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6
지리하던 장맛비가 잠시 뜸한 날 아침, 오랜만에 산행에 나섭니다.
7월말에 산행한 후로 3주 만의 산행인데요,
언제 또 비를 뿌릴지 모르는 변덕스런 날씨때문에 가까운 곳으로 갑니다.
오늘은 대관령 선자령을 올랐다가 대공산성, 대공폭포 쪽으로 내려갑니다.
들머리는 대관령 국사성황사 앞 주차장이구요.
엇저녁까지 내린 비로 인해 길은 축축하고,
조금은 찌찌하기도 해요.
땅 바닥이 젖었다는 말이죠.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양떼목장 울타리옆으로 올라가는 선자령 길과 만난 겁니다.
낙엽송 숲길 속으로 걸어갑니다.
쭉 쭉 뻗은 낙엽송이 멋진 이 길에는, 군데 군데 조금씩 흐르는 빗물 때문에 찌찌해요.
조금은 미끄럽기도 하구요.
비에 패이기도 했어요.
재궁골 삼거리를 지납니다.
왼쪽의 소로(小路)가 재궁골로 가는 길인데, 이 길은 대관령 국민의 숲길로 가는 길이기도 해요.
잣나무 숲길을 지나서
한동안은 개울을 보며 갑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머리가 맑아지며 시원해 지네요.
이런 작은 도랑은 몇번을 건너야 해요.
잔대꽃이 피었어요.
도라지와 흡사한 잔대뿌리는, 껍질을 돌려까서 씹으면 달큼한 맛이 납니다.
어린 시절, 학교갔다 와서 소 먹이러 산으로 가면 잔대가 참 많았어요. 그래서 많이도 캐 먹었었구요.
잠시 쉬어가요.
과일도 나눠먹구요.
선자령 가는 길은 대체로 평탄합니다.
동네 뒷산처럼,
그냥 마실 나온 느낌 같다고 할까요?
한바퀴 휘돌아 온다해도 3시간 남짓한,
그러면서도 정상 주변의 경치는 그야말로 끝내주는 곳.
그맛에 선자령을 찾습니다.
8월도 중순, 어제가 말복이라서 그런가 선선한 날씨가 산행하기 딱 좋네요.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흐르던 그 여름이 이제 가고 있습니다.
온통 땀에 젖은 옷이 몸에 칭칭 감겨서, 보행하기가 힘들던 여름이 한발짝 한발짝 멀어져 가고,
가을이 오면 이 짙푸른 숲도 갈색으로 물이 들겠죠!
임도에 다다랐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한일목장,
오른쪽은 선자령가는 길입니다.
선자령 정상에는 들렸다 가는게 맞죠?
오른쪽 순환로로 올라가 봅니다.
싸리꽃이 지금 피는군요!
이파리가 동글 동글한게 싸리나무이구요, 끝이 뾰죽하다면 조록싸리인데요,
산행을 하다보면 조록싸리가 더 많이 눈에 띄더군요. 싸리 개체수가 줄어든 걸까요?
이 순환로를 걸어서 정상 가 본 것도 몇년 전이라, 오늘은 굳이 이 길로 가 봅니다.
긴산꼬리풀도
마타리꽃도,
개쉬땅나무도 보는 사람없이 쓸쓸히 피었다가 지곤 했는데,
오늘 우리를 만나 무지 반가운가 봅니다.
보라색은 더 보라 보라해지고, 노란색은 노랑 노랑, 흰색은 눈송이처럼 하얗게 꽃 피웠어요.
한일목장 초지는 그 넓고 푸른 벌판때문에 완전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게다가 풍력발전기가 있음으로 해서 딴 나라에 온 것 같은 모습에, 선자령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멋지죠?
이런 곳에서는 '나 잡아봐라'하고 뛰어다니면 좋을테지만,
소 사료로 쓸 草地이기에 가장자리로 난 길을 가야합니다.
사료로 쓸 풀을 베어 둥그렇게 말아 놓은 것도 보이네요.
불어오는 바람은 가을바람입니다.
코끝에 전해지는 가을 냄새!
150m 더 가면 선자령입니다.
정상이 눈 앞에 있군요.
하늘에 떠 가는 구름과 선선한 바람이 너무 좋아, 한참을 머뭅니다.
사진 한장 찍고 가세요.
백두대간 인증장소입니다.
풀밭에서 올라 온 쪽.
별것 아닌데도 그냥 멋있게 보이지요?
안내문은 꼭 읽어봐야 해요.
올라 온 반대방향으로 내려갑니다.
곤신봉, 대공산성으로 가려면 이 쪽으로 가야하거든요.
뒤돌아 본 정상.
임도로 내려가는 여기에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선자령의 매력이라니까요!
모싯대꽃이 도라지꽃 비슷하죠?
임도에 내려섰습니다.
여기에서는 오른쪽 길로 갑니다.
8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여름 하늘은 알 수 없어라
지나는 소나기를 피할 길 없어
거리의 비가 되었을 때
그 하나의 우산이 간절할 때가 있지.
여름 해는 길이도 길어라
종일 걸어도
저녁이 멀기만 할 때
그 하나의 그늘이 그리울 때가 있지.
날은 덥고
이 하루가 버거울 때
이미 강을 건너
산처럼 사는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지.
그렇다 해도
울지 않는다
결코 눈물 흘리지 않는다.
오늘은 고달파도
웃을 수 있는 건
내일의 열매를 기억하기 때문이지.
