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8
강릉과 평창에 걸쳐있는 고루포기산.
오늘 산행은 고루포기산 그리고 능경봉입니다.
산행 들머리는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오목골.
'순수양떼목장'과 인접한, 라마다호텔 앞이라고 하면 더 쉽게 알 수 있죠.
아직 겨울이 채 가지 않아서 조금은 서늘한 아침,
포장도로를 걷다가
작은 다리를 건너구요.
개울가, 다리 입구에는 이정표가 있어 길 찾아가는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제 산길로 접어들었어요.
눈이 있네요.
친절하게도 이정표는 많아서, 여기를 처음 찾아온다 해도 알바할 걱정은 없겠어요.
오늘 계획은 오목골에서 고루포기까지 갔다가 능경봉으로 내려와서, (구)대관령 하행휴게소로 갈려고 해요.
그냥 보통 걸음으로 4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고루포기산과 능경봉, 닭목령은 백두대간의 한 줄기이므로,
대개는 능경봉-고루포기-닭목령으로 간다던가, 거기에서 백두대간을 더 걷고 싶으면 닭목령-석두봉-화란봉-삽당령으로 이어서 가기도 합니다만,
그리하면 너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드니까 그냥 적당히 걷기로 한거죠.
가랑잎이 수북히 쌓였네요.
산 전체가 온통 참나무뿐이라서 겨울을 나기 위해 떨군 낙엽은, 얼마나 쌓였는지 푹신 푹신합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속에 봄 기운이 느껴집니다.
대지는 새싹을 올리기 위해 꿈틀대는 것 같고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달리기 선수처럼,
나무들도 새 움을 틔우기 위한 준비를 막 끝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상까지 1km 남았대요.
고루포기로 가는 가장 짧은 코스는 오목골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대신 계속 오르막길입니다.
정상까지 빨리 가려면 그 정도는 감내해야죠.
통나무를 길 위에 툭 던져놓은 듯한 계단은 소박해 보이면서 정겹기도 합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최소한의 손길이 닿은 모습이라서 그렇겠죠?
해마다 이맘때면 가뭄이 들어서 걱정입니다.
바짝 마른 낙엽들을 보면 산불이 날까봐 자꾸만 걱정스런 마음이 듭니다.
비라도 흠뻑 내렸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봄철만 되면 동해안에는 산불이 나거든요.
지난 4일 새벽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은 삼척으로 번지고,
강릉 옥계의 산불은 동해를 덮쳐서 묵호등대가 있는 벽화마을도 화재로 다 타버렸답니다.
많은 면적의 산림과 주택을 태운 산불은 아직도 진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가물어서 큰일이에요.
갈림길에 다다랐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길 오른쪽으로 가면 고루포기산인데요,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와, 왼쪽으로 보이는 길로 내려 갈꺼에요.
2개의 이정표가 서 있는 이 갈림길에서.....
정상 가까이에는 눈이 쌓였어요.
바짝 얼어서 미끄럽기도 해요.
이제 다 왔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봤을 때 저기 나무계단이 보이죠?
거기로 내려가면 강릉 왕산면 대기리의 '안반데기'마을이 있습니다.
안반’은 떡을 칠 때 아래에 받치는 넓은 나무판인데요, 지형의 생긴 모양이 떡 치는 안반처럼 넓고 우묵하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구요, 옥녀봉과 고루포기산 사이의 능선에 위치하며 198만 제곱미터 넓이의 비탈길에 새의 날개 모양으로 펼쳐져 있죠.
해발 1,100m 고원의 이 안반데기(피덕령)는, 1965년 이후 화전민들이 산비탈을 개간하여 일군 땅으로
현재는 20여 가구의 농가가 거주해 주로 배추를 재배하고 있는데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배추밭과 어우러진 언덕의 모습이 근사해 보여, 사진작가들이 앞다투어 찾는 곳 이 되었습니다.
또한, 한 TV 프로그램에서 하늘아래 첫 동네인 이곳에서 은하수와 많은 별을 관람할 수 있는 장소로 소개된 후로, 차박을 하거나 밤하늘을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관광명소가 된 곳이기도 하죠.
정상석 앞쪽에 보이는 이 길을 따라가면 닭목령이구요.
해발 1,238.3m의 고루포기산은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주변에 있는 발왕산, 제왕산, 능경봉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산인데요,
백두대간에 있는 산으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 그리고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환상적인 산행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산입니다.
5월 초순에서 중순사이에 이 산에 한번 와 보세요.
주차장에서 출발해 능경봉으로 오르는 그 길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구요,
능경봉에서 행운의 돌탑으로 가는 길 양편에는 키를 넘는 철쭉꽃이 아주 장관이거든요.
이제 내려갑니다.
