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봄이 오는 대관령 '금강소나무숲 둘레길'을 걷다.

adam53 2023. 1. 12. 16:48

2023. 1. 11

오랜만에 대관령 금강소나무숲 둘레길을 걸어봅니다.

금강소나무숲 둘레길은 대관령 고개 중턱의 반정에서 시작하는데요,

반정은 대관령을 오가는 길손들이 쉴 수 있는 주막이 있던 곳으로,

대관령 初入의 구산역과 대관령 위 횡계역과의 중간지점이라는 뜻입니다.

차량통행을 막는 노란색 바리게이트쪽으로 가요. 

'대관령 옛길'이라 쓴 커다란 바위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대관령옛길로 가는 길.

산림청에서 조성한 이 길은, 대관령의 금강소나무숲을 걷는 산책로 같은 편안한 길이라서 '대관령금강소나무숲 둘레길'이라 명명하였는데요,

동부지방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에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의 대관령 옛길과,

제왕산 등산로를 잇는 둘레길을 32억7000만원을 투입하여 2014년 12월에 조성한 길로써,

노약자와 장애인도 걷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고려한 숲길이라,

숲길의 경사가 2%미만이고 길 너비도 1.5m∼1.8m로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단절되었던 대관령 옛길과 제왕산 등산로가 연결되는 길이기도 하구요.

1월 초순의 대관령이라 엄청 추울꺼라 생각했는데,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나봅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봄이 묻어납니다.

눈은 아직 채 녹지도 않았는데,

아직 봄이 오리라는 생각도 안했는데 봄이 성큼 성큼 닥아옵니다.

골짜기를 흐르던 물이, 대관령의 매서운 한파에 꽝꽝 얼어붙은 곳에서 

추위에 떨며 산행하던 겨울의 흔적을 남기며 환하게 웃습니다.

봄이 오면 작은 들꽃과 진달래가 피어날 이 길,

솔내음 가득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을 생각에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강릉을 대표하는 수종인 금강소나무가 울창하여 “금강소나무숲 둘레길”이라 이름지은 이 길도,

반정 임도가  끝나고 데크가 설치된 산길을 걸을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큰비가 올 때는 토사 우려도 있고, 산중턱에 조성한 길이라 낭떠러지도 보통이 아니라서 각별히 신경쓰고 조심해서 걸어야 해요.

둘레길 아래로는 영동고속도로가 보이고,

소나무는 점점 푸르러 가고

나무들도 새움을 틔울 준비를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금방이라도 쏘옥~하고 새싹이 돋아날 것 같은 아침입니다.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우리들은 말없이 걷고,

얼었던 반사경에는 아침햇살에 몸이 풀리면서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들이 찌그러져 보이고,

여기를 지날 때 마주치는 두그루의 소나무는, 반갑다며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를 흔듭니다.

다리밑을 지나갑니다.

500m앞에 쉼터가 있대요.

2.2km를 가면 제왕산 임도 종점이 있구요.

'집중호우와 태풍의 피해로 숲길이 훼손되어서, 탐방객의 안전과 사고예방을 위해 이용을 제한한다' 고...

이태 전의 가을에는, 제왕산임도 종점에도 이런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 있더라구요.

상, 하행의 고속도로 다리밑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여기부터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서 이용을 제한한다'는 그 길입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바위틈에서 자라는 이 나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도로 폭이 좁긴해도 예쁜 이 길에는

가랑잎 수북히 쌓여 발이 푹푹 빠지구요.

깊은 겨울이라 새들도, 사람들도 찾지않아 적막하기만 합니다.

흐르던 물은 얼어서 구름처럼 몽글 몽글해 보이는군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랍니다.

지난 2006년 한국갤럽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0대 민족문화상징을 조사했는데, 

동식물 분야에서 소나무, 진돗개, 호랑이, 한우 4가지가 선정됐다고 해요.

나무로는 유일하게 소나무가 한국인 정신의 상징으로 꼽혔구요.

한국갤럽에서  2003년도에 국민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나무를 조사했드니만,

소나무 43.8%, 은행나무 4.4%, 단풍나무 3.6%, 벚나무 3.4%, 느티나무 2.8% 순으로 나타났답니다.

그러니까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자 대표하는 나무라는 거죠.

지난 30년 동안 산림청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무'를 조사했는데 여기서도 으뜸을 차지할 만큼 소나무는 우리 겨레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합니다.

소나무는 이름도 다양한데요,

한반도 고유종이라 할 수 있는 속이 주황색을 띤 적송만 하더라도 금강송, 황장목, 춘양목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강송은 강송剛松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강직한 나무로, 소나무의 속이 붉은 것들을 가리키구요,

나무 속고갱이 부분이 누런빛을 띠는 소나무는 황장목(黃腸木)이라 하고 궁궐이나 배를 만들 때, 관을 짤 때 썼는데요,

춘양목은 일제 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울진 소광리 일대의 소나무들이, 기차가 있는 봉화 춘양역으로 실려갔다고 해서 그리 불렀습니다.

통나무의자와 평상이 있는 쉼터에 왔습니다.

평상과 참나무사이로 내려가면 폭포가 있는 계곡을 지나 옛길 주막집으로 갑니다만,

우리는 제왕산 임도 쪽으로 조금 더 걷기로 합니다.

