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봄날에 찾아 간 홍천'가리산'

adam53 2022. 4. 7. 13:39

2022. 4. 5

남산공원 벚꽃이 활짝 피어서, 마음도 화사해지는 아침에 홍천 가리산으로 갑니다.

벚꽃이 활짝 피어도 코로나때문에 벚꽃축제는 고사하고,

아예 출입도 못하도록 막았던 남산공원.

코로나의 변종 '오미크론'이 창궐해 지난달 3월 16일에는 62만명이나 감염되고,

강릉지역도 연일 1천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 확진자가 세계 1등을 하는 시점인데도

거리두기가 완화됨으로써, 올해에는 벚꽃도 마음놓고 구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길어야 1주일인 개화기가 아쉬워,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공원으로 나와 꽃구경을 합니다.

화사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마음도 덩달아 환해집니다.

그럼, 지금부터 가리산으로 가 볼까요?

오늘은 가리산 A코스를 가 보려고 해요.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산 134-133, 휴양림 주차장을 걸어나와서

2개의 갈림길 중 오른쪽길로 갑니다.

등산로 안내판에서 몇발짝 더 간 다음에는 왼쪽으로 꺾어들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 길은 의외로 참 좋군요.

부드러운 흙, 그 위에 쌓인 소나무 검불을 밟는 감촉이 참 좋아요.

가리산 갈 때마다 왜 이 길은 생각 못했을까요?

가삽고개로 올라가는 것보다 한 7~800m 더 걸을 뿐인데...

빡세게 올라가면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상쾌한 아침공기에는, 머리가 맑아지는 상큼한 솔향도 섞였어요.

생강나무꽃이 참 많이도 피었습니다.

키큰 낙엽송, 참나무 아래에는 온통 노오란 생강나무꽃!

가리산(加里山)은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斗村面)과 춘천시 동면(東面) 사이에 있는 산인데,

"가리"'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우리말로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생긴 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가래나무가 많아서 가래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하는데, 가래나무는 없고 여느산과 마찬가지로 참나무류의 나무들만 울창합니다.

가리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데요,

선정 이유는 강원도에서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고, 참나무 중심의 울창한 산림과 부드러운 산줄기 등

우리나라 산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홍천강의 발원지 및 소양강의 수원(水源)을 이루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100대 명산으로 선정했다고 해요.

가리산은 전형적인 토산(土山)이라서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산 인데요,

한때는 이 가리산에 화전민이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정상 부근외에는 토산이기 때문에 물이 풍부하고 두릅나무, 산초나무, 피나물 등 야생화가 많이 서식한다고 해요. 먹을거리가 풍족해 사람들이 굶어죽을 염려가 없는데, 이것이 가리산과 지리산이 비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군요.

그리고 지리산은 원체 알려졌지만 가리산은 감추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가리산 출신의 한국인 선비가 중국의 천자에 올라 명당 가리산을 감추기 위해

“한국에 지리산은 있어도 가리산은 없다”고 말한 전설이 지금까지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해요.

실제로 가리산 정상 언저리에 있는 한천자 묘소가 그 전설의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묘소 주변 마을은 또한 로또 1등과 2등에 연속으로 당첨되는 행운을 누렸다고 하는데,

감추고 싶은 명당이라는 것이라고.....

가리산 화전민의 흔적은, 그들이 쫓기어 평지로 내려간 뒤 속성수로 심은 낙엽송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해요.

등산로 입구부터 해발 700~800m 고지까지 낙엽송이 죽죽 뻗어 서식하고 있는데,

일본 원산의 낙엽송은 한반도에 상륙한 지 이제 100년을 갓 넘겼지만,

당시 일제가 한반도의 민둥산에 식재를 하고, 또 해방 후 화전민을 내쫓으면서 사람들이 다시 산에 발들이 못하도록 화전민들이 살았던 장소에 속성수로 낙엽송을 심으면서,

지금 우리나라 웬만한 산은 낙엽송 천지가 됐으며,

낙엽송이 있는 곳은 화전민이 살았던 장소로 보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잎이나 꽃을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생강나무.

김유정은 소설 '동백꽃'에서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표현했는데, 

강원도에서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로 부르게 된 것은, 강원도는 추위때문에 동백나무가 자라지 못하므로

생강나무 씨앗으로 짠 기름을 '동백기름'이라고 머리에 발랐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김유정의 '봄봄'이나 '동백꽃' 외에도,

정선아리랑의 가사 중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릿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에서의 올동백도 이 생강나무를 말하는 것으로,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 합니다.

