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2
경북 청송 주왕산에 갑니다.
수달래 피어나는 봄과 단풍이 물든 가을에도 찾아갔던 주왕산.
주왕산하면 여태까지는 대전사에서 시루봉, 용추폭포, 용연폭포, 주왕굴을 돌아서 대전사로 내려 오고
대전사에서 주왕산 주봉을 거쳐 폭포를 갔다가 돌아오곤 했었지만,
오늘은 장군봉을 갑니다.
청송군 청송읍 월외리 309-3 월외공원지킴터에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처음가는 코스라서 가슴 설레이네요.
생강나무꽃이 벌써 피었어요.
이 길에는 어떤 모습, 어떤 풍경들을 보게 될까 한껏 부푼 기대를 해서 그런가 발걸음도 가볍구요.
시원스레 흐르는 개울 물소리.
'노루용추계곡'이랍니다.
간간히 승용차들이 지나갑니다.
저 안쪽에 마을이 있다는군요.
공원지킴터에서 부터 마을까지 가는 동안, 간이 화장실은 3개가 있구요.
다리 오른쪽에는 폭포가 있어요.
달기폭포라 해요.
달기폭포는 높이가 11m 된답니다.
폭포아래에서는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용소라 불리는 폭호가 발달했다는데,
주왕산의 다른 폭포가 여성적이라면 이 달기폭포는 남성처럼 힘차다고 해요,
평소 같으면 포장도로를 걷는 게 싫어서 얼굴을 찌푸리겠지만,
포근한 날씨와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이 한껏 너그러워집니다.
개울을 끼고서 마을까지 걸어갑니다.
길 가다가 미루나무 한 그루를 만났을 때는, 오랫동안 못봤던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흔히 봐 왔지만 지금은 볼 수 없는 나무.
우리나라 개화기 때에 심었다는 미루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성장이 빨라서, 아름드리의 미루나무는 30m까지 자라는데요, 신작로나 냇둑에 줄지어 늘어선 미루나무길은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윤기나는 세모꼴의 이파리들이 바람에 팔랑일 때면 여름날의 무더위도 싹 가시는 듯 했었죠.
미루나무는 미류(美柳)나무라고도 하는데요, 아름다운 버드나무라는 뜻이랍니다.
미국 원산의 이 미루나무로는 도시락과 성냥갑을 만들기도 했지만,
70년대 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미루나무는 새마을운동과 함께 도로를 확장하면서 베어 지고,
또 전봇대 전기시설에 방해를 한다고 해서 지금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미루나무
미루나무에
강물처럼 감기는
햇빛과 바람
돌면서 빛나면서
이슬방울 튕기면서
은방울 굴리면서.
사랑이여 어쩔래,
그대 대하는 내 눈이
눈물 괴면서 혼이 나가면서
아, 머리 풀면서, 저승 가면서.
- 박재삼 -
저만큼 보이는 산꼭대기에는 흰눈이 내렸어요.
너구마을에 왔습니다.
주왕산 국립공원내에 자리한 오염되지 않고 공기 맑은 오지마을.
마을에 있는 펜션도 예쁜, 청정지역입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50여가구가 있었으나, 화전민 이주정책과 고령화로 인해 지금은 15가구 20여명이 살고 있다고 해요.
개울가 물살이 약한 곳에는 맹꽁이가 알을 잔뜩 낳았습니다.
여기서 개울물을 건너는데요,
봄 눈 녹은 개울물은 발등까지 넘치고
지금부터 산길로 접어듭니다.
오늘 산행코스는 월외탐방지원센터에서 달기폭포(월외폭포) - 너구마을 - 금은광이 삼거리 - 장군봉 - 백련암 - 대전사 - 상의탐방지원센터까지 입니다.
금은광이삼거리에서 용연폭포를 거친다음 주봉으로 가는 친구도 있어요. 주봉의 인증사진을 찍기위해서...
주왕산은 많은 암봉과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3대 암산의 하나라고 하는데, 1972.5.30에 관광지로 지정이 되고, 1976년 3월 30일 우리나라에서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답니다.
수백미터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있어 신라 때는 석병산이라 부르다가, 통일신라 말엽부터 주왕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중국 진나라의 주왕(周王)이 이곳에 피신하였다는 데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고,
다른 얘기로는 신라시대에 주원왕(周元王: 金周元)이 임금의 자리를 버리고 이곳에서 도를 닦았다는 설이 있다고도 합니다.
또, 나옹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이 산을 주왕산이라 부르면 이 고장이 번성할 것이라 해서 붙여졌다고 전한다고도 해요.
탐방 코스는 가메봉 코스, 주왕계곡 코스, 주봉 코스, 절골 코스, 장군봉∼금은광이 코스, 월외 코스1, 월외 코스2, 갓바위 코스 등의 8개 코스가 있다고 .....
길옆에는 가랑잎이 수북히 쌓였어요.
눈이 조금 있네요.
누가 쌓았는지 돌담이 보이는군요.
집터인가?
어제는 때 늦은 눈이 전국에 내렸습니다.
봄눈이라 금방 녹았지만 여기는 산, 그것도 응달이라서 미처 녹지 않았나 봅니다.
삼월 하순에 눈이 오다니!
온 겨울내내 가물기만 하다가 이제사 눈이 온다는게 말이 되나요?
이상기후 때문인지 몰라도, 뭔가 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사람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람만이불모의 땅을 갈아엎고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년을 두고 오는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람만이
인간의 사람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김남주 '사람'
갑자기 가슴속이 환해집니다.
오르막이 힘들다고 만들어 놓은 저 계단.
