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평범한 이웃같은 산 - 춘천 검봉산, 봉화산

adam53 2023. 2. 22. 17:50

2023. 2. 21

쌀쌀한 아침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춘천의 검봉산은 처음 가는 산이기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감도 큽니다. 

강선사로 가는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

오늘 계획은 아래의 지도에서 보듯 강선사 - 강선봉 - 검봉산 - 봉화산을 거쳐서 강촌역으로 하산하려고 해요.

앞서가는 일행을 좇아 마을길로 갑니다.

추워서 그런가 빠르게 걷는 사람들.

따라가기 바쁘네요.

그러면서 제대로 가는건가 하는 생각이,

이리로 가는 게 맞는 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검봉산을 다녀갔던 사람들이기에 무작정 따라갑니다.

산꼭대기에 있는 건 뭘까? 하면서 살짝 당겨도 보고

산길로 접어드는 거 보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앞에 가는 사람들외엔 아무도 없는데 어찌합니까?

그냥 따라갈 수 밖에요.

지도에는 강선사를 지나 강선봉으로 간다는데 이런 길에 절이 있을리 없고,

일행들은 저만치 앞에가고 뒤에 오는 사람은 없고, 그러니 속절없이 따라갈 수 밖에요.

잣나무숲으로 난 길을 갑니다. 

아마도 이 길은 마을사람들이 잣을 따려고 다닌 길인 것 같네요.

휴~ 

처음부터 계속 오르막이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낙엽송 숲길도 지나고

능선에 올라섰을 때는 송전선로가 있는 철탑으로 선명한 길이 있어 그리로 100여 미터 가는데,

한참이나 앞서 갔던 일행들이 되돌아옵니다.    '길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능선에 올랐던 곳으로 되돌아 가, 올라 온 반대방향으로 직진합니다.     능선에는 열십자 방향으로 길이 나 있드군요.

내리막을 내려가니 리본도 보이고, 길도 보여요.

그러니까 우리는 강선사 쪽으로 가지않고, 마을에서 숲길로 접어든 거였어요.

처음 오는 산이라서 제대로 된 등로를 걷고 싶었는데,

이렇게 엉뚱한 곳으로 헤매면서 오게 되다니,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몇년전에도 왔었다고 앞서서 부지런히 걷던 사람들은, 기억이 가물 가물해서 가는 길을 잊었나 봐요.

나무사이로 당겨 본 산 풍경.

육산이라 걷는 게 좋긴 하지만, 조망 하나없는 그냥 숲길입니다.

이런 산은 여름에 오면 좋죠.  숲이 햇빛을 가려주니까 어느정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

암릉으로 되어있어 산행하는 재미가 있는 삼악산, 오봉산에 비하면 멋진 풍경도 볼 수 없어 사람들이 많이 찾지않는 산.

길을 나서면 동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그냥 평범한 산.

오르막과 내리막도 그리 심하지 않고 완만한 능선을 걷는 등산로.

느낌은 그렇습니다.

길가에는 바위때문에 옆으로 휘어서 자라는 나무 한그루.

어쩌다 이런 곳에 씨앗이 떨어졌는지,   참~ 힘들게 살고 있는 나무가 짠해보입니다.

잡목들 숲에 있는 이 소나무는 독야청청해 보이구요.

산행은 거의 하지 않는 B팀이 뒤에 오고 있다는데, 아무리 걸음을 천천히하며 기다려도 보이지 않아 

애타는 마음에 전화를 해 보고...

기다리다 못해 그냥 가는 길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700m앞에 검봉산이 있다기에

어떤 모습일까 하는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검봉산 정상입니다.

530m.

검봉산은 ‘칼을 세워 놓은 듯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검봉, 또는 칼봉이라고도 불린다는데

그렇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산세가 특별하게 빼어난 것도 아니고,

자그마한 정상석에다, 음각을 한 글씨도 눈에 확 띄게 보이지 않는 것이 좀 아쉽다는 느낌입니다.

글씨에다 검정색을 칠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무에 둘러쌓여 조망도 시원찮구요.

주변도 별로 넓지않아 좀 더 가 보기로 합니다.

검봉산에서 문배마을은 2km 가면 된다 하지만, 처음 계획대로 봉화산을 거쳐서 내려갈꺼에요.

4.7km에 봉화산이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의 거리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죠.

저 앞에 쉼터가 보이네요.

여럿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군요.

12:00시.

딱 '점심시간'이네요.

한 무리의 춘천 모(募) 여성산악회 회원사이에 자리잡고 앉아서, 우리도 식사를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무에 가려서,  볼거리가 없어요.

지나 온 검봉산을 돌아보아도

앞을 바라보아도 별로 눈길을 끌만한 게 없는,

숲길을 걷는 별다른 특징하나 없는 그야말로 평범한 육산. 

쉼터에서 내려가면 2개의 엇갈리게 놓인 나무계단.

어! 여기는 손 좀 보았군요. 

이리 저리 옆으로 가도록 만든 계단이라 쉽게 쉽게 내려갑니다.

어느 청년이 산을 오르다가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둑해질 무렵이라 당황한 청년은, 길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산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숲 속에서 작은 집 한 채를 발견하게 되었죠.

안도의 숨을 내쉬며 노크를 하니 한 노인이 나왔고,

청년을 본 노인은 쉴 곳을 내주며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산밑으로 내려가면 길을 쉽게  찾을 거라 생각하고 무작정 산에서 내려가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산꼭대기로 올라가서,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분명히 알고 방향을 잡아야 마을도 길도 쉽게 찾을 수 있다네."

때론 숲보다 나무만을 바라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잘못된 길임을 깨닫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숲 전체를 보려면 숲에서 나와야 합니다.