빽빽히 자라고 있는 낙엽송 숲 지역을 지납니다. 

우리가 낙엽송이라 부르는 이 나무의 이름은 '일본잎갈나무'죠.

이제는 거의 다 삭아서 바스라질 것 같은,

언제 놓았는지 알 수 없는 통나무계단을 올라갑니다.

이 길은 휴양림주차장에서 부터 능선에 다다르기까지 계속 오르막입니다.

힘든 오르막길이 그나마 육산인게 덜 힘들게 하지만요...

능선길에 올라섰습니다. 여기까지 대략 3km.

잠시 쉬어갈께요.  휴~

재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눈을 가리고 걸을 때 사람은아무리 똑바로 걸으려 노력해도 결국 커다란 원을 그리며 걷게 된다고 합니다.이를 윤형방황이라 하는데, 이 '윤형방황'은 산속 혹은 사막 등조난자에게 종종 발생한다고 해요.

유난히 눈이 많이 오던 날,

알프스 산지에서 한 사람이 길을 잃었답니다.

그는 마을을 찾기 위해 눈 속을 매일 12시간씩 걸었고,  13일 뒤에 사람들에게 구조가 되었는데

그는 12시간씩 계속 걸었기에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았다고 해요.

그가 구조된 곳은 길을 잃은 장소에서불과 6km 반경이었답니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렸지만 결국 제자리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인생길 속에서도 종종 윤형방황을 겪곤합니다.

이것을 끝내는 두 가지 방법은 하나, 곁눈질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성큼성큼 걷기,

둘, 걷다 잠시 서고 다시 걷기의 반복.

해발 935m,  새덕이봉에 왔습니다.

새덕이는 무슨 뜻일까요?

길 옆에는 온통 진달래나무.

'강원도에서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는 산'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맨 진달래나무입니다.

새덕이봉에서 얼마 못가서 가삽고개에 다다랐습니다.

주차장에서 가삽고개 코스로 올라 온 일행을 만났죠.

가쁜숨을 몰아쉬며 '너무나 힘들었다'네요 ~

참나무 가지사이로 가리산 3봉이 보이고,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참나무 가지가 이렇게 생긴 건, 참나무의 '암'때문에 그런 거라고 같이 가던 일행이 말해주던데.....

참나무가 울창한 지역을 지나고

계단도 사뿐히 오르고

자박 자박 가랑잎도 밟고 가는 길.

한 천자 이야기는 한번 읽어보고 가야죠.

이 안내판 바로 뒤에 한 천자묘로 가는 길이 있어 한 천자묘까지 가보고 싶지만, 

편도 2.3km 거리가 먼 거리는 아니지만, 

묘까지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내려갔다가 올라오려면 진이 다 빠질 것 같아 매번 그냥 지나칩니다.

가리산 3봉이 한층 가까워보입니다.

자, 여기서 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합니다.

전형적인 토산이 유독 정상 봉우리에서만 쌓아놓은 노적가리마냥 봉긋 솟은 악산(嶽山)이라서, 거의 90도 가까운 암벽을 올라가야 합니다.

그럼 숨 한번 고르고 시작해 볼까요?

사람이 올라가게끔 수직바위에 철계단을 꽂아 발을 디딜 수 있도록 했지만,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오금이 저리는 아찔한 느낌,  스릴넘치는 길. 

이건 2봉과 3봉으로 올라가는 것이구요,

2봉에서 3봉으로 갔다가 다시 2봉으로 내려 온 다음,

정상인 1봉으로 올라갈 때도 수직 암벽길을 올라갑니다.

한 구간을 올라와서 바라 본 건너편 산.

아마도 처음 온 사람들은 짜릿 짜릿할꺼에요.  ㅎ

2봉에 올라왔습니다.

큰바위얼굴이 반갑다고 실눈으로 웃어주네요.

건너편의 1봉도 '어서 와' 인사하구요.

3봉은 반드시 다녀와야해요.

멋진 풍광도 그렇고, 소소한 짜릿함도 느껴볼 수 있는 3봉 가는 길.

멋지죠?

3봉에서 바라 본 1봉.

