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료원 맞은편 남대천 둑방길에는 수령이 오래 된 버드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 버드나무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원숭이 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버드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큰 태풍에도 아무 탈없이 잘 견디어 왔으나,
장마가 심하던 8월 어느날 벼락을 맞았었는데 그때에 이 나뭇가지 위에는 흡사 원숭이 한마리가 앉아있는 것같은 기이한 모습의 형상이 보여서 이 나무를 [원숭이 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사람들은 마을에 전해오는 '원'이가 꿈속의 원숭이로 환생해서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요,
이 원숭이나무에게 진심으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아픈 사람은 건강이 회복된다는 얘기가 전해져 오고 있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보존하고 있다고 해요.
조선 후기에 강릉의 '무지개마을(현)'에 '원'이라는 사내가 살았답니다.
강릉읍성의 남문지기였던 '원'이는 머리가 비상하고 손재주가 좋아 읍성의 담장 정비를 도맡고 있었다고 해요.
그러나 놀기 좋아하고 잔꾀를 부려서 툭 하면 몰래 빠져나갔고,
담장도 대충대충 보수를 해서 비만 오면 허물어지곤 했다네요.
그러나 '원'이는 작은 일에도 진심을 다해야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걱정에
'누가 알아 주냐고, 시간이 지나면 담장은 낡고 무너지는데 정성들인다고 뭐가 달라지냐, 무너지면 다시 고치면 되지'하고 건성으로 대답하곤 했답니다.
그러다 '원'의 어머니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었는데요, 용하다는 의원도 고개를 젓고 돌아서 갔다고 해요.
날이 갈수록 쇠약해져 가는 어머니를 위해, '원'이는 남문 앞 버드나무에게 어머니 병이 낫기를 매일 밤 빌고 또 빌었는데
간절하게 정성을 들이던 100일째 밤 꿈에, 온몸이 붉은 털로 뒤덮인 작은 원숭이 한마리가 일곱빛깔 비단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남문 앞의 버드나무에 앉아 나무 아래를 가르키더랍니다.
놀라서 잠을 깬 '원'이는 그 길로 곧장 나무로 달려가 원숭이가 알려준 곳을 파 보았더니, 작고 둥근모양의 도자기속에는 지도와 함께 글이 적힌 종이가 있었는데요, 그 내용은 이렇대요.
- 대관령자락에는 일년에 딱 1번, 단 한사람에게만 모습을 보이는 신비한 약초가 있는데, 이걸 8일간 지극정성으로 달여 먹으면 그 어떤 병도 낫는다고-
천년 묵은 소나무 아래에서만 발견된다는 묘초지도를 품고 '원'이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고
다음날 아픈 어머니를 두고 떠나려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한데, 이른 새벽부터 폭설이 내려 지난 가을 대충 엮어 둔 담장이 무너져
내리고 길도 막혀서 마을이 고립되었다는 말에, 꼼짝없이 담장을 고쳐야 했고 어머니 병세는 날로 깊어만 갔다고 합니다.
한달이 다 되어서야 출발하는데, 꽁꽁 언 대관령 옛고개를 밤 낮 쉬지않고 오르다보니 발은 퉁퉁 붓고, 손끝은 뭉툭하게 거칠어져 갔죠.
그렇게 엄동설한부터 5월 단오절까지, 3개월 가량 헤맨 끝에 약초를 구해서 한달음에 돌아 온 집에는, 기다려 줄 노모가 세상을 떠난 뒤 였습니다.
지난 날 안일했던 자신의 행동에 가슴치며 통곡하고, 평소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살아계실 때 잘해드릴껄 하고 후회를 하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음을 깊이 깨닫고 반성을 하고...
이 후 '원'이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기로 합니다.
구해 온 약초는 정성껏 달여서 아픈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마을 약재상이 된 그는 버드나무를 수호신으로 모시면서 마을 사람들을 살핍니다.
그렇게 그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인해 마을사람들은 모두 다 잔병없이 평안히 살 수 있었다고 해요.
이 원숭이 형상은 버드나무에서 20m쯤 내곡교 사거리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잘 보입니다.
물론 유심히 봐야 보이죠.
어느 마을에나 큰 나무 있는 곳은, 전해오는 이야기가 한 두개씩은 있죠.
우리가 사는 곳에 가까이 있는 이 나무.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이 버드나무가
이른 봄, 새잎이 돋아날 때 그리고 한 겨울에 눈이 내려 앉으면 참 멋있다고 생각했던 이 나무에 이런 전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전이었습니다.
버드나무가 있는 둑방길에 피어있던 찔레꽃도, 이제는 다 져 갑니다.
넝쿨장미도 다 져 갑니다.
6월, 단오절이 가까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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