2개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갑니다.
겨울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 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박용래-
적막하기만한 이 산에,
긴 긴 겨울밤 잠 못 드신 아버지의 밭은 기침소리 같은, 어쩌면 이 겨울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찬바람이 한 줄기 스쳐갑니다.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못난 놈 기다리시던 고향집의 어머니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그때는 뭐 그리 기다리시나 했는데,
그때의 어머니만큼 나이를 먹고보니, 은근히 자식들이 오는가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에 흠칫하곤 합니다.
전망대에 올라가 봅니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한 점 없는데, 너무 멀어서 그런가 또렷하게 보이질 않네요.
전망대부터는 경사가 좀 있는 내리막길.
내리막에서는 오르막보다 더 조심해야죠?
아직 덜 녹은 눈은 얼어서 매끌 매끌해요.
봄이 온다고 아이젠도 준비하지 않아서, 밧줄을 꽉 잡고 한발 한발.....
어찌나 미끄럽던지! 휴~
연리지도 한번 보고 갑시다.
먹으로 쓱쓱 그려놓은 듯한 겨울산.
이파리 하나없는 나무들만 삐쭉 삐쭉 서 있는, 이런 풍경을 볼 날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연두색으로 바뀌고, 금새 짙푸른 초록으로 변하게 되는 날도 멀지않았죠.
쉼터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부려봅니다.
샘터라고 하는데 능선길 좌,우 그 어디에도 샘이 있을 만한 곳은 없고...
길 양편에는 진달래, 철쭉 나무들.
꽃이 피면 참말로 예쁜 길입니다.
금방이라도 쏘옥~하고 새움이 돋아날 것 같죠?
겨울나무 숲 / 유경환
헤일 수 있을 만큼
성기게
그렇게 소담한 눈산에
비집고 서서 버티는
겨울나무 몇 그루의 숲
잔 가지들 서로 붙들고 선 채
겨울 얼마나 지났으며
또 봄 얼마나 먼 지
입 없이 말 나누지 못하는 걸
한 번 억울하다
느껴보지 못하여도
가지의 상처 서로 아물리면서
가늘게 빠져나가는
놀이나
찔끔 곁눈질 하는
뒷모습이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는
그 따뜻함.... .
행운의 돌탑이 저만큼에 있대요.
능경봉도 거의 다 왔군요.
느긋하게 걷는 길은 오르막도 숨이 차지 않습니다.
땀도 안나구요.
그냥 쉬엄 쉬엄 올라가요.
나무사이로 능경봉이 보입니다.
낙엽은 얼마나 쌓였는지 발이 푹푹 빠질 정도라서 누워서 하늘을 쳐다 봅니다.
위를 보면 이상하게 자란 나무가,
버섯도 아닌, 암 덩어리같은 걸 달고 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차렷자세로 서 있는 군인들처럼, 길 양편에 줄지어 섰는 나무들의 사잇길로 씩씩하게 걸어봅니다.
저만큼 오고 있는 봄을 마중하러 가야 하니까요.
행운의 돌탑에 왔습니다만, 이상하군요.
한동안 여기를 오지 않았더니 과거의 돌탑이 아닙니다.
바뀌어 버린 돌탑이 낯설게 느껴지는군요.
몇년 전의 돌탑은 이런 모습이었죠.
오며 가며 한개씩 쌓은 돌탑이었는데,
지금은 곱게 화장을 하고 새옷을 입은 새색씨처럼, 멀끔한 모습으로 바뀌었네요.
조금 당황스런 마음으로 올라갑니다.
능경봉에 왔어요.
해발 1,123.2m.
높죠?
陵京峰은 대관령 남쪽 산맥 중 제일 높은 봉우리라 하여 이름 붙여졌으며 제왕산의 母山이라고 합니다.
대관령 줄기의 다른 산에 비해 산행거리가 짧으면서, 대관령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각광받는 등산로이죠.
(구)대관령 하행휴게소에서 여기까지는 1.8km정도라서, 가족들과의 산행이나 산행을 못하는 사람도 올 수 있는 곳이구요, 봄이면 등산로 양쪽에 야생화 천지입니다.
아주 조금 가파르기는 해요. 그래도 밧줄잡고 올라오면 별 거 아니죠.
강릉 시내방향을 봅니다.
하늘은 어쩜 이리도 맑고 파랗까요?
능경봉 바로 아래에는 헬기장이 있구요,
쉼터도 마련해 놓았어요.
내리막길, 밧줄이 있는 구간이구요.
야생화 군락지입니다.
능경봉은 오른쪽의 안내판과 감시초소 사이로 올라갑니다.
왼쪽길은 제왕산으로 가는 길이구요.
오른쪽길로 가요.
