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햇살 따사롭던 가을날, 선자령을 가다.

adam53 2020. 9. 23. 15:50

햇살이 화창해서 집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날, 느지막히 선자령으로 가 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100여명이 넘게 되면서,

산악회 대부분이 산행을 중단해서 여러 곳의 산을 가 보는 것도 힘들어졌거든요.

오늘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양떼목장울타리 옆길로 갑니다.

선자령까지는 5.8km, 내려 올때는 저쪽 kt중계소가 있는 포장도로쪽으로 내려옵니다. 거리는 5km.

선자령 산행코스에는 이런 詩가 곳곳에 있습니다.  가고 오면서 시 한수 감상하는 여유를 가지라는 거죠.

작은 도랑을 두어개 건너다 보면,

습지식물 속새 군락지를 만나고

이 계단을 올라가면 양떼목장이 보입니다.

선선하고 화창한 가을날이라, 양떼목장 방문객이 많은 것 같네요.  

넓고 푸른 초지에서 풀을 뜯는 양떼들.

 이 이국적인 모습, 흡사 알프스에 온 듯한 풍경이 좋아 많은 사람이 찾는 양떼목장.

(구)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량들로 붐비고,

우리도 주차할 곳을 찾아 빙빙 돌다가, 산행들머리 부근에 간신히 주차했네요. 휴~

울타리 너머에는 관광객들이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잊지못할 순간을 추억으로 남기고.......

대관령의 그 모질고 세찬바람에 나무의 가지 형태도 이렇게 바뀌었어요. 

 

저 멀리에 있는 kt중계소를 담아보면서,

잣나무 숲길을 지납니다.

선자령가는 이쪽 방향 길은 잣나무, 낙엽송, 전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숲길을 지나는데요,

졸졸졸 흐르는 개울물소리를 들으며 흙길을 밟고가는 이 숲길이 좋아,

매번 올 때마다 이쪽 길로 가게 됩니다. 

갈림길입니다. 오른쪽은 국사성황사, 산신각으로 가고,

왼쪽은 선자령으로 가고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듯 오리방풀이 꽃을 피웠어요.

이 길로 접어들어 조금 더 가면 지난 여름 지리했던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물살이 휩쓸고 간 모습에 짠해집니다.

길 한가운데가 움푹 파여서 도랑을 만들었드군요.

졸졸 소리내며 흐르는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약간의 자작나무 서 있는 곳을 지나고, 

골짜기에서 맑은 물이 흘러 내리는 곳 지나고, 

잡목이 빽빽히 자란 숲길을 지나면

선자령이 2.5km 남았다네요.   

칼잎용담과

투구꽃과

가을꽃 구절초와 눈 맞추며 걷는 길

여기도 길 한복판이 도랑처럼 파였어요.

비가 엄청 내렸었나 봅니다.

임도에 도착했으면,  다 온거나 진배 없어요.

왼쪽길은 하늘목장으로 가는 길인데요,

여기 선자령 일대의 목초지는 하늘목장꺼예요.

오른쪽으로 난 길은 순환로이구요.

저 앞에 보이는 풍력발전기 방향으로 갑니다.  

울창한 전나무위로 뭉게구름이 둥실 떠 갑니다.

임도를 막아놓은 건 전염병 때문입니다.

매년 추석밑에는 벌초하라고 어느곳이나 임도를 개방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감염우려가 있어 임도로 차량통행을 할 수 없어요.

2월에 번지기 시작한 이 전염병은 9월이 다 가는데도 없어질줄 모르네요.

하늘이 한층 높아졌어요. 

오늘은 바람도 없네요.

선선한 날씨때문에 여기까지 오는데도 땀도 안났구요.

산행하기에는 아주 그만인 날씨입니다. 

정상은 이쪽으로 올라갑니다.

약간의 오르막이긴 합니다만,  대수롭지 않은 그냥 걸어서 올라 갈만한 그런 정도죠. 

뒤돌아보면 그림같은 풍경이.....

오늘 만난 사람중에는 사진 작가도 몇명 있었죠. 

그들은 선자령의 어떤 모습을 사진에 담아 갔을까요?.

다 왔습니다.  선자령은 경치가 좋은 곳이라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네요.

저기 저만큼에 정상석이 보이죠?

백두대간 선자령입니다.

백두대간 인증장소이기도 하죠.

내려가는 길.

하늘목장 목초지 사잇길로 갑니다. 

겨울동안 소에게 먹일 사료용 풀(牧草)이므로,  풀밭에 들어가면 안되겠죠?

걷어들여야 할 때가 얼마 안남았거든요.

母子가 아주 신났어요. 

찍고 찍어주고...

건너편의 하늘목장은 이런 모습이군요.

가을입니다.  

쓸쓸하고 스산한 가을.

푸르던 여름은 저 멀리 가버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세찬 바람에도 잘 견디면서 자라던 이 소나무가, 

여기를 지날 때 마다 사진에 담았던 이 나무가 죽었네요.

넓직한 이 풀밭길을 지나면,

떡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종류가 빼곡한 숲길이 계속됩니다. 

포장도로가 나올 때 까지...

개미취가 반겨주네요. 

꽃대에 개미가 붙어있는 것처럼 작은털이 있어 붙여진 이름, 개미취.

산기슭 습기 있는 초원양지에 자라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취나물의 한 종류라 이른 봄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뿌리와 식물체는 지혈, 이뇨, 보익, 토혈, 해수, 후두염 등 한방에서는 약재로 쓴다고 하는데요,

그 수(數)가 그리 많지 않아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뉴밀레니엄 기념식수]를 한 주목나무는, 사진 왼편 [숲가꾸기 현수막]앞 두가닥의 가지를 뻗은 나무입니다.

강원도와 자연을 사랑하는 1천명이 설악산, 화악산, 태백산, 두타산, 치악산, 대관령 등

해발 1,000미터 고지에 정성들여 심어 놓은 1,000천그루의 주목 중의 한그루가 이 나무에요.

이제 포장도로로 나왔어요.

한국공항공사 강원항공 무선표지소 앞길,

그러니까 포도로 들어서면서 오른쪽길로 내려갑니다.

방금 지나왔던 길이구요. 

지금부터는 지루해서 걷기 싫은 포장길,

걸으면 걸을수록 발이 아픈 포장된 길을 내려갑니다. 

kt대관령중계소 담장에는 알록달록, 산악회의 리본이 바람에 나풀거리고.....

오늘은 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네요.  오후 3시가 가까워오는데도, 끊이지 않고 이 길을 계속 올라옵니다.

평소같으면 어쩌다 한, 두명 볼까 말까 했었는데..... 

----------------------  마스크를 쓰고 산행한다는 건 참 슬픈 일이죠.

상쾌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산을 찾는데, 모두 다 마스크를 쓰고 여길 찾았습니다.

--------------------------------------------   가벼운 산행을 하시려거든 [선자령]으로 오세요.

등산을 하려해도 힘들어서 못하고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왕복 3시간 정도의 적당한 거리와 멋진 풍경과, 동네 뒷산같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이곳 대관령 선자령은

언제나 아무때나, 혼자 와도, 여럿이 와도, 또 몇번을 온다고 해도 좋은 곳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코로나19가 좀 수그러들고, 

어느 정도 산에 가도 괜찮아지면, 그 때 다녀온 산의 모습들을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