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7
함백산.
정선 함백산으로 눈꽃 산행을 갑니다.
엇그제는 전국에 눈이 내렸었기에, 탐스런 눈꽃을 볼 수 있을꺼라 기대하면서 들머리 '두문동재'를 가는데
아뿔사!
500m쯤 남겨두고 도로에는 쌓인 눈이 그대로 있네요.
눈때문에 더 이상 갈 수 없어 버스에서 하차하고 걸어가는 길.
사방은 온통 눈꽃.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그런 모습들.
환상적인 풍경이 그야말로 죽여줍니다.
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첫 눈 / 이 해인
두문동재까지 가는 중간 중간에는 산으로 난 길이 있는데요,
찻길로 가면 지루해서 지름길인 이 산길로 가기도 해요.
'산길로 갈 사람은 산길로 가라' 하고
우리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찻길로 갑니다.
두문동재 들머리까지 가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은 눈에도 담고,
마음속에도 담고,
기억의 한켠에도 담으면서 갑니다.
평소같았으면 밋밋하고 단조롭기만 했을 이 길에 눈이 내리면서, 세상이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닥터 지바고, 러브 오브 시베리아, 겨울왕국같은 눈(雪) 영화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
수채화 그림속 한켠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1월도 벌써 절반이 넘게 지났네요.
새해에는 뭔가 좋은 일들이 연달아서 막 생길듯한 기대감에 부풀었었는데
아무것도 한거 없이 세월은 물흐르듯 빠르게 지나갑니다.
2023년 새해에 접어들면서는 바뀌는 게 많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 몇가지.
우선 우리가 사용하던 나이가 '만 나이'로 바뀐다고 해요. '만'이라는 표현이 법적으로 사라지는 거죠.
그동안 우리는 관습적으로 한국식 나이, 만 나이 등으로 나이를 계산했었는데, 국제기준에 맞지않는다고 오는 6월 28일부터는 출생일기준 0세로 해서, 생일마다 1살씩 먹도록 '만 나이'로 통일한답니다.
1월 22일 부터는 우회전 신호등도 생긴대요.
그러니까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빨간불에는 우회전하지 못하도록 신호체계가 바뀐다고 하는군요.
운전할 때 특히 교차로 우회전시는 각별히 조심해야해요.
식품의 '유통기한'도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합니다. 그것도 1월 1일 부터.
유통기한은 식품을 제조, 포장한 뒤에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고,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지킬 경우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이므로
유통기한이 지난 걸 먹으면 탈이 날까봐 버렸던 식품들을,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이 유통기한은 음식물쓰레기량을 줄이자고 1985년에 도입한 것인데, 소비기한을 도입하면 표기 기간이 17~80%까지 늘어나게 되고,
소비기한으로 바뀌면 판매허용기간이 증가해서, 버려지는 음식물 양이 줄어드는 효과로 인해 10년간 7조 3천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생긴다는군요.
운전면허 체계도 개편된대요.
1996년 2종 자동면허가 도입되고 27년만에 바뀌는 건데,
2종 자동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이 7년동안 무사고일 경우, 1종 자동면허로 갱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1월부터는 전국 어디에서나 주민등록증 신규발급을 할 수 있대요.
여태까지 신규발급은 주민등록지 관할 읍,면,동에서만 가능했는데, 이제는 어디에서나 할 수 있게 되었구요,
또 4월부터는 만 18세도 투표를 할 수 있답니다.
최저시급도 인상된답니다.
지난해 시급은 9,160원이었는데, 새해는 9,620원으로 5.0% 인상된대요.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해당되구요. 인상된 시급으로 40시간 근무한다면 월 200만원 정도 되며
연장근로시간도 확대된다고 해요.
새해부터는 현재의 연장근로시간을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운영하여 주 52시간을 69시간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데요,
2018년에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서 운영해 본 결과 한계가 있어 그리한답니다.
신입생 입학과는 무관한 용도로 쓰이던 대학의 입학금제도도 폐지된대요.
입학금이란 등록금과 별개로 전국 평균 60만원 정도를 입학할때 내는 비용을 말하는데, 이 제도를 폐지한대요.
학교 입학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미리 등록금의 일정부분 예치하는 대학교 예치금과, 대학원 입학금은 유지를 하고.
MS사의 window 서비스도 종료되었습니다.
1995년 윈도우95로 서비스한 후 27년만에 종료했는데요, pc 사용자 90%이상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했지만
취약한 보안, 낮은 호환성 등으로 인해 인기가 떨어지면서 사파리, chrome, 파이어폭스등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internet explorer를 종료한 것이죠.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기도 해요.
2022. 6. 15 인터넷 익스플로러 종료 후, 2023. 2월 14일 이후에는 더이상 액세스할 수 없게 되고
6월부터는 모든 윈도버전이 종료되는데요,
internet explorer 11이 필요한 경우 Microsoft Edge에서 internet explorer 모드로 다시 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이 37%에서 25%로 축소된 것도 있고,
부처님 오신 날과 성탄절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어 직장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고
설, 추석, 대보름같은 명절 그리고, 세배와 성묘등의 '세시풍속'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대요.
