꽃이 피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상고대.

아름다운 풍경은 선물같은 기쁨을 줍니다.

와~!

이걸 어쩐답니까?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 모습을, 그냥 두고 가야 한다는 게 너무도 아쉽군요.

10시

눈보라는 점점 더 거세게 불어댑니다.

작은 눈송이는 카메라 렌즈에 녹아서 뿌옇게 보이고

찬바람은 몸을 잔뜩 움추리게 하고, 나무들은 윙윙 바람소리를 내고

눈을 뜨고 걷는 것도 힘이 듭니다.

계방산은  해발 1,577m이지만, 정상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라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운두령이 1,000m가 넘기에 500m 정도 올라가면 되니까 그리 힘든 건 아니죠.

바람에 날리던 눈발은, 계단 난간에 붙어서 꽃이 되었습니다.

길고 긴 계단을 오르는데

겨울되면 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아이젠에 찍힌 나무계단 끄트머리는 톱밥과도 같은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칠 때 마다 숲은 안개가 낀 것 마냥 희뿌얘집니다.

두팔을 벌리고 선 나무 앞 넓직한 공터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20분.

오늘도 쉼터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묵묵히 걷기만 합니다.

삭막한 겨울산을 하얗게 덮은 눈 그리고 안개가 끼듯 몽환적인 풍경.

계방산은 올 때 마다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산입니다.

어쩌다 눈에 띄는 작은 박새.

문득 나무 열매 하나 없고, 풀씨도 하나 없는 이 겨울을 산새들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걱정됩니다.

푸른 잎, 풀한포기 하나 없는 이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둥지도 없이 혹독한 추위를 어떻게 견디며, 무얼 먹고 살까 생각하면 측은하고 가련한 생각이 듭니다.

헬기장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간식도 나눠 먹고...

이파리 하나없는 나무들은 붓으로 쓱쓱 그린, 한 점 수묵화입니다.

통나무의자에 앉아서 둘러 본 헬기장 주변 1

주변 2

다시 겨울풍경 속으로 들어갑니다.

전망대 가기 직전의 야광나무들도 잘 있는지 들려봅니다.

5월에 작은 가지 끝에  순백의 하얀색꽃이 피는 야광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장미과 사과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로, 새하얀 꽃이 밤에도 빛을 낸다 하여 야광나무라 합니다.

전망대도 들렸다 가야죠.

전망대

10시 40분

전망대란 이름이 무색하게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흐린 날씨 때문에 그저 바로 앞에 있는 나무들만 보일 뿐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1km를 더 가야합니다.

눈밭에는 수리취꽃이 눈을 뒤집어쓰고서, 오가는 山客들을 반겨줍니다.

오는 3월부터 11일까지 강원도는 강원관광재단과 함께 '강원 20대 명산 인증챌린지'를 합니다.

이 '강원20대 명산 인증챌린지'는 2021년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5주년을 맞이하는데요, 이 챌린지는 강원관광재단의 대표 프로그램입니다.

현재까지 누적 인증자는 30만명이나 되며, 지난해에는 8만명 이상이 인증챌린지에 참여했다고 해요. 또한 20개 명산을 완등한 참가자 수도 매년 증가해서 1,000명을 넘었다는군요.

올해의 챌린지에는 5개의 명산을 등반한 참가자에게 5주년 기념패치를 제공하고,  20개 명산을 완등한 참가자에게는 기념품을 지급할 예정이랍니다. 그에 따라 올해의 1천m 이하의 산 중에서 삼악산(춘천), 오봉산(춘천), 괘방산(강릉), 청대산(속초), 팔봉산(홍천), 발산(영월), 금학산(철원), 용화산(춘천/화천), 봉화산(양구), 응봉(고성)이 선정되었고

1천m 이상은 치악산(원주), 두타산(삼척), 태백산(태백), 덕항산(삼척), 청태산(평창/횡성), 오대산 비로봉, 민둥산(정선), 가리왕산(정선), 방태산(인제), 설악산 대청봉이 선정됐다고 하죠.

이 중에서 영월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월 '발산'과, 아침 운해로 유명한 양구 '봉화산'이 신규 명산으로 선정되어 등산객들의 방문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답니다.

본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강원의 산악관광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강원관광재단의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에, 산을 좋아하는 이 라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단, 이 '챌린지'에 참여하려면 BAC(블랙야크 알파인클럽)에 가입을 해야 하고 또,  사전에 '봄철 입산 통제기간'도 알아보고 가야합니다. '봄철 산불방지 기간'에는 인증이 안되거든요.

눈보라가 그치고 하늘이 개입니다.

구름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금방이라도 짠~하고 해가 얼굴을 내밀 듯 합니다.

제2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정상이 멀지 않았죠.

하늘은 점 점 더 개이고, 나무에는 눈꽃이 피었습니다.