별로 넓지는 않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는 평탄한 길.

곳곳에 데크가 있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평지와도 같은 산책로.

아직도 여기는 깊은 겨울처럼 보이지만,

푸른잎이 돋고 꽃이 피면 모두가 걷고 싶어하는 예쁘고 아름다운 길이 될겁니다.

제왕산 임도에 다와가는군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낙엽만 쌓여있고...

제왕산 임도가 시작되는 쉼터를 그냥 지나치는데

'위험해서 통행을 제한한다'는 현수막이 있던 자리에는 햇빛이 따스하게 내리쬡니다.

세월 그리고 나이

 

세월이 간다는 건

머리카락이 빠지듯이 그렇게

요란스럽게

말도 사라지고

생각도 사라지고

이야기도 사라져 버려

자신마저 까맣게 잊혀지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건

손톱이 자라듯이 그렇게

슬며시

그리움이 쌓이고

서러움이 쌓이고

외로움이 쌓이고 쌓여서

혼자서는 지탱하기 어렵게 되는 것.

                                        - 이 공우 -

임도를 걷고 또 걸어서

제왕산 전망대에 왔습니다.

1.85km 더 가면 제왕산이 있지만, 오늘은 들리지 않고 바로 내려갈꺼에요.

전망대옆 길에는 질경이의 마른 줄기가 눈 녹기를 기다립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는, 나물로도 먹고 茶로 마시지만 효능도 많아 약재로 쓰기도 하는데요,

질경이라는 이름은 길에서 자생한다고 길경이라 하기도하고,

발에 밟히고 차 바퀴에 짓눌려도 죽지않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해 질경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아주 잠깐 쉬었다 갑니다.

여기는 제왕산에서 옛길로 내려가는 길이거든요.

임도를 따라 쭈욱 가면 어디서 임도가 시작되는지 알 수 있겠지만,

임도를 걷는다는 건 별 재미가 없는 일이기도 해요.

이정표가 가르키는 대관령박물관 방향으로 가요.

흰눈이 남아있는 길은 방금 지나온 제왕산 임도,

왼쪽의 小路는 제왕산으로 올라가는 길.

옛길 갈림길에 왔습니다.

왼쪽으로 가야해요.

직진하면 치유의 숲, 오봉산으로 갔다가 대관령박물관으로 갈 수도 있지만 바로 내려갑니다.

옛길로 가는 내리막은 쬐끔 안 좋기도 하지만 그다지 심하지는 ..... 않아요.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한 처음 말이 있었네.

채 눈뜨지 못한

솜철 돋은 생명을

가슴속에서 불러내네.

 

사랑해

아마도 이 말은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다가

괜히 나뭇잎만 흔들고

후미진 내 가슴에 돌아와

혼자 울겠지.

사랑해

 

남몰래 울며 하는 이 말이

어쩌면

그대도 나도 모를

다른 세상에선 꽃을 피울까 몰라

아픈 꽃을 피울까 몰라.

                                        - 정희성 -

제왕폭포도 그냥 꽝꽝 얼었네요.

그래도 얼음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폴짝 뛰어 건너는 도랑에도 얼음녹은 물이 흐르고

제왕교를 건너서

숲 안내센터에 왔습니다.

옛길 주막집에서 오는 길과 만난거죠.

냇가에는 다믄 다믄 맑은 물이 보이고

폭포처럼 물소리를 내는 곳도 있고...

대관령 치유의 숲으로 가는 길을 지나고

대통령쉼터가 있는 금강소나무숲길 갈림길도 지나

옛길 들머리에 왔습니다.

박물관주차장까지는 포장도로라서, 우리들은 개울을 건너 갑니다.

찰랑 찰랑하는 개울물을 보면, 완전 봄입니다.

전망대에 잠깐 들려봐야죠?

개울은 제법 깊어 보입니다.

졸졸 흐르는 물은 하트모양으로 얼음을 녹였어요.

서너해 전, 태풍이 지나갔을 때는 그 큼지막한 바윗덩이가 물에 쓸려서 건너기 힘들었는데,

아담한 다리를 만들어놓아 이젠 '어떻게 건너야 하나' 하는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박물관주차장에 도착했네요.

금강소나무숲길 둘레길 트레킹도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오늘은 10.1km를 걸었고, 2시간 25분 소요되었습니다.

걸었던 코스는 아래와 같구요.

반정 → 반정임도종점 → 제왕산임도종점 → 제왕산삼거리 → 대관령박물관

 

대관령 금강소나무숲길

 

"천년의 숲,치유의 숲,힐링의 숲"대관령 금강소나무숲은,

총면적 400ha로 축구장 571개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울창한 숲으로,

1922~1928년에 소나무 종자를 산에 직접 뿌리는 직파조림으로 나무를 심어 조성했으며,

지금까지 100년 가까이 관리되고 있다.

1988년 문화재 복원용 목재 생산림으로 지정되었고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는 등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또한 2017년에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경영 경관형 10대 명품숲에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인제 자작나무 숲 등과 함께 선정되어 숲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다시금 인정받았다.

대관령 동쪽 허리 해발 200~1.170m 고지대에 위치한 200~300년 이상된 아름드리 금강소나무숲은,

북동풍이 바다를 건너오면서 소나무 성장에 필요한 많은 산소를 담아와 소나무가 건강하고 우람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