대관령 방면으로~
얼레지 군락지를 지나면 예전의 (구)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탑이 있구요.
오늘 산행도 여기서 이만 마무리합니다.
봄이 오고 있어요.
볼을 스치는 바람결에는 봄 기운이 묻어납니다.
이 고속도로 준공비는 1975년 10월 1일에 세워졌구요.
글씨는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입니다.
산행코스: 횡계 오목골(라마다호텔 앞) - 지르메갈림길 - 고루포기산 - 샘터 - 행운의 돌탑 - 능경봉 - (구)대관령 하행휴게소 (9.9km, 4시간)
<고루포기산 1,238.3m>
고루포기산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주변의 발왕산, 제왕산,
능경봉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산이다.
백두대간 상에 솟아 있는 산으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환상적인 산행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 발아래는 왕산리 계곡이 펼쳐지고 그 뒤 멀리 강릉시와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이 한 눈에 들어오며, 북쪽으로는 초록빛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대관령에서 동쪽으로는 제왕산이 자리잡고 있고 이 제왕산 어깨를 짚고 대관령 남쪽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능경봉이다. 능경봉 남서쪽으로는 고루포기산이 딱 가로막고 서있다.
고루포기산의 높이는 1,238m이고, 태백산맥의 줄기인 해안산맥에 속한다.
북쪽에 능경봉(1,123m), 동쪽에 서득봉(西得峰, 1,052m), 남쪽에 옥녀봉(玉女峰, 1,146m) 등이 솟아 있고, 백두대간 상에 솟아 있는 산으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어 풍경이 아름답다.
북서쪽의 사면은 완경사를 이루고 있어 한 때 대관령스키장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며, 특히 부근의 횡계리 일대는 이른바 대관령면이라 일컫는 평탄면을 이루고 있어, 우리나라 지형발달사 연구에 학술적 증거로 채택되기도 한다.
고루포기산에서 피덕령,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산지의 동사면은 산정임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지형 경관을 보이는데, 이는 화강암 지역에 위치한 서득봉(1,052m), 화란봉(1,069m)과 함께 고위평탄면으로 분류된다.
서쪽에는 남한강의 지류인 송천(松川)이 감입곡류를 이루면서 남쪽으로 흘러 수하리·대기리·구절리 등을 지나면서 하안단구를 형성하였고, 정선군 북면 여량리에 이르러 임계 쪽에서 흘러온 골지천(骨只川)과 합류하여 조양강(朝陽江)을 이루고 서쪽으로 흐른다.
북동쪽 사면으로 흐르는 수계는 왕산리에서 강릉 남대천의 지류로 흘러든다.
능경봉 [陵京峰 1,123.2m]
대관령 남쪽 산맥 중 제일 높은 봉우리라 하여 이름 붙여졌으며 제왕산의 모산이다. 대관령 줄기의 다른 산에 비해 산행거리가 비교적 짧고 대관령 주변 의 아름다운 풍경을 수시로 볼 수 있어 각광받는 등산로이다.
이 봉으로 가는 길은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짧은 등산로와 닭목재에서 가는 긴 등산로가 있다. 특히 대관령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산행거리가 짧아서 가족 단위 등산로로 안성맞춤이다.
강릉시내에서 삽당령 쪽으로 가다 보면 오봉저수지를 만난다. 저수지를 돌아 교량을 건너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잡아야 한다. 이 길이 왕산면 왕산리로 들어가는 9번 군도이다.
군도를 따라 고개를 넘어가면 왕산면 대기2리. 이 마을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금계포란형의 '닭의 목'에
해당하는 곳이라 하여 '닭목'이라 하고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를 '닭목재'라 부른다.
대관령에는 고갯길을 낸 죄로 두 번씩이나 죽임을 당한 고형산이란 사람의 일화가 전해져 온다.
본래 대관령 고갯길은 오솔길이었는데 조선 중종 때 고형산이란 사람이 사재를 들여 수개월에 걸쳐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혀 놓아 한양과 강릉 간의 교통이 편리해지자,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군대가 주문진으로 상륙, 그가 넓힌 대관령 길을 통해 쉽게 한양을 침범하였고 이에 노한 인조가 고형산의 묘를 파헤쳤다는 것이다.
대관령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대관령 남쪽 휴게소(횡계에서 내려오면서 오른쪽)에서 시작된다.
산길은 비교적 순탄한데 정상이 가까워지면 능선이 급경사를 이루어 오르막 길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정상까지는 약 1.8km, 1시간이 걸린다.
산 정상에 서면 대관령의 광활한 초원과 강릉의 맑은 동해바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와 마주할 수 있다. 코스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3시간 30분~5시간이 걸린다.
하산은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가는 산행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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