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해 첫산행,
울진 응봉산에서 첫발을 내딛습니다.
09:50분.
울진군 북면 덕구리 덕구온천장 뒷편,
포장도로를 조금 올라와 응봉산 들머리에서 하차를 하고
모두 모여서 사진 한장 찍어봅니다.
희망찬 새 출발을 위해 fighting! 한번 하고 ~
등산로 입구는 줄을 쳐서 막았는데요,
'정상에서 원탕쪽으로는 내려가지 말라'고, 산불감시요원이 신신당부합니다.
작년 이맘때 여길 다녀간 이후로 응봉산은 내내 궁금했었습니다.
장기간의 산불로 인해 많은 나무들이 타버렸다는 뉴스는 안타까움만 더했습니다.
온 국민 모두가 한마음되어, 조금이라도 더 빨리 화재가 진압되기를 바랐었구요.
그러니까 지난 해 3월 4일 아침 11시 17분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 건조한 날씨와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면서 삼척지역까지 번져 나갔었댔죠.
처음 산불이 시작된 지점에서 3대의 차량이 지나간 후 산불이 발생했기 때문에 담뱃불로 인한 실화로 추정되는 이 산불은,
4일부터 13일까지 9일동안 울진과 삼척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었는데요,
이 불은 213시간 43분 만에야 진화가 완료되면서 산림 2만여 ha를 태웠고 , 산림청 통계에 의하면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해요.
등산로 초입에서 얼마가지 않아, 길 양쪽으로 불에 그을린 소나무들이 보입니다.
윗 부분 조금을 남겨두고 검게 탄 소나무를 보니 가슴이 먹먹해져요.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은 곳을 지날 때는 조금 갈아앉다가도
화마가 지나간 곳에 다다르면 다시 또 슬픔이 차오릅니다.
원탕과 응봉산 갈림길에 왔습니다.
세계 유명한 다리를 본 뜬 13개의 다리가 있는, 원탕가는 길은 막았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이리 멋진데
불에 탄 소나무를 보면 가슴 아파옵니다.
2022년의 이 산불은 울진 나곡의 한울원전과 삼척 호산의 LNG기지 등 국가기간시설 등으로 불길이 확산되면서 많은 염려와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 불로 인해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됐고
33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추정 피해 면적은 2만 923ha(울진 1만 8463ha, 삼척 2460ha)로, 2000년도 2만 3794ha의 동해안 산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하루 하루 가슴졸이던 이 산불은 강풍과 험한 산세로 인해 불길이 좀체 잡히지 않다가, 13일새벽 봄비가 내리면서 오전 9시쯤에 주불이 잡히고서 모두 다 안도의 숨을 내 쉬었는데요,
이 무렵 강릉과 동해에서도 산불이 크게 났었습니다.
이 불은 3월 5일 새벽1시 5분경 60대 남성 이모씨가 토치로 불을 지르면서 옥계면 남양리에서 처음 발생했는데요,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오전 4시경, 남서풍에서 북서풍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뀜에 따라 동해시 방향으로 번지면서 도심 곳곳이 화염에 휩싸였고 불길이 지나는 고속도로, 국도, 강릉-동해간 열차운행도 전면 중단됐었죠.
경찰에 체포된 이모씨는 조사과정에서, 수년 동안 주민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방화를 저질렀다고 해서 사람들의 분노를 샀는데요,
이 불로 함께 살던 모친은 대피 중에 넘어져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했다고 합니다.
한사람의 방화로 시작된 이 산불규모는 2019년 강원도 산불을 압도하며,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이후 2022년 울진 산불 다음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합니다. 방화로 인한 화재 중 역대 최대 규모의 화재이기도 하대요.
이 화재로 주택 71채가 전소됐으며 건물 25채도 일부 불에 탔고, 강원도기념물로 지정된 봉수대는 불에 검게 그을렸으며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을 소장했던 한 사찰은 전소되어 폐허가 됐다고 해요.
그리고 산불 피해 면적은 동해시 2,100㏊, 강릉 옥계 1,900㏊로 총 4,000㏊의 산불피해가 발생했구요.
피해망상에 빠져 대규모 산불을 일으킨 방화범 이모씨는 재판과정에서 1심에서 징역 15년을 구형받고 항소했지만,
2심에서는 항소를 기각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답니다.
제1헬기장을 지납니다.
봄만 되면 양양과 강릉, 양양과 고성사이의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인해 행여나 산불이 날까봐 노심초사하는 판국에 자신의 모친을사망하게 하고 무고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힌 것은 물론,
한 개인의 잘못으로 인해 인근 동해시까지 피해를 준데 대하여, 강릉시는 동해시에 미안한 감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동해안은 가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부, 남부지방에 대설특보가 내려질 때도 영동지방은 연일 건조경보가 내려집니다.
