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3월, 눈길을 걷다 - 대공산성까지

adam53 2021. 3. 12. 15:32

2월 마지막날 그리고 3월 1일, 영동지방에는 때아닌 폭설이 내렸습니다.

겨울내내 한번도 오지않던 눈이, 봄이 오는 걸 시샘하듯 눈폭탄이 쏟아졌는데요.

제가 사는 강릉에도 35cm에서 많게는 60cm가량의 눈이 쌓였었습니다.

갑작스런 폭설에 교통대란은 물론 크고 작은 피해도 잇따랐구요.

눈의 무게로 쓰러진 나무로 인해 정전사테도 속출했고, 비닐하우스도 95건 파손되었으며 축사붕괴 3건,

산림작물피해 15건등 117건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해요.

다행히도 봄눈이라서 빨리 녹기도 했고,  발빠른 제설작업으로 도로에 눈은 없었지만

산에 쌓인 눈은 아직도 많을 것 같아 꼼짝없이 집에만 박혀있다가, 일주일 정도 지난 후 산행을 합니다.

대공산성을 가 볼려구요.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보현산 자락에 위치한 보현사 가는 길에 있는 저 화장실앞에 주차를 하고

맞은편의 등산로로 접어듭니다.

들머리 부근에는 약간의 눈이 있지만,

위로 올라 갈 수록 점점 더 눈은 많아지고....

대공산성은 보현산 944m 되는 지점에 쌓은 산성으로써, 보현산성이라고도 합니다.

산성의 길이는 4km정도 되며 성안에는 우물터, 성문터등이 남아 있는데요,

전설에 의하면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이곳을 도읍지로 정하고, 군사를 훈련하려고 쌓았다고도 하고

대씨 姓의 발해왕이 쌓았다고 해서 '대공산성'이라 불리기도 한답니다.

구한 말 을미의병때에는 의병장 '민용호'가 이끄는 의병이, 이 산성일대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하는 이 '대공산성'은,

언제 쌓았는지 알 수 없지만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성곽으로 표기되어 있어,

고려시대에 쌓아서 이용하다가 조선시대 전기에는 이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요.

여기서 잠깐 쉬어 갑니다.

쉼터입니다.

대공폭포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났죠.

이제 여기서 조금 가다가 임도로 빠질꺼에요.

임도에는 눈이 제법 쌓였어요.

정강이까지 쌓였네요.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 가."

-------------- 그리움 全文(이용악).

왼쪽의 야트막한 능선으로 가고 싶었죠.

눈이 없을 때는 그 길로 다니기도 하거든요.

저기 저 작은 팻말뒤로 길이 나 있지만,

눈길을 헤치며 간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임도로 갑니다.  이 쪽으로도 가니까요.

낯이 익죠?

일전에 대공산성 순환길이라고 해서, 어명정과 술잔바위까지 갔다가 되돌아서 송이거리를 지나

산성마루에서 내려왔을 때 그 길입니다.

대공산성다리를 건너 산성마루까지 간 다음에, 대공산성으로 가요.

오늘은 이웃에 사는 이 山友와 둘이서 산행합니다.

눈길이라서 걷는 게 힘들군요.

그래도 이게 어디에요?

코로나19로 인해  태백산, 함백산, 덕유산 등 설경이 아름다운 산의 눈꽃 산행도 제대로 못해 봤는데

이리도 소담스런 눈을 밟으며 산행한다는 게 큰 복이죠.

산성마루에 도착했습니다만,

나무의자에 쌓인 눈은 혼자서 쉴 정도의 자리밖에 안되네요. 

108계단은 눈에 덮혀서 계단임을 전혀 모르겠구요.

무릎까지 쌓인 눈.

전망대가 보이네요.

안들려 볼 수가 없죠?

이 전망대까지 왔으면,  대공산성을 거의 다 왔다고 봐야죠.

마지막 힘을 내 봅니다.

저기 산성이 보여요.

 

눈 속의 산성은 길이도, 높이도 얼마 안 되지만,

오랜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저렇게 남아 있는건, 돌을 아주 견고하게 쌓은 때문이죠. 

지금 보이는 이 산성은 길 오른편에 있는 것이구요.

이것은 등산로 왼쪽으로 보이는 산성입니다.

여기는 대공산성 동문이구요,

서문까지는 500m 더 가야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돌아섭니다.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서문까지 눈길을 헤쳐 나가기 쉽지 않거든요.

전망대를 다시금 눈에 담고,

산성마루 벤치에서 잠시 쉰 다음 아래로, 아래로

일전에도 그러했듯이 오늘도 '대공폭포' 쪽으로 갑니다.

적은 양이지만 대공폭포에는 폭포수가 흐르는군요.

눈이 녹아 水量이 많아지면 폭포수가 힘차게 흘러 내리겠죠?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차(車)를 보니,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산행코스 : 보현사 가기 직전 화장실 - 쉼터 - 임도 - 대공산성교 - 산성마루 - 108계단 - 전망대 - 동문 - 대공산성 - 뒤돌아서 동문 - 전망대 - 108계단 - 산성마루 - 대공산성교 - 임도 - 쉼터 - 화장실입구

( 총7km,  4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