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8
2월 마지막 날의 산행지는 제천 가은산입니다.
겨울과 안녕하는 산행이기도 하죠.
꽃샘추위를 하는 제법 쌀쌀한 아침
차창밖으로 보이는 산에는 눈이 남아있어 을씨년스러워 보입니다.
10시 50분.
옥순대교 주차장.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리 입구 왼쪽에, 들머리(계단)이 보이네요.
오늘의 계획은 옥순대교에서 새바위, 둥지봉을 거쳐 정상에 갔다가 가늠산에서 옥순대교로 원점회귀하려고 합니다.
위 지도에서처럼 산객들 대부분은 가늠산에서 상천주차장으로 하산하던데,
그렇게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터인데...
일단은 올라가 봅시다.
계단을 올라오자 두갈래길.
오른쪽 호숫가로 난 길에는 작은 정자가 보이던데, 그리로 앞서가던 사람이 되돌아오며 '에이, 전망대에요.'하기에 모두 다 왼쪽길로 올라갑니다.
3.5km 가면 가은산이 있다는 이정표를 보고...
가은산은 처음이라, 오늘도 앞 사람을 따라 숲길로 갑니다.
가은산을 다녀 간 사람들의 블로그에는 새바위, 의자바위, 벼락맞은 바위, 둥지봉 들이 호숫가에 있던데,
호수와는 거리가 먼 산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냥 앞만 보고 갑니다.
곰바위 · 돌고래바위 등 여러 기암과 괴석들 그리고 충주호의 모습이 이쁘다고 가은산을 찾아 온건데, 오늘도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나 봅니다.
걷는 것도 좋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걸으면 산행하는 즐거움이 배가 될텐데...
가은산 가는 길 외에는 어디로든 가지 못하게 등산로를 막았습니다.
무슨 이유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이유도 없이, 그저 '출입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만 있어요.
이정표에는 '새바위'라던가 '둥지봉'으로 안내하는 표시도 없구요.
목동들이 소떼들을 우리로 집어넣을 때의 그 길처럼, 등산객들이 가은산 방향으로만 갈 수 있도록 한 외길을 갑니다.
그저 나무숲길로...
가은산(加隱山)은 제천시 상천리와 성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간신히 몸만 피난한다는 뜻으로 가음산(加陰山)이라 한답니다.
가는산이라고도 부른다는데, 그건 마고할미의 전설에 유래한다는 군요.
이 산에 마고할미가 나물을 뜯으러 왔다가 반지를 잃어버려서 온 능선과 골짜기를 샅샅이 찾아다니다가, 아흔아홉번째 골짜기에서 반지를 찾게 되었대요.
반지를 찾은 마고할미는 "이산에 골짜기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한양이 들어설 골짜기인데, 내가 이곳에 눌러 앉아 살려고 해도 한양이 될 땅이 못되니 떠나야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군요.
그래서 '가는산'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하고, 이곳 토박이들은 이 산을 <가는산>이라고 한답니다.
가은산은 575m의 야트막한 산입니다. 거기에다 육산이라 산행하는 게 조금도 힘든 건 없구요.
군데 군데 화강암의 바위들이 있어 경치가 좋은, 아기자기한 산입니다.
길은 하나뿐입니다. '탐방로가 아니다'라며 다 막아놓았어요.
산불예방 때문인가 아니면, 자연휴식년제로 그러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위험하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가은산으로 가는 길 외에는 다 막아놓아서 옆길로 샐 수 도 없습니다.
철계단이 있네요.
철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계단이 싫다고 하지만, 계단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쉽고 안전하게 산행을 하고
계단을 설치해준데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계단 중간에서 바라본 산봉우리.
계단끝에 있는 바위.
줄지어 나란히 서있는 봉우리.
계단끝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도 그림같습니다.
아침에 길을 나설 때는 쌀쌀했는데, 이 산에 들고나니 포근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갑니다.
이 봄에는 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까요?
숲 그늘 축축한 곳에는 노란 복수초가 피어 있을 것 같고,
가랑잎 사이로는 노루귀의 가녀린 꽃이 있을 것 같아 두리번 거립니다.
마을 담장에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지금은 봄
.................. 가은산에 거의 다 왔군요.
저 멀리 새바위가 보여 당겨봤더니, 새모양이 아닌 이상한 모습의 바위입니다.
옆으로 봤다면 새 같았을텐데...
돌 틈사이로 내려다 보니 현기증이 나는군요.
여기 이 산 바위들은 모나거나 날카롭지 않고 둥글 둥글합니다.
무던하고 맘씨좋은 아저씨같이.
또, 철계단이 있군..... 요 !
계단을 올라오자, 청풍호 푸른물이 반짝 반짝 빛납니다.
햇빛이 부서져서 보석처럼 반짝여요.
사진찍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
저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는군요. 무섭지도 않은가 봅니다.
아고! 무서워라.
저 산은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그냥 바위사이로 길이 있을 뿐, 전혀 험하지 않다는...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호수는 멋진 풍경을 만듭니다.
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는 듯이.
자꾸만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산.
아름다운 가은산입니다.
200m 앞의 가은산에 갔다가, 다시 여기로 와서 상천주차장쪽으로 내려 갈꺼에요.
가은산 정상입니다.
주변은 나무로 둘러쌓여 조망같은 건 없어요.
