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5
11월도 절반이 지나갑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가 했는데, 푸르던 여름도 지나가고 낙엽지는 가을도 저만큼 가고 있네요.
오늘의 산행지는 춘천 삼악산입니다.
일요일에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졌다고,
옷 따뜻하게 입고 밖에 나가라고 기상캐스터가 마눌처럼 신신당부하기에
평소보다 조금 두꺼운 옷을 입고 나섰는데,
창밖에 스치는 풍경은 안개에 덮힌 뿌연 산과 들.
11시 15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강촌교 부근 길가에서 하차합니다.
육교밑 인도로 몇걸음 가면 들머리가 있습니다.
어느 곳을 가던 '등산안내도'가 있으면, 거기가 들머리이죠.
강촌교에서 삼악산 가는 이 등산로는, '춘천산악구조대'에서 자율관리 지정한 등산로랍니다.
삼악산은 매번 올 때마다 의암매표소에서 올라 등선폭포로 내려 갔기에,
오늘 처음 가는 이 길에 많은 기대와 설렘을 안고 산을 오릅니다.
뒤돌아 본 육교는 특이하군요.
좁은 지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라 그랬겠죠. 이런 모양으로 만든 건.
수북히 쌓인 낙엽,
엇그제 내린 비를 맞고 아직 채 마르지않은 낙엽에 자꾸 미끌어집니다.
경사 70도 정도의 산을 오르려니 땀 나는군요.
따뜻하게 입으라고 하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날씨는 포근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바위사이로 희미한 길을 찾아서 가는데,
그것 참,
이 산 바위들은 둥글둥글하지 않고 까칠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산행하는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몇번이나 미끌어지며 힘들게 올랐는데 겨우 700m.
등선봉은 1킬로미터 남짓 더 가야한다네요.
이파리도 다 떨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강 줄기를 보며 한숨 돌리고
------------ 또 가 봅시다.
삼악산은 주봉인 용화봉과 청운봉, 등선봉 이렇게 3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 삼악산이라 합니다.
그런데요,
용화봉 654m, 청운봉 546m, 등선봉 632m가 결코 높은 산이 아닌데도
험준한 봉우리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란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아무렇게나 뚝 뚝 막 뜯어놓은 듯한 바위,
그 삐죽 삐죽한 바위사이로 길이 있어,
마음놓고 걸을 수 가 없네요.
게다가 아찔해 보이는 수직절벽 낭떠러지에 방심은 금물입니다.
암봉이 보이죠?
눈앞에 보이는 저 바위로 올라가야 해요.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 까,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겁을 내면서도
해맑게 웃는 길동무를 보면 든든한 생각도 들고, 산행이 즐거워집니다.
이 산 바위들은, 사람만 보면 으르렁대는 사나운 개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은근슬쩍 눈치 봐가며 쓰다듬어주고,
간간히 간식도 주면서 달래듯이
-------------------- 그렇게 조심스레 발걸음합니다.
'추락주의'는 이곳만이 아니라, 용화봉 갈 때까지 주의해야 합니다.
내려다 보면 정말 아찔해요.
그래도 곳곳에 설치한 밧줄이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이름에 ‘악산’이 들어가는 만큼 험하고 가파른 산.
그래도 춘천을 대표하는, 풍광이 좋은 삼악산입니다.
삼악산을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주로 규암의 일종으로,
약 5억 7000만년 전 ~ 25억년 전에 퇴적된 사암(砂岩)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성된 변성암이라 해요.
삼악산은 크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많은 등산객이 찾는 산이구요.
금년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요즈음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별것도 아닌 나무 한그루, 꽃 한송이도 예쁘고 멋있게 보이는 거 있죠?
남들은 산에 오르면 눈앞의 저 산이 무슨 산이고, 또 저 산은 무슨 산이라 말하는데,
그 보다는 이런 소나무 한그루에 더 눈길이 가고,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요?
