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모습이.....

adam53 2015. 8. 7. 16:26

 

오늘은 시(詩) 한수 감상하시죠.

 

오탁번 시인의 폭설(暴雪)입니다.

 

----------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들고 회관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렀당께!!

 

이틑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 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이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동네

 

몽땅 좆돼부렀소잉!!

 

------- 끝입니다.

 

배우 이인철님의 낭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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