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봄 색(色)에 물드는 이천 '설봉산'

adam53 2022. 4. 29. 16:33

사랑 봄비 / 권기일

그립지 않게 사랑할 수 있다면

외롭지 않게 사랑할 수 있다면

슬프지 않게 사랑할 수 있다면

가슴만 알게 사랑할 수 있다면

입술만 알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대만 알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렇게 너만 사랑할 수 있다면

하나뿐인 사랑 나만 할 수 있을 텐데

봄비가 사랑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온다

아주 사랑은 이기적이라

너에게만 내린다

2022. 4. 26

자정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도 그치지 않아, 비를 맞으며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이천에 있는 '설봉산'을 갈려구요.

8시가 넘은 시각.

차창밖으로 보이는 논에는 물을 가득 가두어 놨네요.

모내기 할 준비를 끝낸 농부는 이 비가 그치면 모를 심겠죠.

10시 반,

설봉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설봉산 산행은 이 설봉공원에서 시작합니다.

무작정 이 길을 따라 갑니다.

가다가 보면 들머리를 만나겠지요.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을 지나

6.25 참전기념비를 지나고

조금 더 걸어 올라가자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은 영월암으로 가는 길이라 해요.

-----------------  오른쪽으로 접어듭니다.

계속 가물기만 했는데 오랜만에 내린 봄비를 맞고 '미나리냉이'가 흰꽃을 피웠습니다.

설봉서원인가요?

이 문으로 들어가서

이정표가 서 있는 길 - 호암약수 방향으로 갑니다.

비 개인 뒤의 공기는 상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4월도 하순이라 철쭉꽃은 지고.

아침까지 내린 봄비에 나뭇잎은 더 푸르러만 갑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저 나뭇잎.

길섶의 제비꽃도 반갑네요.

봄산이 아름다운 때는 지금 이맘때,

나뭇잎이 연두색으로 물들어가는 이 즈음이 제일 예쁩니다.

온통 연두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숲길을 걷노라면, 

몸도, 마음도 연둣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설봉산은 이천의 혼을 담은 이천의 진산이라 합니다.

북악산이라 부르기도 또, 학이 날개를 편 형상을 닮았다하여 무학산, 부학산이라고도 했다는데요.

설봉산은 동네 뒷산같이 야트막해서 이건 산행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산책길에 나선 듯 해요.

산세도 부드럽고 돌맹이도 없는 흙길은 너무도 감촉이 좋아서, 매일 매일 걸어도 도무지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곳입니다.

해발 394m의 낮은 산 설봉산은식생밀도가 높아 녹색댐 효과가 크며, 화강암 풍화토로 지하수 정화능력이 뛰어나 약수터가 발달하였다고 해요.

이천 市는 설봉공원, 설봉호수, 설봉산에도 많은 꽃을 심어놓아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어요.

이렇게 예쁜 꽃길을 걸으면 마음도 환해지고 행복해집니다.

문득 드는 생각하나 - 

우리고장에도 이런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조성해 놓은 곳이 있는가?

가족들이 함께 바람쐬며 하루를 보낼 그런 장소가, 우리지역에도 있는가............ ? 

설봉산성이 보이네요.

신라 김유신장군이 삼국통일을 위해, 작전계획을 세웠다는 성터인 설봉산성.

이 설봉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성되어, 9세기 중엽까지 사용했다고 해요.

설봉산성 전체 둘레는 1,079m나 되는데, 삼국시대의 성 중에는 비교적 큰 규모의 산성이라고 하는군요.

설봉산은 역사적으로 백제, 고구려, 신라가 격전을 벌였던 기록을 담고 있다는데요,

설봉산성은 세 곳으로 칼바위 주변을 두른 성이 주성이고, 정상과 장암리 쪽으로 뻗은 봉우리를 두른 성이 부성이며, 성의 형태는 봉우리를 둘러싼 테뫼식(포곡식) 산성이라고 합니다.

이천은 고대로부터 동서남북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해요.

넓고개를 넘어온 도로의 한 줄기가 송정동 쪽으로 뻗고, 다른 줄기는 기치미고개를 통과하는데 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설봉산성이고,

장대지와 칼바위 쪽은 높으며 신둔 방향으로 낮아지는 산성의 지형은 천혜의 관측 기지였다고 하는데,

용인 방향이 설봉산 정상 봉우리로 막혀 관측이 어려워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상부에 부성 2개를 쌓고 주성과 능선으로 연결하였다고 합니다.

산성주변은 꽃에 둘러쌓여 아주, 엄청 무쟈게 예뻐요.

봄에는 꽃을 피우지 마세요

                       - 권기일 -

봄에는 꽃을 피우지 마세요

시들어가는 계절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요.

