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2
오후에는 비가 온다길래, 비옷과 우산을 챙기고 동해 무릉계곡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동해시 삼화동 859번지.
무릉계곡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9시 30분.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늘은 잔뜩 흐렸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작은다리를 건너면,
베틀바위 산성길 들머리가 있는데
일행 대부분은 관음사 방향으로 간다네요.
그래 조금 서먹서먹한 사이인 사내와 단둘이서 이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온화하고 흐린 날씨가 산행하기에는 쾌적한 상태이기에,
오늘은 먼저 베틀바위와 마천루를 거쳐서 쌍폭까지 간 다음
신선봉, 하늘문, 관음암, 삼화사로 돌아올 작정입니다.
무릉계곡을 사이에 두고 왼쪽, 오른쪽 山을 완전히 한바퀴 도는거죠.
동해 무릉계곡은 강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많이갔었는데요,
그때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왼쪽편으로 가던가, 아니면 오른쪽으로 가고 그렇게 한쪽편만 걸었었는데,
오늘 양쪽 모두를 돌아서올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 같네요.
잎도 다 떨린 나무들이 서 있는 숲은 적막함 만 감돌고 있습니다.
발자욱 소리,
오르막을 오르는 거친 숨소리
그리고 땅을 딛는 스틱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숲.
바람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이 산길에
베틀바위로 가는 산객이 어쩌다 눈에 띕니다.
단풍들 땐 그리도 많던 사람들이, 겨울로 접어들면서는 이 산을 찾는 사람도 없네요.
참 의외의 풍경이네, 저뭇한 솔 숲 사이로
못물이 조로코롬 얼비쳐 뵈는 것은
그것도 아주 알몸으로, 보란듯이 조로코롬
눈여겨 볼 뭣도 없는 에굽은 산길 어귀
짐짓 딴전을 보다 꽃샘이나 들켜버린 듯
얼결에 개복사남기 분홍꽃물을 게워낸 것은
이맘때 산은 그렇지, 오래 앓은 짐승 마냥
꺼칠한 입성으로 엉거주춤 섰다가는
몸푸는 못물의 속살을 물끄러미 훔쳐도 보고
------------------------------------------- 박기섭 '산의 표정' 중
베틀바위까지 800m 남았대요.
신선이 사는 곳처럼 아름답다고,
이름하여 '무릉도원'은
고려 충렬왕 때 이승휴(李承休)가,
또는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 김효원(金孝元)이 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요,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형성된 무릉계곡에는,
1,500여평의 무릉반석을 중심으로 두타산성, 삼화사(三和寺) 등의 유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다시금 가고 있는 이 길, 베틀바위 산성길은
2020. 8.1 ‘베틀바위 산성길’이라 하여 무릉계곡관리사무소와 박달계곡 등산로 총 4.7㎞ 중에서,
두타산성 입구까지 2.7㎞ 구간을 부분 개방했었죠.
새로 놓인 탐방로가 베틀바위와 두타산성을 잇는 코스여서 그렇게 이름 붙였댔습니다.
그리고 2021년 6월10일.
두타산 협곡 마천루까지 4.7km 전구간이 44년만에 개방되므로써,
기암괴석과 비경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습니다.
이 길은 외길이라서 그냥 직진만 하면 돼요.
이정표도 많아 걱정할 일 도 없구요.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겨울인데도 날씨가 포근하니까 봄꽃이 피었어요.
요즘은 겨울 답지않게 계속 따뜻하기만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올겨울은 비가 많이 올 거라고 하는군요.
그 꽃 본 듯/ 박기섭
이 봄이 꼭 너와 놀던 그 해 그 봄만 같아 하마터면 저 꽃잎에 다 말해버릴 뻔했네.
너 본 듯
생짓전 너 본 듯
그 해 그 봄 그 꽃 본 듯 .....
베틀바위에 다 와 가는군요.
처음 출발할 때의 그 사내는 쌩~하니 가버려서 혼자서 걸어왔는데...
2개의 요 귀여운 바위에 서면, 베틀바위 전망대가 보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위의 전망대.
저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가 있고, 거기서 베틀바위를 조망할 수 있으니까,
힘내서 올라가 보자구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하니 앞서갔던 일행이 여기서 쉬고 있네요.
올 때마다 감탄하는 베틀바위
오늘 또 봐도 경이롭습니다.
2020년 8월에 개방한 베틀바위는 두타산을 상징하는 바위가 되었을 만큼 압권입니다.
하늘나라 선녀가 질서를 어겨,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비단 세 필을 짜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베틀바위.
10시 15분.
여기까지 오는데 45분이 걸렸네요.
마천루로 갑니다.
미륵바위도 잠깐 들려봐야죠.
산수화같은 풍경은, 미륵바위 가는 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계단을 오른 다음, 왼쪽으로 꺾으면 그곳에 미륵바위가 ..... 있구요.
계단을 오르며 내려다 본 베틀바위전망대.
미륵바위가 있는 미륵봉은 허목(1595~1682)의 두타산기,
김효원(1532~1592)의 두타산 일기,
김득신(1604~1684)의 두타산에 기록되어있는 그 산봉우리가, 지금의 미륵봉이라 합니다.
미륵을 닮았다고 미륵바위라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부엉이, 선비, 미륵으로 달리 보인다는 바위.
뒤돌아서 수도골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부터는 평탄한 길.
오른쪽의 길로 갑니다. 두타산 협곡 '마천루'로 가려면 그 길 밖에 없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길은 베틀봉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두타산성, 백곰바위로 내려오는 길인데,
이제 그 길은 '등산로 아님'이라고 막아 놨습니다.
