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4월, 대관령'능경봉'에 봄이 오고있네

adam53 2022. 4. 22. 18:25

2022. 4. 20

봄바람 쐬러 갑니다.

화창한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에만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요. 

오늘 산행지는 대관령 '능경봉'

옆지기와 같이 가볍게 걸어 볼려고해요.

(구)대관령 하행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고속도로준공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무심히 지나쳤었는데, 

'여기 영동고속도로 건설에 온갖 정성을 다 바친, 현장공사 감독원들의 피땀어린 노고를 높이 치하하여 그 이름을 새겨 후에 전하노라'

유심히 읽어보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832m의 대관령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댑니다.

바람에 날려 갈 정도로 말도 못하게 부는군요.

능경봉 또는 제왕산으로 가는 들머리를 지나면서

사납게 불어대던 세찬 바람이 잦아들었습니다.

안녕~!

노랑제비꽃이 환하게 맞아 주네요.

노루귀도 반갑다고 인사해요.

아주 먼 옛날 꼬맹이 였을 때, 감자밭 주위에 온통 노란색으로 무리지어 핀 이 제비꽃을 보며 어머니는 '어린 잎은 나물로 먹는다' 하셨으면서도 나물로 반찬해 주시지는 않으셨지요.

해마다 봄이 돌아오고 노란꽃이 필 때마다, 왜 한번도 제비꽃나물을 해주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보니

감자 심고, 강낭콩 심고 풀을 매고 고추 심고, 옥수수 심고,  바쁜 농삿일 때문에 허리 펼 시간도 없는 -

한가롭게 나물이나 뜯을 그럴 새가 없어서 그리하지 않았나 하는 짠한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연두색으로 돋아나던 나뭇잎은 벌써 초록으로 바뀌어 가는데, 

대관령의 진달래꽃은 이제사 꽃망울이 피어납니다.

지금에야 피고 있는 새순.

괴불주머니도

얼레지도 이제 피기 시작하는군요.

높은 산 숲속에 피는 이 얼레지도 나물로 먹습니다.

뿌리는 약재로 쓴다고 해요.

꽃이 이뻐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합니다만, 이 얼레지뿌리는 땅 속 깊이 들어가 있어서 캐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미가 얼레지 씨앗을 땅속 개미굴로 물고 들어가, 거기서 싹이 나기에 얼레지 뿌리를 캔다는 생각은 아예 첨부터 하지 않는게 좋죠.

임도와 만났습니다.

왼쪽은 제왕산으로 가는 길,

오른쪽 산불감시초소 옆은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휴게소에서 능경봉 정상까지는 2km정도 됩니다.

보통 1시간이면 가죠.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입니다.

경사가 그리 심한 건 아니라서, 헉헉대며 올라가는 게 아니죠.

지금은 사라져 보기 힘들어졌지만, 50~60년대의 운반수단은 지게였죠. 

왠만한 것은 다 지게로 져 날랐어요. 바수가리(바소쿠리)를 지게에 얹으면 자잘한 물건들을 담아 나르기 좋았고...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돌같은 정비 자재를 옮기려고 놔 둔 모양인데,

사람은 어디가고 지게만 나무밑에서 쉬고 있는지?

잠시 쉬면서 강릉 시내쪽을 봅니다.

임도가 보이고 제왕산과 오봉산이 듬직한 모습으로 있네요.

5월 중순이면 이 능경봉길은 야생화 천지입니다.

언제부턴가 이 일대는 식물보호지역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현호색 철인가 봅니다.

나무밑에는 온통 현호색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괭이눈도 살며시 피었어요.

깊은 산 숲속 그늘지고 습한 곳에 자라는 괭이눈은, 열매 속에 있는 씨앗모양이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졌지요.

이리도 예쁜 풀을 보셨나요?

'박새'의 어린 순이 너무 예뻐요.

'독초'인데도, 먹으면 상큼한 봄내음이 날 것 같은 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꽃처럼 보인다니까요!

봄이 마구 마구 달려와 안기는 바람에 기온은 30도를 바라보는데,

능경봉 가는 길에는 조심 조심, 한발 한발씩 봄이 옵니다.

봄이 왔다고 현호색은 활짝 피어나는 데

나무들은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네요.

돌맹이 위의 이끼가 조금씩 푸르러져 가는군요.

눈 쌓인 겨울에는 이 밧줄을 잡고 가야해요.

쉼터에서는 쉬어가야 하는 거 맞죠?

옆지기와 같이 걷는 오늘은, 마냥 느긋하게 쉬엄 쉬엄 걷습니다.

저 빨간 새순은 단풍나무인가요?

한참 쉬었으니 다시 가 볼까요?

헬기장이 보여요.

헬기장이 보이면 정상이 지척에 있다는 거죠.

헬기장은 노랑제비꽃이 터를 잡았네요.

'여긴 우리땅이야' 하듯이...