1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중앙에 보입니다.

산행하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가리산 1,2,3봉 들.

3봉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꽤 괜찮습니다.

3봉.

이제 2봉으로 다시 내려갈 꺼에요.

누가 여기에 글씨를 새겼네요. 안언봉? 안연봉?

짧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2봉과 3봉길 구간.

저만큼 보이는 정상부분을 당겨봤습니다.

가리산의 백미는 이 '큰바위 얼굴'이죠.

안내문도 한번 읽어보고 가요.

1봉으로 가야죠.

2봉에서 내려오면 바로 1봉으로 치대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래봬도 아주 가파른 암벽입니다.

사진찍는 솜씨가 없어 밋밋하게 보일뿐이죠.

정상입니다.

1,051m.

산봉우리가 뾰족해서 위험하다고, 난간을 둘렀습니다.

다른 산처럼 정상 모습이 멋지지는 않아도, 안전을 염려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야죠.

아주 저멀리에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우뚝 솟아있네요.

모두들 바삐 내려갑니다.

조금은 느긋하게 하산해도 좋으련만... 훌쩍.

몇년 사이에 못 보던 목책계단이 생겼네요.

쉽게 쉽게 내려가라고 만든 계단.

과거에는 저 철판을 딛으며 내려갔었습니다.

밧줄을 잡고 한발 한발 내려가던 재미도 꽤나 쏠쏠했었는데, 이젠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무쇠말재에 왔습니다.

계속가면 '강우레이더 레이더동'으로 간다지만, 

여기서 왼쪽길 '강우레이더 관리동'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서 부터는 경사가 급한 길입니다.

올라갈 때도 그랬으니까, 내리막길도 급경사인건 당연한거죠.

느긋하게 산행할 때는 저기에 앉아 노래도 하고, 담소도 나누면서 여유있는 산행을 했었는데.....

밋밋하고 완만해 보이지만 급경사길입니다.

진짜 요.

일행이 뭠춰서 사진찍는 저기에는

사랑의 나무 '연리목'이 있습니다.

거의 다 왔네요.

작은 도랑가에는 새 풀이 돋아났어요.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이 냇가에서는 손도, 발도, 세수도 하면 안되구요.

오른쪽 등산로는 가삽고개로 가는 길입니다.

산 밑, 양지바른 곳에는 노랑제비꽃이 피었습니다.

이 모노레일은 정상에서 보았던 '강우레이더 관측소'에 물자를 실어나르기 위한 설치한 것.

강우레이더 관리동

가리산 자연휴양림은 야영장과 체육시설, 통나무집 등이 있어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가족휴양지로 인기있는 곳입니다.

주차장 가까운 개울가에는 산수유가 노란꽃을 피웠습니다.

오늘아침에 오른쪽길로 올라갔었죠.

봄을 알리는 양지꽃도 노랗게 피었습니다.

    가리산휴양림 주차장은 아주 넓어요.

    화장실도 깨끗하고,

    아래사진은 가리산 찾을 때 도움되기를 바라면서 올린 것이구요.

    가리산 산행도 여기서 이만 접습니다.

산행코스:  주차장 → 새득이봉 → 가삽고개 → 가리산 → 무쇠말재 → 합수곡 → 주차장 (원점회귀)

              (램블러 기록 8.4km, 4시간)

 

<가리산 1,051m> 

해발 1,051m의 가리산은 산 정상에 서면 탁트인 시야와, 발 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풍경이 등산객들의 발을 묶는 곳이다.

또한 이 산의 1봉 남쪽 정상아래 바위벽면 사이에서 샘물이 솟아나와 400리 홍천강으로 흐르는 작은 석간수는, 목마름에 지친 등산객들에게 청량감을 더해주는 가리산의 특색 있는 자랑거리 이기도하다. 

산자락 밑에 위치한 조그마한 폭포의 물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며,

이곳에서부터 계곡과 능선을 따라 등산이 시작된다.

또한 가리산 정상에서 마주보이는 샘재마을에서 로또복권 사상 1등 최고액과 2등이 몇 주 사이에 당첨된바 있어 명당터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일대를 홍천군에서 자연 휴양림 지역으로 조성, 1995년 7월 홍천군이 개장한 가리산 자연휴양림이 있어 통나무집, 야영장, 체육 시설을 이용하는 가족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