나무마다 하얗게 핀 눈꽃은 상고대만큼이나 예쁩니다.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잠시 뜸했던 바람은 눈 뜨는 것도 힘들 만큼 매섭게 몰아칩니다.

칼바람에 날려갈 것 같아 서 있기도 어렵네요.

11시

해발 1,577m의 계방산

계방산은 계수나무'桂' 꽃다울'芳' 字를 써서 향기가 나는 산이라는 뜻인데, 과거엔 제비'燕'자를 써서 연방산(燕芳山)이라 했답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에 제작한 지도에 '계방산'으로 표기된 것이, 오늘까지 이 이름으로 불리운다고 해요.

정상에서는 백두대간 등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근에서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힌다 합니다.

북쪽으로 설악산, 점봉산, 동쪽으로 오대산 노인봉과 대관령, 서쪽으로 회기산과 태기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는데

구름낀 오늘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계단은 권대감바위로 내려가고, 주차장 가는 길도 짧아서 좋은데

바람을 피해서 간다고 주목군락지로 내려갑니다.

주목군락지로 가는 길은 한폭의 그림입니다.

언덕위의 계단도 멋진 풍경입니다.

계단위에서 바라 본 앞산.

눈 덮힌 그 모습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가파르고 미끄러워, 조심스레 내려 온 계단도

눈꽃 핀 나무들도 

계방산이 그린 겨울 풍경입니다.

정상에서 400m 내려와, 탐방로 안내도와 이정표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갑니다.

수백년된 주목들이 있는 주막군락지로 내려가는 거죠.

주목군락지는 경사가 너무도 심해서 그 어느 곳 보다 더 조심해서 내려가야 해요.

계방산 산행 중 제일 어려운 구간입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자꾸만 미끄러지고

급기야는 이렇게 썰매타듯이 내려옵니다.

급하게,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막 내려쏠려서 배낭의 물병이 빠져서는 앞으로 돌돌돌 굴러갑니다.

깨끗한 흰 눈을 보면 뭔가 쓰고 싶어지죠?

그래서 써 본 童詩 속의 '장덕재'란 이름.

 

"눈 내린 언덕위에 이름 써 놓자.

성(姓) 한 자, 이름 두자 크게 써 놓자.

 

달님이 내 이름을 외워두었다 

<장 덕재> 부르면 놀러 나가게..."

주목군락지를 내려와 자동차 야영장까지의 길은 지루한 계곡길입니다.

계곡길이기에 당연히 볼거리도 없죠.

12시 05분

쉼터에 잠시 앉았다 갑니다.

자동차 야영장까지 간다고 해도, 거기서 마을을 지나 주차장까지 가는 것도 한참을 걸어야 하거든요. 이쪽 길은 정말 지루해서 주저않고만 싶은 그런 길입니다.

아직은 깊은 겨울이지만, 노동계곡의 얼음장 밑으로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낙엽송 군락지까지 왔군요.

이제 산길은 끝나고, 아이젠도 벗어들었습니다.

'오대산 국립공원' 門을 나서면 야영장.

12시 35분

샤워장, 화장실은 동파방지를 위해 문을 닫았습니다.

야영장을 지나 이승복 생가(生家)까지 왔습니다.

13시 42분

주목군락지 길을 내려올 때 마다 들렸던 '이승복어린이 생가'를 오늘은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따라 너무도 지쳐서 몸도 피곤하고 발도 무겁네요.

1968년 12월 9일 밤

이곳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던 이승복 군의 가족 7명 중 할머니와 아버지는 이웃집 이삿짐을 나르러 집을 나섰고, 집에는 어머니, 형, 남동생, 여동생 그리고 이승복 군 이렇게 5명 만이 있었습니다.

늦은 밤 울진·삼척으로 침투한 무장공비 잔당 5명이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그들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는 이승복 군과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하여 아이들 3명은 외양간 뒤쪽의 오지랑 물속에 처넣고, 어머니와 형은 퇴비 더미에 파묻고 도주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장공비의 칼에 36곳을 찔리고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형은 이웃집으로 기어가 도움을 청하여 살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식구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색 대원에 의하여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후 빈 집으로 있다가 화전민 가옥 철거에 따라 헐려지고 돌담과 집터만이 남아 있던 것을 2000년 이승복 일대기 기록영화 촬영을 위하여 당시 주민과 생존자의 증언 및 사진 판독 등의 고증을 거쳐 ㈜씨네이스트가 노동리 주민 강규혁 응의 도움을 받아 복원하였습니다.

패잔병같이 터덜 터덜 걸어서 마을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13시 05분.

계방산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  집에 가고 싶어요.

산행코스 : 운두령 - 물푸레나무숲 - 헬기장 - 전망대 - 계방산 - 주목군락지 - 쉼터 - 노동계곡 - 자동차야영장 - 이승복 생가 - 노동마을 주차장(11km, 4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