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1월, 소백산을 가다.

adam53 2023. 2. 2. 17:18

2023. 1. 31

소백산을 찾았습니다.

작년 2월 중순에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왔다가, 생각도 못한 눈꽃과 상고대를 보면서 선물과도 같은 하루를 보냈었는데,

오늘도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소백산을 찾아 왔습니다.

작년과 똑 같은 길을 걷습니다.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새밭주차장에서 정상을 거쳐 천동주차장으로 갑니다.

9시 50분, 새밭주차장.

준비를 단단히 합니다.

뼛속깊이 파고드는 추위를 경험했던터라, 당연히 오늘도 그만큼 춥겠지 예상해봅니다.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을 보면 한껏 여유로워지던 소백산이지만,

비로봉에서는 매서운 칼바람에 덜덜 떨어야했습니다.

재작년 5월 중순에 찾았을 때에도,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불어대는 바람에 사시나무 떨 듯 했었죠. 

너무나도 추워서 국망봉 가는 길을 막 뛰어갔었습니다. 내리막길에서 뛰어가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뛰어갔었는데...

그러면서도, 추위에 떨 것을 알면서도 또, 소백산을 찾습니다.

눈 깜박할 사이에 1월이 가는군요.

속절없는 세월은 물흐르듯 흘러서

겨울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나흘뒤에는 입춘이랍니다. 봄이 옵니다.

어제는 봄이 오는 것 만큼이나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일이라고 할 만한 건데요,

어제(30일)부터 실내 마스크가 해방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2020년 10월에 마스크 착용 의무가 도입된지 약 27개월만에 해제된 건데요,

의료기관과 약국, 대중교통 등은 실내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경로당, 헬스장, 수영장 들은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긴답니다.

시민들의 혼란도 따르긴 합니다.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나 택시나 버스를 탈 때, 약국에 들릴 때는 착용해야 하는 불편도 있긴 하지만

마스크를 씀으로 해서 갑갑해하던 일상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으니까요.

길가의 개울물은 꽁꽁 얼었습니다.

눈은 땅위에 하얗게 덮혔지만 나무에는 하나도 없어,

지난 해 그 환상적인 풍경이 살짜기, 아주 쬐끔은 생각이 납니다.

날씨는 의외로 포근합니다.

아직 1월이니까 좀 춥겠어? 하고 털모자를 쓰고 패딩위에 겨울재킷을 입고, 스패츠까지 했더니 덥군요.

바람도 없는 눈길을 뽀득, 뽀득거리며 갑니다.

푸른 물감을 뿌리며

새해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는 잔주름이 늘어가고

바람 따라 흐르고 구름처럼 떠돌고

마음도 더 낡아져

행장을 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해 질녘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최신 희트곡은 들을 사이도 없이

고뇌를 뚫고 환희의 세계를 지향하는

베토벤의 가슴을 빌리지 않더라도,

삶의 선의지, 이것 밖에는

삶의 우월성이란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보랏빛 실존들은 문득문득

그림자처럼 채찍질하는

어렴풋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삶의 의지를 새롭게 도정하여

영혼의 무게만큼 초록빛 반성문을 쓰고

고운 길로 또박또박

새들의 합창소리 희망찬

숲으로 묵묵히 걸어가렵니다.

                                             이상례 '새해에는'

긴 계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계단 끝부터는 능선길이라 산행이 수월합니다.

능선길에 올라서니 조금 쌀쌀하네요.

벗었던 재킷을 다시 꺼내입고

죽죽 곧게 자란 잣나무 숲길을 지납니다.

1.6km를 가면 정상이랍니다.

지난 해는 저기 저 쉼터에서 점심을 먹었었는데...

말이 점심이지, 눈밭에 앉아 밥을 먹노라니 추워서 제대로 먹을 수나 있었겠어요?

그냥 먹는 둥 마는 둥 자리를 털고 일어났었죠.

겨울이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어 소백산이라고 불리우는 소백산.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주시의 경계에 있는 소백산은 봄에는 철쪽, 여름에는 푸른 초원,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으로

사시사철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산입니다.

또한 소백산은 태백산과 같이 신령시 되어 온 산으로,

삼재(화재.수재.풍재)가 들지 않은 산이라 하여 풍수의 명당으로 꼽혀

조선시대 병란과 기근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고 해요.

충북에서는 1970년 속리산, 1984년 월악산에 이어 1987년에 소백산을 세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구요,

2007년에는 IUCN 국립공원(Ⅱ)으로 인증되었다고 합니다.

IUCN은 녹색목록을  멸종위기종 목록(Red List)과 함께 범지구적 자연보전을 위한 기본제도로 삼고 있는데요,

녹색목록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자원보호, 탐방서비스, 사회·경제적 기여도 등 보호지역관리 전반에 관한 80여 개 지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대부분 보호지역의 보호수준이, 낮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음(카테고리 Ⅳ, Ⅴ)OECD로 부터 지적받은 후,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국립공원 국제인증 사업을 시행하여 

지리산, 설악산, 소백산, 오대산, 월악산, 다도해해상, 월출산, 주왕산, 속리산 등  IUCN 카테고리가 Ⅴ에서 Ⅱ로 변경인증을 받음으로써,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9개가 되었다고 합니다.