끝.
뚝깔도,
벌개미취도 가을이 왔다고 합니다.
이 길로 쭉 가면 곤신봉으로 가는데,
곤신봉은 생략하고, 도중에 길 오른쪽에 있는 삼양목장 풀밭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여기 풀밭 풍경도 끝내주는 곳입니다.
정갱이까지 올라오는 풀밭을 걷노라면,
까닭도 모를 행복함에 빠져듭니다.
8월의 소망
오광수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8월엔
소나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얼굴이 되고
만나면 시원한 대화에 흠뻑 젖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랴?
푸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8월에
호젓이 붉은 나무 백일홍 밑에 누우면
바람이 와서 나를 간지럽게 하는가
아님 꽃잎으로 다가온 여인의 향기인가?
붉은 입술의 키스는 얼마나 달콤하랴?
푸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8월에
호젓이 붉은 나무 백일홍 밑에 누우면
바람이 와서 나를 간지럽게 하는가
아님 꽃잎으로 다가온 여인의 향기인가?
붉은 입술의 키스는 얼마나 달콤하랴?
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
이채
한 줄기 바람도 없이
걸어가는 나그네가 어디 있으랴
한 방울 눈물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여름 소나기처럼
인생에도 소나기가 있고
태풍이 불고 해일이 일 듯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지만
인생이 짧든 길든
하늘은 다시 푸르고
구름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여,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물소리에서
흘러간 세월이 느껴지고
바람소리에서
삶의 고뇌가 묻어나는
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
녹음처럼 그 깊어감이 아름답노라.
끝이 없는 풀밭을 마냥 걷습니다.
물론 가장자리로요.
그러다 반가운 너무도 반가운 나무 한그루를 만났습니다.
이 목장의 상징과도 같은 소나무.
풀밭에 서 있는 모습이 너무도 멋져서, 여기를 지나가는 사람 모두, 사진에 담아가던 그 소나무.
그러나 어인 일인지 소나무는 죽어버렸습니다.
2년전 초봄에 찾았을 때도 상태가 안좋아서 죽을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그예 죽어버려서, 이제는 이 소나무도 볼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목장끝에 있는 저 나무를 향해 가며는,
샘터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이 샘터길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잡목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네요.
샘터에 왔습니다.
맑고 시원하고 달디 단 감로수입니다.
물가에서 잘 자라는 물봉선이 참 예쁘게도 피었어요.
솔향의 도시
용천수 곤신봉(해발 1,300m)
이 샘물은 우정산악회 회원들이 발굴하여 이름을 용천수라 하였습니다.
해발 1,300m의 자연이 선물한 맑고 깨끗한 샘물입니다.
여기오신 모든 분들이 시원하게 드시고, 안전한 산행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깨끗하게 사용합시다.
우정산악회 정준삼, 이진영, 김용해, 김용래, 최철규, 윤종언
샘터 옆에는 언제 세웠는지 알 수 없는 안내판에, 위와 같은 글씨를 새겨놓았네요.
아이그, 이뻐라!
흰물봉선도 피었어요.
아직은 초록 초록한 숲길.
대공산성 가는 길 양옆으로는, 산행에 걸리적거린다고 잡목을 베었군요.
대공산성 서문에 왔습니다.
468년 신라 때 쌓은 것이라고도 하고, 발해의 대조영이 쌓은 산성이라고도 한다는 대공산성.
취나물꽃이 피면, 그때부터는 가을입니다.
대공산성 동문으로 가는 길에는, 맑은 물이 퐁퐁 솟는 샘이 있는데요,
목이 말라 두바가지나 퍼 먹었더니 배가 빵빵해졌네요.
동문에 왔습니다.
동문 양쪽에는 산성의 흔적이 조금 남아있죠.
대공산성은 보현산성, 대궁산성으로 불리기도 하며, 해발 944m의 보현산에 쌓았답니다.
언제 쌓았는지 알 수 없으나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는 성곽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적어도 고려시대에 사용하다가 조선 전기에는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요.
이 대공산성은 군사를 훈련하려고 쌓았다고도 하고, 대씨 성을 쓰는 발해왕(대조영)이 쌓았다고도 하여 대공산성으로 불린다고도 하는데요,
한말 을미의병 때에는 의병장 민용호가 이끄는 의병이 이곳 일대에서, 일본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다고도 합니다.
강릉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는 전망대에서는, 키 큰 나무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어서 그냥 내려갑니다.
108계단을 내려가고...
산성마루 갈림길에서도 그냥 내려갑니다.
왼쪽으로 가면 술잔바위가 있고, 어명정을 거쳐서 내려가기도 하지만 오늘은 너무 많이 걷기에 그냥 내려가는 거죠.
앞서 가던 일행과 합류했습니다.
이정표가 보이는 곳으로 꺾어듭니다.
임도로 죽 내려가면 너무 멀거든요.
여기서 쉼터방향으로 ~
오른편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긴 나무의자 2개가 있어요.
아, 지루해! 할 때쯤 대공폭포를 만났습니다.
이 대공폭포까지 왔다면 산을 다 내려 온겁니다.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대공폭포는 수량이 많지 않군요!
오늘 산행도 여기서 마칩니다.
발바닥이 부르틀정도로 참 많이 걸었습니다.
산행코스: 대관령 국사성황사 주차장 - 선자령 - 임도 - 삼양목장 풀밭 - 샘터 - 대공산성 - 대공폭포
(12km, 3시간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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