문화재청의 발표에 따르면 7월까지 연구용역을 마친 뒤 9월에 지정하겠다고 하는데요,
우리의 명절은 사회적, 문화적 가치가 크기도 하고
또, 중국이 우리의 한복과 김치도 자기네 고유문화라고 우기는 것에 대하여, 선제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어 그리한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치매'라는 병명을 다른 말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그동안 부정적인 의미로 널리 사용되던 '치매'라는 용어는 질병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와 가족에게 모멸감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었는데요,
대만은 2001년 실지증(失智症), 일본은 2004년 인지증(認知症), 홍콩은 2010년, 중국은 2012년에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미국은 '주요신경인지장애'로 변경했답니다.
치매라는 말은 '정신이상'이란 라틴 의학용어(dementia)에서 유래했는데,
어리석다는 한자어 '치매'로 옮긴 것을 일본으로 부터 받아들여 우리발음으로 읽은 것이라는군요.
부정적 의미의 병명을 우리나라에서도 바꾼 사례가 있는데요,
2011년 정신분열증은 조현병으로, 2014년에는 간질을 뇌전증으로 바꿔서 현재 사용하고 있죠.
우리동네 '강릉시립복지원' 옆에는 '치매요양병원' 건립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치매 대체용어에 대한 개정이 되고나면, 치매에 대한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두문동재로 가는 길의 눈꽃은 장난이 아닙니다.
아마도 한동안은 이런 멋진 풍경은 다시 또 보기가 어렵겠지요?
눈길을 걸어 걸어 두문동재에 도착했습니다.
500m거리를 걷는데 40분이 걸렸네요.
백두대간 표지석 맞은 편의 돌 담장쪽으로 갑니다.
왼쪽은 '야생화의 천국'이라 불리는 대덕산으로 가거든요.
은대봉까지는 1.3km,
함백산 정상은 5.6km.
흰눈이 그려놓은 그림속으로 들어갑니다.
눈은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았지만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나무는 가지를 축 늘어뜨려서 터널을 만듭니다.
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말로도
이 아름다움을 묘사한다거나 표현할 수 가 없어
그냥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습니다.
눈이 그린 풍경에
발걸음은 자꾸만 더디어져가고
雪景에 취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눈으로 보는 이 황홀한 풍경이
카메라에는 그 모습 그대로가 찍히질 않는군요.
겨울 눈 산행지인 함백산은 그리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이죠.
겨울산행이 두렵고 망설여지는 초보에게도, 엄마 품같이 포근하고 따스하고 너그러운 산입니다.
적설량이 많아 1~2월 대부분 설경을 볼 수 있고,
1천미터가 훌쩍 넘는 만항재, 두문동재까지 승용차로 올라 와 산행을 시작할 수 있어 좋은 산.
경사가 부드럽고 완만한데다, 육산이라 위험하지 않아 좋은 산이 함백산입니다.
푸근하고 맘씨좋은 이웃집 아저씨같은 산이죠.
두문동재 들머리에서 얼마 가지도 못했는데,
눈앞의 설경에 마음을 빼앗겨서 그냥 막 허우적댑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사진 쬐끔 보고 갈까요?
하늘이 훤히 보이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800m를 가면 은대봉이 있답니다.
여기는 우리가 흔히 보는 눈 쌓인 겨울 산.
아무도 밟지않은 숫 눈길을 일행들이 앞서가며 길을 내었네요.
나뭇가지에는 목화송이 같은 눈.
겨울나라의 겨울 풍경.
그 춥던 날씨가 오늘은 포근합니다.
함백산은 눈꽃 산행을 할 때마다 포근했어요.
정상을 제외하곤, 봄날처럼 따스해서 땀에 흠뻑 젖어 산행하던 기억이 남아 있었는데,
그때처럼 오늘도 함백산은 포근합니다.
저 부드럽고 유순하게 생긴 산 좀 보세요.
넉넉한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줄 것 같은 봉우리들...
당신이 물처럼 맑아서
물을 그리며
당신을 생각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당신이 꽃처럼 고와서
꽃을 그리며
당신을 생각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당신이 달처럼 빛나서
달을 그리며
당신을 생각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오, 내 눈에 보이는 당신은
물처럼 꽃처럼
달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나의 소원 / 차영섭
새해 새아침에 산을 오를 일이다
어둠이 나를 주위로부터 갈라놓고
한 치 앞 산길 드러내 보이지 않아도
발소리에 마음 기댄 채 산을 오를 일이다.
오르는 길이 가팔라 힘에 겨우면
잠시 쉬어갈 일이다.
사위 캄캄하여 보이는 것 하나 없어도
허덕이며 숨가쁘게 살아온 지난날
어둠속에서 되돌아볼 일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
그래서 나도 사라져버린 어둠속에서
다시 숨결 고를 일이다.
어제의 해가 오늘 뜨고
어제의 바람이 다시 머리를 풀어헤칠지라도
메마른 나무에 이슬 한 점 틔어내는 저 산을 보며
새해 새아침에 산을 오를 일이다.