------------------   우리의 인생에서도 '한발 물러서기'가 필요하구요.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문배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는 걸 보면,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그 이정표인가 봅니다.

몇발자욱 앞의 이정표가 가르키는 방향은, 육계봉과 굴봉산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굴봉산은 계획에 없는지라 

왼쪽길, 문배마을로 갑니다.

산 전체를 참나무가 찾이한 탓에, 등로에는 가랑잎만 수북하고

봉화산이 3.6km 남았다는데도, 의자에 앉아 쉬지도 못합니다.

앞서 간 사람들은 그림자도 안 보이고, 어쩌다보니 이 산이 初行인 우리 서,너사람만이 걷고 있거든요.

흰눈이 약간 깔려있어요.

능선길에 다다릅니다.

문배마을 방향으로 갑니다. 여기 이정표는 산뜻하군요.

문배마을로 가다보면 봉화산을 가르키는 이정표가 있겠지요?

'문배마을' 밑에 '봉화산' 표시를 하나 더 해뒀다면, 처음 찾는 산객들이 ' 이 길이 맞나' 긴가민가 하지 않을텐데...

잣나무 숲길을 지나고

이 비탈길을 넘어가자

봉화산과 문배마을 갈림길에 왔습니다.

문배마을이 보입니다.

해발 420m에 위치한 마을은 움푹 팬 그릇에 담긴 형세라, 임진왜란 때부터 난을 피해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다고 합니다.

6.25 당시에는 남침한 인민군들도 마을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정도로 오지였다고 해요.

옛날엔 몇몇 초가집만 있던 마을이었는데, 등산객을 상대로 두부나 산채비빔밥 같은 음식을 팔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외지인들도 들어와 식당을 차리고 영업하고 있는 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등산로 안내판은 낡고 바래서 형편없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볼 수 없군요.

대부분의 산객들은 검봉산에서 문배마을로 내려가는 때문에 그런 것인가,

봉화산 가는 길의 이정표는 관리가 안되어 있습니다.

이 이정표에는 몇발짝 올라가면 '엄지봉'이라 표시 했지만, 그냥 패스합니다.

검봉산 정상이 그럴진대, 조그만 봉우리인 여기가 어떨지는 안봐도 ...... 알 수 있죠.

이따금씩 마주치는 이정표는 이 모양.

아마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냥 방치하고 있는가 봅니다.

고목나무 가지 일부분이 붉은색으로 보입니다.

버섯이네요. 나무가 죽었나 봅니다.

저런 버섯은 죽은 나무에서 자라던데...

눈앞에  나타난 바위.

이 바위 오른쪽으로 갑니다.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 있어요.

그리곤,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저 위가 '봉화산인가 보다' 하고 올라갑니다.

그다지 위험하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곳은 아니구요.

밧줄을 잡으면 올라가는 게 좀 수월한, 그런 정도입니다.

지쳐서 맥이 빠진 상태에서 올라가서 

왼쪽으로 돌아가 보니 이런,

봉화산이 아니군요.

여기는 감마봉이랍니다.

여기에 오르니 바람이 불어대는군요.

쪼끔 높다고 그러는거겠죠?

멋진 소나무 사이로 내려갑니다.

감마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에요.

가랑잎에 죽 죽 미끌어지며 내려오다가

임도를 만났습니다.

여기서 한숨 돌리고 난 후에, 길 건너편 참나무가 있는 봉우리로 올라갈꺼에요.

잠깐만,

그러니까 우리는, 입산통제기간에 산행하는가 봅니다.

푸른색과 노란색이 적당히 섞인,

유록색(?)의 철문을 꼭 닫아달라고 써 붙였기에 꼭 꼭 잠그고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제는 슬슬 지쳐가고,

'어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 같아' 하는 생각도 들고

쉼터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합니다.

약간의 오르막길

이 오르막끝이 봉화산이네요.

여기는 조망이 그런대로 괜찮군요.

봉화산 정상'이라는 표지목이 맘에 안드네요.

돌맹이 하나 갖다 놓음직 한데도, 언제 세운건지 모르는 나무는 밑둥이 헐거워져서 기우뚱하게 서 있고,

손만 갖다대어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겨우 서 있네요. 뽑으면 뽑히더라구요.

삼악산같은 유명한 산만 산이 아닐진대, 검봉산과 봉화산은 홀대하는 것 같은 느낌?

여기도 춘천의 일부분인데 봉화산의 정상석을, 근사한 놈으로 세워두면 안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오늘 산행하면서 느낀 것은, 이쪽 산에도  관계기관에서는 관심 좀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봉화산과 봉화산 등산로에 무관심하다는 생각뿐. 특히 이정표는 다시 정비를 했으면 좋겠더라구요.

겨울산, 겨울산길이라 더 황량하고 쓸쓸하게 보여서 그런것도 있겠죠.

이제 강변역으로 내려갑니다.

오늘 산행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가랑잎은 얼음 얼어서 조심스러웠는데,

눈이 녹아 얼은 이 곳은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 아이젠을 신고서야 갑니다.

강촌역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네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막 내리달리는 길을, 어찌 어찌 다 내려왔습니다.

처음 가는 산이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 가슴 설렜던 검봉산 그리고 봉화산 산행도,

뭔가 조금 아쉬운 듯한 상태에서 끝내야겠습니다.

춘천왔으니 맛있는 닭갈비는 먹고 가야겠죠?

강촌역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산행코스 : 강선사 입구 - 능선길 - 검봉산 - 감마봉 - 임도 - 봉화산 - 강촌역 (12.8km, 5시간 15분 소요, 평균속도 2.4k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