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점없이 맑고 푸른 날, 정선 민둥산으로 갑니다.
"민둥산" 하면 억새산이라고 할 만큼 온통 억새로 뒤덮혀 있는 억새산행의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입니다.
높이는 1,118m이지만 순한 산이라, 산행하는 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가을 억새산행지로 유명한 곳은 전국에 몇군데 있는데요,
정선 민둥산을 비롯하여 경남 창녕의 화왕산, 충남 보령 오서산, 경남 양산의 천성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영남알프스 신불산, 밀양 재약산, 포천 명성산 등 억새가 장관인 산들이 참 많습니다.
민둥산 들머리는 네곳으로서, 승용차로 간다면 대개 증산초등학교에서 올라가구요,
버스로 간다면 화암약수, 발구덕마을 또는 삼내약수에서 올라갑니다.
오늘은 화암약수에서 시작합니다.
거리는 13km되구요, 시간은 4~5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화암약수터입니다.
화암약수는 철분과 탄산수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위장병, 피부병, 눈병, 위암에까지 효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약수는 1910년경 이 마을사람 문명무 씨가 꿈에 구슬봉 높은 바위 아래 청룡, 황룡두마리가 서로 뒤틀며 엉키어 몸부림치더니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꿈을 본 후에 남몰래 그곳에 가서 땅을 파헤치니, 갑자기 바위 틈에서 물이 거품을 품으며 치솟았다는 얘기가 전해 옵니다.
조금씩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네요.
약수터를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쭈욱 불암사 절이 있는 곳으로 20여분 걷다보면,
길 왼쪽에 들머리가 있습니다.
-------------- 약수터에서 바로 올라가는 길도 있는데도, 왜 발바닥 아프게 이 포장도로로 안내했냐고 투덜 투덜대는 사람도 있네요. 어쨌든 들머리는 찾았으니까 됐죠.
민가를 지나 10분쯤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 데요, 여기서 주의해야 해요.
예전에는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비닐하우스가 보이는 저 길로 가야합니다.
우리 일행은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갔죠.
그리고 길이 없어 여기서 우왕좌왕, 갈팡질팡.
몇몇은 왼쪽 세사람 앞 방향으로 직진해서 다래덩굴이 우거진 곳을 뚫고 갔는데요, 오래전에는 그리로 다녔다해요.
몇명은 오른쪽으로 몇발짝 걷다가, 왼쪽 산으로 접어들어서는 잡목이 우거진 곳을 마구 마구 올라갔어요.
나중에 합류했을 때 들으니깐, 몇몇은 갈림길까지 되돌아 가 비닐하우스 방향으로 갔다고 하는데요.
그게 정상적인 등산로였답니다.
처음부터 길이 아니다 싶으면 되돌아 갔으면 될것을,
무조건 산을 타고 올라서 산등성까지 오는 동안에 이리저리 얼키고 설킨 나무들,
쓰러진 잡목들 사이로 헤집고 올라 오느라 이만 저만 고생이 아니었는데,
산 능선을 타고 가는 길도, 작으면서도 억세게 가지뻗은 소나무와 가시나무, 가슴까지 자란 풀을 헤치면서 나아가는 길도 만만찮았죠.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산 아래 중턱쯤 내려와서 길을 만들어서 걷다보니,
낙엽송이 잔뜩 심겨진 곳도 지나게 되고,
풀숲을 헤치고 가다가 만난 철조망,
그 옆으로 해서 산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이제 정상적인 등산로를 만났습니다.
갈림길로 되돌아 갔던 일행들도 만나서 서로가 고생한 얘기를 하고,
---------------- 그 길도 만만치 않았다고 해요.
버섯 채취하려고 막은 것도 아닌, 무슨이유로 쳐 놓은 줄 모르게 길게 쳐진 철조망을 두번씩이나 빠져나오느라 애먹었다 하더라구요.
화암약수에서 시작하는 이쪽 길 4코스는 가면 안되겠어요. 이 길은 가지 마세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정선 남면 증산초등학교를 들머리와 날머리로 잡기 바랍니다.