오르다가 마침내 산마루에 서면
청한 하늘빛 열고 내게로 오는 새벽을 향해
하염없이 눈길을 보낼 일이다.
비록 지금 고난하나 살아 있으매 아름답다고
가슴 아리게 되뇌일 일이다.
새벽안개가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해거름까지 가기엔 저리도 아득하지만,
어둠의 자궁 속에서 생명을 만들어내는
하늘을 하늘이게 하는 저 새벽별처럼 살아가겠노라
새해 새아침에 바람에게 전할 일이다.
김수열 詩 '새해 새아침에'
은대봉에 도착했습니다.
상함백이라고도 부르는 은대봉(1,142m)
은대봉에서 50분 정도 가면 중함백을 지나 함백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데요,
두문동재에서 1.2km의 금대봉과,
금대봉과 반대편 1.3km에 있는 은대봉은 백두대간 인증장소였는데,
언제부터였는지 은대봉은 인증장소에서 빠졌네요.
헬기장이 있어 넓직한 은대봉에서 잠시 쉬어봅니다.
평상이 있지만 눈이 있어 앉지 못하고 서서...
이따가 만나게 될 날머리인 '만항재'는, 봄부터 가을까지 300여가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며,
7월말부터 8월초순에는 야생화축제가 열리는데요,
'만항재(1,330m)는 우리나라에서 차량으로 갈 수 있는 제일 높은 고개이죠.
만항재는 개성의 만수산, 진본산에 살던 고려 유신들이 이성계의 녹을 먹지 않겠다며 이곳 함백산 기슭 두문동에 은거,
두문불출 생을 보내면서 개경쪽을 바라보며 망향제를 올렸다는 전설이 있는 고개이기도 하죠.
고려말, 조선초기에 경기 개풍군 광덕면에 있는 광덕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두문동에서 살던 주민 일부가,
정선으로 이주해 살면서,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켰던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 갈 날을 기다리며
여기서 제일 높은 만항에서 소원을 빌었다고 해서 '망향'이라고 불리다가, 후에 '만항'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만항재.
이 만항재 야생화공원은 '운탄고도'의 한 구간이기도 한데요,
60년대 정선과 영월, 삼척과 태백 등 탄광지역에는 아버지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길이 있었습니다.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석탄을 나르던 임도를 운탄고도(運炭高道)라 부르는데,
이 운탄고도가 지금은 트레킹 코스가 되었습니다.
운탄고도는 영월통합안내센터에서 정선, 태백, 삼척으로 이어지는 9개 구간 173km의 으로 조성되었구요,
그중에서 정선지역은 신동읍 예미역 ~ 꽃꺼끼재, 꽃꺼끼재 ~ 함백산 소공원길로 4길 28.76km, 5길 15.70km 구간인데요,
4길은 과거와 미래를 만나는 길이며, 5길은 광부와 광부아내의 애틋한 사랑의 길로 불리웁니다.
*** '꽃꺼끼'는 꽃을 꺾는다'라는 화절령과 같은 말이구요...
운탄고도 4길은 예미역에서 출발해 421번 국도의 인도를 따라 걷는,
말 그대로 석탄을 실어나르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트레킹하기에 좋은 길이구요,
석탄산업이 활황을 누리던 때에 만들어진 5길은, 화절령에서 하이원스키장이 있는 백운산, 도롱이연못, 1177갱, 풍력발전단지, 만항재 야생화공원으로 이어지는데,
'제무시'라 부르던 GMC가 석탄을 실어나르던 이길에는 도롱이 연못을 지나 1177갱이라고 하는, 동원탄좌 광부들이 막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화절령부근의 '도롱이 연못'과 '아롱이 연못'은 탄광 갱도의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인데,
언제부턴가 이 연못에는 도룡농들이 살기 시작했답니다.
화절령 일대에서 살고 있던 광부의 아내들은 연못에 살고있던 도룡농에게,
오고가며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는 기도를 했구요,
그 기도들이 모이고 모여 '도롱이 연못'이라 부르게 되었대요.
연못에 도룡농이 살아 있는 한 탄광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서,
광부의 아내들은 도룡농의 서식 여부를 늘 확인했고
연못을 향해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할 때 도룡농을 발견하면 마음을 놓았다고 하는, 속이 짠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고 하는...
아무튼 이 4길과 5길은 석탄산업이 활발하던 시절, GMC가 석탄을 가득 싣고 달리던 신작로였다고 합니다.
들머리 초입에서 얼마가지 않았을 때, 눈 터널을 이루던 그 모습에 버금가는 눈꽃이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아마도 정상이 가까워질 수록 기온이 내려감으로써, 눈꽃은 더 활짝 피는 것 같아요.
햇빛을 받아 나뭇가지 끝에서 수정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도,
뽀드득거리는 발자욱소리도
이 환상적인 동화의 나라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아직 중함백도 오지 못했는데
이렇게 자꾸 발길 더디게하면 어쩌란 말인가요?
지금부터는 침묵하면서 가겠습니다.
날머리인 '만항재' 얘기도 다 했으니까, 하편에서는 그냥 설경만 보면서 가기로 해요.
정상까지는 3키로 남짓 남았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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