칼로 싹뚝 자른 듯한 이 바위아래, 낙엽 쌓인 곳이 등산로입니다.
밧줄이 있는 왼쪽은 수직 낭떠러지.
아고, 무서워라 ~
의암매표소에서 상원사를 거쳐 올라 가노라면, 기어서 오르는 곳이 있는데
이쪽 강촌길도 기어서 올라가는 곳이 종종 있습니다.
진땀 나는 암봉 구간.
신경 바짝 쓰고,
밧줄도 꽉 잡고 올라가요.
평탄한 육산도 좋지만,
때로는 이런 암봉을 산행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강촌교 코스가 이리도 짜릿한 곳 일줄이야!
온몸의 신경을 한곳에 집중해 가면서 올라왔을 때의 그 성취감과 환희는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진달래 나뭇잎이 가을에 물들었어요.
장광에 골 붉어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 보며
"오메, 단풍 들겠네"
추석이 내일 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겠네"
----------- 오메 단풍 들것네/ 김영랑
물 한잔 마셔봅니다. 쉬지않고 왔거든요.
지금까지 걸었던 거리는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엄청 많이 걸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암릉을 걷느라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가봐요.
하늘도 한번 쳐다보고...
12시 20분.
등선봉에 왔습니다.
'강촌'에서 여기까지 1.8km.
햇살이 따사로운 곳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갑니다.
밥 먹고, 과일 먹고, 커피까지 마신 이 아짐씨들은 푹신 푹신한 낙엽위에 주저앉았네요.
길 가다가 뭐 하자는 건지, 참 나원.
가을이 가네 / 용혜원
가을이 가네.
빛 고운 낙엽들이 늘어놓은 세상 푸념 다 듣지 못했는데,
발뒤꿈치들고 뒤돌아보지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가슴에 찾아온 고독
잔주름 가득한 벗을 만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함께 나누려는데,
가을이 가네.
세파에 찌든 가슴을 펴려고
여행을 막 떠나려는데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인생도 떠나야만 하기에
사랑에 흠뻑 빠져 들고 싶은데,
잘 다듬은 사랑이 익어가는데
가을이 가네.
산성을 만났습니다.
맥국시대(貊國時代)에 쌓았다고 전해지는 이 삼악산성(三嶽山城)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보존이 잘 되어있네요.
올라오는 것 조차 버거운 가파른 급경사의 산에, 어느 누가 침입하리라고 능선에 산성을 쌓았을까요?
삼악사터[三嶽寺址]도 있다는데, 보이질 않는군요.
있을만한 장소도 없구요.
아직도 견고한 산성길을 걸어서 가다가
작은 봉우리에 섰는 이정표를 봅니다.
여기에서 흥국사를 가르키는 방향(왼쪽)으로 내려가요.
밧줄없이는 내려가기 힘든 가파른 길.
암릉산행에 지친 대부분의 일행들은 흥국사로 내려가고,
서너명만 앞에 보이는 청운봉을 거쳐 용화봉으로 가는데요,
청운봉은 이 이정표가 서 있는 내리막을 내려와서, 바로 치고 올라가면 그게 청운봉입니다.
방향을 가르키는 팻말도 떨어지고,
누군가 매직펜으로 청운봉 방향을 '산적'이라 써 놓았습니다.
'산적'이 뭘 말하는지 그 뜻도 모른채 무턱대고 그 방향으로 올라가요.
앞서 간 사람의 체중때문에, 낙엽이 밟혀서 눌리킨 자국이 희미하게 보이는 그 길.
길도 없는 걸 만들어 가며 숨차게 올라가면, 정상부근에 외롭게 서 있는 이 이정표를 만나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석파령,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용화봉으로 가는데요,
석파령은 춘천에서 덕두원을 거쳐 가평과 서울을 왕래하던 곳이라 합니다.
다시 보이는 산성.
저만치 용화봉이 보입니다만, 아직 한참을 더 가야해요.