증산초등학교 앞에는 주차장이 넓어요. 버스도 승용차도 주차할 수 있구요, 만약 거기에 주차공간이 없다면 학교앞 다리를 건너 개울을 끼고 가다보면 아주 아주 넓고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길을 잘못 찾아서 알바하지 않았다면 그리 힘들지 않은 평탄한 길.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민둥산 산행을 하다보면 산이 움푹 꺼진 곳을 종종 보게 됩니다.
사진으로는 그저 밋밋하게 보여서 여기에는 생략했는데요, 이걸 두고 돌리네라고 해요.
돌리네(doline)는 슬로베니아 등 구(舊)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 사용되던 슬라브어로, 석회암 지대의 갈라진 틈으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빗물이 스며들면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녹아 깔때기 모양 또는 접시 모양의 오목하게 패인 웅덩이를 형성하는데, 이러한 와지를 돌리네라고 하죠.
이정표를 보면서 갑니다.
화암약수에서 여기까지 2시간 30분 걸렸는데 정상은 2.3km,
얼마 안남았네요.
잣나무 숲길을 지나고,
또, 전나무숲을 지나고
낙엽송숲도 지나면
도로가 나옵니다.
길을 따라 걷다가, 이정표가 가르키는 대로 오른쪽으로 가요.
억새를 만날 생각에 잔뜩 들뜨고 설렙니다.
저 계단끝에는 억새평원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두 갈래길이 나오죠.
왼쪽으로 가면 정상가는 길이 짧은 편이고,
오른쪽길은 빙 둘러서 정상으로 가고,
----------- 오른쪽으로 갑니다. 그래야 더 많이 억새를 볼 수 있으니까요.
왼쪽길로 올라가는 정상부근을 당겨도 보고
가던 길 뒤돌아서 억새평원을 보고,
은색 물결 넘실대는 가을의 민둥산.
민둥산의 억새군락지는 축구장 면적의 90배가 넘는다는데,
가을바람 살랑 살랑 불어대면 바람에 일렁이는 이 은빛 물결을 보려고, 매년 30만명의 등산객이 여기를 찾는답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라, 카메라사진 만큼 부드럽고 섬세하지 못하지만,
거칠기만 하고 선명하지도 못하지만, 민둥산의 억새를 담고 또 담아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차단을 위해, 旌善郡에서는 올해의 억새축제를 취소하였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등산객이 많지 않네요.
오른쪽 귀퉁이의 물이 보이죠?
사진 상단의 움푹 들어간 것도 보이시죠? 그게 돌로네 현상입니다.
좀더 볼까요? 돌로네 모습을.......
저기 정상석이 보이네요.
어쩜 하늘은 이리도 청명할까요?
산 정상에는 포토존이 있군요.
옛 정상석도 참 정겹네요.
이젠 하산해야겠어요.
내려가는 길은 2곳.
경사가 급하냐 완만하냐에 따라 짧은 길은 2.6km,
조금 더 걷는 길은 3.2km.
내려가면서 억새풀을 눈에 가득 담아봅니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끝입니다.
산행코스: 화암약수-갈림길-1049봉-1116봉(지억산)사거리-초소- 1050봉-잣나무숲-갈림길-1109봉-민둥산-증산초교(13km, 5시간)
민둥산(1,118m)
민둥산은 동쪽으로 맥을 이루며 남북을 달리는 백두대간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정상 주능선에 나무가 없고 광대한 면적에 억새초원이 형성된 특이한 산이다.
가을 억새산행지이자 철도산행지의 대표적인 산이 정선 민둥산이다.
해발 1118.8m로 억새산이라고 할 만큼 온통 억새로 뒤덮혀 있다.
산 7부능선까지는 관목과 잡목이 우거져 있고, 정상부분은 나무가 거의 없다.
산세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끝없이 둘러친 가을 억새군락지는 많은 등산객들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다.
민둥산 억새는 거의 한 길이 넘고 또 매우 짙어서, 길이 아닌 일부 지역은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오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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