에이, 밥이나 먹어야지. 그래서 정상표지석 아래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고갑니다.
12시 50분이네요.
아까 그 이정표.
상천주차장은 오른쪽으로 갑니다.
왼쪽으로 가면 산행시작점인 옥순대교 주차장으로 가거든요.
올라가고,
또, 올라가도
동네뒷산 같이 편안하고 만만한 산.
길을 찾지 못해 이름이 있는 바위들을 보지못한 아쉬움은, 포근한 날씨속에서 걷는 동안에 고요히 가라앉았습니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 중에는 목련이 있습니다.
목련 중에서도 백목련은 단아한 모습이 귀족같은 느낌이 드는 꽃인데요,
백목련은 잎이 돋기 전에 메마른 가지 끝에 꽃이 핍니다.
개나리도 노란 꽃이 피고 난 뒤에, 잎이 나기 시작하죠.
대부분의 나무들은 잎이 나온 뒤에 꽃이 피는데, 목련과 개나리가 꽃을 먼저 피우는 건 나름의 과학적인 원리가 있답니다.
식물은 잎으로 광합성을 하고, 줄기는 물과 양분을 나르며, 꽃은 열매를 만드는데,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는 광합성을 통해 얻어집니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을 보내고 이른 봄에 피어야 하는 목련은 이 세 가지 기능을 모두 하기엔 에너지도,
시간도 부족해서 목련은 꽃과 잎 중 번식에 가장 중요한, 꽃을 먼저 피우기로 선택한 것이라 해요.
그리고 꽃이 진 뒤에 잎이 나고,
잎은 열매의 생장을 돕고 내년에 사용할 양분을 저장한다고 합니다.
잎을 낼 것인가, 꽃을 먼저 피울 것인가 하는 목련처럼,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우리의 삶에도 존재를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전망대에 들렸습니다.
새바위가 조그맣게 보입니다.
옥순봉과 청풍호, 겹겹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은 그냥 '그림'입니다.
미국에 '찰스 스틸웰'이라는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스틸웰의 가정은 매우 가난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매일 여러 개의 가방에 물건을 가득 담아 상점에 배달하는 일을 했답니다.
어느 날, 스틸웰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어머니가 힘겹게 물건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데요,
그것은 배달할 물건보다 그것을 담은 가죽 가방들이 더 무거워 보이는 거였죠.
이를 보고 스틸웰은 생각했대요.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가방을 가볍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어머니를 생각하며 질긴 종이로 가방을 접었는데, 뜻밖에도 밑바닥이 네모난 '종이가방'이 만들어졌고
종이 가방에 손잡이까지 달자, 가죽으로 만든 가방보다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편리하기까지 했죠.
스틸웰은 종이가방을 들고 어머니한테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니! 이제 이 종이가방에 물건을 담아 배달해 보세요."
아들이 내미는 신기한 종이 가방을 보고, 어머니는 활짝 웃다가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어머니는 종이가방을 생각해 낸 아들의 아이디어보다,
자기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려는 마음이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기 때문이었대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종이 쇼핑백은 이렇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 스틸웰의 가정에 풍요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한 것이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돌산이 보이네요.
아주 완전히 돌로 된 산입니다.
바위틈에서 싹이 트고 자란 이 소나무는, 비바람에 견디다 못해 바위에 누웠습니다.
힘겹게 사는 모습이 너무도 애잔합니다.
저기에 가늠산이 보입니다.
바위봉우리가 근사해 보이는군요.
멋진 그 모습이 보고싶다고 발걸음을 빨리합니다.
가늠산에서 상천주차장은 1km 된답니다.
그정도의 거리는 깨금발로도 갈 수 있죠. ㅎㅎ
가늠산에 도착했어요.
가늠산이라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느낌으로, 가늠산이라는 걸 아는 거죠.
이 아짐씨는 누구나 여기가 가늠산이라는 걸 알 수 있도록 '볼펜으로 가늠산이라 써 놓고 가자' 합니다.
가늠산에서 사방을 둘러봅니다.
마을도,
옥순봉도,
지나가는 유람선도 보고,
다시 또 가보자구요.
이 바위 오른쪽에는,
상천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리로 내려가면 거리도 가깝고 편하게 내려갈 수 있는데
옥순대교 주차장으로 하산해야 하기에,
가늠산 바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 길은 경사가 심해서 다니기에 좋지 않은 길이었지요.
길이 있긴해도 너무도 나빠서, 이쪽으로는 다니지 말라는 거 같았습니다.
왜 모두 다 상천주차장으로 내려가는지 이쪽으로 오면서 알겠더라구요. 험한 길 내려오느라 사진도 찍을 수 없었습니다.
힘들고도 어렵게 산길을 내려왔구요.
車道에 내려서서 주차장까지 걸어갑니다.
아침에 하차했던 그 주차장이 보이네요.
그래서 오늘 산행도 여기서 부랴 부랴 끝냅니다.
7.6km를 걸었군요. 제대로 된 길을 걷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평균 1.9km 속도로 4시간을 걸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잔뜩 기대를 하며 왔었는데, 뭔가 좀 미진하고 흡족하지 못한 그런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산행코스: 옥순대교 주차장 - 가은산 - 가늠산 - 옥순대교 주차장 ( 7.6km, 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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