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일
연한 분홍빛으로 거리, 거리를 환하게 물들였던 벚꽃.
꽃이 피는가 했는데, 어느새 눈처럼 꽃잎이 흩날리던 날 [안보체험등산로]를 갑니다.
코로나 감염자가 500명에 육박하고 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두,세명 정도가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본 블로그에도 몇번 소개했던 그 [안보체험등산로]를 갑니다.
[산우에 바닷길], [괘방산], [안보등산로]는 사실 다 같은 곳, 같은 산이죠.
들머리의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는 산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겠지요. 올해는 벚꽃도, 산벚꽃도 일찍 피었네요.
처음 만나는 이 쉼터는 그냥 지나칩니다.
산행 초입에 쉼터가 있다는게, 의아한 생각이.........
생강나무꽃이 지려고 해요.
산벚나무는 흰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한데,
진달래가 수줍게 피었어요.
산철쭉도 피었습니다.
코로나가 무서워 집콕하는 사이, 봄은 벌써 이만큼 와 있네요.
떡갈나무잎도 여리여리 돋아났어요.
무채색의 산 길이 파릇파릇한 색으로,
또 연분홍색으로 채워져 갑니다.
진달래나무잎은 꽃처럼 돋아나구요.
[안보1지점] 여기서는 정동진 방면으로 갑니다.
길은 외길이라 걱정할 것은 없지만,
가다가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은, 바다를 본다던가
아님 평지 길이 싫어서, 조금 힘들게 걷고 싶은 사람들이 가는 길입니다.
진달래가 피면 그때부터 산은 예뻐집니다.
산벚꽃이 피면 봄은 더 무르익어가구요.
청미래덩굴도 꽃이 피려고 해요.
이리도 예쁠 수 가.
마주치는 꽃과 눈맞춤하면서 걷는 길은, 더딜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른 때보다 좀 느긋하게 걷습니다.
노랑제비꽃도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해요.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 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 봄 길 (정호승).
이런 나무를 보면, 대개의 사람들은 걸터앉아 사진을 찍던데,
오늘 함께 산행하는 두 아지매는, 그냥 지나치네요.
이렇게 휘어서 자라는 나무가 안쓰러워, 사진을 안찍는가 봐요.
아주 바람직한 참 山行人이죠!
겨울에 걷는 [안보체험등산로]는 은근히 힘들다 생각했는데,
봄에 걷는 이 길은 유순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도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 이파리와 봄꽃이 있어, 마음이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서 그렇겠죠?
이 정도의 오르막도 없다면 그건 산이 아니죠.
올라가고 내려가고 그래야 산행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제2 활공장에 도착했어요.
주말과 법정공휴일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활공장.
잠시 쉬면서 바다를,
주위를 둘러봅니다.
수평선과 하늘의 경계가 없이 흐릿한 바다.
오늘은 해무(海霧)가 스멀스멀 연기처럼 피어 오릅니다.
오늘 함께 산행하는 두 아지매.
안보공원에 전시한 비행기가 보여요.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구요.
푹 쉬었으니, 슬슬 가 봅시다.
오늘은 괘방산을 지나, 당집까지 갔다가 되돌아 올 작정입니다.
여기서는 저 소나무숲길로 가야해요.
삼우봉, 정동진 방면으로.....
여기 돌무더기를 지나서는 내리막길.
그리곤 평탄한 능선.
크게 힘든 곳 없이 대체적으로 평탄한 곳이라, 산행하는 건 그리 힘든게 아닙니다.
그저 키작은 소나무길을 걷는다 생각해요.
삼우봉에 왔습니다.
바위가 뾰죽하게 솟아있는 봉우리.
괘방산 정상으로 갑니다.
해발 345m이라 그냥 동네 뒷산같지만,
낮으막하면서도 산행하는 재미와 운동량은, 여늬 산 못지 않는 그런 곳.
그저 앞만 보고 가다보면, 지나치기 쉬운 괘방산은,
철탑이 보일 때,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정상석과 만납니다.
이정표가 있지만 못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처음엔 저도 그냥 지나쳤었거든요.
당집으로 가는 길은 이 철탑옆으로 지나 갑니다.
이 산모퉁이를 돌아서,
계단을 지나면 바로 제1 활공장이 있죠.
1활공장에서 아래를 굽어 봅니다.
철탑이 보이는 이 언덕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인데요,
앞이 탁 트여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눈도 시원해지는 것 같구요.
정동진 방향으로 가요.
나비가 팔락이는 듯한 리본달린 철조망 옆길로 가고,
제법 굵직 굵직한 소나무 길을 지나
능선 흙길을 밟다보면 당집이 있죠.
들머리 '안인삼거리'에서 여기 까지는 5.1m.
1시간 50분이 걸렸네요. 너무 느긋하게 걸었나요?
당집 주변을 둘러봅니다.
문은 굳게 닫혀 있구요,
앞마당에는 누군가가 쌓은 돌탑 6개가 있어요.
개인산행이라 여기서 되돌아 갑니다.
국수나무 이파리가 꽃처럼 예쁘네요.
청미래덩굴 열매도 꽃 같구요.
1활공장으로 올라가 봅니다.
언덕에서 맞는 봄바람은 아가의 손길처럼 부드러워요.
해무 때문에 하늘은 흐릿하고...
안개는 점점 더 산을 휘감아 오네요.
온통 갈색의 이 숲도 금방 푸르러 지겠죠?
삼우봉 전망대에 잠깐 들립니다.
안개는 이제 구름처럼 산허리를 휘감아요.
다시 삼우봉에 도착했습니다.
삼우봉을 지나면 내리막길.
사방에 꽃이 있어, 마음이 환해지는 오늘은,
행복한 기분이 드는 하루입니다.
2활공장에 도착했습니다.
한낮이 가까워지면서 두어명씩 여기를 찾아왔네요.
뒷편에서 본 활공장이구요.
지금은 봄,
추위에 잔뜩 움추렸던 소나무들이, 날로 푸르러 가는군요.
떡갈나무 새순은 꽃송이와 함께 나오고...
저멀리 건설 중인 안인화력발전소도 바라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연두색으로 물들어 가는 안보등산로
오늘 산행도 마무리합니다.
산행코스 : 안인삼거리 - 쉼터 - 2활공장 - 삼우봉 - 괘방산 - 1활공장 - 당집 - 뒤돌아서 원점회귀
(왕복 10.2km, 3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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