저만큼에는 이미 봄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들은 가뭄으로 인한 물 걱정과, 봄이 오면 발생하는 산불 걱정을 합니다.
잠시 한숨돌리며 간식을 나눠먹고,
유난히도 추웠던 이겨울 얘기도 하고...
여기는 봄이 일찍 찾아오네요.
추울까 봐 중무장을 하고 길을 나섰지만 포근한 날씨에, 자켓을 벗고 조끼도 벗고, 워머도 벗어버립니다.
겨울 맛
겨울에는 더러
하늘이 흐리기도 해야 맛이다.
아주 흐려질 때까지
눈 아프게 보고 있다가
설레설레 눈 내리는 모양을 보아야 맛이다.
눈이 내리면
그냥 보기는 심심하고
뽀독뽀독 발자국을 만들어야 맛이다.
눈이 쌓이면
온돌방에 돌아와
콩비지 찌개를 훌훌 떠먹어야 맛이다.
찌개가 끓으면
덩달아 웅성대면서
마음에도 김이 자욱히 서려야 맛이다.
- 강 세화 -
울진에는 금강소나무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소나무는 크게 6가지 정도로 분류하는데, 그 중에서 금강소나무는 태백산맥을 따라 속초, 양양, 강릉, 삼척, 경북 울진과 봉화 일대에서 분포하고 있는데요,
울진의 금강소나무는 다른 소나무에 비해 뿌리가 깊고 줄기가 곧게 뻗으며,
표피가 얇으면서 재질이 단단하고
생장이 느린 탓에 나이테 사이의 간격이 좁아 뒤틀림이 적은 것이 장점이라고 해요.
그러므로 목재로 사용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형질의 소나무로 인정받고 있으며,
금강소나무란 이름은 이런 특징의 소나무가 태백산과 금강산을 중심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붙은 것이라고 합니다.
큰 금강소나무를 ‘황장목(黃腸木)’이라 하기도 하는데, 소나무의 내부가 누렇다고 그리 부르구요,
500년이 넘은 보호수 2그루와 수령 350년으로 곧게 뻗은 미인송 등 1,000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울진 소광리는 국내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가 있어, 울진군 '서면'은 2015년 4월 21일 '금강송면'으로 행정구역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봄기운이 돌면서 꼬리진달래 잎도 푸른색으로 돌아옵니다.
암릉구간에 다다랐습니다.
바위능선에 서서 앞산을 바라보면 푸른색으로 보여 마음이 조금은 놓입니다.
이 일대의 산 전체다가 화마를 입지않아 다행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불에 탄 이 소나무가 다시 살아나겠죠?
다시 푸른잎이 살아나서 늠름한 모습으로 이 등산로를 지킬 수 있게 되겠죠?
제발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예전처럼 푸르게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더 이상 우리들의 마음이 아프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2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만 와도 거의 다 온 것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오늘도 산행시간은 여유롭지 못해 대부분은 여기서 되돌아가고, 대여섯명만이 정상까지 갔다오기로 하는데...
정상이 얼마남지 않은 이곳은 산불피해가 컸던가 봅니다.
나무들이 전부 새카맣게 탔어요.
조금 누그러졌던 마음이 다시 숯덩이처럼 새카매집니다.
눈이 조금 남아있네요.
그것도 길에만 남았어요.
포근하던 날씨가 여기서부터는 추워집니다.
온몸이 약간의 바람과 함께 쌀쌀한 기온으로 휩싸이고.
부지런히 걸어 정상에 왔습니다.
11시 45분.
여기까지 2시간 걸렸군요.
998.5m의 정상.
오른쪽의 이정목에서 보듯이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삼척 원덕읍 가곡리 덕풍계곡으로 갈 수 도 있습니다.
응봉산의 지명은 산모양이 매와 닮았다고 응봉산이라 전해지며, 예전에는 매봉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1759년에 제작된 지도 '여지도서(與地圖書)'에 가곡산(可谷山)이란 표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응봉산의 옛 이름이 가곡산이었을 것이라고도 하구요.
하지만 정상석에도 있듯이 옛날에 조씨(趙氏)성을 가진 사람이 매사냥을 하다가 매를 잃어버렸는데,
산봉우리에서 매를 찾았기에 이곳을 응봉(鷹峯)이라 부르고 속칭 매봉산이라 부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응봉산의 유래가 어떻든, 우리는 조망이 시원스런 이곳에서 동해바다도 바라보고 덕구계곡이 있는 동쪽산과 구수계곡이 있는 남동쪽의 산도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부려봅니다.