봄에는 웃음 짓지 마세요

눈물 흐르는 슬픈 날에

함박웃음을 지어요.

봄에는 그리워하지 마세요

안타까움이 남는 날에

한없이 그리워해요.

봄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

봄은 아름다운 봄이니까요.

봉화대에 도착했습니다.

설봉산성에서 봉화대는 지척에 있구요.

봉화대 옆에는 사직단이 있고...

봉화산에서 쬐끔 걸어가면 '남장대지'가 있어요.

전투시 군사 지휘가 편리하고 산성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를 골라서 자대를 세우는데,

이 남장대지는 설봉산성에서 가장 높고 산성전체가 내려다 보여서 군사의 지휘가 편리한 곳이라고.....

애기들이 걸어도 전혀 힘들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을 이 길,

이 좋은 곳을 찾는 시민들은 눈에 띄지 않네요.

거의 없어요.

배낭을 메고 걷는 우리들만 있을 뿐.

연자봉을 지납니다.

야트막한 산에 봉우리는 많은가 봐요.

한 등산객이 어느 시골 마을의

한적한 길을 지나가게 됐습니다.

그러다 한 골목길에서 작은 쪽문을 발견했고

쪽문 한쪽에는 '다불유시(多不有時)'라는

한자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시간은 있는데 많지 않다.'

 

한자를 있는 그대로 풀이하자니 이해하기 힘든 문구에 등산객은 알쏭달쏭했습니다.

한참을 생각해도 뜻을 모르겠던 등산객은 한자어에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마침 한 할아버지가 지나가고 있었고 등산객은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르신 저 쪽문에 붙어있는 한자성어는 무슨 뜻인가요?"

이 물음에 할아버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등산객을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그는 할아버지의 눈치를 살핀 뒤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어르신, 뜻을 좀 가르쳐 주시지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뜻은 뭔 뜻? 그냥 다불유시(WC)야.

화장실도 몰라?"

 

가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지나친 관심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저 바위가 있는 곳에 가면 서희봉 정상석이 있습니다.

여기가 서희봉입니다.

이천은 다른지역보다 축제를 많이 하는 가 봅디다.

서희문화제를 비롯해서 도자기축제, 설봉산 별빛축제, 복숭아축제, 쌀문화축제, 설봉문화제, 산수유꽃축제, 이천체험문화제 등 등.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야외에서 마스크도 벗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니까, 그동안 코로나때문에 중단되었던 축제들이 다시금 활기차게 펼쳐지겠죠!

설봉산 정상입니다.

여기는 희망봉이라고......

정상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부학봉에 도착하는데요,

여기에서 배낭을 벗어놓고, 영월암으로 가 봅니다.

영월암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좀 있죠.

부학봉에서 300m 쯤에 영월암이 있어요.

산길을 내려가면 범종각이 있구요.

석가탄신일이 얼마남지 않은 대웅전앞에는 연등이 꽃처럼 매달렸네요.

영월암은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625~702)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존하는 유물로 보아 통일신라 후기인 9세기경에 창건된 것으로 추측한다고 합니다.

영월암의 본 이름은‘북악사’로 1774년에 낭규대사에 의해 크게 확장되면서, 현재의 영월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대웅전과 아미타전, 삼성각, 종각, 요사채가 옹기종기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잡고 있는데

어느 절을 가든, 그 절 마당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고즈녁하고 아늑하고 포근함이,

아담한 영월암에서도 산사의 고즈녁하고 포근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웅전 뒷편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보물 제822호 마애여래입상.

지그시 감은 눈, 후덕한 코, 두툼한 입술, 목까지 길게 내려온 귀는 고려시대 지방호족의 우락부락함과 후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서 손바닥을 밖을 향해 편 형태인데,

잘 살펴보면 손바닥의 큰 대(大)자가 선명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마애여래입상 앞에서 바라 본 영월암.

이 3층석탑은 마애여래입상으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대웅전 서편 경사지 위에 자라 잡은 삼성각.

모든 사찰들이 그러하듯, 영월암도 우리의 토착신인 산신을 모시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는데요,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포교활동의 일환으로 절 뒷편에는 산신각(삼성각)을 둠으로써,

산신을 모시던 대부분의 백성들은 불교를 믿기 시작했으며, 신라시대부터 고려까지 불교는 찬란한 불교문화와 시대를 만들었었죠.

1907년 이천에서 의병봉기가 일어나자, 일본군은 영월암을 불태워 안타깝게도 소중한 문화유산이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나쁜 놈의 쉐키들

영월암에 왔으면 절 입구에 있는 이 은행나무를 안 보고 갈 수 없죠.