거의 다 왔어요.

목가적인 풍경의 소백산 주목감시초소가 저기 보입니다.

부드러운 능선과, 저 작은 집은 한폭의 그림같이 아름답습니다.

목책사이로 한줄기 바람이 지나가고

햇빛은 따사롭게 내리쬡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봄날같이 온화한 날씨에 잠시 멍해집니다.

................................    소백산이 이리도 따뜻하다니 !

동심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물어 봤답니다.

"아래 문장을 보면 무엇이 생각나나요?" 하고,

1. 이건 작지만 들어있을 건 다 들어 있어요.

2. 아빠가 출장을 가도 계속 남아 있는 거예요.

3. 어른들이 어린이가 다 갈 때까지 보고 있어요.

4. 이건 딱 손가락만 해요.

5. 엄마랑 목욕하면 이걸 꼭 해야 해요.

6. 이게 있으면 물건을 못 버려요.

7. 우리 엄마가 기분 좋을 때 아빠한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가 무지 화나면 혼자서도 해요.

8. 엄마가 아빠랑 외출할 때 맨날 이걸 해요.

9. 차에 친구가 안 타면 안 탔다고 소리치는 거예요.

10. 엄마가 아빠에게 닭고기를 주실 때 그중 제일 맛있는 부분을 골라 주시는 거예요.

어떤 답들이 떠오르셨나요?

아이들은 아래와 같은 순수한 대답을 했다고 해요.

1. 씨앗

2. 걱정

3. 시골

4. 콧구멍

5. 만세

6. 정

7. 팔짱

8. 변신

9. 우정

10. 사랑

아이들과 어른들의 생각이 다른 이유는 간단하답니다.

아이와 어른의 생각이 달라지는 이유는 요,

( 아이 - 순수함 )+이기심 = 어른

국망봉과 비로봉 갈림길에 왔습니다.

사방이 뻥 뚫려서 조망이 아주 좋아요.

국망봉가는 쪽도

올라온 길을 뒤돌아 봐도

눈 덮힌 산을 바라보아도 모두 다 평화롭게 보입니다.

찬바람이 불어대지 않으니까 소백산이 이렇게 평화로워집니다.

버스 한가득 먼길을 달려 온 일행들 중에서 비로봉을 찾은 사람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는데,

소백산 칼바람에 지레 겁먹고 천동으로 가버린 사람들은 억울해서 어떡하나..... ㅎ

흰눈에 덮힌 비로봉과

비로봉에서 연화봉 가는 방향으로 주목 군락지가 보입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소백산.

그중에서도 겨울 설경은 그중에 백미로 꼽히는데,

많은 눈이 쌓인 것은 아니지만,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쌓인 비로봉은 너무도 멋진데,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이 찾지 않았네요.

어쩌다 띄엄 띄엄 한,두명씩 지나가곤 합니다.

일행들이 앞에 가는군요.

같은 곳을 향해 나란히 걷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소백산의 긴 계단은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이구요.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막힌 곳이 없는 비로봉에는 언제나 세찬 바람만 불었었는데, 오늘은 바람도 없군요.

그래서 아주 느긋~ 하게 주위를 둘러봅니다.

정상석을 마주보고 섰을 때, 왼쪽 계단은 연화봉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이 계단은 삼가사로 가는 길.

산 저쪽 조그맣게 소백산천문대가 보여요.

소백산천문대는 국내 최초의 국립천문대입니다.

연화봉과 천문대, 희방사 방향은 가 본지가 10여년도 넘었는데, 언제 가 보려나?

그 길을 다시 가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점 수묵화같은 겹겹이 펼쳐진 산들을 보면서 내려갑니다.

소백산을 찾은, 새싹처럼 파릇 파릇한 앳띤 청년들이 귀엽습니다.

내려가는 길 양편으로 보이는 주목은 식재한 것이겠죠?

천동으로 가는 길에는 큰 주목들이 눈에 띄지만, 정상부근의 주목나무는 아직 어려요.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남서쪽 능선에 있는 소백산 주목군락은 절경이라는데...

비로봉을 뒤돌아보고

주목숲을 보고

비로봉을 다시 또 돌아봅니다.

해발고도가 1,400m 넘는 소백산이지만,

천동과 새밭 산행코스가 난이도가 높지 않아 그런지 소백산은 그리 높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않는군요.

아담하고 예쁘장한 주목감시초소에도 들려봅니다.

주목감시초소에서 바라 본 비로봉.

앞서 간 일행들이 서서 식사를 하고 있어요.

안에 들어가 먹으면 좋을텐데

...................................   따사로운 햇빛이 너무 좋아서 그런답니다.

초소내부에는 의자가 없지만 선반이 있어 식사하기엔 좋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점심을 먹었지요.

현재 시간 12시 25분.

식사 후 느긋하게 주목군락지를 봅니다.

안내판에 의하면 소백산 주목은 비로봉 정상부 서쪽 1,200~1,400m 능선을 따라

100여 그루씩 2,000여 본이 자라고 있는데요,

이 주목들은 줄기가 꼬이고 곁가지가 아래위로 굴곡을 만들어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대요.