능경봉 정상에 왔지요.

2km 거리를 1시간 20분만에 왔어요.

쉬엄 쉬엄 시적 시적 세월없이 걸었는데도 이거밖에 안 걸리다니!

능경봉은 한겨울, 눈이 푹푹 쌓였을 때 혼자 눈산행을 해도 좋은 곳입니다.

정상의 진달래가 봉긋하게 꽃망울이 맺혔어요.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와 성산면 오봉리 그리고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사이에 있는,

높이 1,123m의 능경봉은 대관령 남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입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정상에서 200m거리에 있는 행운의 돌탑까지 가 보기로 합니다.

돌탑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

5월이면 키를 훌쩍 넘는 철쭉꽃이 만발하는 꽃길.

크고 작은 돌맹이로 이루어진 길이라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해요.

참나무 이파리가 수북히 쌓인 곳을 지나면 '행운의 돌탑'.

이 돌탑을 지나 앞에 보이는 저 길따라 쭈욱 가면 고루포기산으로, 닭목령으로 갑니다.

돌탑 앞에는 쉴 수 있는 의자가 있구요.

돌계단, 돌길을 밟으며 능경봉으로 올라갑니다.

   - 안도현 -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라빛 나팔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 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노랑제비꽃을 눈에 담으며 헬기장을 지나고

5월 중순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을 지나고

잎 하나없는 참나무 가지가 그리는 풍경도 보면서 

올라갈 때 쉬었던 그 쉼터에서, 이제 막 능경봉에 오고있는 솜털같이 보드라운 봄바람을 맞습니다.

문 열어라

    - 허형만 -

 

산 설고 물설고

낯도 선 땅에

아버지 모셔드리고

떠나온 날 밤

문 열어라

 

잠결에 후다닥 뛰쳐나가

잠긴 문 열어제치니

찬바람 온몸을 때려

꼬박 뜬눈으로 날을 샌 후

문 열어라

 

아버님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그러나 나도 모르게

그 문 다시 닫혀졌는지

어제 밤에도

 

문 열어라

바람에 흔들리며 피는 가냘픈 '꿩의 바람꽃'을 봅니다.

산골짝 숲 가장자리의 반그늘에 자라는 '꿩의 바람꽃'

가녀린 줄기에서 저리도 하얀 꽃이 피다니...

꿩의 바람꽃 부근에 핀 '홀아비바람꽃'.

꽃줄기가 1개 나와 끄트머리에 1개의 흰꽃이 피는데, 꽃대 끝에 외롭게 꽃한송이를 피우므로 '홀아비바람꽃'이라 부릅니다.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나도, 너도바람꽃이든 하여튼 바람꽃 종류 모두는 다 유독성식물입니다.

그래서 민간에서 한방 약재로 쓰이기도 하죠.

부러질 듯 여리여리한 꿩의바람꽃.

올라갈 때는 봉오리였는데, 내려올 때 보니 활짝 피었네요.

 바람꽃

    - 유준화 -

 

당신의 몸에서 꽃향기가 나네요

당신의 몸에서도 꽃냄새가 나네요

차가운 긴 터널에서 나오니

바람의 결마다 꽃잎입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람 피기 좋은 날

당신이 예뻐하시면 너도 바람꽃

당신을 예뻐하면 나도 바람꽃

임도까지 내려왔어요.

정면에 보이는 저 길 끝에는 1975년 10월 1일에 세운 '영동고속도로준공 기념탑'이 있구요.

오늘의 산행도 끝나게 되죠.

아침에 봤을 때 보다는 진달래꽃 망울이 조금 더 벌어졌네요.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

그러나 대관령에는 이제야 조금씩 봄이오고 있는 능경봉 산행은 여기서 마칩니다.

휴게소 주차장에는 여전히 눈도 못 뜰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붑니다.

산행코스: (구)대관령 하행휴게소 - 고속도로준공비 - 임도 - 산불감시초소 - 능경봉 - 행운의 돌탑 - 돌탑에서 부터 역순으로 휴게소 주차장까지 (램블러상 4.6km, 놀며 놀며 3시간)

 

 

능경봉(陵景峰 1,123m)

능경봉은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와 강릉시 왕산면 사이의 백두대간에 위치한 해발 1,123m의 고산이다.

백두대간은 설악산(1,708m)과 오대산(1,563m), 황병산(1,407m)을 일으키고

대관령에서 몸을 다소 낮췄다가 남쪽으로 뻗어 능경봉과 고루포기산(1,238m)을 이룬다.

산 정상에 영천이 있어 기우제를 지냈고, 이 봉에서 맑은 날엔 울릉도가 보인다고 한다.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고 겨울에는 무릎이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쌓이는 곳이나,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눈 덮힌 겨울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관령 줄기의 다른 산에 비해 산행거리가 비교적 짧고, 대관령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수시로 볼 수 있어 북쪽의 선자령과 함께 각광받는 등산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