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7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처럼 괜시리 들뜨고 설레게 하는 4월의 아침.
오늘도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섭니다.
따뜻한 햇살과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이,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그래서 이웃의 山友와 둘이서, 오봉산과 만종봉 그리고 제왕산까지 걸어보기로 합니다.
한 5시간 정도?
대관령옛길 입구 가기전에 있는 '옛길가든' 마당에 주차를 하고,
뒷편의 냇물을 건너
치유의 숲 '치유센터'방향으로 갑니다.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가요,
오른쪽길은 '치유센터' 방향이구요.
'안녕~'
길섶의 애기똥풀이 인사합니다.
붉은병꽃도 활짝 웃으며 반겨줍니다.
병꽃이 이렇게나 예쁜꽃이였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세상의 모든 꽃은 다 예쁘다'는게 진리이건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 풀꽃
철쭉잎이 꽃처럼 예쁘네요!
치유의 숲 12번 길과 만나네요.
우리는 25번 길로 갑니다. 오봉산에 들려야죠.
거리가 짧다는 핑계로 한번도 가지 않았던 '오봉산'
4월의 산은 온통 연두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잎이 삐죽 삐죽 돋아나던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푸른산으로 물이 들다니요.....!
떡갈나무에 예쁜 열매가 열렸네요.
-------------------- 떡갈나무 열매는 '도토리'라는 거, 다 아시죠?
요것은 열매가 아니라 속에 벌레가 살고있는 벌레의 집입니다.
계속해서 오르막길이지만,
지그재그로 만든 길 덕분에 수월하게 올라갑니다.
진달래가 져 버린 산에, 철쭉꽃이 살포시 피었습니다.
금방 세수를 한 얼굴처럼, 발그스레 피었어요.
산등성이에 올라왔습니다.
여기에서는 24번으로 가요. 290m를 가면 오봉산이 있다고 합니다. 가슴이 설렙니다.
처음 가는 산은 항상 갈 때마다 설레더군요. 어떤 모습일까하는 기대감으로..
오봉산 가는 길에는 온통 철쭉꽃.
해맑은 아가의 얼굴처럼 청초한 모습이 볼수록 예쁘네요.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풀꽃2
오봉산 정상 직전에는 멋진 바위들이 있네요.
잠시 구경 좀 하고 갈께요.
오봉산 정상입니다.
여기까지 2km, 1시간이 걸렸구요.
산행하면서 2km에 1시간 걸리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산행인거죠.
해발 541m.
정상석을 돌무더기로 대신한 모습이, 신선한 느낌이 드네요.
사이다 한잔 마셨을 때의 그 상큼함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
오봉산 아래에는 '오봉댐'이 있죠.
오봉댐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은, 댐의 저수율이 얼마나 되는지 많은 관심을 갖고 보게 됩니다.
강릉시의 식수원이라서 저수율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구요.
한동안 비가 오지 않고 가물면, 수위가 낮아질까 걱정도 하게 되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연두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산과,
저 멀리 영동고속도로(다리)도 보고
이제 만종봉을 거쳐 제왕산으로 갈 작정입니다.
푸르러만 가는 산이 너무도 예뻐 마냥 걸어볼려구요.
푸른 숲길을 걷노라니 몸도 마음도, 푸르게 물드는 것 같네요.
눈도 엄청 시원하구요.
둥글레꽃은 한마리 예쁜 나비처럼 보여요.
아까 이 소나무 바로 옆으로 올라왔었구요.
이내 능선길에 접어 들었었죠.
오봉산은 왼쪽에 있고, 만종봉과 제왕산을 가려면 26번으로 갑니다.
이후 26번을 시작으로 27, 28, 29, 30번까지는 이정표를 만날 때마다 오른편으로 '치유의 숲길'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아직 진달래꽃이 있네요.
평탄한 능선길을 걷습니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굴곡도 별로 없는 길이라, 오늘은 하루 종일 걸어도 힘들지 않을것 같네요.
그래서 발걸음도 가볍게 룰루랄라~
부드러운 흙길을 걷습니다.
4월의 산은 어쩜 이리도 예쁠까요?
자연속에 동화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치유의 숲길'로 빠지는 길은 여기 30번까지.
만종봉으로 가는 길은 왼쪽.
만종봉에서도 제왕산으로 갈 수 있기에 거기 들렸다 가는거죠.
제왕산으로 바로 간다면 오른쪽길로 가면 돼요.
우산나물의 어린 싹.
솜털이 보송보송 합니다.
단풍취의 새순도 반짝 반짝 윤이납니다.
이파리가 단풍잎을 닮은 단풍취는 어린 잎을 나물로 먹죠.
여름에 피는 흰꽃은 바람개비를 연상케 하구요.
우산나물도 여름에 흰꽃이 핍니다만, 꽃은 그닥 예쁜편이 아닙니다.
풀잎 생김새가 우산을 닮아서 '우산나물'이라 해요. 무리지어 자란 모습을 보면 풀 자체는 예쁘구요.
어린 순은 나물로 먹지만, '아주 맛있는 나물'은 아닌 것 같아요.
만종봉에 왔습니다.
야 호 ~
산봉우리라 하기엔 쫌.