원탕이 있는 덕구계곡 방향의 계단은 막았습니다.
시설물이 소실되었다고 통행금지를 하는데요,
날씨가 따뜻해지면 계단을 보수하려는가 봅디다. 계단옆에 자재를 쌓아놓았어요.
12:00시.
너무도 빠듯한 산행시간 때문에 요기도 못하고,
올라 온 길로 하산하는데
산불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지날 때는 참담한 심정이 듭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슴졸이고 애태우면서, 산불진화에 애썼을까요?
타닥 타닥 타는 나무들, 하늘높이 치솟는 뜨거운 불길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을 잡으려고 애썼을,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을 지납니다.
응봉산 등산로는 사진에서 보듯, 자잘한 자갈들과 돌이 있어 걷는 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1천미터 가까운 산을 오르는게 가파르지 않고 완만한게 다행이라 할까요?
쉬운 듯 하면서도 거리가 상당하므로 조급해 하지말고 느긋하게 마음먹고 산행하는 게 좋습니다.
제2헬기장을 지납니다.
새해가 바뀐지도 사흘이 지나고 있구요.
이 황폐해진 산불현장도 일년이 다 되어가요.
새해에는 이 끔찍스런 산불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하루속히 이 땅이 아름다운 숲으로 돌아오기를
봄이면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푸른 숲으로 바뀌고
사람들의 밝은 웃음소리로 가득한 그런 곳이 되기를,
내년에 여기를 다시 왔을 땐, 오늘처럼 가슴 아파오는 그런 산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언뜻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이 나무들도 뒷편은 검게 끄슬렸죠.
원탕 갈림길까지 왔습니다만, 아직 한참을 더 가야 산행이 끝납니다.
반은 뛰다시피 내려온 덕분에
끝이 보이는구요.
이 계단을 내려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오늘 산행도 여기서 끝마칩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승용차 몇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지만,
버스가 기다리는 온천주차장까지 가려면 포장도로를 타박 타박 걸어가야 해요.
급한 마음에 뛰었더니 무리였나 봅니다.
다리에 쥐가 나는군요.
저기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산행코스 : 응봉산 산불감시초소 - 원탕갈림길 - 민씨 묘 - 제1헬기장 - 제2헬기장 - 응봉산 - (역순) - 온천주차장 (원점회귀 11.7km, 온천주차장까지 3시간 30분 소요)
응 봉 산 (998.7m )
백두대간 낙동정맥으로 동해를 굽어보며 우뚝 솟아 있어 산세가 험준하고 변화스럽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조씨(趙氏)가 매사냥을 하다가 매를 잃어버렸는데, 산봉우리에서 매를 쫓아 이곳을 응봉(鷹峯)이라 부르고 그래서 속칭 매봉산이라 부른다.
높이는 998.5m 이며, 산맥이 남서쪽 통고산으로 흐르고, 동쪽 기슭에는 덕구계곡이 있고
그 너머 남동쪽에는 구수곡계곡이 있어 맑은 물이 항상 흐르고 있다. 특히 덕구 및 구수곡계곡의 상단부에는 울진금강송 천연림이 있으며 동남쪽 계곡절벽 등에는 천년기념물인 산양이 서식한다.
서북쪽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가곡리에 면해 있다.
응봉산 정상에서 동해바다가 보이며 등산로가 있어 등산을 즐길 수 있고 주변 관광지로 덕구계곡, 덕구온천, 구수곡자연휴양림이 있으며 가까운 거리에 죽변항구가 있어 산림욕, 온천욕, 해수욕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웰빙 관광지이다.
응봉산에서 가장 각광받는 코스는 용소골 계곡산행이다.
수많은 폭포와 깊은 소들이 산재한 이 계곡은 아마추어 등산인들에게는 매우 모험적인 산행지로 알려져 있다.
용소골은 무인지경의 원시림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지대다.
몇몇 전문 산악인들만 끼리끼리로 찾을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곳의 자연은 전인미답의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다. 한 굽이를 돌면 또 한 굽이의 계곡이 열리는 장관이 장장 14km에 걸쳐 쉼 없이 펼쳐진다. 이곳 용소골은 3개의 용소가 있다. 기암괴석과 맑은 물, 그리고 원시림. 천연수로에 썰매를 타듯 미끄러져 내려오면 마주치는 비경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조롱박 모양의 용소폭포는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퍼렇다. 등산코스가 험하고 특히 비가 올 때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으며 산에서만도 1박2일의 일정이 필요하니 여유있는 일정을 짜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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