두꺼운 나무 판대기로 지그재그로 만든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 오는 걸 느낍니다.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지그재그 계단 덕분에, 힘하나 안들고 올라갑니다.
그냥 곧장 올라가는 길이었다면 많이 힘들었겠죠!
그림을 그린 듯한 계단이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습니다.
금은광이 삼거리.
'완주인증 사진 촬영지점'이라 하는데, 무얼 말하는 지 알 수 없군요.
'간단하게라도 설명을 곁들였다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장군봉을 향해 갑니다.
이 떡두꺼비 같은 바위를 지나면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만납니다.
눈이 있어 더 조심스런 내리막.
조심스레 한발짝씩 내딛습니다.
야자나무껍질로 만든 예쁜 길을 지나고
솔 내음도 흠뻑 들이마시며 가는 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산봉우리.
대전사 절 뒤로 보이던 바로 그 바위산이 보입니다.
전망대에서 보니까 더 멋지네요.
그쵸?
월외에서 10km를 걸어 장군봉에 왔습니다.
등산초보자도 갈 수 있는 동네뒷산 같은 곳이 주왕산인데,
여기 장군봉도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곳이네요.
처음 와 본 장군봉을 한번 더 돌아보면서 내려갑니다.
야트막한 동산 같은....
소나무도 멋지고
주변의 기암들도 멋지고
하늘의 구름도 멋진 주왕산입니다.
저기를 봐요. 봄이 저기까지 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솔잎도 더 푸르러요.
오른쪽 세번째 봉우리위에,
자기가 정자를 지어놨다고 하는 일행의 말에 당겨봤더니,
사람머리 같은 둥근 바위네요. ㅎ
멀리서 봤을 때는 정자 비슷하기도 했어요.
저 바위아래 까만 거는 뭘까?
'꼭 굴 같아 보여'하는 일행을 궁금증을 덜어주고자 또 당겨봤지요.
그랬더니 움푹 들어간게 '굴' 같아 보이네요.
이 기암은 계속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자꾸만 사진을 찍습니다.
참 예쁜 산입니다. 주왕산은~
저 멀리 보이는 마을도 평화로워 보이구요.
전망대에 서서 새 봄을 맞이합니다.
이 바위들은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마지막 전망대.
내려가는 길, 주위 풍경들을 둘러 봅니다.
바위도,
계단도,
고사목도 멋있어요.
바위사이로 난 길을 내려갈 때는 기분이 최고로 좋았었죠.
와! 이런 곳이 있다니 ~
처음가는 산에 대한 기대와, 설레는 가슴으로 시작한 오늘 산행도 다 끝나갑니다.
몇발짝 더 가면 대전사 절이 나오겠죠?
대전사에 도착했습니다.
오른쪽의 바위산이, 오늘 산행하는 동안 자꾸 자꾸 눈에 들어왔던 바로 그 봉우리들입니다.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義湘)이 창건하였다는 설과 919년(태조 2)에 주왕(周王)의 아들이 창건하였다는 설이 있다고 해요. 그 뒤의 자세한 역사는 전래되지 않고 있으며, 임진왜란 때 전소된 것을 조선 현종13년에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보광전은 보물 1570호라고 합니다.
명부전 안에 있는 지장삼존 및 시왕상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69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언젠가 '불상은 사진찍는 게 아니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사찰 내부모습은 찍지않게 되더군요.
음식점 거리를 지나 상의탐방지원센터에서 오늘의 산행도 끝냅니다.
산행코스: 월외탐방지원센터 - 달기폭포 - 너구마을 - 금은광이 삼거리 - 장군봉 - 대전사 - 상의탐방지원센터 (11.6km, 4시간 10분)
<주왕산 722.1m>
우리나라의 엉치뼈 쯤에 해당하는 주왕산은,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오면서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두타산, 태백산을 지나 남으로 내려가다가 경상북도 동부의 중앙인 청송군 부동면에 만들어 놓은 명산이다.
낙동정맥의 중간에 위치한 주왕산은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 있는 진산으로, 북으로는 멀리 영양의 일월산(1,128m), 남으로는 영천의 보현산(1,124m)이 있을 뿐 주변에는 이렇다 할 높이의 산지가 없어서 산세가 더욱 웅장하고 험준하게 보인다.
특히 주왕산 일대의 암봉들과 기암절벽은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경관으로 일찍이 조선팔경의 제6경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지형경관을 자랑하였다.
주왕산에 이렇듯 큰 암봉들이 협곡을 이뤄 절경을 만들게 된 것은 과거 지질시대에 거듭된 화산폭발 때문이다. 이 산의 암질은 화산폭발 시 고온의 화산재가 용암처럼 흘러내려 굳은 바위인 회류응회암으로서 수차례 폭발이 거듭되며 겹겹이 쌓여 현재의 높은 절벽과 암봉을 이루게 된 것이다.
주왕산은 이렇듯 빼어난 지형경관과 더불어 대전사, 백련암, 주왕암 등 많은 사찰과 유물들이 있어,
1976년 3월 30일 우리나라의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총 107.4㎢의 면적에 달하는 주왕산국립공원은 크게 내주왕지구와 외주왕지구로 나뉜다.
내주왕지구에는 주왕계곡과 절골계곡이 있어 푸르름이 물소리에 녹아 흐르고,
이곳에는 대전사, 기암, 학소대, 폭포 등이 있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주왕산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데, 특히 기암과 단풍이 어우러진 가을은 그 붉은 빛으로 인해
형형색색의 아기자기한 채색이 빛의 영광을 불러들일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기암봉우리를 붉게 물들인 단풍의 물결은 폭포암 기암단풍과 주방계곡, 내원동 주산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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