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행복한 순간들

일본 큐슈여행 이튿날 - 고코노에 [타테하라 습지]

adam53 2024. 4. 11. 20:43

고코노에 '타테하라 습지'로 가는 도중 점심식사를 합니다.

주변에 마을도, 볼거리도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자리 한 이 식당은, 노부부가 운영합니다.

허허벌판 같은 곳에 뜬금없이 있는 그런 식당입니다.

시골집같은 작은 방안에서 4명씩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바깥경치를 보면서 여유롭게 밥 먹을 수 있습니다.

식당안으로 들어갑니다.

오이타현의 고향음식을 파는 곳이죠.

1인용 사각쟁반에 담아서 나온 음식. 

흰쌀밥과 닭 튀김 3조각,  된장국같은 수제비, 작은 두부 한조각 등 반찬가짓수가 적은 만큼 우리 입맛에는 약간 짰습니다.

여기서 유명한 건 칼국수였대요. 면발이 굵은 국수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나 보더라구요. 

그러다 수제비를 하면 좋다고 해서 지금은 수제비가 나온 것이구요.

일본은 닭 튀김을 많이 먹는데, 닭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이 오이타현이라 합니다만, 식당에서는 보통 그저 한,두조각 정도만 나옵니다.

'千客萬來'

이런 글 귀는 한국에서 많이 봐왔죠?

손님이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램은 어디나 다 같은가 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식당 뒷편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숙박업소로, 민박이나 여관 정도로 생각하면 돼요.

작은 연못가에는 나무를 다듬어 만든 오리 2마리,

번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곳.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라 식당안은 좁아요.

오른쪽의 머리에 파란 수건을 쓴 이가 주인할머니.

좁은 홀 한켠에는 직접 만든 것, 나물말린 것, 곡식들을 팝니다.

이 집의 음식재료는 밀가루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직접 재배한 것이랍니다.

여기서 습지까지 가려면 30~40분 정도 걸린다 해요.

식사를 할 수 있으며 또한, 민박집이 있다고 알리는 안내문

'타테하라 습지'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습지 방향으로 개 동상이 있습니다.

이 개는 주인을 살린 개라고 해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얘기가 임실군 오수면에 전해오죠.

최자(1188-1260)의 '보한집'에 나오는 얘기인데, 김개인이란 사람이 술이 취해 들에서 잠이 들었는데, 불이 나 위험에 처하게 되자 그를 따르던 개가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몸에 개울 물을 적셔 불을 끄다가 지쳐 죽었답니다.

잠에서 깬 김개인은 개가 자기를 구한 걸 알고 개를 묻고 지팡이를 꽂아 두었는데, 싹이 나 큰 나무가 되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이 나무를 오수(개 오獒, 나무 수樹)라 부르고, 마을 이름도 오수로 바꿨으며, 개를 위해 비석까지 세워줬다고 하는 실제로 있었던 얘기처럼, 

동상으로 세워 놓은, 이 개도 목숨을 걸고 주인을 구했다고 합니다.

 

4일동안 함께 다니는 투어버스

타테하라 습지는 주차창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쿠주 연산 북쪽 기슭의 해발 1,000m에 위치한 타테하라 습지는, 습지라기 보다는 그냥 잔디밭 같아 보입니다.

매년 봄이 되면 주민들은 습지에 불을 질러서 병해충도 죽이고 또, 재는 거름이 되어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한답니다.

습지로 가면서 돌아다 본 주차장.

산책로를 따라 작은 다리를 건너면 거기서 부터 습지입니다.

습지는 삼나무로 된 데크를 따라 걸으며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20~60분가량 소요됩니다.

새 풀이 돋아나고 자라서 푸른색으로 덮히면 이 넓은 습지가 참 보기 좋을테지만, 지금은 불에 태운 흔적만 남은 마른풀밭만 보며 갑니다.

습지는 관리하지 않으면 나무가 자라고 숲이 되며 습지 식물과 동물들이 사라지게 되는데,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인해 희귀 동식물과 다양한 야생 생물의 보금자리가 된 이 타데하라 습지는 2005년 11월에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되었답니다.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입니다. 

공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으로, 줄여서 '습지에 관한 협약'이라고 합니다.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18개국이 모여 체결하였는데, 우리나라는 1997년 101번째로 가입하였죠.

1997년 3월 28일  인제 '대암산 용늪'이 우리나라 최초로 람사르협약 지정 습지가 된 이후,  98. 3.2 창녕 우포늪, 05. 3.20 신안 장도습지2023년 기준 우리나라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는 연안습지 7, 내륙습지 17 도합 24개 지역에  면적은 202.672㎢나 됩니다.

타테하라 습지는 35ha로,  1980년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그 때는 목초지로 이용했었답니다.

그래서 많은 습지 식물과 동물들이 사라졌었대요.

오늘 돌아보는 이 습지는 물도 진흙구덩이도 하나 없는,  습지라고 하기 보다는 억새 군락지 느낌입니다.

오이타현 다케다市에는 이 타테하라 습지외에도, 보가추루 53ha도 람사르협약에 등록되어 있는데, 일본에는 37개의 습지가 등록되어 있다고 해요.

타테하라 습지(다데와라 습원)는 약 1만5천년 전(최종 빙하기) ~ 6,300년 전(완신세)에 걸쳐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화구모양의 습지랍니다.

타테하라 습지는, 습지 가운데를 흐르는 물을 통한 모래, 자갈, 습지 퇴적물로 중간 습지를 이루고, 빗물이나 주위에서 샘솟는 용천수에 적셔지는데, 습지 특유의 물이끼류가 무성하며 갈대가 군락을 이룬다고 합니다만

우리가 볼 때는 습지같은 모습은 전혀 아닙니다. 타다 남은 마른 풀도 갈대가 아니라 억새풀이구요.

일본 최대 규모의 중간 습지에 설치한 2,500m의 데크를 걸으며, 이 시기만 아니라면 무척이나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습지의 초원에 죽은 꽃과 초목을 불태우고 나무의 성장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을 놓고나면, 습원의 표면이 까맣게 변합니다.

그 후 식물들이 싹트기 시작하면 습지의 모습은 나날이 바뀌어 봄에서 여름, 가을에 걸쳐 초원 전역에서 여러 가지 꽃이 피어나고

그때가 제일 예뻐보일 때죠.

데크에는 쉼터가 있습니다.

데크에서는 아래로 내려가는 걸 금합니다.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거죠.

고코노에 마을은 오이타현의 서쪽 구스군에 있는 작은 마을로, 마을전체가 山地인 곳입니다.

마을 대부분이 아소쿠주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구주산(九重山)과 구스강을 끼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이죠.

잠시 앉아쉬며, 들판을 바라보고

먼산도 바라보고

다리를 건너서 주차장으로 갑니다.

 

이제, 절경이 보이는 높이 777m의 '꿈의 대현수교'를 보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