'등산로 폐쇄 구간'이라고 막았죠?
베틀바위 산성길 - 수도골을 개방하기 전에는 베틀봉 정상을 갔었지만,
이제 여기를 찾는 사람은 없습니다. 山 정상이라는게 좀 그랬거든요.
아래의 사진을 한번 봐요.
2020년 5월에 찍었던 베틀봉 정상입니다.
베틀바위에서 잠시 만났던 일행은 또 앞서서 가버리고,
다시 혼자가 되어 상념에 잠기며 걷습니다.
이 능선에 올라서면 수도골방향의 내리막인데요,
경사가 좀 급합니다.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지만, 그래도 경사가 심해서 무릎이 아파 올지도 모릅니다.
붉게 단풍이 들었을 땐 엄청 예쁜길이기도 하지만...
이 이정표를 지나 내리막길을 계속가다가
여기 이정표에서 개울을 향해 몇발짝 걸으면,
밧줄을 친 방향으로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요,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여기가 12폭포이고,
윗 사진은 폭포 상류입니다.
둥그런 바위아래는 폭포라서, 가까이 닥아가서 내려다 보면 아찔합니다.
수도골 가는 길 도중에는 石間水도 있습니다.
잠시후에 봐요.
낮에도 별이 뜨고
강물에 얹혀 달이 흐릅니다.
구름이 몸을 숨깁니다.
바람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나뭇잎들 흔들리며 울고 웃습니다.
상처난 구멍들이 뒤척이는 잎에
배꼽처럼 박혀 있습니다.
뚫린 구멍마다
하늘이 가득합니다.
베어져 쓰러진 나무들 둥치에서
엷게 진하게 얼룩진 나이테를
줄 선 길을 따라 봅니다
길 위의 길들이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있습니다.
-------------------- 천수이 '길들이 귀를 열고' 중
와! 차곡 차곡 쌓은 것 같은 이 바위 좀 봐요.
무릉계곡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에 있는 바위들은, 모두 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큼직 큼직합니다.
개울 건너편에 보이는 바위들도 엄청 커요.
길 옆의 바위들도 집채만하고
그 모습 하나 하나도 기묘하게 생겼고...
길을 가다가 전망좋은 바위위에 서서,
12폭포 중에 한 부분도 보고 갑니다.
그냥은 폭포를 다 볼 수 없어요. 공중에서 내려다 보면 다 보겠지만.....
전망좋은 바위가 두어군데 있어
가다가 바위위에 서서 건너편을 바라다 보면,
연신 우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우뚝 우뚝 서 있는 바위들은우람해도 너무 우람해서,
그 옆을 지나노라면 잔뜩 주눅이 드는 것 같습니다.
차가운 샘이 솟는 석간수도 디다보고 가요.
작년 가을에는 이 물을 떠 먹기도 했었는데,
오염이 되었는가, 물 떠먹게 놓여있던 컵도 치웠군요.
별거 아니지만 산행하면서 뭐가 있다싶으면, 다 둘러보고 갑니다.
그게 산행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더라구요.
이 바위는 기도처라고 해요.
그렇다고 보면 기도하기 좋게,
움푹 파여서 눈,비도 그을 수 있고
넓직하기도해요.
500미터 앞에 마천루가 있답니다.
마천루에 다 와 간다는 생각에
마천루를 향해 가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좀 더 빨리 걸어볼까요?
일단은 전망대에서 건너편도 보고 가요.
바위봉우리 사이로 작은 폭포가 보이는군요.
용추폭포입니다.
'한바퀴 다 돌려면 바쁠텐데 여기서 이리 지체하면 안되지' 하는 생각에
바삐 계단을 내려갑니다.
11시 30분.
두타산 협곡 '마천루'에 왔습니다.
계단과 인접한 바위 모습이 꽤 멋져보입니다.
2021년 6월,
그동안 출입이 통제되었던 베틀바위를 시작으로, 수도골과 박달령 입구를 지나 용추폭포로 연결되는
총 연장 5.34km의 두타산 마천루코스는
순환 등산로 코스로 조성하는데, 총 사업비 10억 3천만원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두타산 협곡 마천루는 무릉계곡 신선봉 맞은편, 박달령 일원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기암절벽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아주 빼어납니다.
그리고 등산로에는 500m 길이의 데크와 계단, 전망대 등을 설치하였구요.
마천루에선 신선봉과 용추폭포, 박달계곡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기도 합니다.
초고층 건물을 닮았다고 마천루라 이름붙인 이 곳은,
쳐다보면 고개가 뒤로 젖혀 질 정도로 거대한 암벽이, 빽빽히 들어선 빌딩숲을 연상하게 합니다.
웅장한 마천루를 쳐다보느라 발걸음이 자꾸 더디어지는군요.
다시 쳐다봐도 멋진 岩峰
마천루 전망대
가랑잎이 바스락거리는 산을 내려와
쌍폭으로 갑니다.
쌍폭에서 용추폭포는 지척에 있지만,
용추폭포로 가는 가파르고 높은 계단을 오르다 진이 다 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용추폭포는 생략합니다.
무릉계곡 쌍폭포는 전국 6대 폭포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과거 2015년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8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랍니다.
계곡과 숲사이를 산책하듯이 가볍게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무릉계곡의 왼편을 돌았으니,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돌 차례입니다.
계곡을 내려오면서 왼쪽을 보면, 그 크기에 압도당할 것 같은 암봉이 있고,
그 끄트머리에는 사람 얼굴모양의 바위가 보이는데, 이게 장군바위랍니다.
용맹스런 장군의 얼굴같다고 해서 그리 불러요.
오른편으로 내려가며 만나는 풍경은, 2편에서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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