이어지는 산성길을 걷는데,
앞서가는 산객 네사람을 만나 같이 갑니다.
우리 일행은 아니지만 깊은 산중에서, 같은 곳을 향해 가는 山客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삼악산성지 안내판이 있어 읽어보고 가요.
"이 城은 삼한시대 맥국의 성이라고 전해지며, 신라 경명왕 2년(918년) 태봉국의 궁예가 왕건에게 패하여 패잔군졸들과 함께 피신처로 사용했던 곳이라고도 전해진다.
이 성은 춘천에서 서울로 가는 교통로였던 삼악산의 석파령을 내려다보는 중요한 위치에 동서로 길게 자리잡고 있는데,
험준한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암벽과 암벽사이를 부분적으로 축성하였으며, 현재 길이 약 5km가 남아있다.
성의 서남쪽에는 대궐터라고 불리는 넓은 터가 있는데 주변에 기와조각들이 산재해 있다"
'성의 서남쪽에 넓은 대궐터'가 있다는 건, 여기를 말하는 거겠죠?
등선봉에서 한참을 오면 '대궐봉'이라 표시한 곳.
아래의 사진은, 함께 산행했던 일행의 사진을 빌려온 것입니다.
용화봉이 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깎아지른 절벽도, 날카로운 바위들도 없는 길을 갑니다.
'삼악산 전망대' 푯말을 보면서, 정상 가기전에 전망대가 있는 줄 알고 살피며 갔지만
힘든 고갯길 오르는 도중에, 잠시 쉬어도 좋겠다 싶은 전망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지그재그로 설치한 밧줄 좀 봐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체력이 바닥 나,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올라가는 게 안쓰러워서 그리 설치한 것 같습디다.
지치기도 했어요.
이젠 다 올라왔습니다.
이 바위 왼쪽이 정상이거든요.
시들 시들한 채소같던 몸에 갑자기 힘이 막 납니다.
654m의 용화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장쾌합니다.
사진 가운데 부분 오른편,
작은 나무가지 끝으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상부승강장'이 희끄무레하게 보입니다.
의암호수와 호수가운데의 중도와 붕어섬도 보입니다.
푸른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는 '삼악산스카이워크' 뒤에 보이던 바로 그 산이구요.
갈색 떡갈나무잎은 가을도 다 갔다고 하는군요.
내려가야 해요.
등선폭포쪽으로 갑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처음에만, 아래 사진처럼 거친 바윗길이지만,
이내 부드러운 흙길이라 발이 편안합니다.
바윗길을 내내 걷다가 흙을 밟으니까 폭신 폭신한 느낌이 드는군요.
여기는 '큰초원'이랍니다.
넓직한 숲이라고 해서...
그리곤 완만한 333계단을 만나는데요,
돌맹이로 만든 계단이 333개라, 그리 이름 붙였습니다.
작은초원을 지나고
계단을 내려가면
그 끝 오른쪽으로 나무다리와 작은 小路가 보이는데,
흥국사로 가는 길입니다.
오늘도 뒤떨어져 혼자 남은 상태라, 아주 잠깐만 보고 갈께요.
흥국사는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운 곳으로, 터가 함지박처럼 넓으므로 궁궐을 지은 뒤
후고구려의 흥함을 위해 흥국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야사(野史)에는 궁예는 신라 헌안왕과 후궁의 소생이었는데, 태어날 때 이(齒)가 나 있어
국운이 다할 징조라 왕이 죽이도록 했는데, 유모가 떨어지는 궁예를 받다 그만 눈을 찔러 애꾸눈이 되었대요.
후일 양길의 부하로 들어가 후고구려를 건국할 때까지 넓은 영역을 차지하지만,
말기에는 스스로 미륵불이라 하여 폐단을 일삼다 왕건에게 쫓겨나고,
쫓겨난 무리들과 함께 삼악산에 산성을 쌓았고 ...
흥국사 건너편에는 조금 전 내려왔던 계단이 있는데, 카메라가 흔들렸네요.