고려 말 나옹대사가 꽂아 놓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는 전설을 갖고 있는 이 은행나무는, 1982년 10월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는데요,

수령은 640년 정도 되며 높이는 37m, 둘레가 5m 된다고 합니다.

영월암에서 오래 지체할 수 없어, 부학봉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종각은 승용차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제대로 담을 수 가 없어요.

가파른 산길이라 위로 올라갈 때는 숨이 찹니다.

이정표가 가르키는 '설봉산 정상' 방면으로 가야죠.

부학봉에 왔습니다.

화두재쪽으로 갈꺼에요.

등산로가 표시된 걸 본다면 유심히 봐야하는데...

부학봉에서 점심을 먹고가기로 합니다. 

12시.

화두재로 가는 길도 부드럽고 순합니다.

길목에는 부학루라고도 하는 '도원정' 정자가 있지만, 樓에 올라가 보지도않고 그냥 지납니다.

이섭봉을 거쳐서 내려간다고 맘 먹고 있었죠. 첨 부터~

설봉산에서는 보기힘든 큰 소나무를 만났지요.

500년된 소나무라고 합니다.

백운봉이 있는 곳이에요.

500년송을 지나면서 만나는 365계단

신경 바짝쓰고 가야하는 그런 계단이 아닌,

산행길이 쉽도록 만든 계단입니다.

계단을 내려오면 만나는 이 이정표를 그냥 지나칩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넓고 평평한 길을 따라 내려갔지요.

가다가 보니 길 왼편으로 88계단이 있드군요.

그 계단을 내려오니 구암약수터에요.

약수터는 비가림을 해 놓았구요.

약수는 땅에서 위로 퐁퐁 솟는 샘이 아니고, 산 중턱 비탈에다가 3개의 파이프를 꽂았고 그 파이프구멍으로 적은 양의 약수가 졸졸 나오고 있었습니다.

약수 한모금 마시고 다시 88계단을 올라갑니다.

여든 여덟개의 계단

이 88계단을 올라서자 그때에 퍼뜩 든 생각, 이섭봉으로 가야지!

하지만 이미 늦었죠. 아까 365계단을 내려왔을 때 보았던 이정표에서 갔어야 했는데, 이만큼 내려 온 상태에서 다시 올라가기는 아니다싶어 그냥 내려갑니다.

오른쪽 푸른 철망이 있는 방향으로 ~

산길을 다 내려왔습니다.

가는 길 오른쪽에 이천시립박물관이 있어 들렸다 갑니다.

박물관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면 조각공원이 기다리고 있네요.

넓은 공원에는 조각작품들이 수두룩해요.

오늘은 아주 느긋하게 걸었기에 후미가 되었으므로, 조각작품들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일행들이 기다리는 공원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평지같은 산길을 걸으며 행복함이 가득했던 이천 설봉산 산행도, 여기서 이만 마칩니다.

산행코스: 설봉공원주차장(인공암벽등반장) - 설봉산성 - 연자봉 - 서희봉 - 희망봉(정상) - 영월암- 부학봉 - 백운봉 - 365계단 - 구암약수 - 이천시립박물관 - 조각공원 - 주차장 (6.4km, 2시간 50분)

 

 

설봉산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에 있는 산.

높이는 394m이다.   

이천시를 수호하는 진산(鎭山)으로서 험준하지 않으면서 산세는 오밀조밀한 산으로, 이천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다.

설봉산은 부악산, 무학산, 부학산이라고도 불리웠던 산으로, 무학산과 부학산의 이름에서 볼 때 산의 모양새가 학이 날개를 편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산 정상에는 삼국시대 세운 설봉산성이 있고, 주봉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는 칼바위가 있으며 

산기슭에는 고려시대 세운 고찰 영월암이 위치하고 있다.

특히 봄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진달래 군락은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어 많은 관광객이 모여든다.

 

산세가 험준하지 않으나 힘이 있고 삼형제바위, 연자바위, 희망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맑은물이 샘솟는 약수터가 8개소나 있으며, 신라시대 김유신장군이 삼국통일을 위해 작전계획을 세웠다는 성터인 설봉산성(남천정지)와 봉화대지 설봉서원지, 관교리 3층석탑 유물과 신라 문무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을 전하는 영월암, 법왕정사 등 2개의 절이 있다.

동쪽능선에 말보양의 날카롭고 거대한 칼바위, 영월함 동쪽에는 고깔 쓴 중이 바라를 진 모습을 한 고깔바위가 있다.

영월암 입구에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있으며, 고려 전기의 것인 보물 제822호 마애여래입상이 커다란 자연암석에 조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