또한 높은 바람받이에 있음으로 나무는 대부분 7m정도 되구요,

가지는 높이 2m 정도에서 사방으로 뻗어 있답니다.

소백산 주목 군락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군락지로서 생물학적 가치가 높아, 국가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대요.

연화봉쪽으로도 가는 사람이 있군요.

희방사로 내려갈려면 7~8시간이 걸릴텐데,

눈길에 그만큼 걷는다는게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이 山客들은 아마 천동에서 올라 왔을꺼에요.

이 시간에 여길 왔다면, 시간적으로 딱 맞거든요.

연화봉과 천동 갈림길에 있는 전망대.

오늘은 모처럼 전망대에도 들려봅니다.

전망대가 있으면 들려보기도 해야 하는데,

늘 빠듯한 시간때문에 여유시간도 없이 산행을 했었죠.

 

잠깐 동안의 여유로움을 뒤로하고,

천동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그늘진 응달이라 나무에도 눈이 있네요.

고사목이 만드는 이 멋진 풍경을 두고 그냥 가기엔,

너무 아쉽죠?

지금부터는 내리막길.

지루한 하산길입니다.

어의곡에서 비로봉까지 6.2km였다면,

비로봉에서 천동까지는 7.4km.

민백이 대궐터를 지나고

하염없이 걸어 내려오면 

천동안전센터가 보여서, 다 내려왔다 싶지만  왠걸요,

아직도 한참을 더 걸어야해요.

그러니까 우리,

두런 두런 얘기나 하면서 걸어보자구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지'의 작가 '펄벅' 여사는 80세가 되던 해, 인생의 가장 최고의 순간을 돌이켜 보았는데

그 순간을 10년 전인 70세부터라고 대답했다 합니다.

"나는 70세가 되었을 때 인생에 필요한 것을 알았고, 

이제부터는 정말로 즐겁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이 어느 때인가?' 보다도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죠.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라는 것.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50대 중반인 아나운서 이금희씨는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41살이던 어느 날, 한 선배와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대요.

그 선배가 '올해 몇 살이세요?' 묻더랍니다.

그래서 '41살인데요.' 대답 하니까

 '너무 좋은 나이다. 나보다 딱 10살 어리네.

지금부터 10년이 진짜 좋아요.'

10년 동안 문득문득 생각나던 그 말.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큰 위로가 됐던 그 말이 실제로도 좋았었답니다.

그러다 10년 만에 그 선배를 만나 같이 식사를 하게 된 자리에서,

나이를 묻는 그녀에게 '51살'이라고 대답하자, 선배 왈 ' 지금부터 진짜인데 ~

40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50대가 진짜로 좋아요.' 하더랍니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UP되더래요.

'지금부터가 진짜야.....'

천동탐방안내소에 다다랐네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이 다리를 건너면

산악인 '허영호' 기념비가 있고

다리 바로 밑으로는 '다리안폭포'가 있습니다.

지금은 한겨울이라 폭포수가 얼고,

그 위에 흰눈이 덮혀서 제대로 볼 수 없지만, 다리안폭포는 멋져요.

소백산 철쭉은 5월말에 만개하죠.

그리고 6월초가 되면 소백산과 단양군 일원에서 소백산철쭉제를 개최하는데,

이 공연장은, 아마도 철쭉제가 열리는 기간의 행사장이지 싶습니다.

주차장이 보이네요.

소백산 눈 산행도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눈길을 걸었기에 오늘은 5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네요.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멋진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산행코스 : 어의곡 새밭 주차장 → 어의곡 탐방센타 → 계단쉼터 → 국망봉 삼거리 → 비로봉 → 천둥 삼거리 →

천둥 쉼터 → 천둥 탐방센터 → 다리안 폭포 → 천둥대형버스주차장 (13.6km, 4시간 50분)

* 램블러는 12.7km를 걸었다 합니다.*

소백산(1,439.7m)

국립공원 소백산은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에 걸쳐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12대명산의 하나로 불리었고,

삼재가 들지않는 산이라하여 신령시 되는 풍수의 명산으로 알려진 산이다.

예전엔 소백산맥의 모산 소백산으로 불리었다.

 

현재의 산맥체계상으로 보면 백두대간 주능선에 자리한다.

1987년 국립공원 18호로 지정되었다.

공원면적은 322.38㎢로 넓은 자락에 울창한 숲과 산림을 자랑하며 경상도와 충청도를 나누고 있다.

 

특히 소백산 정상의 능선은 일명 천상의화원으로 유명하며, 천연기념물인 주목과 에델바이스로 알려진 왜솜다리와

이밖에 수많은 야생화는 소백산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겨울철의 하얀눈과 눈꽃, 봄의 철쭉과 여름철 정상 일대의 푸르른 초원과 주변에 산재한 수량이 풍부한 계곡은

사시사철 등산인과 행락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연화봉에서 비로봉과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정상 주능선 일대의 푸른 초원은, 부드러운 모성의 이미지를 표현한다고 하여 사시사철 산악인들을 불러 모으고 혼을 빼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