평평한 그런 곳입니다.
잠시동안 쉬다가,
제왕산으로 출발 ------------- .
31번으로 조금 가면,
옛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제왕산 가는 마지막 쉼터 '평상'위 노란 텐트속에서 책 읽는 사람이 보입니다.
이렇게 한가하게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사는 모습에 부럽다는 생각이 살짝 ...
노루귀를 만났어요.
줄기와 꽃싸개잎에 길고 흰털이 많이 난 모습이 노루 귀를 닮아 '노루귀'라 하는데요,
흰색, 연한 붉은색, 자주색 꽃중에 오늘은 자주색꽃을 만난거죠.
괴불주머니도 만났네요.
산괴불주머니와 흡사하지만, 산괴불주머니는 약재로 쓰는데 비해
괴불주머니는 유독성식물이라 약재로 쓰지 않죠.
임도에 다다랐어요.
임도 왼쪽편으로 올라갑니다.
좀 가파르지만, 올라갈 만 해요.
노랑제비꽃과 눈맞추고 가요.
조망이 시원스런 이곳에서,
봉긋하게 솟은 제왕산을 바라보고
지나온 길 돌아도 보고,
능선길에 접어들면서 우측에 있는 전망대는, 이따 내려올 때 들려보기로 합니다.
이제 다 왔네요.
저기만 올라가면 제왕산이 기다리고 있죠.
제왕산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840m.
대관령 정상과 맞먹는 높이죠.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와 왕산면 왕산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이 산은,
대관령 동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데
고려 32대 우왕(禑왕)이 성을 쌓고 피난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구요,
지금도 석축을 쌓은 흔적과 기왓장이 발견되고 있다고 해요.
제왕산은 높은 산이라,
봄도 숨이 차서 쉬엄 쉬엄 오는가 봅니다.
신갈나무 잎이 이제사 피어나고 있어요.
올라갈 때는 그냥 지나쳤던 전망대에 가 봅니다.
오봉산 너머로 경포바다와 송정과 강문 그리고 안목항이 보입니다.
저기 오봉저수지가 보이는군요.
좀 더 가까이 당겨볼까요?
'제왕산 가기 전 마지막 쉼터'에서 책을 읽던 사내가 철수하네요.
이런 호젓한 산속에서 밤을 새는게 무섭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무서웠대요.
산짐승도 무섭고, 바람에 펄럭이는 비닐도 무섭고........ ㅎ
옛길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옛길에서 제왕산으로 오를 때는 숨이 턱까지 차던 길이었는데,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며 올라가던 길이었는데
내려가는 건 식은 죽 먹기입니다.
몇번을 다녀갔던 길이라 익숙해서 그런걸까요?
폭포라고 하기엔 좀 그런, 제왕폭포
눈이 시릴 것만 같았던 푸른 숲길을
산들바람 맞으며
맑은 공기,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꽃길을 걸었던 오늘은, 오랜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대관령옛길과 만났습니다.
여기서 옛길 입구쪽으로 내려갈꺼에요.
줄딸기와
애기똥풀과
고추나무꽃을 보며 걷는 길.
개울의 바위들은 깨끗이 빨아놓은 것 같이 하얗게 빛납니다.
제비꽃은 보라색 나비같고...
산아래에는 줄딸기와
벌깨덩굴과
미나리냉이가 한창이네요.
오늘 산행도 여기서 끝입니다.
산행코스 : 옛길가든 - 개울 - 치유센터방향 - 갈림길 - 능선 표지목 - 오봉산 - 뒤돌아 능선 표지목 - 만종봉 - 옛길 갈림길 - 임도 - 제왕산 - 임도 - 옛길 갈림길 - 제왕폭포 - 옛길 - 옛길가든 ( 약 10km, 5시간 소요)
오봉산(541m)
강릉시 성산 어흘리에 있는 산.
‘오봉(五峯)’은 마을 뒤에 5개의 산봉우리가 솟아 있어 생긴 이름이다.
오봉리 뒤에는 대관령에서 동쪽으로 뻗어 내린 낙맥에 제왕산을 중심으로 산봉우리 5개가 나란히 서 있고, 앞에는 내가 흐르는데,
왕산골과 모계골에서 흘러온 물이 마을 앞에서 만나 도리깨소로 흐른다.
오봉리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냇가에 ‘영귀암’이라 쓴 바위가 있다.
넓고 평평한 너래반석이 있고, 풍광이 좋아 여름철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강릉댐과 강원도 유형 문화재 제45호인 오봉서원이 있다.
오봉서원에는 공자, 주자, 송시열을 모신 집성사와 오봉서원 건립에 기여한 칠봉 함헌을 모신 칠봉사가 있다.
공자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데 공자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서원은 이곳이 유일하다.주요 지명으로는 마을에서 발전소를 지나 오른쪽 첫 번째 골인 절골, 오봉 서원 북쪽에 있는 골인 서원골, 방동교 위쪽에 있는
싸리겟 등이 있다.취락은 오봉서원을 중심으로 비탈면에 여러 가구가 모여 있고, 강릉댐 건설로 한국농촌공사 직원들의 사택이 오봉서원 남쪽 편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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