빨리 가야한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찍다보니 그리되었습니다.
흥국사 바로아래에는 매점이 있는데요,
찬바람을 막는다고 저리 꽁꽁 싸매면 뭘 판매하는지 어떻게 아냐구요?
눈에 보여야 사던지 말던지 하지, 쯧쯧
음악만 짱짱 크게 들리던데...
청운봉과 용화봉으로 가는 도중에 흥국사 방향으로 내려오면,
이 등산안내판과 산성지 안내판이 서 있는 매점앞으로 옵니다.
온통 갈색의 나뭇잎에 덮혀, 가을내음이 가득한 계곡길을 따라 한참을 걷습니다.
참고로, 삼악산 등산로는 아래와 같이 3코스로 나뉘는데요,
0. 의암호→삼악산장→상원사→정상→흥국사→등선폭포(3시간)
0. 등선폭포→흥국사→삼악산 성지→등선봉→강촌삼거리(4시간 30분)
0. 의암호→상원사→정상→흥국사→삼악산 성지→등선봉→강촌삼거리(5시간 30분)
각자의 생각과 시간 그리고 취향에 따라 의암매표소, 등선폭포, 강촌교의 들머리를 반대로 해도 됩니다.
제 생각엔 1번이 제일 적당한 것 같구요.
부족국가 맥국(貊國)이었던 춘천은 백제, 고구려, 신라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었대요.
그리고 지금의 춘천이란 지명은,
신라 때는 삭주라 했다가 조선 태종 때부터 춘천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등선폭포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폭포가 있는 곳에 다 와 갑니다.
삼악산은 협곡이 아름다운 등선폭포가 있어 100대 명산으로 선정되었다고 하죠.
이국적인 풍경, 그 곳으로 들어갑니다.
주렴폭포
비룡폭포
백련폭포
사진 가운데 부분, 이끼 낀 바위에 쓴 '內登仙瀑布'라는 글씨가 보이나요?
등선 제1폭포
등선 제1폭포.
등선폭포는 승학폭포, 백련폭포, 비룡폭포 등과 함께 등선8경을 이룬다해요.
좁고 깊은 협곡 - 금강굴.
규암의 절리에 의해 만들어진 이곳은 가파르고 날 선 기암괴석이 늘어서, 마치 중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들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폭포가 있는 이 협곡에 들어서면 서늘~해서 피서지로 인기가 많다고 해요.
등선폭포를 지나면 식당과 기념품상점이 줄줄이 있고,
금선사는 시간이 없어 매번 들려보지를 못하네요.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
삼악산 산행은 여기서 끝내구요,
오늘은 8.2km 걸었답니다. 램블러가 그래요.
그리고 5시간 걸렸대요.
산행코스: 강촌교 → 등선봉 → 청운봉 → 삼악산 → 흥국사 → 등선폭포 매표소 (8.2km, 5시간)
삼악산 (654m)
의암호와 북한강을 끼고 솟은 삼악산은 춘천을 대표하는 풍광 좋은 산 중 하나다.
주봉인 용화봉(654m)과 청운봉(546m), 등선봉(632m), 총 3개의 험준한 봉우리로 이뤄져 삼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높고 웅장한 산은 아니지만 산이 품은 풍치가 수려하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명산으로 꼽힌다.
삼악산은 규암의 절리로 탄생한 신비로운 협곡과 폭포를 품었다.
등선폭포와 승학폭포, 주렴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가 비경을 이루고, 정상에 오르면 의암호와 북한강이 어우러진 춘천 도심 풍경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이름에 ‘악산’이 들어가는 만큼 산세는 험하고 가파르다.
주요 입산로는 등선폭포 매표소와 의암 매표소이며,
의암에서 올라가는 길은 암벽 구간으로 이뤄진 난코스다.
삼악산은 강원도 기념물로 상원사, 흥국사, 삼악산성 등의 볼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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